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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60화 (46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60화>

“동방삭이 강한 거야 예전부터 상수였을 텐데.”

동방삭이 강한 건 누가 모르나.

하나 성지한도 그에게 태극마검도 이끌어 내지 못할 만큼 약하진 않았다.

‘그의 무공을 죄다 무혼으로 복사하다 보면, 동방삭이 화나서 태극마검을 꺼내 들 거 같은데.’

하지만 이걸 아소카가 모를 리가 없지.

그가 저렇게 말을 하는 데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지금 와서 특히 그를 걱정하는 이유라도 있나?”

[동방삭은 무에 있어서 규격 외의 존재. 무신은 그를 통제하기 위해, 지금껏 동방삭의 성장을 억제했네.]

“……그게 억제한 거야?”

[최대한 억제한 게 그 정도지.]

그럼에도 지금처럼 강하다니, 무신이 견제할 법하군.

[하지만 이번에, 태양왕이라는 변수가 생겼지.]

“태양왕 말인가.”

[그래. 무한회귀 속에서 태양왕과 무신의 관계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앞으로도 영영 밝혀지지 않았겠지.]

무신의 무한회귀.

이건 인류가 배틀넷에 들어섰을 때부터 시작해서, 강등되어 멸망할 때까지의 시간을 계속 되돌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정도의 기간은.

무신이 드래곤 로드의 머리를 가지고 있고, 태양왕이 그의 아버지란 사실이 밝혀지기엔 너무나도 짧았다.

“태양왕은 무신과 마주치면 뭐라도 될 것처럼 굴던데. 뱀 얼굴에도 글자가 잔뜩 써 있던 게, 금제라도 있는 건가.”

[그렇겠지. 그걸 걱정한 무신은 지금껏 태양왕을 피해 왔지만, 이제는 피할 수도 없게 되었네. 투성의 위치가 발각되었으니.]

“그럼…….”

[그에게 남은 수단은 단 하나. 동방삭을 통해 태양왕을 제거하는 것이겠지.]

“그러면 무신은 태양왕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동방삭의 성장 억제를 푼다는 건가.”

[그러네.]

태양왕이라는 변수 등장이, 동방삭의 리미트를 해제하는 건가.

성지한은 입맛을 다셨다.

무신에게 투성으로 끌려왔을 땐, 태양핵을 꺼낼 수밖에 없었지만.

이 일이 돌고 돌아 동방삭을 강화시켜 주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네.

“하지만 막상 성장할 시간이 얼마나 있다고 그렇게 걱정하나.”

[그의 하루는 일반 무인의 100년보다 값지네.]

“……거참, 불공평한 세상이군.”

얼마나 재능이 있으면 저런 말이 나오냐.

그래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성지한은 아소카의 경고를 명심하기로 했다.

“알았다. 그럼 일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겠군.”

[그래…… 그것만 주의하면 될 거야.]

“뭐, 더 가이드해 줄 건 없고?”

[일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건 자네네. 내가 안내하지 않아도, 훌륭히 일을 처리하겠지.]

나머지는 스스로의 판단하에 일을 처리하라는 건가.

‘뭐, 지금까지 떠먹여 준 거만 해도 어디야.’

무신의 힘 40퍼센트도 박살 내 주고.

스탯 청도 만들어서 주고.

문제 생길 관리자의 손까지 자기가 수거해 줬으니.

여기서 뭘 더 바라면 도둑놈이지.

성지한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하지.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어.”

[믿음직하군. 그럼…… 먼저 쉬러 가겠네. 자네는, 천천히 오게.]

스으으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금빛 아지랑이의 색이 옅어졌다.

성지한은 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쿠르르르……!

땅이 또 한 번 울리자, 시선을 뒤로 돌렸다.

‘여기 더 있을 수는 없겠군.’

지구로 향하는 포탈은, 이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이제는 진짜 가야 할 때.

‘그래도.’

성지한은 발걸음을 옮기기 전.

꾸벅.

