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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51화 (451/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51화>

[하, 나에게 내 권능으로 덤빈단 말이냐?]

황금의 탑에서, 길가메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럴 건데?”

철컥. 철컥.

사슬이 본격적으로 길가메시의 것을 휘감고, 합쳐지자.

[이놈…….]

길가메시의 음성에서,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나의 권능을, 네가 더 잘 다루지…….]

“글쎄. 나도 아직 천수강신은 잘 못 다루는데.”

평소에 천수강신 쓸 일이 거의 없던 성지한.

써먹어도, 체내에 있는 영원에서 생명력을 뽑아내는 용도로 사용했기에.

이 권능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그렇게 깊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너는 그런 나보다도 더 모르는 거 같다.”

[뭐라고…….]

“벌써 네 사슬, 나한테 다 먹혔잖아.”

휘리리릭!

암혼와류에 빨려 들어갔던 길가메시의 사슬은, 그대로 성지한의 소유가 되어.

바벨탑을 역으로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놈은 진짜 별게 없단 말이야.’

마지막 무신의 종이라는 위치가 무색하게, 쉬운 상대에 속하는 길가메시.

물론 가장 손쉽게 이긴 건 이미 해치운 롱기누스긴 했지만.

그는 동방삭이나 아소카에겐 전혀 못 미치는 건 물론이거니와.

예언자였던 피티아가 오히려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것 같았다.

태초의 인류이자, 수많은 권능을 부여받았음에도 왜 이놈은 이렇게 쉬울까.

‘아무래도 제 권능에 만족해서, 단련을 전혀 안 하는 거 같은데.’

인류의 왕으로서 군림하기엔, 지금 주어진 지배의 권능으로도 충분했을 테니.

이놈이 뭐 따로 얼마나 단련을 했겠나.

성지한은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슬을 통해.

바벨탑에서, 지배 코드를 지워 나갔다.

그러자.

황금의 탑에, 빛이 약해지고.

스스스…….

실체화되었던 탑의 윗부분은 다시 형체를 잃어 갔다.

“아니, 길가메시. 대체 뭐 하는 거지? 너 설마…… 또 배신하는 거야?”

성지한이 천수강신을 사용하고,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순식간에 탑 상층부가 사라지자.

피티아는 바벨탑 쪽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봐도, 길가메시가 자기 권능으로 이렇게 단번에 밀리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으니까.

[배, 배신 아니다! 나도 필사적으로 버티려 했거늘……!]

“필사적은 무슨. 네 권능이라며? 근데 어떻게 순식간에 장악당할 수가 있어?”

[그건 내가 더 알고 싶다!]

“젊음을 되찾고 싶지 않나 보지? 하. 그럼 그냥 대머리로 살아 계속.”

길가메시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피티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바벨탑을 지구로 보내 실체화하기 위해서, 그녀도 그간 많이 공을 들였던 만큼.

이 탑이 이렇게까지 쉽게 성지한에게 장악당할 거라곤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안에서 길가메시가 동조하니 이렇게 된 거겠지.

-왜 지들끼리 싸움??

-원래 둘이 원수긴 하잖아 ㅋㅋㅋㅋ

-성지한한테 근데 너무 쉽게 발리는데? 왜 온 거야 쟤들?

-레벨 8 성좌 따위가 어떻게 비빔? 드래곤 로드도 때려잡으심 ㅎㅎ

사슬을 역으로 꺼낸 성지한이, 탑까지 장악하고.

두 성좌가 서로 싸우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내심 안도했다.

이거 재수 없으면 바벨탑이 서울 한복판에 올라서서, 서울 사람들이 모조리 길가메시의 지배를 받나 싶었는데.

성지한의 빠른 대처로, 그 시도가 원천 봉쇄된 것이다.

-근데 이러면 서울 사람들 성지한한테 지배 받는 건가?

-오…… 그거 괜찮은데?

-ㄹㅇ 그냥 지배해 주세요 ㅋㅋㅋㅋ

-근데 성지한 성격 상 지배자 되라고 해도 안 할 거 같은데…….

-ㅇㅇ 대외 활동 거의 없잖아.

성지한이 그렇게 지배의 권능을 지닌 바벨탑을 장악해 나갔지만, 사람들은 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애초에 인류의 위에서 군림할 사람이면, 진작 했을 테니까.

