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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8화 (44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8화>

[오, 머리야. 갑자기 무슨 일로 연락 준 거야? 아…… 근데 이제 내 머리가 되긴, 너무 컸나? 그래도 머리는 내 머리니까 머리라고 부를래.]

태양왕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에게 메시지를 보낸 성지한은.

‘……여전히 정신없군.’

답문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태양왕 건이 아니었다면, 굳이 접촉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하나 그 말고는 성지한의 지인 중에, 태양왕에 대해 아는 자가 없었다.

“태양왕에 관해 좀 물어보려고.”

[태양왕? 그놈은 왜? 그러고 보니 너 걔 후원 성좌로 받았었지? 뭐라 하든? 아, 이번 토너먼트에서 싸우려나? 야, 잘됐다. 나랑 합체하는 게 어때? 태양왕은 그래도 상대하기 힘들잖아.]

아니 이쪽에서 한마디 하면, 저기서 대체 몇 마디를 하는 거야.

성지한은 주르륵 떠오르는 칼레인의 메시지를 보고는 메시지창을 꺼 버리고 싶어졌다.

‘빨리 물어볼 거 물어보고 통신 종료해야겠군.’

그는 그리 생각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합체는 됐고, 태양왕 놈…… 왜 이렇게 무신에게 집착하냐?”

[태양왕이 무신에게 집착한다고?]

“그래. 방랑하는 무신의 머리가 드래곤 로드와 똑같다고 한 다음부터 무신이 있는 곳 좌표를 알려 달라고 하던데. 무신이 있는 곳을 알아내면, 토너먼트도 참가하지 않을 기세야.”

[그가 적색의 손이 상품으로 있는 토너먼트에 참가를 안 한다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머리야? 그게 말이 돼?]

“메시지 보여 줄까?”

[어어어, 도저히 못 믿겠어.]

성지한은 자신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는 칼레인에게 태양왕에게 받은 메시지를 보여 주었다.

[와 진짜네…… 근데 태양핵? 이건 뭐야?]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밖에 놓으면 태양왕이 강림하는 물건 같던데.”

[뭐? 진짜? 나 주라!]

“안 돼, 이거 다른 데 써먹어야 하거든.”

[헐. 우리의 관계가 그거밖에 안 됐어?]

“네가 뭘 생각하든, 우리 사이는 그 이하다.”

[쳇…… 그래. 막상 나도 지금 태양왕 소환해 봤자, 그에게 먼지가 될 테니까. 내 머리를 위해서 특별히 참아 줄게.]

태양왕을 죽이겠다며 그를 오랫동안 추적하던 칼레인이었지만, 그래도 막상 정면 승부는 힘든가 보군.

성지한이 생각보다 쉽게 태양핵을 포기하는 칼레인을 보며 그리 생각할 때.

[무신과 태양왕…… 머리가 드래곤 로드랑 똑같은 걸 알고 나서 무신을 찾으려 했다라…… 음. 잠시만. 잠가 둔 기억 하나만 열람하고 온다.]

“잠가 둬?”

[어. 기억을 다 해방하면, 태양왕에게 복종하게 되거든. 노예의 각인에 빛이 들어와서 말이지.]

칼레인은 그리 말하며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노예의 각인이라…….’

성지한은 칼레인이 예전에 보여 주었던 각인을 떠올렸다.

원래의 해골 머리가 아니라, 반신족의 형태일 때.

눈 밑에서 턱까지 쓰여 있던 글자들.

[이것은 태양왕의 물건.]

[그분만이 소유할 수 있다.]

[탐하는 자, 삼족을 멸하리.]

낙인은 그저 흔적인 줄만 알았는데.

기억을 열람하면, 거기에 빛이 들어오는 건가.

‘8레벨 성좌가 된 칼레인도 저럴 정도면, 태양왕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네.’

같은 대성좌인 드래곤 로드는 스탯 적에 완전히 카운터 당해서, 그가 대성좌 본연의 힘으로 덤벼도 할 만한 것 같은데.

태양왕은 아직 제대로 붙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평가를 내리기가 애매했다.

‘관리자의 애완동물보다는 제자가 더 세려나.’

성지한이 그렇게 두 대성좌를 비교해 보고 있을 때.

[야, 대박. 나 봤었어. 그 머리!]

