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78화>
배틀넷 탈퇴.
성지한이 명계를 부수고, 나타난 이 화제는.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이야기가 되고 있었다.
[인류가 배틀넷에 진입해서 얻은 손해]
-던전 포탈로 인한 인구 감소 (10~20퍼센트 추정)
-멸망한 국가들 (ex : 북한)
-던전 포탈의 점거로 인한 물류 손해.
-유해한 전투 게임이 방송 채널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유소년들의 폭력성이 늘어남.
-플레이어와 비 플레이어 간의 계급이 생기고, 격차가 심화됨.
배틀넷이 평화로운 인류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 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종족의 진화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을 포기하실 겁니까?
-응 100살 더 살 수 있어~
-정작 이 글 쓴 작성자도 배틀튜브로 방송하던데 ㅋㅋㅋ
-성지한 님이 관리자 아니었으면 솔직히 나도 탈퇴 쪽에 한 표 던질 텐데, 지금은 꿀 빨 수 있는데 왜 굳이 우리가 나가야 함?
-ㄹㅇ 관리자 빽 믿고 쭉쭉 진화해야지;
배틀넷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와 관련된 논쟁이 많이 벌어졌지만, 대체적인 여론의 흐름은 배틀넷 잔류 쪽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성지한의 등장 이전, 튜토리얼 시기의 세계는 분명 사람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게 했지만.
그가 활약하고 나서부터는, 인류는 배틀넷의 긍정적인 면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성지한이 가져온 혜택은 여러 방면에 걸쳐 있었지만.
일반인에게 가장 체감되는 건, 역시 건강 증진이었다.
기대 수명이 거의 두 배 뛸 거란 이야기가 나오고, 의료산업과 제약업계가 휘청이고 있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종족의 진화가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사람들은 배틀넷 잔류를 원하는 쪽이 많군.”
“예. 대부분, 아니 모든 국가의 여론이 모두 배틀넷 잔류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성지한을 지지하는 여론은 압도적이구요.”
미국, 게이츠 빌딩의 지하 회의실.
게이츠 그룹을 이끄는 기업의 수장들은 모두 모여, 이번 배틀넷 탈퇴와 관련된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나 같아도 그를 지지하겠소. 휠체어 타다가 걸어 다니니 춤이 저절로 나오더군.”
“이 자리에서 성의 덕을 안 본 사람이 있겠습니까? 다들 10년, 20년은 젊어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최신 의료기술이라고 해도, 세월을 앞으로 돌릴 수는 없었지요. 노화를 막아 줬을 뿐.”
“뭐, 그 때문에 저희 바이오기업 주가는 곤두박질 쳤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죠.”
종족 진화 혜택을 톡톡히 누린 게이츠 가문의 지도자들.
자신이 맡고 있는 제약회사가 박살 나 버린 기업주마저, 수명 연장 효과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었다.
종족 진화 효과는 빈부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졌지만.
건강도 없는 빈자와는 달리, 건강만 없는 부자들은 이번 종족 진화 혜택을 더 톡톡히 체감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 자본가들에게도 안 좋은 점이 있었으니.
“배틀넷에 의해 기존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적신호입니다.”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요.”
“맞습니다. 튜토리얼 때에 비해, 그들이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졌더군요.”
“치안이 안 좋은 국가에선, 플레이어가 왕처럼 군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돈으로 그들을 고용할 수 있지만…….”
“추후 시간이 지나면, 권력의 추가 자본에서 플레이어로 넘어갈 겁니다.”
배틀넷이 본 게임으로 들어선 이후부터, 영향력이 커진 플레이어.
이들은 힘을 지니고 있었고, 배틀튜브를 통해 대중적 영향력도 가졌으며. 부도 만만치 않게 보유했다.
이미 미국 같은 경우에도, 제1 길드 아메리칸 퍼스트의 운영 자금을 댄 건 게이츠 가문이었지만.
실권은 소속 플레이어들이 점점 가져오고 있었다.
“배틀넷에 인류가 계속 잔류하면, 그 랜덤성이 짙은 ‘기프트’에 권력 구조가 흔들릴 겁니다.”