사라지는 빛을 향해 90도로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소카. 당신께 정말 많은 빚을 졌습니다.”

[죽기 전이 되니 자네에게 존댓말도 듣는군.]

“진작 할 걸 그랬네요.”

[자네에겐 내가 미안하지. 짐을 너무 많이 맡겼으니.]

“뭐…… 원래 할 일입니다. 이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네.]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지랑이가 마지막으로 반짝였다.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네. 금륜적보는 자네의 생존을 위해 쓰게. 꼭.]

“예, 그럴 겁니다.”

[……그래, 가게.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네.]

“알겠습니다.”

성지한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한 후, 등을 돌려 포탈에 들어섰다.

번쩍!

그러자 빛이 한 번 반짝이더니, 곧 포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제는, 정말로 쉬어도 되겠군…….]

그리고 황금의 빛은 포탈이 완전히 닫히자.

그제야 서서히 흩어졌다.

* * *

초토화된 투성.

무신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자신의 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한한 회귀로 애써 쌓아 올린 것이. 반이나 날아갔다.’

성지한을 투성으로 잡아 올 때만 해도, 이제 상시 관리자가 되겠다 싶었는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성지한의 반항이 강력했던 건 예상외였지만. 그래도 이건 대처가 가능했다.’

초신성까지 사용했던 성지한은, 분명 예상보다도 훨씬 강했다.

성좌의 무구 500개로도 대응이 다 되지 않아서, 결국 투성과 융합해서 상대해야 할 정도로.

그는 성가신 적이었다.

하지만.

‘투성과 융합한 이후로는, 모든 게 순탄히 흘러가는 것 같았는데.’

관리자의 손이 한 차례 반항하여, 성지한의 손에 스위치를 넘겨주었지만.

그는 멍청하게도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때, 승부는 이미 끝이 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소카.’

무신의 두 눈이 번뜩였다.

무신의 종으로 받아들이고도, 항상 꺼림칙했던 상대.

하나 무한회귀를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였던지라,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있었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배신했다.

‘마지막에는, 내가 너무나도 어리석었다.’

아소카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너무 흥분해서.

힘을 다 쏟아 버렸다가 자폭까지 당하고.

방금 전은 조급함이 낳은 치욕적인 결과였다.

거기에.

‘전 우주에서 나를 관측했고, 황금의 탑은 부서졌다. 무한회귀는 이제 불가능하다.’

힘을 리스크 없이 쌓아 올려 주던 무한회귀마저도, 이제 끝이 났다.

손에 닿을 것 같았던 상시 관리자의 자리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상황.

무신은 단 하루에 있었던 상황 변화에, 극도의 허탈감을 느꼈다.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든 마음을 정리한 무신이, 차후의 방침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스으으으…….

동방삭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릎을 꿇었다.

“무신이시여, 태양왕을 격퇴했습니다.”

[태양왕…….]

무신은 그 이름을 듣고는 눈을 번뜩였다.

성지한 놈.

그가 태양핵을 꺼내지만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무신은 은은히 살기를 내보이다가, 동방삭에게 물었다.

[그는 강했는가.]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가 상대한 존재는 그의 전부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흠.]

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핵이 부서지고, 태양왕이 도착한 시간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본체의 전력을 모두 가져오진 못했겠지.

이번 침공은 다행히 동방삭이 격퇴했다지만.

‘다음에 그가 전력을 이끌고 오면, 이렇게 쉽게 물리치긴 힘들 것이다.’

상대가 그냥 일반 대성좌였으면, 무신도 동방삭과 합세해서 순식간에 물리쳤겠지만.

태양왕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17777번째 아들이라는 문자가 가득 그려진 무신은, 그와 싸울 수가 없었으니까.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이는 투성에서 동방삭이 유일했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이놈을, 살려야 하는가.’

동방삭은 한때 아소카의 동료였던 이.

지금이야 충성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 무슨 계기가 생기면, 칼을 얼마든지 거꾸로 들 인물이었다.

이번에 아소카가 행한 배신은 무신에게 너무나도 뼈아팠는데.

