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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54화 (45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54화>

성지한은 하늘 위에서, 성좌의 무구를 바라보았다.

딱 봐도, 셀 수 없이 많은 무기들.

이것들을 부수고, 스탯을 얻으면.

‘버프가 끝나도, 문제가 없겠는데. 아니 오히려 더 강해질 수도 있겠어.’

이거 완전 보물창고네.

지금까지 자신을 수도 없이 베어 꼴도 보기 싫던 성좌의 무구가, 갑자기 이뻐 보였다.

거기에.

‘굳이 태극마검으로 부수지 않고, 겁화로 이걸 다 흡수하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지금 얻은 건, 어디까지나 마검으로 무구를 한 번 부수고 남은 기운을 흡수한 거니까.

성좌의 무구를 직접 쥔 채 능력을 흡수하면, 더 빠르게 강해질지도 모른다.

‘당장 테스트해 봐야지.’

스으윽.

성지한은 빠르게 성좌의 무구로 나아갔다.

그가 굳이 마검을 쓰지 않고, 하늘에 떠 있는 무기를 집으려 하자.

[……설마, 겁화로 직접 태우려는 것인가?]

눈치 빠른 무신은, 얼른 성좌의 무구를 뒤로 물렸다.

성지한을 피해서 저 멀리로, 스스로 날아가는 무기.

‘하여간 대응 한번 빠르네.’

그래도 성지한이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

근처에 있던, 성좌의 무구 하나는 겁화로 붙들 수 있었다.

겁화에 닿자, 처음엔 불길을 버티던 성좌의 무구였지만.

‘더 강화시키자.’

성지한이 겁화에 능력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스탯 적이 10 감소합니다.]

[스탯 영원이 1 감소합니다.]

적은 물론, 영원마저 감소할 정도가 되자.

화르르르륵……!

미친 듯이 피어오르던 불길은 결국 성좌의 무구를 집어삼켜, 능력을 흡수해 나갔다.

[스탯 무혼이 80 오릅니다.]

[스탯 적이 65 오릅니다.]

그러자 압도적으로 늘어난 능력치.

‘이러면 영원 1 소모해서 무혼이랑 적을 대폭 강화시킨 거군.’

이러면 적은 55 늘었다 치고.

영원 1을 소모해서, 스탯이 135가 오른 건가.

이러면 완전 퍼 주는 거나 다름없는 교환 비율이군.

다만.

‘영원이 줄어들면, 내 재생력도 금방 바닥을 드러낼 테니. 무작정 이걸 다 쓸 수는 없어.’

무신의 파상공세에서 살아남았던 건, 영원의 덕이 컸다.

스탯 흡수를 위해, 이걸 계속 소모하는 건 위험성이 컸으니.

적절한 때에 멈추는 게 필요했다.

성지한이 그렇게 몇 갤 더 흡수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파스스스……!

성지한과 거리를 벌렸던 무신이, 이번엔 역으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힘이 강해졌군. 나의 무구에서 겁화로 능력을 흡수했구나.]

번쩍……!

붉은 두 눈 가운데에, 새하얗게 빛나는 빛무리.

신안을 발동한 무신은, 성지한의 변화상을 한눈에 꿰뚫어 보고 있었다.

무신 놈, 가진 재주도 많군그래.

성지한은 자신보다 훨씬 큰 신안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도망칠 생각은 접었냐?”

[도망?]

스스스스…….

거대화한 무신이 양손을 펼치자.

지지지직!

하늘과 땅에, 기이한 문양이 퍼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아…… 그 성지한 님이 봉인할 때 쓰던 봉인진 아닌가 저거.

-그러게. 모양은 비슷한 거 같네…….

-대신 스케일이 차원이 다름;

하늘과 땅을 완전히 뒤덮는 봉인진, 만귀봉신.

자신에게 공격을 퍼붓는 도중에도, 따로 이를 준비한 건가.

정말 힘이 넘쳐흐르나 보군.

‘근데 딱히 뭐가 봉인되었는지는 모르겠네.’

하늘과 땅에 거대하게 펼쳐진 봉인진의 위용은 대단했지만.

딱히 이게 생겨났다고 해서, 성지한에게 제약이 가는 느낌은 없었다.

그냥 이 황량한 별에서, 문양이 크게 펼쳐진 것 정도니까.

하나 무신이 노린 봉인의 효과는 성지한을 억제하는 게 아니었다.

[이걸로 네 아이템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그가 목표로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세계수 점화 장치의 무력화.

성지한이 이걸 누르는 게, 무신에게는 유일한 패배 조건이었으니까.

“흠, 그래? 만귀봉신으로 정말 봉인되었다고 보냐? 인벤토리.”

성지한은 그러며 손을 허공에 뻗었다.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려는 제스처.