“게이츠 가문의 부도 플레이어에게 종속될지 모르죠.”
“실제로,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배런이 그런 조짐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놈, 자꾸 실권을 탐내던데요.”
“말도 마십시오. 어린놈이 뭐 그렇게 욕심이 많은지…….”
“수명 연장은 좋지만, 이 체제가 계속 유지되는 건 바람직하지가 않군요…….”
권력자에게 권력이 흔들리는 것만큼, 위협적인 건 없었으니.
게이츠 가문의 구성원들은 진화 효과는 즐겼지만, 배틀넷 잔류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여론의 추이를 바꿀 필요가 있겠습니다.”
“배틀넷 잔류의 부정적인 면모를 널리 알려야겠어요.”
“흠. 종족 진화 효과가 너무 뛰어나서, 여론을 움직이는 게 쉽지는 않아보입니다만…….”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게이츠는, 좌중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배틀넷 탈퇴로 여론을 돌리며, 동시에 성지한에게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진화 효과는 유지하고, 배틀넷만 탈퇴하는 방법 찾아달라고 하는 거죠.”
“아니, 그럼 최상이긴 한데…….”
“그렇게 원하는 대로만 되겠습니까?”
“그는 관리자이며, 지옥도 부순 사람입니다.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게 되겠어?
의문을 품는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며, 로버트 게이츠는 씩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그에게 ‘해 달라고’ 해 보죠. 저희가 대놓고 나서지 말고, 여론의 등 뒤에 숨어서 말입니다…….”
* * *
며칠 후.
“요즘 이런 기사가 많이 나오네…….”
“뭔 기사?”
소파에 앉아 있던 윤세아는, 성지한의 반문에 화면을 보여 주었다.
“플레이어들이 문제 일으킨 사건과 관련된 기사.”
윤세아가 보고 있는 뉴스 화면에는.
배틀넷의 명과 암이라면서, 플레이어들이 사건 사고를 일으킨 기사가 여럿 올라오고 있었다.
“연쇄살인범이나 납치, 마약운반책까지 별의별 범죄 다 저질렀네.”
“공권력이 플레이어들을 단속하기엔, 아무래도 쉽지 않지.”
“그러게. 우리나라는 치안 좋은 편이라 괜찮은데, 안 좋은 국가는 난리도 아니네…….”
그러면서 스크롤을 쭉 내리던 윤세아는.
“근데 이런 기사, 삼촌이 배틀넷 탈퇴를 거론한 이후 폭증한 거 같아.”
“그래?”
“응. 간간이 뉴스 보는 내가 체감할 정도니, 사람들은 더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그러면서 뉴스의 리플창을 열자.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리플이 눈에 보였다.
-플레이어들이 참 문제가 많네요…… 진화 효과는 유지하면서, 배틀넷은 탈퇴할 수 없나.
└ 성지한 님이 해 주실 거임.
└ 성지한도 플레이어인데?
└ 관리자시잖아, 뭔가 방법이 있겠지!
└ 이번에도 ‘해 줘.’
“……뭔 맨날 해 줘야. 욕심도 많아들.”
성지한에게 해결해 달란 반응을 보곤, 윤세아가 얼굴을 찌푸렸다.
“진화 보너스는 유지하고 싶고, 그러면서 배틀넷은 탈퇴하자는 건가.”
“플레이어가 문제라니. 너무하네. 뭐……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요즘 너무 이런 기사만 나와.”
플레이어들이 문제를 일으킨 기사를 보며, 성지한은 생각했다.
‘예전엔 더 무법천지였지.’
저번 생에선, 던전 포탈 때문에 플레이어가 완전 갑이나 다름없어서.
나중엔 살인죄를 저질러도 법적 처벌을 쉽게 피하곤 했다.
그때 세상을 떠올려 보면, 지금은 천국이지만.
플레이어와 비 플레이어 간의 격차는 그때처럼 나겠지.
“선행을 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은데 말이야…… 정말.”
입술을 삐쭉이는 그녀를 보며, 성지한이 말했다.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나?”
