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468화 (46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68화>

청색의 관리자.

비록 임시 타이틀이 달려 있었지만, 관리자가 되자마자 성지한의 몸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먼저.

[플레이어가 성좌의 규격을 뛰어넘었습니다.]

[성좌 모드가 사라지고, 관리자 시스템이 대신 나타납니다.]

[임시 관리자입니다. 시스템 접근 권한이 대폭 제한받습니다.]

성좌 모드가 사라지고, 관리자 시스템으로 대체되었다.

임시 딱지가 붙어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적다고는 했지만.

‘성좌 모드를 켰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느낌이 나는군.’

레벨 10 대성좌도 뛰어넘는 관리자라 그런지.

성지한이 성좌 모드를 키면서 싸울 때보다, 능력 전반이 대폭 상승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강화가 되고 나니.

‘……관리자들이 얼마나 괴물인지도 보이네.’

눈앞, 녹색의 관리자뿐만 아니라.

빛과 어둠으로 갈라진 흑백의 관리자의 의지에도 감히 측정할 수 없는 힘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무리 성지한이 이들과 같은 ‘관리자’ 이름은 얻었다곤 하나.

오히려 성좌 후보자 시절엔 아예 파악하지 못했던 힘의 격차가.

관리자가 되니 확 체감이 되었다.

‘뭐, 애초에 내가 임시 관리자가 된 건. 저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아니니까.’

그렇게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면, 적을 택했겠지.

성지한이 청색을 고른 이유는 어디까지나 전 인류에 내포되어 있는 적의 인자를 없애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청색의 관리자가 되자.

파스스스…….

스탯 청이 성지한의 손등에 모이며, 본격적으로 적색의 관리자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청색의 관리자라니…… 이 힘, 온전히 나를 제압하는 권능이구나……! 어찌 이런 걸 네가…….]

푸른빛에 잠기더니, 순식간에 스탯 청에 대한 것을 알아채는 적색의 관리자.

그는 이 힘에 반항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푸른빛이 다시 한번 그를 뒤덮자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성지한 내부의 스탯 적까지 없애려 드는 청의 기운.

‘이건 남겨 두자.’

하나 성지한은 이를 일단 가지고 있기로 했다.

성지한의 의지대로, 완벽히 컨트롤되는 청은.

적과 몸 안에서,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청색의 관리자…… 지금 상황만 보면, 적과 상극인 힘인 것 같군요.”

성지한이 그렇게 적색의 관리자를 없애자.

이그드라실은 눈을 반짝이면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녹색을 안 골라서 안타깝지만, 최악의 결과는 아니네요. 청색의 관리자님.”

“꽤 좋아하는 눈치군.”

“적과 청이 피 터지게 싸우면 저야 좋으니까요. 건투를 바랄게요. 적색의 관리자, 확실히 뿌리 좀 뽑아 주세요.”

이그드라실 입장에서야, 녹색을 안 고른 게 아쉽긴 해도.

청색의 관리자가 적색은 확실히 견제해 줄 거 같으니, 이 정도면 차선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청을 골랐는가.]

[너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한편.

흑백의 관리자는 성지한의 선택에 대해 크게 코멘트를 하지는 않고.

스으으으…….

빛과 어둠을 서서히 거둬들이고 있었다.

확실히 상시 관리자라 그런지, 적과 녹보다는 감정적이지 않네.

성지한은 사라지는 두 관리자의 의지를 지켜보다가.

‘아, 맞다.’

어둠이 있는 곳을 향해 입을 열었다.

“흑색의 관리자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스으으.

그 말에 사라지던 어둠이 멈추자.

“적색의 관리자는 아레나의 주인에게서 나왔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얼굴에서 나왔죠.”

“뭐?”

“흑색의 관리자께서는 이에 대해 혹시 아시는 바가 없으신지요.”

성지한은 눈을 준 아레나의 주인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놈 덕에 드래곤 로드의 심장도 얻어, 여기까지 올 순 있었지만.

‘스탯 청이 아니었으면, 마지막에 적색의 관리자의 제어를 이겨 내지 못했을 거야.’

그럼 아까 상황에서 붉은빛을 고르고, 적색의 관리자가 되어 버렸겠지.

조금 전, 적색의 관리자가 깃든 눈이 사라지긴 했지만.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 얼굴에서 빛나던 붉은빛이 꽤 남아 있음을 떠올렸다.

그쪽에서 또 허튼짓을 하기 전에, 흑색의 관리자에게 이런 일을 알고 있냐고 확인을 받아야지.

[그가…… 그랬는가?]

