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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77화 (47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77화>

파스스…….

반으로 쪼개진 붉은 눈.

그 안에 담긴 적색 권능의 복합체.

‘명계’는 순식간에 와해되고 있었다.

[인정하지…… 인류에게 행한 실험은 결국 실패했음을. 너희와 연결된 명계는, 폐기처분이 되었다.]

꿈틀. 꿈틀.

적의 힘이 대부분 사라진, 반으로 잘라진 눈은.

미약하게 움직이며, 성지한에게 말했다.

[하나 이 실패, 결코 헛되지는 않았다. 명계의 구축 데이터는 이미 성공적으로 전송했으니.]

이렇게 반으로 갈라졌는데, 데이터를 전송했다고?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언제 보냈지?”

[네가 아레나의 주인을 처리해 줄 때부터.]

“처리해 줄 때? 어째 말투가 죽길 바랐던 거 같다?”

[명계의 소유주는 하나로 충분하지…….]

이놈, 명계를 넘겨줄 생각이 전혀 없었군.

어쩐지 아레나의 주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거 같지 않더라.

[이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내도록 하지…… 잠시나마, 평화를 기뻐하거라. 내 실패작이여.]

“그냥 이제 영원히 뒤지면 안 되겠냐?”

촤아아악!

성지한은 반으로 갈라진 눈을 몇 번이고 베었지만.

[후후…… 한낱 짐승도 굴을 하나만 파진 않지…….]

붉은 눈은 갈가리 찢겨 가루가 되는 와중에도.

그렇게 유언을 남기고는 사라졌다.

“하, 징글징글한 놈 진짜.”

대체 저 붉은 눈알 또 어디다 숨긴 거야?

성지한은 저놈 찾으러 우주를 뒤져야 하나 싶다가.

‘아니, 나머진 상시 관리자들의 몫이지.’

우주적 탐색 업무는 윗분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솔직히 명계를 찾아낸 거만 해도, 할 일 다 한 거 아니겠나.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적색의 1급 시스템 왜곡, ‘명계’를 제거했습니다.]

[스탯 청이 100 오릅니다.]

명계 제거 보상이 들어왔다.

‘이러면 청이 205네.’

꽤 골치가 아픈 적이긴 했지만, 그만큼 보상도 엄청나네.

이번 전투로 청의 등급은 A까지 오르고, 스탯도 대폭 상승했으니.

성지한에겐 꽤 얻어 간 것이 많은 전투였다.

그리고.

‘명계를 부수고, 남은 잔해 중에 적색의 기운이 상당하군…….’

이대로 놔두면, 대기에 서서히 흩어질 적색의 기운.

이것도, 그냥 보내 주기에는 아쉬웠다.

청색과 상극인, 적색의 관리자의 능력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거 아직까지는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으니까.

‘성화로 흡수하자.’

화르르륵……!

성지한의 손바닥 위에서 백색 불꽃이 피어오르자.

사방에 흩어지던 적의 기운이 그리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스탯 적이 2 오릅니다.]

[스탯 적이 5 오릅니다.]

그렇게 성화를 통해 꾸준히 올라간 스탯 적은, 최종적으로 255에 도달했다.

‘청이랑 50 차이네.’

청색의 관리자인데, 어째 아직도 스탯 적이 더 높군 그래.

성지한은 그렇게 이번의 수확을 정리하곤.

‘어디 그럼, 숨겨진 능력이 사라졌나 볼까.’

관리항목 ‘인류’를 열어, 숨겨진 능력 항목을 바라보았다.

‘적의 인자’와 ??였던 명계귀속자.

두 숨겨진 능력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이러면 이제 평범한 종족이 된 건가…….”

평범하기도 쉽지 않다 참.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인류의 능력을 스윽 살펴보고 있을 때.

‘응? 이건, 그동안 없었는데…….’

관리항목 인류의 맨 밑 칸에, 새로운 글자가 추가되어 반짝거렸다.

뭔가하고 성지한이 스크롤을 내리자, 거기엔.

[배틀넷 탈퇴 가능]

이라는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   *   *

한편.

-오…… 살 거 같다 ㄷㄷ

-성지한님이 해 주실 줄 알았어요 ㅎㅎㅎ

-역시 믿고 있었다고……!!

-조금 전까지 성지한 님보고 적의 인자 왜 없앴냐고 뭐라던 놈들이 금방 태세 전환하는 거 봐라ㅡㅡ

-ㄹㅇㅋㅋ 이래야 인류지.

명계가 파괴되고, 빨리던 생명력이 다시 돌아오자.

인류 시청자들은 태도가 어느새 180도 바뀌어 있었다.

조금 전만 해도 왜 적의 인자를 없애서, 자신들을 죽게 만드냐고 성지한에게 항의하던 사람들은.

이런 일이 없었던 양 더 강하게 성지한을 칭송하고 있었다.