“어. 내가 관리자가 된 이상, 네가 명실상부 플레이어 1등이잖아. 플레이어 측에선 최고의 기득권이라 할 수 있지.”
“아니, 뭐 기득권이라고 할 것까지야…… 아니. 마, 맞나?”
윤세아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나야 좀 아쉽긴 한데, 배틀넷이랑 엮이는 것보단 빠지는 게 낫다고 봐.”
“그래? 플레이어들이 문제라서?”
“아니. 이런 문제 때문에 그렇다기보단…… 삼촌이랑 싸우는 상대들 보면 장난 아니던데, 괜히 삐끗했다가 사람들이 엄청 죽을지도 모르잖아.”
“지금까진 운이 좋긴 했지.”
“맞아. 선릉 한복판에 바벨탑 올라올 때도 그렇고. 저번 명계도 그렇고. 배틀넷은 사고 터지면 스케일이 다르잖아.”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야 운 좋게 사고 터지는 걸 막아오긴 했지만.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인류는 배틀넷이랑 연을 끊는 게 낫겠지.
‘내가 언제까지고 뒤치닥거리 해 줄 수도 없고 말이야.’
성지한은 그렇게, 인류는 배틀넷에 탈퇴해야 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말이야. 삼촌한테 이렇게 해 줘는 아니지. 애초에 진화 보너스는 쏙 빼먹고 나가겠다니…… 이런 건 불가능하지 않아?”
“흠, 잠깐.”
성지한은 윤세아의 말에 인류 관리 항목을 열어, 시스템에 물어보았다.
“인류의 현재 능력, 배틀넷 탈퇴하고도 유지할 수 있나?”
[‘능력치 영구 보존’을 활성화할 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권한은 얼마나 드는데?”
[모든 능력을 영구 보존할 시, 1억이 소모됩니다.]
“……1억? 뭐 그리 많이 들어?”
[종족 ‘인류’의 성장폭이 큰 데다가, 모든 관리자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 관리자 권한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명계를 부숴 적색의 관리자를 쫓아냈는데도, 아직도 주목하고 있네.
‘이번에 스탯 청 등급이 업그레이드돼서, 권한이 하루에 겨우 +100로 전환됐는데…….’
청이 FFF등급일 때는, 다른 스탯들의 왜곡도 때문에 하루에 권한이 -50씩 까였지만.
청이 A등급까지 오르면서 권한의 획득량도 같이 증가했다.
이제는 하루에 +100씩 축적되는 관리자 권한.
하지만.
권한 1억을 얻으려면, 이 속도론 백만 일이 지나야 했다.
‘물론 다른 스탯 다 포기하면 권한 획득량이 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욘 없지.’
권한이 남아돌면 모를까.
청 올리기도 버거운 판에, 인류를 위해 그렇게 희생할 생각은 없었다.
“현재로선 두 마리 토끼 다 잡으려면, 100만 일 걸린다고 하네.”
“100만 일…… 어. 계산기 두드려 보니 2739년인데?”
“그래. 그냥 꿈도 꾸지 말라는 거지.”
“그러게…….”
성지한의 말에 윤세아가 역시 안 될 거 같았다며 동조하고 있을 때.
[지한아, 소피아가 찾아왔어.]
성지아가 둥둥 떠오른 채로 다가와, 성지한에게 말했다.
“소피아가? 오랜만이군.”
“아, 소피아 부모님 뵈러 미국 갔다 온다 그랬는데…… 오늘 귀국했나 봐.”
윤세아가 반가운 표정으로 소파에서 일어나자.
성지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아무래도 소피아. 원래의 그녀가 아닌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에게, 신안이 느껴지거든.]
번쩍.
그러며 성지아가 빛의 눈을 떠올리자.
“맞아요.”
저벅. 저벅.
소피아가 평소와는 다른, 진지한 얼굴로 집 안에 들어왔다.
이마엔, 성지아가 떠올린 것과 비슷한 신안을 번쩍인 채로.
“잠깐 그녀에게서 몸을 빌렸습니다.”
인간 중 신안을 지닌 존재라면, 둘 뿐.
성지한은 그 빛의 눈을 가라앉을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피티아냐?”
“네. 당신께 할 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