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74화>
“굳이 전투를 택하십니까…… 뭐, 좋습니다.”
화르르르…….
구멍 난 아레나의 주인 얼굴에서,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이번 기회에 원한을 풀도록 하지요.”
치이이익!
성지한을 향해, 붉은빛이 강렬하게 뻗어 왔다.
‘적멸이군.’
적의 능력 중,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적멸.
붉은빛이 여러 줄기로 쏟아지자, 성지한은 일단 이를 회피했다.
하나.
“도망쳐 봤자 소용없습니다.”
지이잉……!
일직선으로 뻗어 오던 빛이 꺾이더니, 성지한을 다시 추격하고.
아레나의 주인에게서 여러 줄기의 적멸이 또다시 쏟아지며, 성지한의 주변은 금방 붉은빛 줄기가 포위하는 형국이 되었다.
점점, 맞부딪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몰리는 성지한.
‘흠…… 이거, 소멸 영역으로 막아지나?’
성지한은 적멸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인 소멸 영역을 전개했지만.
[내 앞에서 적색 권능을 사용하다니. 우습구나.]
적색의 눈동자가 꿈틀거리자.
소멸 코드로 이루어졌던 영역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 눈앞에선, 적색 권능은 못 쓰겠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러면 쓸 만한 무기 하나가 사라지는 셈인데.
‘그럼 적멸을 막기 위해선, 그것밖에 없나.’
적색 권능에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던 적멸.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이를 뛰어넘는 위력을 보였던 무기가 필요했다.
스스스…….
성지한의 등 뒤로 태극이 떠오르고.
그는 그 안으로 암검 이클립스를 넣었다가 빼냈다.
그러자.
슈우우욱……!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흑색의 검.
휙!
성지한이 태극마검을 움직이자.
그를 포위하던 적멸의 빛이 순식간에 베였다.
-오 역시…….
-저 검이 위력은 제일 세네.
-저 붉은 레이저랑 흑검 중 뭐가 더 센지 친구랑 내기했었는데 ㅎㅎ
-레이저 포위망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구만
그렇게 성지한을 향해 좁혀 오던 적멸이 단번에 썰려 나가자.
“흠, 공허 내면의 힘을 꺼냈습니까…….”
아레나의 주인은 적멸을 뽑아내다 말고, 잠시 주춤했다.
“공허의 내면이 뭐지?”
“공허의 내면은, 발설 금지 사항입니다만…… 이제 그의 부하가 아니니 마음껏 이야기해도 되겠군요.”
성지한의 물음에, 아레나의 주인은 순순히 답을 해 주었다.
“공허의 내면은 불멸자 중에서도 특별히 강한 존재를 위해 마련된 공간.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공허의 내면에서 강력한 불멸자들을 모두 소멸시켰습니다. 공허의 내면에는 존재를 소멸시키는 힘이 크게 강화되어 있는데, 당신이 어찌 그 힘을 다루는지 참 신기하군요…….”
결국 공허의 내면은, 배틀넷에서도 특별히 강한 존재들을 없애기 위한 처형장인가.
안 그래도 대상을 소멸시키는 힘이 공허인데, 거기서 더 특화되어 있다는 거군.
‘동방삭의 태극마검을 익히려다가, 공허의 내면에 닿은 건가.’
확실히, 상대를 소멸시키는 힘은, 공허의 내면에서 꺼내온 힘이 압도적이었다.
이 태극마검은 무신조차도 상대하지 않으려고 도망쳤으니.
대상을 파괴하는 데 있어선, 이만한 무기가 없다고 보면 되었다.
한데.
‘동방삭은 어떻게 공허도 안 쓰고 잘도 그 파괴력을 보여 주는 거지?’
동방삭의 태극마검.
그것은 성지한의 것과는 달리, 빛의 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검이 힘을 발동하면, 어둠을 토해 내기는 했지만.
그 안에 공허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어떻게 공허도 없이 그 검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흠. 역시 무혼의 진정한 주인이라 이건가…….’
성지한은 동방삭의 태극마검에 대해 짧게 생각을 마친 후.
검 끝을 아레나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그럼, 검의 위력은 네가 제일 잘 알겠군.”
“그렇습니다. 명계의 주인이 될 저라 할지라도, 아직은 공허의 내면에 대항할 수 없지요.”
“그래? 그럼 얌전히 죽으면 되겠네.”
