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444화 (44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4화>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를 꺾었던, 저번 토너먼트.

성지한은 그 후 길가메시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별로 체감하지 못했지만.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까지 그렇게 짓밟았으면서…….

-누가 도전하려고 하겠어요?

-9레벨까지는 참가 신청 안 할 듯;

현재 이 건은, 배틀튜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 9레벨 성좌와는 격이 달랐지.

-ㅇㅇ 용족 성좌들에게 다른 참가자들 죄다 짓밟혔잖아.

-근데 그걸 성지한이 가볍게 찍어 눌렀으니…….

-솔직히 말해 봐요. 당신 관리자죠?

-진짜 적색의 관리자 아님?

-그러게 적의 권능도 자유롭게 쓰잖아.

9레벨 성좌들을 집어삼키면서 성장했던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는,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강했다.

스페이스 아레나와 용족이 결탁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성지한이 최종전에서 보여 준 모습은 그런 로드의 아바타를 완전히 압도했고.

더 나아가 적색의 손이 봉인되었음에도, 적의 권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화염의 주인이 누군지를 보여 주었다.

-이러면 드래곤 로드가 대성좌 상태로 붙어도 힘들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음 ㅇㅇ 불과 용언이 다 막혔으니까.

-그래도 대마법으로 싸울 땐 나름 선전하던데…….

-그것도 결국 성지한이 이겼잖음.

-놀라운 게 뭔지 앎? 성지한 아직도 성좌가 아니라는 거임…… 아직 성장할 구석이 더 남아 있어;

외계인에게 배틀튜브를 처음 공개할 때만 해도, 많은 시청자들이 성지한 패배에 돈을 걸곤 했는데.

성지한이 근래 보여 준 성적표가 워낙 독보적이라, 인류라는 종족에 묶여 있음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반전된 상태였다.

‘이거 분위기가, 9레벨 성좌는 참여하지 않을 거 같은데.’

드래곤 로드도 패배한 마당에, 용족한테도 밀린 9레벨 성좌들이 과연 전투에 참여하겠나.

물론, 동방삭은 이거랑 관계없이 참여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야 이 토너먼트를 개최한 의미가 없지.’

적색의 손을 상품으로 두고 토너먼트를 연 이유는, 어디까지나 대성좌를 제압하고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다.

그 외의 부수적인 효과로, 인류의 종족 보너스도 받긴 했지만.

‘9레벨 성좌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면 그 보너스도 축소되겠지…….’

정말 재수 없으면, 토너먼트가 아니라 그 동방삭이랑 1:1 구도만 만들어질지도 몰랐다.

굳이 그런 상황을 만들 필욘 없겠지.

“아무래도 분위기가 9레벨 성좌 분들도 토너먼트 참여하지 않을 거 같네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챌린저 5를 확정 짓고 나서 토너먼트를 열어야겠습니다. 대성좌들은 참가하시겠죠.”

현 레벨은 635.

챌린저 5에 도달할 수 있는 640까지는 아무래도 5레벨만 올리면 되는지라, 사실 굳이 일정을 뒤로 안 미뤄도 되었지만.

성지한은 확실하게 대성좌와 맞붙기 위해, 챌린저 5가 된 후 토너먼트를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하긴 챌린저 6 상태에서 토너먼트 열었다간 손님 없을 듯;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드래곤 로드를 무자비하게 패래요?

-근데 챌린저 5 됐는데도 대성좌들 참여 안 하는 거 아님?

-에이 대성좌 무시해요? 설마 본신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안 올까.

아무리 성지한이 드래곤 로드의 아바타를 쉽게 이겼다고 해도.

대성좌들이 본신으로 참가할 수 있다면, 당연히 게임에 참여하겠지.

성지한은 물론,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그리 생각했지만.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나는 스페이스 아레나에 참전하지 않겠다. 경기장 맵은, 조작되었다.]

이들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메시지가 후원창에 떠올랐다.

* * *

“……맵 조작?”

성지한은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후원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잘못 봤나 해서 눈을 깜빡여 봐도, 분명 이번에 온 메시지는 대성좌 드래곤 로드의 것이 맞았다.

-뭐야…… 드래곤 로드 토너먼트 보이콧 한 거임? ㄷㄷ

-설마 저번에 진 게 실력으로 밀린 게 아니라 아레나 때문이라는 거야?

-와 맵 타령은 좀…….

