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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88화 (48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88화>

‘청색의 관리자와는, 굳이 싸울 필요 없다.’

무신이 성지한에게 건넨 휴전 제안.

그는 이에 대해서는 진심이었다.

‘지금은 그에 비해 힘이 앞서지만, 그는 관리자…… 괜히 제압하려 들었다가, 예측하지 못한 반격을 받을 수도 있다.’

청색의 관리자 성지한.

그는, 투성에 소환되었을 때도 참 끝도 없이 버텼다.

물론 아소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결국 죽었겠지만.

어쨌든 투성까지 불러왔음에도, 그는 생존했으니.

무신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행동이 자유로워진 이상, 힘을 얻을 곳은 많다…… 변방에 있을 필요 없이, 세력을 구축해도 되겠지.’

지금까진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태양왕의 낙인 때문에 대외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외부에서 얼마든지 세력을 넓혀도, 이젠 자신을 통제할 낙인이 없었으니까.

‘일단은…… 드래곤 로드가 사라진 용족부터 장악해 볼까.’

성지한에 의해 드래곤 로드가 죽은 이후.

용들은 빈 로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무신 자신도 드래곤 로드의 육신을 통해 만들어진 존재니.

그는 이 용족 내전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래. 투성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무한회귀를 통해 항상 보아 왔던, 황량한 투성.

이젠 이곳에서 나와, 배틀넷의 중심부에서 활동을 할 때가 되었다.

하나 그러려면.

‘이 별과, 저기에 담긴 힘을 모두 흡수하고 가야겠지…….’

무한회귀로 계속 축적해 두었던 힘.

떠나기 전에, 하나도 남김없이 육신 안에 담아 놔야 했다.

지금은 저기에 담긴 기운이 워낙 많아, 저걸 흡수한다 한들 영구적인 보존이 불가능했지만.

‘봉인된 세계수를 회수한다면, 힘을 보관할 수 있다.’

지구 해저에 봉인된 세계수.

적색으로 물든 그 세계수는, 다른 세계수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것을 투성에 가져온다면.

‘무한회귀를 통해 모았던 기운을 모두 내부에 갈무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힘은 상시 관리자까진 되지 못해도.

녹색의 관리자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겠지.

그는 생각을 마치고는.

퍽!

집어삼켰던 동방삭을, 다시 뱉어 냈다.

[동방삭, 다 잊었느냐?]

“아직…….”

[청이 꽤 뿌리 깊게 자리했군.]

“죄송합니다.”

동방삭이 고개를 푹 숙이자, 무신은 두 눈을 번뜩였다.

[투성의 봉인이 풀릴 때까지, 일을 끝마쳐야 한다.]

“그것은, 지구에서 세계수를 회수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래. 구궁팔괘도의 봉인을 풀어, 적색의 세계수를 빼와야 한다.]

“세계수를 회수하면, 지상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왜, 걱정이라도 되느냐?]

“…….”

대답은 하지 않지만, 긍정과 다름없는 반응에.

무신은 동방삭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노려보았다.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태양왕을 막으려고 잠시 한계를 푼 데다, 적색의 관리자가 한 이야기 때문인지.

동방삭은 예전과 같은 충성심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원래라면, 명령을 내렸으면 이에 따르고 지상 상황에 대해서 걱정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도, 오래 쓰진 못하겠군.’

적색의 세계수를 회수하고 나면, 적당히 폐기처분할 방법을 떠올려야겠어.

무신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지금 당장은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세계수를 회수하면, 대지가 크게 흔들리고 세계수와 함께 봉인된 적의 일족들이 튀어나오긴 하겠지만.]

“…….”

[청색의 관리자가 지구에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기껏해야 인류의 20퍼센트 정도가 사라지겠지.]

“20퍼센트…… 입니까.”

[그래. 그러니 걱정 말고 회수하도록 하라.]

지금까지 무한회귀를 통해 인류의 멸망을 수없이 반복해 왔던 무신으로선.

20퍼센트는 겨우 그것밖에 안 되냐고 볼만한 수치였다.

“아무래도, 피해는 봉인지와 가까이 있는 곳에 집중되겠지요?”

[그렇겠지. 하나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관리자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알겠습니다.”

무신의 말에 동방삭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지만.

안색은, 밝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봉인지의 위치는, 서해의 중심이라.

그의 고향 땅과도 가까웠으니까.

[잡념이 많아졌구나.]

“…….”

그런 동방삭의 기색을 알아챈 무신은.

또다시 그를 집어삼키기 위해, 기운을 끌어올렸다.

파스스스……!

성좌의 무구와 다시 연결되어, 강대한 힘을 내뿜어내는 무신.