“하지만.”
툭. 툭.
아레나의 주인이 자신의 부서진 얼굴 부위를 두드렸다.
“당신을 자멸하게 만들 수는 있지요.”
스으으…….
그 말이 끝나자, 아레나의 주인에게서 공허의 기운이 무한정 흘러나왔다.
그렇게 퍼진 공허는, 성지한에게로 몰려.
[공허가 10 오릅니다.]
[공허가 20 오릅니다.]
순식간에 그의 공허 스탯을 늘려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허 스탯이 늘자.
쩌저적…….
순식간에 더 갈라지는 성지한의 얼굴 반쪽.
‘자멸시킨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
태극마검은 이겨 낼 수 없지만.
성지한의 공허를 늘리는 건 가능하다.
그리고 성지한의 공허가 늘면, 그는 내부에서 스스로 붕괴될 테니.
아레나의 주인이 저렇게 자신이 지녔던 공허를 무한정 방출하는 건 매우 효과적인 공격이었다.
‘태극마검으로 줄어드는 공허보다, 저거로 늘어나는 게 훨씬 빠르군…….’
태극마검을 운용할 시, 파괴되는 공허 수치는 현재의 흡수량보다 훨씬 적었다.
성지한은 혹시 마검으로 공허의 기운을 없앨 수 있는지, 이를 막아 보았지만.
[공허가 30 오릅니다.]
스으으으…….
오히려 공허의 기운은 태극마검을 통해 더 많이 성지한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공허 내면의 힘은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지만, 공허를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를 에너지원으로 쓰기에, 더 먹어치우려 들지요…….”
성지한의 시도를 비웃는 아레나의 주인.
그의 몸 주변은, 이미 완전히 공허로 물들어 있었다.
저기로 접근하면, 공허 스탯이 적어도 300 이상은 오르겠지.
‘그럼 내 몸도 박살이 나겠군.’
적색 권능은 사용할 수 없고.
태극마검은 사용하다가 몸이 부서질, 진퇴양난의 상황.
-어…… 급 어지럽네 근데;
-나도 힘이 좀 빠진 느낌이 들더라.
-우리 엄마 방송 서서 보시다가 갑자기 넘어지심;
-이거 설마 저 명계 때문에 그런 건가?
거기에 적색의 관리자의 투자 비용 회수도 착착 진행되는 건지.
인류 시청자들 중에서, 체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건 명백히 이쪽이었다.
[청색의 관리자여. 네 능력은 그저 적을 없애는 게 끝인가? 정작 사용하는 힘은 공허와 적색 권능이로구나.]
그런 성지한을, 뒤에서 비웃는 적색의 관리자.
기껏 새로운 색을 택해 놓고는, 급하니까 쓰는 힘은 예전 그대로냐는 비아냥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는.
‘그래. 청색의 관리자인데, 청을 어떻게든 써먹어 봐야겠네.’
급히 관리자 권한을 발동해, 스탯 청 항목을 열었다.
저번에는, 여기서 스탯 청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여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했다고 했지만.
[스탯 ‘청’을 통해 인류가 지닌 ‘적의 인자’를 소멸시켰습니다.]
[능력이 만들어진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스탯 ‘청’에 대해 일부 파악했습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 * *
스탯 청.
적을 없애는 데에만 특화되어 있고, 다른 부가적 기능은 아무것도 없어서.
FFF급으로 측정된 능력.
하나 지금 생각해 보면, 이토록 낮은 등급은 오히려 전 인류에게 스탯을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FFF등급이니 70억 인류에게 이 능력을 부여해도, 관리자 권한을 50만밖에 안 썼지.’
성지한은 자신의 남은 관리자 권한 수치를 점검해 보았다.
관리자 권한 - 512000
처
음 주어진 12000에, 녹색의 관리자가 투자한 백만 중 50만이 남은 관리자 권한.
이 정도면, 스탯 청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가능하겠지.
‘청을 업그레이드한다.’
[스탯 ‘청’을 어느 등급까지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끝까지. 권한 다 써 버려.’
권한은 이럴 때 써야지.
성지한의 지시에, 관리자 권한 수치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관리자 권한이 51만 소모됩니다.]
[스탯 ‘청’의 등급이 C급으로 오릅니다.]
청의 등급이 FFF급에서 C급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러자.
