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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61화 (46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61화>

강남 선릉.

“서, 성지한 님!”

“돌아오셨군요!!”

포탈을 통해 원래 납치되었던 위치로 넘어온 성지한은.

이곳에 파견된 배틀넷 협회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었다.

“예, 뭐. 어떻게든 살았네요.”

“방송 보고 조마조마했습니다……!”

“무신, 진짜 뭐 그런 괴물이 다 있는지…….”

“바벨탑이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사무실에서 보는 건데!”

성지한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바벨탑이 사라졌단 이야기에 주변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떠나기 전에는 반투명한 상태로 있었던 바벨탑이.

현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바벨탑은 어디 갔죠?”

“성지한 님이 사라진 후, 서서히 형체가 옅어지더니 사라졌습니다.”

성지한은 끌려가기 전의 일을 떠올렸다.

‘피티아는 빙검으로 자신을 찔렀지. 그때 분명, 내 손까지 통째로 얼어서 싹 다 불태웠었는데…….’

성지한의 팔을 얼리기 위해, 피티아가 행했던 자해.

그 당시에는 저 여자가 왜 저러나 의아했지만.

나중에 관리자의 손이 깨어나고, 그가 투성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나서야.

피티아가 신안으로 이 모든 미래를 예견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때 분명.

‘내 손만 풀린 게 아니라. 피티아도 불에 같이 타올랐었다.’

분명 얼었던 피티아는, 얼린 손을 녹일 때 같이 타올라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그럼 일단 그녀는 죽었다고 봐도 될 테고.

‘그러면 바벨탑과 합체한 길가메시가 자력으로 탈출한 건가.’

피티아의 말에 따라 움직이던 길가메시.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이 없으니, 바벨탑을 거두고 튄 것 같았다.

“길가메시가 아무래도 도망친 거 같은데…… 그의 흔적, 발견했단 보고 혹시 있을까요?”

“아뇨.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서 들어온 소식은 없습니다…….”

그 꼴이 되었다고 해도, 역시 고위 성좌란 건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돌아오자마자 이놈을 찾으러 다녀야 하나.

“바벨탑이 사라진 지는 얼마나 된 거죠?”

“오늘로 3일째입니다.”

“3일? 제가 저기 3일이나 있었던 겁니까.”

“네…….”

“흠, 제가 한번 둘러보죠.”

스으으으…….

성지한은 감각을 확장해 보았다.

이번에 투성에서 능력이 대폭 상승한 덕에, 예전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커버하게 된 무혼의 영역이었지만.

그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살펴도, 길가메시급의 존재감은 탐지에서 걸리질 않았다.

‘3일이나 지났다고 했으니, 역시 늦었군.’

길가메시가 아무리 쇠약해졌다고 해도, 레벨 8의 성좌.

3일의 여유를 주면 지구 반대편까지는 도주할 수 있을 거다.

‘그래도 이놈, 찾긴 해야 하는데.’

아소카가 분명.

[바벨탑은 내가 확실히 부수었지만, 무신이 재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남아 있지.]

[바벨탑은 무한회귀의 과정에 힘을 저장하는 수단이며, 무신이 투성을 확실히 지배하는 통로가 되니. 자네는 바벨탑이 재건되지 않도록 힘을 써 주게.]

[바벨탑의 원주인을 확보하게.]

바벨탑과 관련해서는, 길가메시를 이쪽에서 먼저 잡아야 한다고 말했었지.

성지한은 좋은 탐색 방법이 없을까 떠올리다가 문득.

‘아…… 누나한테 부탁해 봐야겠네.’

성지아가 지닌 신안을 떠올렸다.

어비스의 주인이 사라지면서, 그녀의 권능도 약해졌지만.

그래도 지구 권역 안에서 사람 찾는 일 정도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일단 귀가해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길가메시 탐색을 일단 멈추곤, 집으로 돌아갔다.

* * *

서해 바다가 보이는, 인천의 바닷가.

거기엔 선글라스를 쓴 노인이 몸을 웅크린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을이라 쌀쌀하긴 해도, 춥지는 않은 날씨였지만.

그는 두꺼운 패딩에 모자를 움푹 눌러쓴 채, 누가 봐도 수상한 차림새로 서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텐데? 피티아.”

노인이 말하자.

쑤욱.

그의 패딩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빛의 눈.

피티아가 지녔던 신안이었다.

[길가메시…… 왜 날 살렸지?]

성지한이 얼린 팔을 녹이며, 동시에 피티아를 불태웠을 때.

그녀의 육신은 적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신안은 마지막까지 미약하게 남아 있었다.

하나, 그것도 오래 버티진 못할 상황이었지만.

스스스…….

바벹탑과 결합되었던 길가메시는, 성지한이 끌려가는 틈을 타서.