-사칭 아니야? 드래곤 로드가 진짜 이걸 보냈다고?

-사칭을 누가 1억 GP 쏘면서 하냐;

대성좌가 아레나를 탓하면서 다음 토너먼트를 보이콧하다니.

시청자들이 상상조차 못 한 메시지에 당황하고 있을 때.

성지한은 설마 하며 물었다.

“혹시 우리 드래곤 로드께서 저번 패배로 겁먹으셨나? 대성좌가 성좌 후보자한테 형편없이 깨져 버려서?”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나의 권능이 통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공허가 아레나의 맵을 운용해서 그렇다. 토너먼트를 주최한 너와 아레나의 주인이 최종전 맵에 조작을 가했겠지.]

1억 GP씩 꼬박꼬박 후원하면서, 메시지 보내는 건 추하기 그지없네.

성지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반문했다.

“애초에 조작은 네가 했지. 256강에서 드래곤 128마리를 들이민 게 말이 되냐? 너야말로 아레나의 주인이랑 무슨 작당을 한 거냐?”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그것은 공허 측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들인 참가 권리다. 너처럼 맵을 조작한 플레이어와는 궤가 다르다.]

자기가 용족 성좌 128마리 넣은 건 정당하고, 최종전에서 패배한 건 조작이라고?

-와 이건 좀…….

-드래곤 로드가 이렇게 추했나; 용족을 부흥시킨 위대한 지배자 이미지였는데…….

-근데 혹시 진짜로 맵 조작 아닐까? 솔직히 성좌 후보자가 대성좌 아바타 이기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아레나에서 뭐 하러 조작하겠어?

-아레나의 공정성을 믿기엔, 걔들도 이미 128명 용족 성좌 참가시켜 줬음.

많은 시청자들은 드래곤 로드의 메시지를 보고 그를 비판했지만.

일부에서는 진짜 조작 아니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저번 전투 결과가 믿기지 않긴 했으니까.

‘이놈은 안 오겠네.’

성지한은 구질구질하게 구는 드래곤 로드를 깔끔하게 포기했다.

대성좌가 뭐 이놈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참가할 애들이야 더 있겠지.

“그래. 넌 참가하지 마라. 어차피 참가해 봤자 질 게 뻔한데, 자존심이라도 지켜라.”

성지한은 그러며 저리 가라고 손짓을 휙휙 날렸지만.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이 토너먼트에 관심을 보이는 대성좌들에게 경고한다. 너희들은 정말 이번 결과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나의 아바타는 원래 본신의 힘 50퍼센트를 끌어낼 수 있는 성능이었다.]

드래곤 로드는 참가 보이콧에서 더 나아가, 다른 대성좌들에게도 참여하지 말라고 어깃장을 놓았다.

“……그게 50퍼센트였다고? 약하네, 너.”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내가 약하다고? 조작된 맵에서 이겨 놓고는 황당하구나. 네가 정말 그렇게 강하다면, 네 스스로를 나에게 특별 진상해라. 그럼 내 본체로 싸워 주지.]

거기서 더 나아가.

원래는 손을 잘라서 보내는 방법이었던 ‘특별 진상’을.

드래곤 로드는 성지한 자신에게 셀프로 쓰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럼 결국 성지한이 드래곤 로드 레어로 가는 거 아님?

-자기 홈그라운드에서 성좌 후보자 부르겠다는 건가 대성좌가;

-그래도 저번 경기 때, 드래곤 로드의 힘이 50퍼센트나 됐던 건 믿기지가 않네. 그 힘을 지니고도 그렇게 쉽게 졌다고…….

-맵 조작은 맞긴 맞나 봄.

-뭔 조작…… 아무리 봐도 용족들이 채팅창에 좀 들어온 거 같은데 이거 ㅋㅋㅋㅋㅋ

-ㄹㅇ 조작설 퍼뜨리려는 거 같음.

그리고 드래곤 로드가 본신의 힘 50퍼센트를 거론한 이후부터, 난리가 난 채팅창.

맵 조작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서로 다투는 채팅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 저렇게 나오는 걸 보니, 날 이기긴 어렵다고 판단했나 보군.’

적의 권능이랑 상성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던 드래곤 로드.

그와 전투할 때, 성지한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버프를 다 쓰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50퍼센트의 힘을 지닌 아바타를 제압했으니.