이런 타격이 한 번 더 가해진다면,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했다.

그러니 이런 위험한 요인은 당장 자살하라고 명령해서 치워 버리는 게 맞았지만…….

‘태양왕이 문제다.’

성지한 덕에 투성의 위치를 파악한 태양왕.

그가 문제였다.

태양왕을 상대할 수 있는 건 동방삭밖에 없었으니.

여기서 그에게 자결을 명령했다간, 나중에 태양왕에게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몸을 빼앗길지도 몰랐다.

‘물론 그와 나의 힘의 차이는 월등하니, 몸을 쉽게는 안 뺏기겠지만.’

무신은 조금 전 일을 떠올렸다.

뱀의 형상으로 현신하여, 아소카를 집어삼키려던 때를.

투성의 모든 힘을 집중한 그 상황에도.

몸에는, 태양왕의 17777번째 아들이라는 문자가 끝도 없이 써 있었다.

태양왕의 낙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에는, 방심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무신은 동방삭을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태양왕을 제거할 때까지만, 칼로 써야겠다.

[태양왕의 본체가 투성으로 올 것이다. 그를, 전력을 다해 제거하라.]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한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던 동방삭이 고개를 들었다.

“태양왕의 본체는, 현재의 제 힘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수련을 좀 더 해도 되겠습니까?”

[수련을?]

“네, 그중에서도 특히 태극마검을 단련하고 싶습니다.”

무신은 눈빛을 가라앉힌 채 동방삭을 바라보았다.

태양왕의 본체라 할지라도 대성좌일 텐데.

그 정도면, 솔직히 현재의 동방삭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어 보였다.

하지만.

“태양왕과의 전투에서는 승리를 자신하지만, 현재의 힘으로는 태양왕의 본체를 일거에 제거할 수 없습니다.”

[…….]

“그러다가, 투성에 그의 빛이 닿으면.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까 걱정되어…….”

태양왕과의 승부에선 이길 수 있지만.

압도적으로 밟아 버리긴 힘들다 이건가.

무신은 잠시 고민했지만.

‘태양왕의 변수는 확실히 차단하는 게 낫다.’

언제든 자살을 시킬 수 있는 동방삭보다는.

역시 자신의 몸을 빼앗을 수 있는 태양왕이 더 문제였다.

[……허락하지. 다만, 태극마검은 투성의 밖에서 수련해야 한다.]

불가해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태극마검.

그걸 투성에서 수련하게 했다가, 동방삭이 배신을 하면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수련을 할 거면, 별 밖에서 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무신의 명에 동방삭이 기뻐하고 있을 때.

띠링.

무신의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근신 처분을 어겼습니다.]

[추가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투성이 3달간 봉인되며, 투성의 구성원은 1년간 근신 처분을 받습니다.]

시스템의 근신 처분을 제대로 어겼는데도.

막상 받는 처벌은 3달의 봉인과, 1년 근신 처분인가.

‘봉인은 이쪽에서 바라는 바다.’

태양왕의 본체가 들이닥치기 전에.

동방삭이 준비를 끝낼 필요가 있었다.

다만.

[봉인 기간 동안, 태극마검의 수련은 미뤄라.]

“알겠습니다.”

봉인 때에는 투성에 있어야 하니까.

무신은 태극마검의 수련을 미루라고 지시하곤 생각했다.

‘투성의 구성원…… 둘만 남았는가.’

5명이었던 무신의 종이, 이번 난리를 거치며 확 줄어 버렸군.

무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이이잉…….

그 이후 떠오른 근신 처분 명단에.

자신과 동방삭뿐만이 아니라, 길가메시와 피티아의 이름이 있는 걸 발견했다.

이건.

‘……이 둘.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군.’

길가메시는 몰라도, 피티아까지 살아 있을 줄이야.

‘그녀는 분명 완전히 소멸한 줄 알았는데.’

그의 두 눈이 흉흉하게 번뜩였다.

아직, 지구에서 써먹을 패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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