기억을 읽은 건지, 칼레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 * *

“어디서 봤어? 머리.”

[흐흐, 맨입으로 알려 주긴 너무 큰 건인데 이거? 이 기억 찾느라 봉인된 낙인 20퍼센트가 지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고~]

“……뭘 원하는데.”

그냥 알려 줄 리가 없나.

성지한은 칼레인의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반문했다.

또 머리 하라고 그러려나.

하지만.

[나한테도 투성 위치 알게 되면 알려 줘.]

“투성을?”

막상 그가 원하는 건, 성지한 입장에선 별로 큰 게 아니었다.

[어, 태양왕이 만약 거길 쳐들어가면, 그 뒤를 노리려고.]

“거기 괴물들 많이 산다.”

[히히, 머리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괜찮아. 나 언데드잖아. 뒤져도 죽질 않는다고.]

“하긴 그건 그렇군. 위치 알게 되면 바로 알려 주지.”

성지한이 선선히 제안을 수락하자.

칼레인은 본격적으로 말을 꺼냈다.

[좋아. 그럼 내가 기억 속에서 뭘 봤냐면…… 무신이 드래곤 로드의, 뱀 머리를 지녔다고 했잖아?]

“어.”

[그거, 나 봤어. 내가 태양왕의 노예 시절, 그의 조수로 일할 때. 그 드래곤 로드의 육체를 키웠거든.]

“드래곤 로드의 육체를 키웠다고?”

[그래. 태양왕이 어디서 구했는지 드래곤 로드의 신체 조직 일부를 떼다가, 그걸로 드래곤 로드 육체 만들어 내라고 하더라고.]

“……신체 일부로 그게 가능하냐?”

[원래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수많은 실패 끝에…… 육체 전반은 다 구현하지 못했지만, 핵심인 용의 머리는 구현해 냈지.]

이놈들, 뭔 실험을 하고 다닌 거야.

성지한은 황당하다는 눈으로 칼레인의 메시지를 보았지만.

[그리고 태양왕은 그 만들어진 머리를 가지고, 자기 아들한테 머리를 이식했어.]

“……뭐? 아들?”

그 후 이어진 메시지에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무신이 태양왕의 아들이라고??”

[뭐, 아들이라고 해도 태양왕에게는 그냥 갈아탈 파츠에 불과하지만.]

“갈아탈 파츠라니…….”

[태양왕은 자기 아들한테 계속 몸을 갈아타면서 강해졌거든.]

아들 몸을 태양왕 자신이 차지한다는 건가?

[내 기억에선, 드래곤 로드의 머리 이식이 실패했어. 머리를 심긴 심었는데 17777번째 아들이 죽어 버렸지. 그래서 얘, 폐기처분 됐거든?]

“……뭐냐 그 숫자는.”

[17777? 넘버링에 7이 4번이나 들어가서 기억이 생생했지.]

“아니, 애초에 아들 숫자가 뭐 그리 많아?”

[태양왕은 아들 중 하나로 몸을 갈아탔다고 했잖아? 가장 성능 좋은 육체로 갈아타려면 자식을 많이 봐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각양각색의 종족에게서 자식을 보려고 별짓 다 했어.]

하여간 배틀넷 세계에는 정상이 별로 없군그래.

성지한이 태양왕의 행각에 조금 질려 있을 즈음.

[어쨌든, 17777번째 아들이 죽을 때 태양왕이 ‘이렇게 강력한 육체를 버려야 하다니 아쉽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근데 그놈이 살아서 무신이 되었나 봐?]

“한데 그놈이 진짜 무신일까? 나중에도 드래곤 로드 머리 또 심었을 수 있잖아?”

[글쎄다? 그때 뱀 머리 구현한 것도 겨우겨우 성공한 거라…… 그리고 내가 나중에 노예 각인 약해졌을 때, 세뇌 풀고 실험실 폭발시켜 버렸거든. 그때 드래곤 로드 세포 조직도 같이 사라졌을걸? 낄낄낄.]

노예 생활 마지막에 뒤통수를 세게 갈겼군.

성지한은 즐거워하는 칼레인의 메시지를 보다가 반문했다.

“그럼 태양왕이 무신을 찾는 이유도, 설마 몸을 갈아타려고 그런 거냐?”

[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한데 무신도 상당히 강력한데, 태양왕이 간다고 될까?”