‘이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느다란 붉은 선이 성지한의 눈에 들어왔다.
아레나의 주인 뒤편에 있는, 붉은 눈을 중심으로 하여.
선은 사방에 빼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저 선을 통해서, 인류가 지닌 기운이 흐르는군…….’
청이 업그레이드돼서, 적에 대한 감지 능력이 더 발전한 건가.
진짜 이 스탯, 완전히 ‘적’에 상극인 능력이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자신의 주변에도 존재하는 붉은 선을 건드렸다.
그러자.
지이이잉…….
성지한의 손에서, 청색 빛이 피어오르더니.
픽!
붉은 선이 끊어졌다.
[적의 왜곡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스탯 청이 1 오릅니다.]
‘응?’
성지한은 두 눈을 깜빡였다.
지금 실 한 번 만졌다 끊었다고 스탯 오른 거야?
‘실 끊었다고 능력 상승이라니…… 이건 못 참지.’
성지한은 눈을 번뜩이곤, 주변을 다시 살폈다.
붉은 눈을 중심으로 연결된 선.
그것은 대다수가 하늘 아래를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굳이 저놈한테 접근하지 않아도, 아래서 실 끊으면 되겠군.’
접근했다간 공허의 기운 흡수하다가 자멸할 테니까.
성지한은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자, 이 움직임을 후퇴로 보는 상대편은.
“후후. 물러나시는 겁니까?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희도 투자 비용만 회수하고 갈 테니, 그냥 거기서 지켜보고 계십시오.”
[인류 중 약한 자는 배제되고, 강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숫자로 보자면, 인류의 10% 정도만 살아남겠군. 네가 통치하기엔 더 편할 것이니, 내게 나중에 고마워할 것이다.]
성지한에게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10%?
-ㅅㅂ 난 뒤졌네;
-아니 플레이어 아닌 사람들은 거의 다 죽는 거 아니야 이럼?
-이런 ㅠㅠㅠㅠ 살려 주세요 제발ㅠㅠㅠㅠ
-어 갑자기 힘이 더 쭉 빠지는 기분인데……?
-으아아아 이렇게 죽을 거면 그냥 적의 인자 있는 채 살았어도 되는 거 아니었음……?
-그러게 이렇게 금방 죽을 거면, 적색의 관리자 재료로 50년 더 사는 게 더 나은데…… ㅠㅠ
-청 지금이라도 없앨 수 없나요?
그리고 적색의 관리자의 말에, 패닉에 빠진 인류.
10%만 남고 다 죽는다는 건, 플레이어 말곤 거의 다 전멸이란 이야기나 다름없었으니까.
스탯 청 받은 거, 없애고 싶단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하나 정작, 비난을 받는 당사자는.
“그래? 아이고 그거 무섭네.”
씨익 웃으면서, 스탯 상승을 즐기고 있었다.
[적의 왜곡을 일부 되돌렸습니다.]
[스탯 청이 1 오릅니다.]
‘이제 곧 100 되겠는데.’
이 하늘에 깔린, 무수히 많은 붉은 선.
그건 성지한이 지나가기만 하면, 청의 힘이 발동하면서 싹 다 끊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선 몇 개 끊을 때마다 청은 쭉쭉 오르더니.
70이 넘자, 이제는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속도면, 100은 금방 도달할 것 같은 상황.
“……그런데 왜 그렇게 움직이십니까? 어떤 각도로 움직이든, 이곳은 침범할 수 없을 텐데요.”
성지한이 그렇게 공허지대를 피해서, 멀리서 재빠르게 움직이자.
아레나의 주인은 미심쩍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그래도 공략할 포인트가 있지 않겠어?”
성지한은 그 질문에 겉으로는 태연히 대답하곤.
속으로는 실 끊기에 더욱 집중했다.
저쪽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하기 전에, 스탯 청 팍팍 올려야지.
그리고, 눈과 연결된 선 중, 절반가량을 멀리서 끊어 내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번쩍!
그제야 이상을 감지했는지, 붉은 눈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명계로 공급되는 힘이 크게 줄었다!]
“빨리도 알아챘네.”
성지한이 꿈틀거리는 눈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흘렸을 때.
[스탯 청이 1 오릅니다.]
[스탯 ‘청’이 100이 되었습니다.]
[청의 기운을 형상화할 수 있습니다.]
능력이 100이 되면서, 새로운 기능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