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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5화 (44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5화>

‘알트카이젠…… 저번에 풀어 주었을 땐, 나에게 용언으로 맹세했지.’

용족 감독, 알트카이젠.

그는 성지한과 예전에 스페이스 리그에서 엮었던 플레이어였다.

-용언으로 맹세하지. 날 풀어 주면, 우리 행성의 용족은, 스페이스 리그에서 너희 인류에게 언제나 양보하겠다. 그래…… 세계수 엘프를 상대할 때처럼.

과거 드래곤 로드가 줬던, 알트카이젠의 드래곤 하트.

그걸 10퍼센트 남겨 그의 행성에 던져 주는 대가로, 알트카이젠은 인류에게 언제나 승리를 양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약속이 안 지켜질 거라 봐야겠지.’

용언의 구속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드래곤 로드와 용족이 치졸하게 나오는 걸 생각해 보면, 알트카이젠의 맹세도 안 지켜질 확률이 높았다.

성지한이 그렇게 별 기대 없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나는 성지한과 약속했다. 나를 살려 주는 대신, 우리 행성의 용족은 인류에게 승리를 양보하기로.]

“오…….”

용족 감독으로 출전한 레드 드래곤 알트카이젠은, 순순히 자신의 맹세를 지키려 하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래?”

“드래곤이 약속을 지켜…….”

요 근래 성지한 채널에서 깽판 치던 드래곤 때문에, 이미 인류에게 이미지가 엘프급으로 떨어진 용족.

그중 하나인 알트카이젠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나오자, 사람들은 놀랍단 반응을 보였다.

=엇, 이게 무슨 말인가요?!

=성지한 플레이어와 용족 대표 사이에, 예전에 약속이 오갔었나 봅니다!

=인류에게 승리를 양보한다니…… 그럼 져 준다고 보면 될까요?

=성지한 선수가 밴을 당하면, 사실 용족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았죠!

드래곤 로드의 추태로, 근래 평가가 급격히 하락한 용족이었지만.

사실 종족의 스펙 자체는 압도적으로 강했다.

아무리 종족 등급이 한 단계 오른 인류라 할지라도.

성지한이 밴당하면, 드래곤을 상대로 절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상대가 저렇게 나오니,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진들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용족이 맹세를 지킨다면, 이번 게임도 저희가 수월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지한 선수, 이런 건 숨기지 말고 미리 어필을 하셔야 하는데 말이죠!

=에이, 배틀넷에 참여한 종족들이 어떻게 뒤통수 칠 줄 알구요. 이렇게 약속을 이행하는 케이스야말로 오히려 드물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건 그렇군요!

긴장 풀린 해설자들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상대 팀의 카드 뽑기가 시작되었다.

[밴 카드는, 약속에 의거해 뽑지 않겠다.]

[성지한 선수를 밴하지 않겠다고…….]

[그렇다. 이게 확실한, 용언의 증거겠지.]

성지한을 밴하지 않으면, 필패한다.

이건 이미 인류가 속한 스페이스 리그에서는 상식이나 다름없었다.

성지한은 레벨 9 성좌도 가볍게 깔아뭉개는 괴물 같은 플레이어였으니까.

그를 밴하지 않으면, 게임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알트카이젠이 밴 카드를 뽑지 않는 건, 확실히 용언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없었다.

“오…… 드래곤 로드보다 참된 용족이 있었네.”

“그러니까. 로드는 진짜 추하던데.”

성지한 채널에서 최근 추태를 부린 드래곤 로드와 대조되는 알트카이젠의 행보에.

선수 대기실에서는, 그를 호평하는 여론이 잠깐 일었다.

하지만.

[다만, 경기 시작 전에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만.]

[궁금한 거?]

그런 평가도 잠시.

지이이잉…….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몸 주변에 문자가 떠오르며.

[지구의 행성 좌표를 말하라.]

알트카이젠의 본론이 드러났다.

* * *

=엇 이건…….

=설마 용언입니까?

=감독실에서 힘을 사용하다니! 이건 룰 위반일 텐데요?

문자가 떠오른 후, 데이비스에게 명령하는 알트카이젠을 보며 해설자들은 경악했다.

감독실은 원래 공정한 카드 뽑기를 위해, 서로에게 개입할 수 없는 게 원칙이었다.

그래서 데이비스 감독처럼 현역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도, 감독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인데.

알트카이젠은 이 룰을, 완벽하게 어겼다.

그러자.

[플레이어 ‘알트카이젠’이 감독실에서 추방됩니다.]

[이번 게임에서, ‘붉은 머리의 용족’의 셀렉트, 밴 카드를 완전히 박탈합니다.]

쩌저적……!