피티아의 신안을 빼돌릴 수 있었다.

[그대로 놔뒀으면 죽었을 텐데, 생명력까지 나눠 주다니…… 대체 뭐가 목적이냐?]

“네가 내 첫 번째 전처라서 살려 주었노라.”

길가메시의 말에, 신안에서 빛이 강렬히 반짝였다.

[개소리. 네가 그럴 인간이 아닌 건 잘 안다. 애초에 살려줄 거면, 이렇게 눈만 남기질 않았겠지.]

“흥, 농도 못하겠군.”

스으윽.

길가메시는 입가에 웃음을 짓곤, 손가락으로 바다를 가리켰다.

“피티아. 네 신안으로, 세계수를 탐색해라.”

[세계수를…….]

“그래. 그럼 생명력을 더 공급해서, 육체를 재생시켜 주마.”

역시 목적은 따로 있었군.

피티아의 신안이 반짝였다.

[왜, 늙은 몸뚱어리를 다시 젊게 바꾸고 싶어서 그런 거야?]

“당연하다! 이렇게 어떻게 살아가겠나.”

[하. 세계수를 찾아 흡수한다고 네 젊음이 돌아올 것 같아? 무신께서 영생을 부여해야 돌아오지. 그러니 허튼짓하지 말고 내 몸이나 복구시켜. 무신께 연락해야 하니까.]

길가메시는 그 말을 듣고는 코웃음쳤다.

“흥. 뱀 자식, 그럴 정신없을 거다.”

[뭐?]

“투성에 난리가 났거든.”

[난리? 그게 무슨 말이지?]

“아소카가 그를 배반했다.”

[뭐?! 배, 배반이라니…….]

“네 잘난 신안으로도, 그걸 볼 순 없었나 보군.”

길가메시가 빛의 눈을 보면서 비웃음을 짓자.

신안이 반짝였다.

[……도저히 못 믿겠어. 애초에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어떻게 알긴, 성지한 놈이 배틀튜브를 그렇게 틀어 대는데, 어떻게 안 보나. 도주하는 와중에도 잘 챙겨 봤지.”

[그 영상 내게도 보여 줘.]

“내게 협조하겠다고 약속하면 보여 주지.”

[……알았어. 협조할게.]

“좋아.”

피티아가 그리 답하자.

지이이잉.

그녀의 눈앞에 화면이 떠올랐다.

영상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올해 전 우주에서 나온 배틀튜브 영상 중, 조회수 1위를 차지한 화제의 영상.

그게 피티아의 신안 앞에서 재생되었다.

“싸우는 건 빨리 넘겨 봐라.”

그러면서 재생 속도를 2배속으로 바꾼 길가메시.

영상 속에선 전투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처음엔 성지한이 잘 버티나 싶었지만, 무신이 투성과 결합하고 그가 끝장나려던 순간.

화르르!

관리자의 손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해, 성지한이 세계수 점화 장치를 꺼내 드는 장면이 나왔다.

누를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선 결정적 순간.

옆에 있던 길가메시가 한마디 했다.

“성지한, 멍청한 놈이더군.”

[스포일러 하지 마.]

“너는 내가 그만 때리라고 할 때 말 들었냐? 저 멍청한 놈. 스위치 부순다.”

[뭐?]

“적색의 관리자를 포기하다니. 쯧…… 내 아들로 인정해 줄까 했는데, 안 되겠어.”

파스스!

화면 속 성지한이 스위치를 부수자.

길가메시는 쯧쯧 혀를 찼다.

“정점에 오를 자라면, 잔정 따위에 얽매여서는 안 되거늘. 겨우 가족 걱정 따위에 스위치를 부수다니. 어찌 저리 어리석나? 차라리 저게 내 손에 있어야 했는데.”

[그래서, 넌 네 자식들 죽어 가는 걸 방관했구나.]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느냐.”

길가메시는 언짢은 얼굴로 신안을 노려보았다.

“계속 허튼소리 하다간, 생명력 끊어 버리겠다.”

[하든가.]

“뭐, 뭐…….”

[나 없어지면, 세계수 찾을 수 있어?]

“그, 그건…….”

[찾을 수 있었다면 네놈이 굳이 아까운 생명력 써 가며 날 살리진 않았겠지. 나야 눈밖에 안 남았겠다, 그냥 죽으면 그만이야.]

“크, 크흠……!”

피티아에게 목숨을 가지고 협박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길가메시는 애꿎게 헛기침만 했다.

[그러니까 나 이거 볼 동안 조용히 해. 한마디만 더 나불대면 콱 죽어 버리는 수가 있어.]

“이, 이게…… 목숨이 안 아깝느냐?”

[세상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아니? 경고했다. 이제 입 열지 마라.]