스으으으…….

멈췄던 어둠 속에, 보랏빛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공허의 존재가, 끝을 받아들이지 못하다니.]

소용돌이 위에, 원형의 경기장 모형이 떠오른다 싶더니.

보랏빛이 순식간에 이를 잠식했다.

그러자.

[스페이스 아레나가 임시 폐쇄됩니다.]

[아레나의 경기가 무기한 연기됩니다.]

순식간에, 스페이스 아레나가 봉쇄되었다.

-으잉?

-뭐야; 왜 폐쇄야.

-지금 이야기 들어 보면 아레나의 주인이 관리자 배신 때린 거 같은데?

-걔가? 대체 왜…… 아레나의 주인, 공허 최상위 서열이잖아.

-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한 거 보면, 죽기 싫어서 적색의 관리자랑 결탁한 거 아닐까.

-헐; 아레나의 주인 엄청 오래 살지 않았음?

-오래 산다고 더 살기 싫은 건 아니지…….

공허의 최상위 서열, 아레나의 주인.

그가 적색의 관리자를 도운 이유는, 단지 죽기 싫어서였나?

“수명 대체 얼마나 남았다고 저런 거지?”

“아레나의 주인 정도면…… 당신네 기준으론 5천 년 정도일 거예요.”

“……5천 년 더 남았으면 아직 여유 많은데?”

거기에 지금 기준에서 5천 년 남은 거니까.

아레나의 주인이 최초로 적색의 관리자랑 결탁한 시점으로 보면.

그땐 수명이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근데도 뭐 그때부터 죽을 걱정을 해서, 적색의 관리자랑 손을 잡아?

성지한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남은 수명은 길어도, 끝은 예정되어 있죠. 그의 생을 늘려줄 존재야 백색의 관리자나 저밖에 없는데…… 저희가 하겠어요?”

“그래서 적색의 관리자와 손을 잡았단 건가?”

“네, 적색의 관리자가 상시 관리자가 되면 아레나의 주인을 거둬들이기로 약속했나 보죠.”

그러면서 이그드라실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좋은 거 배웠네요. 공허의 존재도 남은 수명으로 흔들면, 넘어올 수 있다.”

“설마 포섭할 생각인가?”

“에이,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죠.”

스윽.

스페이스 아레나가 공허에 잠식된 걸 곁눈질한 이그드라실은,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후배님.”

후배라.

임시 관리자로 들어왔으니, 뭐 회사로 치면 인턴쯤 되는 건가.

“선배께서 가기 전에, 관리자로서 팁을 주지 그래?”

“팁요? 음, 좋아요. 알려 줄게요.”

“오, 진짜?”

“후배님이 적색의 관리자를 제대로 견제해 줬으니까요. 그 보답이라 생각하세요.”

이그드라실은 그리 말하며, 팔짱을 끼곤 성지한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우리 후배님, 관리자가 되었는데도 생각보다 별로 안 강해졌네. 이런 생각 들지 않나요?”

“……뭐, 그렇지?”

성지한 자신이야 성좌 모드가 관리자 시스템으로 뒤바뀌며, 상당히 강해진 걸 체감하긴 했지만.

관리자의 시선에서 볼 땐, 아직도 영 약한가 보군.

성지한이 장단에 맞춰 주기 위해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그드라실이 말을 이었다.

“그건 후배님이 고른 상징색, ‘청’과 관련된 능력이 아직 약해서 그래요. 청색과 관련된 능력을 강화해야, 관리자의 힘도 강해질 거예요.”

“청을 강화하란 건가.”

“네, 후배님의 능력, 적과 상극인 거 같은데…….”

이그드라실이 양 손바닥을 펴자.

한쪽에는 청색의 빛무리, 한쪽에는 적색의 불꽃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를 합치자, 청색 빛무리에 휘감겨 불꽃이 진화되었다.

조금 전 성지한이 적색의 눈을 지웠던 것과, 흡사한 모습.

“불을 끄는 진화 작용은 확실히 돋보이지만. 청의 능력에서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해야 관리자의 힘도 발전할 겁니다.”

“그래…… 충고 고맙군.”

“뭘요. 당신이 활약해 줘야 적색 놈이 뿌리 뽑히죠.”

이이제이는 확실히 하겠다 이거네.

이그드라실은 활짝 웃으며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후배님, 다음에 봐요.”

“그래, 가라.”

스으으…….

그렇게 이그드라실의 모습이 사라지자.

[청색의 관리자여.]

[관리자 선정이 끝났으니, 너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하라.]

번쩍!