거대한 용의 육체가 순식간에 갈라져 사라지며.

용족의 카드 뽑기 기회는 완전히 박탈당했다.

이는 확실히, 스페이스 리그 매치업에서 치명적인 페널티였지만.

[지구의 행성 좌표는…….]

용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건지.

데이비스는 흐리멍텅한 눈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뭐야 이 새끼들 ㅡㅡ; 애초에 목적이 이거였어?

-와 진짜 개 쪼잔해 성지한 님 못 이기니까 지구 위치 알아내려는 거잖아…….

-이 게임 포기하더라도 지구 위치 알아내겠다는 건가 아 데이비스 입 못 막아?

-아니, 알트카이젠 추방만 하는 게 아니라 용언도 풀어 줘야 할 거 아냐!!

-이거 알려지면 큰일인데…… 성지한 님 손 노리고 전 우주에서 쳐들어오는 거 아님?

사람들은 데이비스가 입을 움직이자, 지구의 위치가 드러날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나도 모른다.]

데이비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엥?

=모, 모릅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데이비스의 입을 막아야 한다며 샤우팅을 하던 해설자들은 벙 찐 목소리로 말했다.

=아, 생각해 보면…….

=행성 좌표, 이게 대체 뭡니까? 천문학자들은 알까요?

=글쎄요. 알트카이젠이 물어본 건, 아마 배틀넷 상의 좌표일 거 같은데…….

=그런 정보는 아직 공개가 안 되었죠?

알트카이젠이 페널티를 감수해 가며 물어본 행성 좌표.

하나 그의 시도는, 데이비스의 무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ㅋㅋㅋㅋ 뭐야 식겁했네.

-감독이 무식해서 살았닼ㅋㅋㅋㅋㅋ

-에이, 근데 데이비스 무식하다고 하긴 그렇지. 행성 좌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됨?

-그러게 지구 좌표가 뭐여 ㅋㅋㅋㅋ 어디 뜨냐 그런 거.

-이거 이러다 행성 좌표 검색어 1위 찍겠네;

-이미 찍음 ㅋㅋ

데이비스의 대답에 사람들이 한숨을 돌리는 동안.

“와…… 감독님 나이스네.”

“행성 좌표는 근데 진짜 어디서 알 수 있는 거야?”

“시스템창 좀 뒤져 봐야 하나?”

선수 대기실의 선수들도 행성 좌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

“알아보지 마십시오. 인게임에서 저놈들이 용언을 또 쓸 수도 있으니.”

“아, 네.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경고에, 다들 행성 좌표 알아보는 걸 멈추었다.

“그리고. 만약 인게임에서 용언이 발동할 경우.”

스으윽.

성지한은 좌중의 플레이어들을 돌아보았다.

“상황에 따라, 제가 여러분들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미리 사과드리죠.”

“예, 예……!”

“얼마든지 죽여 주세요!”

성지한의 말에, 인류 대표팀 선수들이 바로 납득하고 있을 때.

[……어? 뭐, 뭐였지.]

감독실에서, 데이비스 감독이 용언에서 풀려나 정신을 차렸다.

* * *

=1경기 시작합니다!

=감독실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데이비스 감독의 적절한 대처로 맵도 저희가 원하는 걸 가져왔네요!

=1경기 맵은 사우스게이트입니다!

사우스게이트.

이 맵은 인류 대표팀에게 가장 익숙해서, 셀렉트 카드로 가장 애용하는 곳이었다.

[종족 보정을 받습니다.]

[용족 1개체당, 5명의 플레이어가 등가로 소환됩니다.]

총 100명의 플레이어가 소환되자, 떠오르는 메시지.

플레이어들은 이를 보고는 아쉬워했다.

“저번엔 1개체 당 10명이었는데…….”

“종족이 진화해서 그런가?”

“그럼 용 20마리를 상대해야겠네.”

“그래도 참. 갑자기 종족 보정 효과가 반절로 팍 깎이다니…….”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오르고, 교환비가 안 좋아진 인류.

진화가 이럴 땐 안 좋게 작용한다고 사람들이 체감하고 있을 때.

=저희가 공격이군요!

=드래곤, 사우스게이트를 수호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일제히 날아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총 20입니다! 누가 공격이고 누가 수비인지 모르겠군요!

휭! 휭!

하늘을 메워 가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

그들은 하나같이 붉은 비늘을 지니고 있었다.

[인류여. 너희는 무지해도 너무나 무지하구나.]

[너희의 지배자가, 사는 곳의 위치조차 알지 못하게 억압했단 말이냐?]

[독재자의 압제가, 극에 달했어!]

드래곤은 대표팀의 진형을 향해 날아오면서, 각자 크게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 하나같이, 사는 곳 위치도 안 알려 줬다고 인류의 지배자를 성토하는 내용이었다.