“여러분, 숨겨진 능력은 사라졌습니다만,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네요.”

-인류에 또 뭐 생겼어?

-진짜 까도 까도 뭐가 계속 나오네 이 종족은…….

-그러니까 하나 납치해서 실험해 보고 싶다…….

-시장에 나온 매물 없음?

-저긴 아직 브론즈 리그 소속이라 불법임.

성지한의 말에, 인류 저 종족은 대체 뭐냐면서 인체실험을 하고 싶다는 외계인들.

브론즈 리그 소속이라, 이럴 땐 다행이네.

성지한은 외계인들의 오해를 불식시켜 주기로 했다.

“이번에 생긴 건, 인류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능력은 아닙니다. 바로 이거예요.”

관리항목 인류 창에서, [배틀넷 탈퇴 가능] 항목을 보여 주자.

-오. 탈퇴…….

-배틀넷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거야??

-와, 대박 ㄷㄷㄷㄷ

-전투가 없는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인류 시청자들에게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아, 물론, 지금 당장은 안 됩니다. 관리자 권한이 좀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며 성지한이 반짝거리는 글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즉시 탈퇴 시 관리자 권한이 1억 필요합니다.]

[이번 시즌 종료 후 탈퇴 시, 관리자 권한이 1천만 필요합니다.]

[배틀넷에 초대된 원인이 사라진 종족입니다.]

[배틀넷에 탈퇴할 시, 영구적으로 탈퇴됩니다.]

배틀넷 탈퇴와 관련된, 여러 정보가 떠올랐다.

“즉시 탈퇴는 불가능하고, 시즌 종료 후 탈퇴도…… 사실 장담은 못 하겠네요.”

관리자 권한은 받은 족족, 스탯 청을 강화하는 데 써 버렸으니.

일천만을 쌩으로 모으기 전에, 이미 시즌이 끝날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원래의 탈퇴 조건인.

‘스페이스 리그 우승 3회’를 달성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이번에 나가면, 배틀넷과는 더 이상 안 엮일 수 있죠.”

배틀넷의 초대장을 받는 종족은, ‘영생’을 살 수 있는 요인이 있는 종족이라 했던가.

인류의 숨겨진 능력이었던 적의 인자와 명계귀속자는, 영생을 넘어서서.

한 존재가 상시 관리자까지 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게 사라졌으니, 이제 탈퇴하면 초대장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거겠지.

‘이렇게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가.’

적의 인자, 없애길 참 잘했어.

성지한이 오늘 최고의 성과는 이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오…… 대박……!

-그러면 던전 포탈의 공포도 사라지고, 이 미친 전투 게임 안 봐도 되고……!

-근데 요즘 던전 포탈 공포 없지 않음?

-ㄹㅇ 모기로 인해 죽는 사람이 더 많을 걸 ㅋㅋㅋ

-배틀넷 경기 못 보는 건 좀 아쉬운데…… 배틀튜브도 못 보고.

-야 지금이야 잘나가니까 그렇지 강등권 돼 봐라. 그렇게 태평하겠냐? ㅡㅡ

-하지만 우리 빽이 성지한인데…….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엇갈리고 있었다.

거기에.

-?? 왜 배틀넷을 나가?

-쟤네 최하급 종족이었다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잉? 돌아가짐?

-ㅇㅇ 배틀넷에서 탈퇴하면, 거기서 받은 혜택도 다 토해 내잖아.

외계의 채팅창에선, 뭐 하러 탈퇴하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관리자가 저렇게 비호해 주는데, 나같으면 계속 여기 붙어 있겠다.

-성지한 님, 그냥 인류 탈퇴시키고 이리로 와 주시면 안 돼요? 저희 알주르 종족 인류랑 상당히 닮았어요.

-알주르 니네 뿔 7개에 눈 11개 있잖아…… 그게 뭐가 인류랑 닮아;

-저희도 쟤들처럼 이족보행하거든요? 팔이랑 다리는 두 개밖에 없거든요? 몸도 3배밖에 안 크거든요?

-자랑이다…….

거기에 알주르족의 제안을 시작으로.

인류 탈퇴시키고 서로 자기네한테 오라는 외계 종족들의 어필까지 쏟아졌다.

그리고.

-아니…… 뭐야. 종족 보너스 사라지는 거야? ㅡㅡ;

-줬다 뺐는 게 어디 있어?

-이러면 기대 수명 200세 사라지는 거임?

-200세가 문제냐 예전처럼 병 엄청 걸리게 될걸?

-아, 그건 싫은데…… 체력 스탯 개꿀인데;

-오, 폭망했던 제약회사 주가 실시간으로 오른다 ㅅㅂ ㅋㅋㅋㅋㅋ

-ㄹㅇ? 내 거 -90%였는데 ㅋㅋㅋㅋ

-아, 약 안 먹고 지금처럼 살래 걍 ㅡㅡ

외계의 채팅창에서 정보를 입수하곤, 반대 의견이 커져 가는 인류 시청자.

