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81화>
미래를 보여 주는 신안의 풍경.
여기서 성지한의 목이 잘려 있다는 건.
‘미래에 내가 이곳에서 죽었단 이야긴가…….’
그리고 구궁팔괘도 옆에서 목이 베인 건, 아무래도 동방삭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성지한은 자신의 머리가 잠시 해저를 구르다가.
스으으으…….
바닥에 물이 다시 차오르며, 그것이 둥둥 떠오르는 걸 보았다.
‘얼굴이 넋이 나갔군.’
성지한은 눈앞에 떠오른 머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패배했으니 목이 잘린 걸 텐데.
어째, 얼굴 자체는 멀끔했다.
특히 공허를 담은 왼쪽 얼굴은.
마치 맨 처음 공허 처리장을 얼굴에 넣었을 때처럼, 턱 끝이 살짝 베인 상태였다.
‘미래의 내가 지금보다 더 괜찮은데?’
스탯 청의 기능 중, 왜곡의 단절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수복을 테스트해서 얼굴에 써 보려 했는데.
미래에 나타난 얼굴을 보면, 이게 효과는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이렇게 목이 잘려 버린 게 문제지…….’
물론, 피티아의 신안이 다운그레이드된 채 이식된 걸 생각해 보면.
이게 정확하게 미래를 보여 준다고 확신하긴 애매한 점이 많긴 했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보다 철저히 준비하는 게 낫다.’
성지한은 자신의 머리가 바다 위로 더 떠올라 시야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서, 그리 생각했다.
동방삭과의 전투는, 항상 최악을 가정해야지.
그는 무신이 수련 좀 풀어 줬다고, 무혼의 왜곡도를 금방 치솟게 만든 괴물이니까.
아무리 지금 임시 관리자가 되었고, 능력이 좀 더 강해졌다 한들.
일단 열세라고 판단하고 준비하는 게 맞았다.
‘지금까지 이 신안에서 본 건, 내가 동방삭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패배하고 목이 잘렸다는 것과. 얼굴이 많이 회복되어 있다…… 두 개군.’
여기에 추가로 정보는 없을까.
성지한은 시선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다운그레이드된 신안을 받아서 그런지, 고정된 앵글은 변하질 않았다.
‘주변 상황을 좀 보면 좋을 텐데 아쉽군.’
성지한의 잘린 머리도 해저에서 완전히 올라가자, 이제 보이는 건 바닥의 구궁팔괘도 문양뿐이었다.
그럼 저거라도 살펴봐야겠네.
성지한은 현재의 구궁팔괘도와, 신안에서 보이는 구궁팔괘도의 모양을 비교해 보았다.
‘미래의 구궁팔괘도…… 이제 보니 색이 옅어졌군. 선도 많이 사라졌고.’
아깐 자신의 목이 나뒹굴고 있어서 차마 살피지 못했지만.
미래의 구궁팔괘도도 확실히 현재의 것과 모습이 달랐다.
드러난 모습만 보자면, 미래의 구궁팔괘도가 확실히 약화된 것 같았다.
‘흠…… 혹시 구궁팔괘도의 마지막 진을 내가 일부분 해체했나?’
성지한이 그렇게 진의 변화를 보면서 추리를 하고 있을 때.
번쩍!
구궁팔괘도 위에, 불현듯 등장한 빛의 검이 내리꽂혔다.
‘이건…… 저번에 본, 동방삭의 검이군.’
무혼의 왜곡도를 올렸던 원인이 된, 빛의 검.
이 검은 하나둘씩 늘어나더니, 구궁팔괘도를 일제히 꿰뚫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번쩍!
일제히 빛을 발하는 검.
그러자 시야가 순식간에 새하얗게 점멸되더니.
스으으…….
“……끝났군.”
세상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빛의 검을 보니, 내 목을 친 건 동방삭이 맞는 거 같네.’
그런 검을 만들 수 있는 자는, 동방삭 말고는 이 세상에 없었으니까.
성지한은 자신의 목을 친 범인을 그로 잠정 확정하고는, 현실의 구궁팔괘도를 바라보았다.
‘이걸 다시 보니, 확신할 수 있겠군. 신안으로 본 구궁팔괘도는 약화된 상태였어.’
그리고 성지한은 구궁팔괘도를 약화시킨 게 자신이라고 추측했다.