오른쪽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성지한의 눈앞에, 새하얀 포탈이 생겨났다.

백색의 관리자가 마련해 준 건가.

‘금륜적보 쓰려고 했는데, 1개 아끼겠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포탈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러자.

곧바로 주변 풍경이.

“엇. 사, 삼촌?”

집 안으로 변했다.

* * *

귀가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고 있는 윤세아.

성지한의 등 뒤, 한 벽을 가득 메우는 커다란 TV 화면에는 이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었다.

“헐…… 뭐, 뭐야. 나 지금 생중계되는 거야?”

“그러네.”

“아니 지금 이 영상, 시청자 신기록 갱신한 거잖아!”

윤세아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얼굴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털어 냈다.

“화장도 안 했는데! 옷차림도 츄리닝인데!”

“너 배틀튜브 킬 때도 그런 차림으로 많이 하지 않았냐?”

“그건, 사람들 상대로 한 거고. 삼촌 방송은 배틀넷 전역에서 핫한 방송이잖아.”

평소에도 편한 차림으로 방송하면서, 왜 이렇게 화들짝 놀라나 했더니.

인류의 시선은 신경 안 쓰는데 정작 외계의 존재들 시선을 신경 쓴 건가?

“야, 외계인들 눈엔 그게 그거야.”

“으…… 그런가?”

“너는 아까 내가 쓸어버린 드래곤 중에 누가 이쁘고 못생겼는지 보였냐?”

“아니, 뭐 그건 아니지만…….”

“쟤들도 마찬가지지.”

성지한 말대로.

-이 암컷이 관리자의 가족인가.

-관리자의 혈족치고는 능력이 별것 없어 보이는군…….

-몰랐나? 인류는 청색의 관리자 빼고는 뛰어난 이가 없다.

-그래도 무신의 종이었던 아소카나, 동방삭 같은 이들은 강하던데.

-아, 그들도 같이 제외해야겠군.

-셋만 빼곤 그냥 하급 종족 수준이지.

외계인들은 윤세아의 흐트러진 모습쯤이야 관심을 전혀 가지지 않은 채.

그녀의 능력을 품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채팅이 TV 화면 속에 올라오자, 윤세아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저도 나름 이제 인류 랭킹 2위 노려볼 정도로 강하긴 한데요…….”

-저런 게 랭킹 2위?

-아니 이제 랭킹 1위겠지. 청색의 관리자는 일반 플레이어 랭킹에서 제외될 테니까.

-자세히 보니 능력이 아예 없어 보이진 않다만…….

-세 명과는 비교할 수가 없군.

관리자가 탄생하는 걸 지켜보기 위해, 역대급으로 시청자가 몰렸던 성지한 방송.

여기에 모인 외계인들은, 이제 인류 랭킹 1위를 노리는 윤세아를 보고 품평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워낙 보는 눈이 높아서 그런가.

윤세아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요즘 사람들한테서 선플만 받다가 갑자기 전우주에서 악플이 쏟아지네.”

“방송 꺼 줘?”

“아, 아니야. 우리 외계인분들 분석 잘 참고해 봐야지…….”

그러면서 채팅창을 오히려 두 눈 부릅뜨며 바라보는 윤세아.

-멘탈은 그래도 쓸 만하군.

-이 정도 가지고 쓸 만하다고 할 수 있나? 우주에서 욕먹는 게 무슨 대수라고.

-어차피 이 세계는 능력이 전부다. 이 인간은 종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배틀넷에서 인류의 성적도 제자리를 찾아가겠군 이런 플레이어가 1등이면.

-그래도 청색의 관리자가 동족 어느 정도 챙겨줄 텐데, 제자리는 아닐걸?

외계인들은 그런 윤세아를 보면서 한마디씩 던졌다.

후하게 쳐 줘도 하급 종족의 에이스 정도에서 끝나는 평가.

“자, 여러분. 오늘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성지한은 슬슬 마무리 지을 때임을 깨닫고, 방송을 껐다.

“역시 난 우주의 기준에선 그냥 하급 종족이구나…….”

“뭐, 넌 기프트가 대기만성이잖아. 더 발전해 나가면 되지.”

“맞아. 대기만성…… 랭킹 1위를 찍어도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지!”

윤세아가 자신의 기프트, 대기만성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음, 이건?’

번뜩!

성지한은 그녀에게서 지금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힘을 포착했다.

그것은 매우 은밀하게 숨겨져 있어, 지금까진 발견하지 못했으나.

청색의 관리자가 되고 나자, 겨우 발견하게 된 적의 기운이었다.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