오히려 인류에게 승리 벌어다 주고, 종족 진화시켜서 수명 늘려 준 성지한이 그냥 지배자하면 안 되냔 채팅이 많이 올라오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자, 다들 정신 차리시고. 바벨탑 사라질 때까지 뒤돌아 계세요. 선릉 쪽은 쳐다도 보면 안 됩니다.”

바벨탑을 장악한 성지한은, 지배의 권능으로 사람들에게 뒤돌아 있으라 명했다.

“……어.”

“와…… 씨. 대박. 나 지배당했던 거였어?”

“미쳤네, 바벨탑…….”

“빨리 끝날 때까지 뒤돌고 있자.”

“근데 배틀튜브는 봐도 되겠지…….”

그러자, 지배당했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곤 바벨탑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순식간에 인질극이 실패하자.

빵!

“아, 이 배신자가 진짜……!”

[아니라고!]

피티아가 바벨탑을 발로 찼다.

“아, 그래? 그럼 우리 성좌 길가메시께선 서른 살도 안 된 어린애한테 권능 밀린 저능아란 거야?”

[그, 그게…… 저놈은 이레귤러지 않느냐!]

“그래, 성지한이 특이한 케이스는 맞아. 하지만 네가 그 권능을 몇 년을 썼는데, 순식간에 밀려 버리는 건 말이 돼냐?”

[너랑 무신이 나의 힘을 빼앗아 가 버렸으니 그런 거다!]

“그걸 변명이라고……!”

진심으로 열이 뻗친 것 같은 피티아.

성지한은 둘의 말싸움을 잠시 바라보다.

‘일단 피티아부터 처리해야겠군.’

그녀에게 창끝을 겨누었다.

지지지직!

그러자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색 뇌전.

“읏……!”

피티아는 황급히 이를 피했지만, 팔 끝에 벼락이 스치자.

화르르륵……!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사람이었다면, 잿더미가 될 법한 화력.

하나.

‘이걸로 죽을 리가 없지.’

성지한은 그런 그녀를 향해, 재빨리 접근했다.

‘여기서 처리해야 해.’

길가메시보다, 확실히 더 성가신 건 피티아였으니.

그녀는 무조건 이 자리에서 죽여야 했다.

성지한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고, 그의 창끝이 무자비하게 불을 내뿜었다.

그러자 몇 번이고 그녀의 몸이 불타올랐지만.

“아니, 진짜…… 뭐 이렇게 세요?”

피티아는 불타는 와중에도, 신안을 반짝이면서.

어떻게든 치명적인 공격은 피하고 있었다.

‘빙검보다 저게 문제군.’

피티아가 사용하는 얼음 검은, 성지한의 불을 전혀 이겨 내지 못했지만.

미래를 읽는 신안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아예 피할 공간도 없도록 사방에 화염을 뿌리기에는, 선릉 밖이 바로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 그럴 수도 없고.

‘잽싸네.’

성지한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피티아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진짜 안 죽네. 너.”

“하, 죽을 거 같거든요? 무슨 불길이 피해도 피해도 온몸을 싹 다 불태워요?”

“그런 것치고는 잘만 버티는데.”

“무신의 총애가 없었다면 진작 재가 되었겠죠. 성좌 후보자가 무슨 레벨 8 성좌를 이렇게 몰아세워 진짜……!”

화르르륵!

그렇게 수도 없이 타오르면서도, 죽을 듯 안 죽던 피티아였지만.

번쩍!

신안이 한 번 번뜩이자,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읏…….”

신안에서 무슨 미래를 보았는지, 입술을 꾹 깨물던 피티아는.

스스스스…….

성지한의 봉황기를 피하지 않고, 얼음 검을 만들어 내었다.

‘피하지 않고 승부를 본다고?’

함정이라도 있는 건가.

성지한은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일단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빠르게 뻗어 나가는 창.

피티아의 얼음 검은 처음엔 이를 막으려는 듯, 앞에 뭉치나 싶더니.

푹!

오히려 검이 피티아의 몸을 찔렀다.

-??

-쟤 왜 자해함?

-그, 글쎄…….

피티아의 몸에, 일제히 꽂힌 얼음검.

그리고 봉황기의 창끝이 뒤이어 그녀를 꿰뚫었다.

얼음검과, 불의 창에 각기 꽂힌 피티아는.

“주인…… 님…… 제발…….”

무신을 한 차례 부르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강해진 얼음의 기운.

그것은 봉황기의 불꽃마저 잠깐이지만 억누르며.