[임무만 생각하게 해 주겠다.]

뱀의 형상이 또다시 나타나며, 동방삭을 재차 집어삼켰다.

화아아악……!

뱀의 머리에서, 검붉은 기운이 퍼져 나가고.

동방삭의 ‘정화’ 작업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를 먹어치운 무신은.

‘아무래도 이번까지만 쓰고 자결시켜야겠군…….’

점점 통제가 안 되는 동방삭을, 어떻게 끝마무리 지을지 결정했다.

*   *   *

펜트하우스의 트레이님 룸.

[난 이렇게 사용하는데…… 안 되니?]

“어, 전혀 발동할 생각을 안 하는데.”

[이상하네. 왜 안 되지?]

성지아에게 신안에 대해 교육받던 성지한은, 이게 전혀 발동할 생각을 하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다.

‘목 떨어진 거 보여 주더니, 그 이후론 영 무소식이네.’

성지한은 신안을 얻었을 때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특별권능, 신안神眼을 이식받았습니다.]

[플레이어에 비해, 격이 낮은 플레이어에게 신안을 받았습니다. 신안의 효과가 크게 감소합니다.]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더니…… 발동도 안 될 줄은 몰랐네.’

아무리 성좌 레벨 7이었던 피티아에 비하면 관리자의 격이 월등히 높다지만.

그래도 아예 안 켜지면 어떻게 하냐.

[세 번째 눈을 의식하면, 일단 실마리가 잡히는데 말이야.]

“전혀 안 잡혀.”

[그래? 이마에 모이는 힘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니?]

“그런 거 없는데.”

[이상하다…… 난 그렇게 쓰는데. 이것 봐.]

성지아는 자신의 신안을 띄우면서,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잖니?]

“그 쉽게가 안 돼.”

[하아. 여기서 어떻게 더 가르치지…….]

번쩍!

[이렇게 의식하면서 발동하면 보이는데…….]

그러면서 신안을 발동해 보던 성지아는.

[……어?]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뭐, 뭐지?]

“왜 그래?”

[……갑자기 집이 사라졌어.]

“뭐?”

[어…… 잠깐만.]

지이이잉…….

빛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지진이라도 일어난 건가? 아니 근데 아무리 지진이라고 해도, 이렇게 심할 수가…….]

미래의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리 중얼거렸다.

[엇, 거기에…… 붉은 거인마저 오고 있어.]

“붉은 거인?”

[어, 온몸에 눈알이 붙어 있는…… 형체는, 반투명하네.]

성지한은 그 말을 들으며 한 존재를 떠올렸다.

‘그거 적귀 아닌가?’

죽은 후에도, 영체로 계속 존재하던 적의 일족.

동방삭이 전 세계를 배회하며 이 유령들을 세계수에 봉인시킨 게.

바로 그의 업이 만귀봉신이 된 이유였다.

예전에 구궁팔괘도 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적귀가, 현실 세계에 나온다니.

‘……그게 미래에 나왔다는 건, 세계수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이제 좀 평화가 찾아오나 했더니, 또다시 일이 터지려나 보군.

성지한은 성지아에게 질문했다.

“그거, 어느 정도 후의 미래야?”

[음…… 정확히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먼 미래가 아니야. 대략적으로 2, 3달 후?]

“그렇게 빨리?”

서울이 지진으로 무너지고, 적귀가 쳐들어오는 미래가 그렇게 금방 찾아온다고?

성지한은 당황스럽다는 듯 반문하다가, 다른 쪽에 생각이 미쳤다.

‘2, 3달이면…… 투성의 봉인은 해제되었겠네.’

이 시기가 겹치는 게 그냥 우연일까.

아니면, 투성 쪽에서 세계수에 뭘 한 걸까.

‘……후자라고 생각하고 대처하는 게 낫겠군.’

생각해 보면, 서로 싸우지 말자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거와 저쪽에서 세계수에 관여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무신이 제안한 건, 어디까지나 청색의 관리자 성지한과의 분쟁을 피한 것일 뿐.

세계수 쪽은, 평화 협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지진만 난 거라면 모를까. 적귀가 튀어나온 걸 생각하면…… 이번 일, 분명 세계수와 연관이 있다.’

성지한이 그렇게 성지아의 미래 예견을 통해, 사태의 원인을 추론해 나갈 때.

[무혼의 왜곡도가 3 낮아집니다.]

[청과 무혼의 연결점이 거의 사라집니다.]

무혼의 왜곡도가 또다시 감소하며, 이제는 청과의 연결점이 끊어지려 했다.

‘무신이 얼른 동방삭에게서 청의 흔적을 지우려고 드는군.’