만약 동방삭이 진을 건드렸다면, 이게 약화되기보단 완전히 해체되었을 테니까.
‘흠…… 근데 안에 그냥 세계수 있는 거 아니었나. 왜 내가 진을 해체하지 못한 거지?’
구궁팔괘도의 마지막 봉인.
예전에야, 접근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청색의 관리자가 된 지금은, 솔직히 그다지 어려워 보이진 않았다.
신안으로 본 것처럼 애매하게 남기지 않고, 아예 싹 없앨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걸 굳이 미래의 내가 남겨 둘 이유가 있었나?
‘……한번 들어가 봐야겠군.’
밖에서 고민해 봤자, 답이 안 나오니.
성지한은 직접 구궁팔괘도 안으로 들어가, 이를 확인하기로 했다.
그가 발을 중앙의 붉은 점에 올려놓자.
스으으으…….
그의 몸이, 구궁팔괘도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꽤 강력한 상대라도 있어서, 진을 해체하지 못한 건가.’
그는 그렇게 예측하면서 구궁팔괘도에 진입했지만.
‘……뭐 이렇게 평화로워?’
정작 구궁팔괘도의 마지막 진 안은, 그의 예상과는 180도 달랐다.
* * *
구궁팔괘도의 마지막 봉인.
거기에 있는 건,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던 붉은빛의 세계수였다.
다만.
‘예전처럼 동방삭이 지키거나 하진 않는군.’
동방삭과 싯다르타 시절의 아소카를 만났던, 저번의 봉인진과는 달리.
마지막 내진엔 그냥 세계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예전엔 들어갈 엄두도 안 났는데…… 진 안으로 진입 자체가 어려웠던 거지, 막상 내부엔 세계수만 있는 거였나.’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량한 대지에, 홀로 높게 자라난 붉은 세계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겉모습과는 달리, 생명의 기운은 성지한이 본 그 어떤 공간보다도 짙게 깔려 있었다.
‘구궁팔괘도 밖으로도 생명의 기운이 새어 나오더니, 내부는 진짜 질식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쳐 나네.’
길가메시가 이 안에 들어왔다면, 금방 몸을 회복했겠어.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세계수를 살펴보고 있을 때.
스으으으…….
공허 사용으로 인해 금 갔던 성지한의 왼쪽 얼굴이.
미세하게나마, 회복되기 시작했다.
‘얼굴의 균열이, 회복된다고…….’
성지한이 놀라 자신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자.
[공허가 5 감소합니다.]
[불완전 스탯 ‘영원’의 효율이 소폭 증가합니다.]
공허가 사라졌다는 메시지와 함께, 불완전한 능력 ‘영원’의 효율이 증가했다.
‘붉은 세계수…… 이게 미래의 내 얼굴을 회복시켜 줬던 건가?’
스탯 청의 ‘수복’ 능력 덕을 본 게 아니라.
구궁팔괘도 안 붉은 세계수가, 생명의 기운을 통해 얼굴을 회복시킨 거였나.
‘저 세계수가 내뿜는 생명의 기운은 확실히, 뭔가 다르단 말이지.’
공허의 균열을 치유하면서, 불완전한 ‘영원’까지 성장시키는 붉은 세계수.
이건 일반적인 세계수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있었다.
적과 결합이 제대로 돼서 그런 건가.
생명의 연장 측면에서 보면, 저게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지.
‘이거…… 여기서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공허의 균열이 회복되겠는데.’
깨져 있던 왼쪽 얼굴.
예전처럼 살짝 금 간 것과는 다르게, 균열이 확대된 얼굴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오고 있었다.
뭐, 사람들이 얼굴 보고 무서워하는 거야 사실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지만.
‘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
공허가 일으킨 균열은, 언제든 성지한의 몸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이를 걱정하는 조카나 사람들 앞에서야, 이거 회복시킬 방법이 있다고 호언장담하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 방법은 딱히 없었다.
스탯 청으로 수복 기능을 발전시켜 볼까?
라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이었지.
‘하지만 살길을 이렇게 쉽게 찾을 줄은 몰랐네.’
구궁팔괘도 안에서, 그냥 붉은 세계수를 바라만 봐도 낫는다니.
거기에.
‘만약 저 세계수에 천수강신을 사용해서 생명력을 더 흡수한다면……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지겠지.’