성지한의 오른팔까지 얼려 버렸다.

레벨 8 성좌가, 스스로를 건 승부수.

하나.

‘……봉황기의 불길을 잡은 건 대단하지만, 그래 봤자 다시 불을 끌어내면 그뿐이다.’

비록 성지한의 오른손이 얼긴 했어도.

아직 스탯 적의 힘은 여유가 있었다.

또 한 번 불을 지피기만 하면 이런 속박 따윈 바로 뿌리칠 수 있었으니.

피티아가 번 시간이라곤, 겨우 4-5초 남짓일까.

‘겨우 이걸 위해, 자기 몸을 바칠 리는 없다…….’

조금 전 번뜩이던 신안으로, 자신이 꼭 찔려야 하는 미래를 보았나?

성지한이 얼른 팔을 녹이려 할 때.

[피티아. 네 노고는 잊지 않겠다.]

하늘 위에서, 방랑하는 무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 * *

바벨탑의 위쪽.

황금의 빛을 내리쬐던 공간의 틈새는 어느새 더 커져서.

어두컴컴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무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 하늘에 저거…….

-성지한 기술 아님?

어둠 속에서, 한차례 소용돌이가 돌아가더니.

검은 손이, 수십 개가 넘게 뻗어 오기 시작했다.

‘저거, 무신의 손인가…….’

성지한의 팔이 얼려져, 잠깐 못 움직이는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빠르게 잡아가려는 무신의 손.

피티아가 본 미래는, 이거였나.

‘하지만, 이 정도는 대처가 되는데.’

스으윽.

성지한은 멀쩡한 왼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암검 이클립스의 검끝이 흔들리더니.

천마신공天魔神功

일검파천一劍破天

일검이 하늘을 순식간에 찢고.

무신의 손에, 여러 갈래로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아 저번엔 손 없앴는데; 손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그땐 태극 띄워서 없앴잖아 근데 그 기술 왜 안 쓰지…….

-아, 설마 여기 선릉 한복판이라서? ㅡㅡ;; 위치 하난 짜증 나게 잡았네 쟤들.

저번과는 달리, 사라지진 않는 무신의 손.

하지만 매섭게 뻗어 오던 손의 움직임은, 잠시나마 멈춘 상태였다.

‘이 정도 시간을 벌었으면, 오른손은 뺄 수 있어.’

화르르륵……!

성지한은 오른손에 적의 기운을 집중했다.

그러자 일제히 타오르는 창과 손.

꿈틀.

강렬한 불의 기운에, 봉인되어 눈을 감고 있던 손등의 눈동자가 꿈틀거렸지만.

‘아직 봉인이 풀리긴 이른가 보군.’

적색의 손은, 아직도 계속 봉인이 유지되고 있었다.

‘피티아가 본 미래, 이러면 어긋난 건가.’

자신을 얼려서, 성지한을 잠깐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틈을 타서 무신의 손이 그를 납치하려는 게 신안의 계획이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도, 저들의 시도는 너무나도 쉽게 무위로 돌아갔다.

물론 하늘에선, 일검파천에 생채기가 나긴 했어도.

수십 개 넘는 무신의 손이 뻗어 왔지만.

‘봉황기까지 이용하면, 저 정도는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

몸이 자유로워진 이상, 무신의 손 정도야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빨리 저거 다 불태워 버리고, 틈새 공간까지 없애 버려야지.

그러려면.

‘적멸을 써야겠다.’

이클립스에 태극마검의 힘을 갈무리해서 직접 베는 것 보단.

저 공간을 향해, 적멸을 쏘아내는 게 더 나아보였다.

화르르륵……!

성지한의 오른손이 불타며.

봉황기에서, 강렬한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적색의 관리자의 권능, 적멸.

그 힘이라면, 아무리 무신의 손이 많다고 해도 충분히 저걸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관리자의 손이 봉인된 지금.

적멸을 확실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가 문제긴 했지만.

‘적멸…… 손의 도움이 없이도,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성지한은 예상보다도 더 쉽게, 관리자의 권능을 구현해 나가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에게 얻어 냈던 스탯 적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적멸의 구현은, 어째 손이 깨어 있을 때보다도 더 쉬워 보였다.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군.’

성지한이 그리 다짐하면서, 적멸을 쏘아 내려 했을 때.

번뜩!

그의 오른손등에서.

[본체.]

감겨있던 눈동자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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