성지한은 이런 반응을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저번 생이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반응인데.

최후의 10국만 남고 전 세계가 던전 포탈로 뒤덮이던 지옥 시절.

브론즈 리그 경기에서 질 때마다, 인류는 절망에 빠지곤 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배틀넷 탈출이었는데…….

“아니, 여러분. 저번에 인류 멸망 시나리오도 보셨잖아요. 최후의 10국 빼고는 모두 멸망한 세계. 강등당하면 삭제되는 종족…… 배틀넷이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닙니다.”

성지한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다못해 한마디 했지만.

-하지만 저희에겐 성지한 님이 계십니다.

-과, 관리자님께서 다 해 주실 거야!!

-빨리 성지한교 국교로 채택하자구요.

-ㄹㅇ 지금까지 어떤 종교에서 수명도 두 배로 늘려 주고 몸도 건강하게 만들어 줌?

-울 엄마 쓰러졌다가 저번에 일어나셨을 때 난 이미 성지한 님 신으로 받듬.

-일본엔 벌써 성지한 신사 있더라. 한국 관광객 필수 코스임 ㅋㅋㅋㅋ

-아니, 걔들한테 뺏기면 안 되지 ㅡㅡ 정부 대체 뭐함?

오히려 신앙 간증만 늘어나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진짜.”

종족 진화고 뭐고 해서, 인간들이 배틀넷에서 혜택을 너무 많이 봤어.

배틀넷 무서운 줄을 모르네.

‘뭐 내가 관리하는 시기라면 그때처럼 멸망의 때가 오진 않겠지만…….’

그렇게 활동 계속하다간, 진짜 지구의 종교시설이 죄다 성지한을 떠받드는 장소로 변할 것 같았다.

‘그건 좀 싫은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신으로 받들어 모시면, 진짜 죽을 때까지 인류만 케어하다 갈 거 같은데.

그건 사양이다.

그는 과열된 채팅창을 쳐다보다가.

‘……일단 집에 가자.’

하늘에 계속 있지 말고, 귀가하기로 했다.

“여러분, 배틀넷 탈퇴와 관련되어선, 정확한 정보를 얻는 대로 추후 다시 방송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배틀튜브는 여기까지 하죠.”

삑.

그렇게 배틀튜브는 꺼졌지만.

-역시 잔류가 맞다니까?

-아니, 그럼 이 미친 전투 게임을 평생 하자고?

-님 200살까지 살기 싫음?

-그러다가 저번 인류 멸망 시나리오처럼 가면 어쩔건데?

-성지한 님 못 믿어요?

-아니, 그래도 안전한 게 제일이지……!

성지한이 꺼낸 ‘배틀넷 탈퇴’는, 순식간에 인류의 화제를 독점하고 있었다.

한편, 인천의 한 호텔 방 안에선.

“쯧쯧…… 성지한 저놈은 왜 배틀넷 탈퇴를 자기가 거론하지?”

이 방송을 지켜보던 노인 길가메시가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적의 인자, 명계…… 이런 걸 다 제거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지배하면 되는데. 사람들도 다 우리의 신이 되어 달라고 하질 않는가. 근데 왜 자기가 나서서 탈퇴 이야기를 꺼내는지 참 이해가 안 돼. 너무나도 어리석어. 안 그런가. 피티아?”

[……그가 지배자가 될 생각이었다면, 적색의 관리자와 이미 손을 잡았겠지. 그는 인류를 지배할 생각이 없어.]

“그게 답답하다는 거다. 지배도 안 할 건데, 왜 저렇게 힘을 쓰는 건지 모르겠어. 쯧쯧.”

길가메시의 말에, 피티아의 신안이 반짝였다.

‘적의 인자를 없애는 건, 내가 평생 추구하던 비원. 무신께서 해 주시길 염원했지만, 정작 이를 이뤄 준 건 성지한이라니…….’

어떻게 없애야 할지, 감도 오지 않던 적의 인자.

하지만 성지한은 인류에게 스탯 청을 모두 부여해서 없애는 방식으로, 이 일을 말끔하게 끝냈다.

무신은 해 주겠다고 말만 할 뿐, 어떤 방법을 쓸 건지 실마리조차 보여 주지 않았는데.

기대도 않던 성지한 쪽에서, 단숨에 이를 끝내 버렸다.

‘……이러면. 이 지구상에서 남은 적의 인자는.’

신안이 꿈틀거리며, 길가메시를 주시했다.

‘이놈밖에 없어.’

인류에게 적의 인자를 뿌렸던 시작점.

이제는 ‘아담’이라고 더 불리는 길가메시를 보면서.

번뜩.

피티아의 눈이, 살벌한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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