진짜 드래곤 로드와 맞붙어도, 성좌 모드를 켜고 공허를 본격적으로 운용하면 싸울 만하겠지.

드래곤 로드도 어느 정도 계산을 해 보곤, 사이즈가 안 나오니 저렇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저번 경기에서 좀 힘겹게 이겨 줬어야 했나.’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약했단 말이지.

스탯 적이 강해지니, 이런 문제가 생기네.

성지한은 드래곤 로드는 일단 포기하기로 했다.

굳이 그를 잡고 싶다면, 특별 진상을 통해 저쪽으로 가 싸우면 되긴 했지만.

‘갔다가 이겨도, 귀환 방법이 문제야.’

드래곤 로드의 레어가 우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대성좌는 하나만 잡으면 되니까.

토너먼트에서, 대성좌 하나는 나오겠지.

“보시다시피, 드래곤 로드는 싸우지도 않고 패배를 인정했네요. 아무래도 저번 전투에서 너무 밀려서 겁을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분들과 토너먼트를 진행하죠.”

성지한은 그리 말하며, 슬슬 배틀튜브를 끄려고 했다.

하나, 그가 떠나기 직전.

[드래곤 로드가 1억 GP를 후원했습니다.]

[특별 진상에 대해선 회피하는군. 조작된 맵이 아닌 곳에선 나와 싸울 용기가 없는가 보구나. 그럼…… 용기가 생기도록 해 주지.]

드래곤 로드는 마지막까지 1억 GP를 쏘면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날렸다.

‘……뭔 짓을 하려고?’

성지한은 메시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 꽤 귀찮아질 거 같았다.

* * *

4일 후.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스페이스 리그 경기…… 이제 시작합니다!

=상대 종족은, ‘붉은 머리의 용족’입니다. 저번에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죠!

인류의 스페이스 리그 정규 경기가 열렸다.

“용족이랑 또 만났네.”

“아직 안 만난 종족도 있는데, 저번 상대랑 또 싸우다니…… 일정이 어떻게 짜여진 건지 모르겠어.”

세계수 엘프 때도 그러더니.

용족도 뭐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나.

플레이어들이 경기 일정이 왜 이렇게 짜였는지 의아해할 때.

“삼촌. 오늘, 드래곤들이 뭔 짓 할 거 같지 않아?”

윤세아는 심각한 얼굴로, 성지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갑자기 왜?”

“왜긴, 요 며칠 삼촌 채널에서 드래곤들이 깽판 치고 있었잖아. 엘프가 조용해지니 이젠 드래곤들이 참…….”

드래곤 로드가 맵 조작설을 퍼뜨린 이후.

성지한이 게임을 매칭해서 배틀튜브를 킬 때마다, 드래곤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후원 메시지창을 도배하곤 했다.

[성지한은 아레나와의 유착 관계를 해명하라.]

[조작된 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토너먼트는 조작되었다!]

이런 메세지를 도배하며, 조작설을 퍼뜨리는 용족.

드래곤 로드의 패배를, 조작설로 덮으려는 용족의 시도는 어느 정도는 성공해서.

배틀튜브에서는 며칠 사이에서 성지한-아레나 유착설을 다룬 영상이 상당히 많이 업로드되고 있었다.

당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짜증 날 법했지만.

“덕분에 재산 많이 증식했어.”

정작 당사자는 태연했다.

“드래곤들 돈 많더라.”

“아…… 삼촌한테 후원 보내려면, 이제 1억 GP 내야 하지?”

“어. 그 돈 내면서까지 조작설 퍼뜨리겠다면, 받아 주지 뭐.”

용족이 후원 메시지창을 도배하자, 성지한은 최소 1억 GP를 내야 후원을 보낼 수 있도록 가격을 높게 설정했다.

이는 사실상 후원 메시지 보내지 말라는 가격이었지만.

그럼에도 용족의 메세지는 살짝 줄어들 뿐 도배는 멈추지 않아서.

안 그래도 많던 성지한의 GP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이 넘치는 GP도 쓸 곳을 어떻게든 찾아봐야겠는데…….’

이 GP로 능력치 올릴 방법은 없나?

성지한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재산을 보며 그런 행복한 고민에 잠길 즈음.

=양 팀 감독, 감독실로 들어섭니다.

=1경기 밴, 셀렉트.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인류 감독, 데이비스와.

‘붉은 머리의 용족’ 감독, 알트카이젠이 감독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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