“이익…….”

길가메시가 이를 갈자, 갑자기 신안에서 빛이 옅어졌다.

생명력을, 피티아쪽에서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겠다는 시늉만 하는 줄 알았더니, 진짜 하려는 그녀를 보고 길가메시가 두 손을 들었다.

“아, 알겠다. 말 안 하겠다! 조용히 있겠다!”

[진작 그럴 것이지. 재생 속도도 1배로 해. 나 빠른 거 안 좋아해.]

“그래…….”

[말 안 한다며?]

다시 빛이 미약해지려는 신안.

‘아오, 이 미친 게 진짜.’

길가메시는 입이 근질거리는 걸 참으며, 애써 그녀의 지시대로 배틀튜브 재생 설정을 바꿨다.

그렇게 투성에서 생긴 난리를, 피티아는 신안 형태로 시청을 끝내고는.

[…….]

빛만 깜빡이면서,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켰다.

‘이 자식은 다 보고 왜 말이 없어.’

다 봤으니까 협조하라고 닦달하고 싶었지만.

괜히 또 한마디 했다가 자살한다고 들까 봐, 길가메시가 전전긍긍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플레이어 성지한이 배틀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합니다.]

아까 띄워 놓았던 배틀튜브 창에서, 성지한이 방송을 틀었단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저거, 빨리 눌러 봐.]

“알았다…….”

[말하지 말랬지.]

“…….”

넌 진짜 세계수만 찾으면 죽인다.

길가메시가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라이브를 누르자.

[안녕하세요, 여러분.]

화면에선 덤덤한 얼굴의 성지한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 * *

-오 성지한 님 오셨다 ㄷㄷㄷ

-배경 보니까 집이신가 봐??

-아까 협회 직원들 SNS에 성지한 목격썰 올라올 때 긴가민가했는데 다행이네 ㅠㅠㅠ

-어, 윤세아 뒤에서 살짝 보이다 사라졌네 ㅋㅋ

-엄청 운 거 같네. 얼굴 퉁퉁 부었음.

-아 근데 성지한 님 얼굴이…… 예전보다 더 갈라지신 거 같은데? ㅠㅠ

-어 진짜네; 금 왜 이렇게 커짐.

성지한의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자 물밀 듯이 들어온 시청자들은.

그의 변화를 금방 포착해 낼 수 있었다.

공허를 담은 왼쪽 얼굴의 균열.

처음에는 턱선에만 미세하게 그여졌던 그 틈새가.

투성에 갔다 온 이후엔, 뺨에 전반적으로 크게 확장이 되어 있었다.

-툭 치면 얼굴 부서질 거 같네, 왠지.

-하긴 거기서 그 고생을 했는데 멀쩡할 수가 없지;

-내가 죽는 거 천 번까지 세다 말았음…….

얼굴의 변화상에 시청자들이 안타까워하는 사이.

“아, 제 얼굴 이렇게 많이 갈라졌었군요.”

성지한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곤, 그제야 자신의 얼굴을 살피고.

“뭐, 그래도 걱정하신 것처럼 쉽게 깨지진 않습니다.”

손가락을 가져다 여길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끄떡없는 왼쪽 얼굴.

겉으로 보기엔 금이 많이 가도, 아직은 단단했다.

“뭐 얼굴 이야기는 이걸로 그만하고. 제가 오늘 이렇게 방송을 키게 된 이유는 말이죠…….”

성지한은 상태창을 띄워, 레벨부분만 시청자들에게 공개했다.

“제 레벨이 무려 650이 되었습니다.”

-오 언제 또 올랐어 ㅋㅋㅋㅋ

-아니 투성에서 개고생했는데 더 레벨 올라야 하는 거 아님??

-근데 그렇다 치기엔 뭐 해치운 적이 별로 없긴 하잖아.

-그러네. 그럼 레벨 왜 올랐지?

-아래 스탯도 보여 주세요!

-ㄹㅇ 궁금하다 현재의 성지한 능력치 ㅋㅋㅋ

성지한의 레벨 공개에, 상태창도 공개해 달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빗발쳤지만.

“아. 안 됩니다. 저 토너먼트 해야 해요.”

-토너먼트…….

-아, 그거 설마…… 손 걸고 하는 거?

“네. 대성좌님들, 오래 기다리셨죠? 이제 여러분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성지한은 레벨을 툭툭 두드리며, 씩 웃었지만.

-……저기요.

-무신이랑 그렇게 싸우는 걸 봤는데 누가 토너먼트를 지원해;

-이미 신청한 성좌들도 죄다 취소하던데.

-그러니까 누가 쟤랑 싸워…….

라이브 방송에 참여한 외계 시청자들의 반응은 영 떨떠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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