그러자, 무신의 강력한 공세가 성지한을 향해 쏟아졌다.

성좌의 무구에서 공격이 뻗어 오는 건 물론.

스스스……!

무신의 거대한 손이 직접 움직이며 성지한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파지지직……!

무신의 손이 닿자, 붕괴하기 시작하는 소멸 코드의 영역.

본체의 힘은, 겁화의 방어를 뚫을 정도로 강력했다.

“만귀봉신으로 봉인했다면서, 왜 이렇게 성급하셔?”

스으윽.

성지한은 몸을 뒤로 피하며, 씨익 웃었다.

인벤토리에 넣었다 뺀 그의 손에는, 아무 물건도 잡혀 있질 않았다.

“나 사실 안 꺼냈는데 말이지.”

[뭣…….]

“만귀봉신, 펼치긴 했지만 혹시나 했지?”

[네놈……!]

성지한의 페이크에, 본심이 드러나 버린 무신.

아무리 만귀봉신으로 틀어막았다 한들, 세계수 점화 장치는 아이템 자체가 일반적인 것과는 궤가 다른 만큼.

누르면 봉인진을 뚫고 작동할지도 몰랐다.

신중한 무신이 그런 걱정을 안 할 리가 없었으니, 이런 제스처에도 대응한 거겠지.

‘이러면, 아까처럼 도망치는 꼴을 안 봐도 되겠군.’

스스스스…….

성지한은 태극마검에 한층 더 힘을 불어넣고, 무신의 손을 찔러 나갔다.

거대한 무신의 손에 비하면, 이쑤시개나 다름없는 태극마검.

겉으로 보기엔 찔러봤자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았지만.

마검이 품은 공허가 워낙 강력해, 무신은 지금껏 태극마검과의 부딪침을 피하고 있었다.

하나.

성지한이 겁화를 사용하여 방어 태세를 갖추고.

스위치를 누를까 말까, 도발하는 지금은.

더 이상 몸을 뒤로 뺄 수 없었다.

[……검째로 뭉개주지.]

그래서, 무신의 손은 잠시 주춤하다가.

역으로 성지한을 향해 뻗어 나갔다.

손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커서.

하늘에서 어둠이 밀려오는 것 같은 무신의 손길.

하나 성지한의 마검이 정확히 중심부를 찌르자.

쩌적……!

어둠에 물든 손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균열은.

손뿐만이 아니라, 이와 연결된 팔.

더 나아가 어깨 쪽까지 거대한 빛의 선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이 무슨 힘이란 말인가……!]

검이 닿은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하건만.

무신의 어둠이, 팔 쪽에서부터 걷혀 나갔다.

-오…….

-검이 먹힌다…….

-무신 놈이 도망치던 이유가 있었네!

-흑검 위력 장난 아니네;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성지한의 반격에, 인류 시청자들이 환호하는 사이.

스스스스…….

무신의 팔 한쪽에, 어둠이 완연히 걷히며.

그의 육체가 형체를 드러냈다.

* * *

-저게 무신의 팔?

-왜 팔에 또 저렇게 눈알들이 박혀 있냐;

시청자들이 본 건, 거대한 거인의 팔.

적색 피부의 팔에는, 눈동자가 셀 수 없이 자리해 있었다.

-아니 얘도 눈알거인 과야? ㅋㅋㅋㅋ

-근데 눈이 다 죽어 있는뎁쇼;

-팔엔 왜 이렇게 낙서가 많음?

-낙서라기엔 비슷한 배열의 문자가 도배된 거 같은데.

성지한 채널을 오랫동안 시청하다 보니, 이제는 인류 시청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눈알거인.

무신의 팔은, 적의 일족의 팔과 모양새가 흡사했다.

다만, 눈동자는 빛깔을 잃고 죽어 있었으며.

문자가 빼꼭히 써 있는 게 일반적인 적의 일족과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저 문자를 읽지 못했지만.

‘17777번째 태양왕의 아들이라…….’

성지한은 저의 글자를 읽을 수 있었다.

17777번째 태양왕의 아들이라고, 빼곡하게 도배되어 있는 무신의 팔.

저 거대한 팔에 빈칸 하나 없이 새겨진 글자를 보니, 광기 어린 집착마저 느껴졌다.

‘무신 정도의 힘으로도, 없앨 수 없는 문자인가? 그럼 그가 태양왕을 경계하는 게 이해가 되는군.’

아까 분명 협공이 가능한 상태인데도, 동방삭을 황급히 파견한 것도.

태양왕과 마주쳤다가, 혹시라도 그의 명령을 따르게 될까 봐 걱정한 거겠지.

그에게 힘을 빼앗겼다간, 진짜 죽 쒀서 개 준 꼴이 되니까.

[……이걸 드러나게 하다니.]