지금은 그냥 대기 중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흡수했는데도 이런 회복 속돈데.
사슬로 저 세계수에서 힘을 뽑아내면, 회복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얼굴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영원은 더 완벽해져서 어쩌면 불완전이라는 명칭이 사라질지도 모르지.
이러한 변화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공허가 사라진다는 것뿐.
‘……신안으로 본 미래가 아니었다면, 당장 사슬을 뽑아냈겠네.’
성지한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얼굴 고치면 뭐 하냐.
동방삭한테 목이 떨어지는데.
특히 공허가 사라지면, 태극마검도 약해지거나.
어쩌면 아예 사용도 못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머리통이 날아간 건가…… 결국 지금 나한텐, 공허가 있어야 해.’
동방삭과의 전투를 앞두고, 태극마검을 약화시킬 순 없는 노릇.
성지한은 잠시 붉은 세계수를 지켜보다가.
[공허가 10 감소합니다.]
[불완전 스탯 ‘영원’의 효율이 소폭 증가합니다.]
“……나가자.”
공허가 10 더 감소하자, 세계수에서 등을 돌렸다.
균열의 회복이야,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동방삭 이기고 다시 오면 된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진 안에서 나왔다.
그러자, 다시 눈에 들어온 구궁팔괘도는.
‘진이 살짝 약화되었군…….’
확실히 들어갔을 때보다, 색이 연해졌고.
선도 몇 개 줄어 있었다.
아까 생명의 기운을 좀 흡수했다고, 이리 변한 건가.
‘그럼 신안으로 본 구궁팔괘도는, 내가 저 안에 더 머물러서 약해진 건가 보네.’
솔직히 그 마음이야 이해가 갔다.
언제 자신을 집어삼킬지 모를 공허의 균열을 회복시켜 주고.
영원도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데 말이야.
‘나도 동방삭에게 목이 날아가는 것만 안 봤으면 저기 계속 앉아 있었지…….’
성지한은 입맛을 몇 번 다시다가.
결국 미련을 버리곤, 해저에서 올라왔다.
‘일단 귀가해서, 누나한테 신안 쓰는 법이나 알려 달라 해야겠군.’
이왕 얻은 눈.
확실히 써먹어야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창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갔다.
“어, 삼촌. 오랜만이네?”
거실창을 통해 들어오는 그를 보면서, 익숙한 듯 손을 흔드는 윤세아.
성지한은 그녀의 말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다.
“오랜만이라고?”
“응. 2주 만이잖아.”
“……2주나 지났다고?”
2주라니.
성지한은 그녀의 말을 듣곤, 두 눈을 크게 떴다.
* * *
“아…… 삼촌이 느끼기엔 잠깐이었다고? 난 또 길가메시가 엄청 도망친 줄 알았어.”
“아니. 그놈이야 진작 잡았지.”
길가메시야 사실 변수도 아니었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구궁팔괘도를 떠올렸다.
‘진 안에선 시간의 흐름이 바깥과 다르게 흘렀나 보군.’
그럼 거기서 생명의 기운을 흡수한다고 더 오래 머물렀다간.
시간이 순식간에 더 지났을 수도 있겠네.
‘나오길 잘했다.’
신안의 예지가 아니었으면, 그 안에서 시간 지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목이 달아날 뻔했군.
성지한은 피티아에게서 이를 잘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윤세아에게 질문했다.
“누나는? 나갔어?”
“엄마? 여왕님이랑 뭐 하던데.”
“그림자여왕이랑?”
“어. 이제 곧 오실걸?”
신안에 대해 가르침 좀 받을까 했더니, 하필 이럴 땐 집에 없네.
‘뭐 곧 온다니까, 그동안 잠깐 내 상태나 살펴봐야겠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시스템을 열자.
[머리야. 큰일, 큰일이야!]
[아니…… 머리라고 불러서 메시지 무시하는 거야?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인데 너무하네~]
[아 참. 대답 없긴…… 알았어, 대우할게. 청색의 관리자님! 큰일 났어요!]
‘……이놈은 또 왜 연락했지?’
죽은 별의 성좌가 보낸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뭔데 또 이리 호들갑이야.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이를 살피자.
띠링.
그에게서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 봤구나! 머리야 진짜 큰일 났어!]
[왜?]
[태양왕…… 색깔이 붉게 변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