[글쎄. 태양왕 입장에선, 가능성 있다고 보는 거겠지? 그는 자기 아들들한테는 내 노예 낙인보다도 훨씬 강력한 금제를 걸어 놓으니까. 관리자가 아닌 이상에야 그 금제에 벗어나긴 힘들 거 같은데.]

“흠…….”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태양왕이 왜 그렇게 무신을 찾으려고 혈안인지는, 칼레인 덕에 대강 알겠는데.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의문은 있었다.

“그래도 무신의 육체로 갈아타는 게, 적색의 관리자 손보다 중요한가? 토너먼트까지 포기하려 들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네.”

[음…… 태양왕이 17777번째 아들 죽었을 때 아주 아까워하긴 했어. 근데 손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래…….”

이럼 무신을 견제하기 위해, 태양핵을 투성에 던져 놨다가.

태양왕의 의도대로 일이 풀려서, 그와 무신이 결합된 괴물이 탄생하는 거 아닌가?

‘무신도 바보가 아니니 대비를 했겠다만.’

그 신중한 작자가 태양왕 리스크에 대해 손 놓고 있진 않았겠지.

거기에 무신에겐 동방삭이라는 칼이 있으니, 태양왕 상대론 아마 동방삭을 보낼 거다.

‘그래도 변수가 많으니, 투성에 태양핵 투하는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겠네.’

성지한이 그렇게 태양핵의 사용 여부에 대해 하나하나 따져 보고 있을 때.

칼레인이 작별 인사를 보냈다.

[그럼 난 일단 20퍼센트의 낙인 다시 봉인하러 간다. 나중에 투성 위치 알게 되면 알려 줘~]

“아, 근데 거기의 좌표 보는 법 아나?”

[행성 좌표? BPS 쓰면 나올걸?]

“BPS는 뭐야. GPS 같은 거냐?”

[GPS? 그게 뭔데? 아, 근데 투성은 일반 BPS로는 못 찾겠다. 무신이 위치를 은닉하려 들 테니. 음…… 좋아. 내가 아이템 준비해 볼게.]

“그래.”

성지한은 그렇게 칼레인과의 통신을 끝냈다.

‘이번 통신…… 나한텐 일방적으로 얻어가는 거래였군.’

태양왕과 무신의 관계에 대한 정보도 받고, 투성의 좌표 파악하는 아이템까지 받기로 했으니까.

물론, 칼레인이 알려 준 정보처럼 무신이 태양왕의 17777번째 아들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았지만.

태양왕이 무신에게 그토록 관심을 보이며 추격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투성의 위치는…… 어떻게 알지?’

알려 주겠다고 이야기는 해 놓았다만.

막상 성지한 자신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길가메시는 이미 저쪽에 잡혀 버렸으니 알려 줄 리가 없고.

‘아소카에게 연락이라도 닿으면 좀 알려 달라고 할 텐데…… 그와는 소통창구가 없군.’

일단은, 저쪽에서 근신이 풀리기 전까진 상황을 좀 봐야 하나.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그간 얻은 정보를 정리했다.

* * *

한편, 투성에서는.

“주인님,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그래.]

바벨탑을 지구로 소환할 준비가 끝나 가고 있었다.

[길가메시, 성지한에게 연락하라. 이제 곧 탑이 소환될 거라고.]

“……알았다.”

이미 다 들켜서, 이제는 대놓고 핸드폰을 꺼내는 길가메시.

그가 메시지를 작성하는 걸 보면서, 무신의 두 눈이 붉은빛을 내뿜었다.

‘다시는 모험을 하지 않으려 했건만…….’

시스템의 근신 처분을 무시하고, 지구에 바벨탑을 소환한다.

이것은 무신에게, 크나큰 모험 수였다.

이렇게 리스크를 지고 감행하는 도박은, 무한회귀에 들어가면서, 다신 하지 않으리라고 마음먹었건만.

변수가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하찮은 인간 한 놈 때문에 일이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다.’

무신의 눈이 위를 향했다.

성좌의 무구가 별처럼 떠올라 있는 투성의 하늘을 넘어.

저 멀리에, 찬란히 빛을 발하고 있는 태양이 보였다.

‘그래…… 저기서 벗어났던 때처럼.’

태양을 지켜보던 그는 어느덧 먼 옛날.

자신이 ‘생성’되었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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