“그러게요. 17777번째 태양왕 아드님.”

[이 문자를, 읽을 줄 아느냐?]

“읽히더라? 왕께서 아들을 사랑하나 봐? 뭔 도배를 해 놨네.”

[하……!]

성지한의 비아냥에.

쿠르르르……!

투성의 대지가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성지한에겐, 이 지진이야 상관이 없었지만.

지이이잉……!

성좌의 무구에서 일제히 검붉은빛이 뻗더니.

무신에게 집중되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500개가 훌쩍 넘었는데…….’

아까 전만 해도, 딱 500개 선을 지키던 무신.

하나 팔이 드러나고 난 이후에 분노한 그는.

성좌의 무구를 모조리 자신과 연결하고 있었다.

가공할 만한 힘이, 무신의 몸에서 소용돌이치자.

‘아니, 이러다 우주 끝까지 커지는 거 아냐…….’

성지한은 그가 힘을 더 끌어모으기 전에, 태극마검으로 상대를 공격하려 했다.

하나.

파아아앗!

그가 검을 한 번 더 찌르기도 전에.

거대한 무신의 몸이, 갑자기 어둠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

-뭐야 어디 갔어?

-무기랑 연결된 빛도 사라졌네?

-설마 튐? ㅋㅋㅋㅋ

-힘 너무 많이 흡수하다 터져 버린 거 아냐?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무신을 보고는 그의 행방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때.

‘음…….’

슈우우욱!

하늘에 떠 있던 성지한이 눈을 부릅떴다.

투성의 대지에서, 자신을 향해 집중되는 거대한 중력.

지금까지 무신의 공격을 수도 없이 막아 냈던 그였지만.

별의 중심에서 자신을 끌어당기는 힘은 이기질 못했다.

‘이게 대체……!’

그렇게 땅에 떨어져.

콰직!

몸째로, 대지에 콱 박혀 버린 성지한.

추락하여 몸이 제대로 박살 났다가, 재생된 그는.

두 눈을 껌뻑이며, 위를 바라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성좌의 무구.

그 사이에, 두 붉은빛이.

흉흉하게 번뜩이며 성지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눈처럼.

[나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냈구나. 성지한.]

“너…… 설마 무신이냐?”

하늘에 뜬 두 붉은빛을 보며 성지한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아까 무구 500개랑 연결된 거인 볼 때도 어떻게 저놈 잡나 싶었지만.

태극마검 찔러 보니, 타격은 입는 거 같아서 희망이 보였었는데…….

‘아니…… 이건 답이 안 나오는데.’

땅바닥에 처박힌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무신의 별 투성鬪星.

이 별 자체가 지금 무신과 합일되었다는 것을.

[관리자가 되기 전에, 투성과 융합을 할 줄이야…… 계획 외로다.]

쿠르르르……!

대지가 흔들리더니, 성지한의 팔과 다리가 땅에 파묻히기 시작했다.

성지한도 나름 이에 저항하려 했지만, 작정하고 별과 합세한 무신의 힘은.

지금까지와는 격이 달랐다.

밖으로 드러난 건 머리와, 태극마검뿐.

그 외의 모든 건, 대지에 결박되어 있었다.

‘무신 놈…… 처음에 조우했을 때 전력을 다하겠다더니. 전혀 전력이 아니었잖아?’

투성 그 자체가 된 무신.

이것이야말로, 상대의 전력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무신의 힘은.

아무리 성지한이라고 해도, 대항할 생각이 사그라질만큼 압도적이었다.

[너는, 절대로 곱게 죽이지 않겠다.]

투성 그 자체가 된 무신의 선포.

저놈 성격상,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정말 지독하게 나올 게 틀림없었다.

차라리 그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낫나.

성지한의 눈에 잠시 희망이 사라졌지만.

‘……아니, 어떻게든 빠져나온다.’

그는 다시금 의지를 끌어올렸다.

아무리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대로 죽어 줄 수는 없지.

태극마검을 쥐고 있는 왼손은, 상대적으로 대지의 결박에서 자유로운 편이니.

‘검을 운용하여 몸의 자유를 되찾고, 세계수 점화 장치로 상대를 뒤흔들면……!’

성지한은 땅에 파묻힌 와중에도.

어떻게든 그에게 대항할 수단을 찾으려 했다.

자신이 여기서 이렇게 죽으면, 모든 게 끝나니.

아무리 답이 없어 보여도, 억지로 비틀어서라도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 무신 놈이 투성이 됐으면 이 별째로 부숴 버리면 되지……!’

별이 됐으니 아까처럼 도망은 못 치겠네.

그렇게 성지한이 다시금 전의를 끌어올리고 있을 때.

저벅. 저벅.

그의 뒤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무신이시여.”

아소카의 목소리가, 나직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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