“……독재라니. 설마 삼촌한테 이야기하는 건가?”

“그런가 본데.”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행성 좌표 모르는 게, 독재자의 횡포인 것처럼 말하다니.

“와, 삼촌이 진짜 지배라도 했음 억울하지라도 않지…… 쟤들은 진짜 왜 저런대? 채팅창에서도 그렇고, 뭔 헛소리만 맨날 도배해 대.”

“뭐, 배틀튜브에선 1억 GP씩 주기라도 하니, 개소리도 기쁘게 듣고 있다만.”

“하긴, 저건 돈도 안 주잖아?”

“응. 그러니 들을 필요가 없어.”

스스스…….

성지한의 왼팔에, 이클립스가 피어오르고.

저벅. 저벅.

그는 발걸음을 옮겨, 인류 대표팀의 선봉에 섰다.

“또 용언을 쓸 수도 있으니, 경기 빨리 끝내겠습니다.”

“네!”

스으윽.

성지한의 검 끝이 하늘을 향할 때.

[인류여. 행성 좌표는, 시스템 창에서…….]

드래곤들은 친절하게 행성 좌표 보는 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저렇게 해서 좌표를 알게 되면, 용언으로 또 이를 캐내려 하겠지.

‘세계수 엘프랑은 또 다른 타입으로 귀찮게 하네.’

빨리 처리해야겠어.

이클립스에서, 공허가 매섭게 피어오르고.

천마신공天魔神功

일검파천一劍破天

검이 하늘을 한 번 베었다.

그러자, 일순간,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

[앱솔루트 배리어!]

드래곤 무리는 황급히 최고 등급의 방어 마법을 사용했지만.

스스스스…….

보호막이 쳐지기도 전에, 그들의 몸은 공허에 녹아내리고 있었다.

겉으로는 하늘을 지배할 것 같던 20마리의 드래곤은.

일검조차 이겨 내지 못하고, 모두 뼈 한 조각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갔다.

=역시 성지한 선수……! 드래곤 로드도 물리쳤는데, 이 정도야 가뿐하죠!

=그래도 일검에 사라질 줄이야…… 이 선수는 정말, 볼 때마다 압도적으로 강해집니다!

=성지한 선수가 인류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다른 종족에서 이런 선수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지금 스페이스 리그에서, 저희 빼고 다 그 생각 하고 있을 겁니다!

성지한의 일검이 불러온 결과에, 해설자들이 목청을 높일 즈음.

[1경기가 종료됩니다.]

[인류 측이 승리합니다.]

[1경기 MVP로, ‘성지한’이 선정됩니다.]

1경기가, 순식간에 끝났다.

* * *

-성지한 밴 풀리니까, 진짜 순식간이네.

-아직 치킨 안 왔다구요…… ㅠㅠ

-스페이스 리그 경기 때 배달을 시키다니 노매너네 ㅋㅋㅋㅋ 미리 픽업했어야지.

-근데 진짜 30분도 안 돼서 시리즈 종료할 거 같음.

-30분이 뭐야 밴 셀렉트도 안 하니 10분 컷 될 거 같은데?

스페이스 리그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붉은 머리의 용족과 치르는 경기.

시청자들은 이번 게임이 나름 빅매치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뚜껑을 까 보니,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성지한이 밴을 당하지 않고.

용족이 인류를 용언으로 휘두르려 하는 순간부터.

게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나고 있었다.

그다음 시작된 2경기에서도.

[인류여……!]

드래곤은 어떻게든 인류에게 좌표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너흰 그냥 입을 열지 마.”

성지한은, 그런 드래곤 무리를 단칼에 쓸어버렸다.

더 나아가, 3경기가 되어서는.

“쟤들 오기 전에 제가 먼저 가죠.”

슉!

드래곤이 날아오기도 전에, 성지한이 용들을 때려잡으러 날아갔다.

=용족과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

=3경기까지 순식간에 종료됩니다!

=성지한 선수. 드래곤 상대로 인정사정이 없었습니다!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려고 했는데, 당연히 그래야죠!

밴 풀린 성지한이 얼마나 괴물인지를 보여 주며, 순식간에 끝나버린 스페이스 리그 게임.

인류는 3:0으로 가볍게 붉은 머리의 용족을 압살하며, 리그 1위로 올라섰다.

한편.

“드래곤 진짜…… 좌표 좌표 하는데 징글징글하더라. 알아내면 바로 쳐들어올 기세던데.”

“어, 집요하더라.”

게임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과 윤세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대여.”

스스스…….

거실의 바닥에서, 그림자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족에게서, 나한테도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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