적색의 관리자가 동방삭을 흔들려고 했던 게 마음에 걸린 건가.

무혼의 왜곡도를 어떻게 낮추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신은 이걸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다.

‘청이 관리자 관할 능력이라, 저 효과가 적용되지 않으니 나야 좋다만…….’

동방삭이 올려 둔 청과 무혼의 연결점은, 고스란히 성지한에게만 남게 된 상황.

결과 자체야 그에게 일방적인 이득이었지만.

성지아의 미래 예지까지 듣고 나니, 저 메시지가 뭔가 찝찝했다.

‘흠…… 저번처럼 투성의 상황을 보고 싶은데 말이지.’

저번엔, 무혼의 왜곡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겠다며 투성을 염탐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왜곡도가 감소해서 그런지, 그런 기능이 나타나질 않았다.

“무혼 왜곡도가 낮아지던데, 상황을 볼 수 없냐?”

성지한은 혹시나 해서 시스템에 물어보았지만.

[왜곡도가 낮아지는 건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문제 상황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관찰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선 불가능하다는 답이 들어왔다.

“흠…… 그럼 투성을 염탐하는 건 어때? 권한 써서 말이야.”

[‘투성’은 상시 관리자에 의해 봉인된 장소입니다.]

[임시 관리자에겐 관찰할 권한이 없습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봉인돼서 그냥 관찰도 안 된다는 시스템.

‘신규는 서럽군그래.’

성지한은 임시 관리자의 한계를 깨닫곤, 미간을 찌푸렸다.

관리자 이거, 뭐 어쩔 땐 생각지도 못한 게 가능한데.

이럴 땐 은근 제약이 많단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가 본 미래, 저쪽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볼 방법, 없을까.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예전 일을 떠올렸다.

‘무혼의 왜곡도를 낮추는 거…… 분명 1당 권한 500이 소모되었던가.’

무혼의 왜곡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해서, 이걸 수정하겠냐고 물어보던 시스템.

그때 요구하던 권한은, 분명 왜곡도 1당 권한 500이었다.

‘지금 가진 권한은, 3000 정도군…….’

지금도 왜곡도, 낮출 수 있나?

성지한은 시스템에 물어보았다.

“무혼의 왜곡도, 3천으로 어디까지 낮출 수 있지?”

[근래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왜곡도 수치는 15입니다. 현재의 포인트로는 6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왜곡도를 혼자 15까지 끌어올린 거였나? 그 짧은 시간 수련해서?”

[그렇습니다.]

성지한은 투성을 지켰던 빛의 검을 떠올렸다.

총 55개인 걸 보면, 청으로 오른 왜곡도를 제외하고.

순수 자기 수련만으로 올려 도달한 수치는 55란 거군.

그리고 태양왕을 대비하기 전, 원래는 왜곡도가 40이었단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이 참 말이 안 된단 말이지.’

성지한은 수련 허용하자마자 왜곡도를 대폭 증강시킨 동방삭이 새삼 괴물임을 깨달으며, 이 건에 관해 생각했다.

‘무혼의 왜곡도…… 나도 한번 줄여 볼까.’

예전엔 줄여봤자, 동방삭이 수련하면 금방 회복할 거라 생각해서 낮추지 않았던 왜곡도.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엔 수련하라고 놔뒀던 무신도, 지금은 그를 견제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자기도 한 수 거들어, 무혼을 약화시키면.

동방삭의 괴물 같은 힘이 좀 제어되겠지.

‘물론 무혼이 약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도는 해 볼 만해.’

아무리 똑같은 무혼이 주어져도.

동방삭이 자신보단 훨씬 잘 다룰 것이다.

그러니까 무혼의 약화는, 지금 성지한에게도 타격이 있겠지만.

동방삭에게는 더 큰 타격이겠지.

‘거기에 예전엔 권한 아까워서 못 했지만. 이젠 나름 하루에 100씩 들어오니까.’

예전에야 100, 200이 간절했던 권한이었지만.

지금의 성지한은 스탯 청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천만 이상을 쓴 상태였다.

3천쯤이야, 동방삭 견제를 위해 해 볼 만하지.

“무혼 왜곡도, 줄여 봐.”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무혼의 왜곡도를 낮춥니다…….]

[무혼의 왜곡도가 6 감소했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바로 왜곡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시스템.

‘이제 권한 모이는 족족 줄인다.’

그는 동방삭의 힘을 줄이는 데, 무신과 함께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흘 후.

[이런.]

그간 동방삭에게 청의 흔적을 지우던 무신은.

그의 힘이 눈에 띄게 약해진 걸 보곤, 뱀을 소환하다가 잠시 주저했다.

[……힘이, 많이 약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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