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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2화 (44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2화>

화르르륵……!

창에 꿰뚫린 드래곤 로드의 머리에, 백염이 치솟자.

그의 길쭉한 세로형 동공이, 마구 꿈틀거렸다.

[어떻게 나의 용언을…… 이겨 냈단 말이냐?]

“용언이라고 해 봤자, 지배 코드보다 떨어지던데.”

성지한은 조금 전, 드래곤 로드가 용언을 썼을 때를 떠올렸다.

허물을 하나 벗는 대가를 치렀던, 로드의 용언.

9레벨 드래곤 성좌의 시체가 땅에 떨어지자.

허공에는, 지배 코드와 흡사한 글자가 투명하게 새겨졌었다.

‘언뜻 봐도 그건, 지배 코드의 열화판이었지.’

적색의 관리자의 애완동물이었다더니, 주인의 코드도 따라 한 건가.

지배 코드를 발견한 성지한은, 용언을 바로 해제할 수 있었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하기로 마음먹고 용언에 걸린 척했다.

오른팔이야, 이제 잘라도 다시 붙이면 붙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한편 성지한이 지배 코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지배 코드? 설마 네가 그것까지 완벽하게 운용할 줄 안단 말이냐?]

드래곤 로드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완벽한 정도는 아니지. 그래도 네 용언 정도는 쉽게 이겨 낼 수 있어. 주인님 것 좀 잘 따라 하지 그랬냐.”

[……이놈이.]

주인을 언급하자, 드래곤 로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나 성지한은 그러거나 말거나.

[스탯 적이 5 오릅니다.]

[스탯 무혼이 3 오릅니다.]

드래곤 로드의 머리를 성화로 불태우며, 스탯을 흡수하고 있었다.

‘좀 더 오래 타올랐으면 좋겠네.’

적은 오를 줄 알았는데, 무혼까지 올려 주다니.

무혼의 범주에, 예전에 마력도 들어갔기 때문에 그런 건가?

성지한은 성화로 인해 스탯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메시지를 보면서,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드래곤 로드.

대성좌라고 하기에 압도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는 줄 알았더니.

실제로 붙어 보니 적의 권능 선에서 다 해결되는 상대였다.

지닌 능력도 죄다 스탯 적의 하위호환 격이었으니까.

그렇게 성지한이 창을 꽂아 넣은 상태에서, 계속 성화를 피워 올리자.

[……허물을, 두 번 벗겠다.]

드래곤 로드는 허물벗기를 시도했다.

투두둑……!

검붉은 뱀의 외피가 한 꺼풀 벗겨지더니.

곧바로, 그 안에서 하나가 더 벗겨졌다.

그러자.

툭!

양옆으로 떨어진 허물이 금방 드래곤의 시체 둘로 변하고.

드래곤 로드의 몸에 붙었던 불길은 그쪽으로 바로 옮겨졌다.

로드의 머리가 입었던 타격이, 다 허물 쪽으로 옮겨진 상황.

성지한이 찔러 넣었던 봉황기도, 드래곤 로드가 껍질을 탈락시키는 과정에서 쑥 빠져나갔다.

‘이건 적의 권능에 없던 건데. 어째 드래곤 로드는 허물 성능이 제일 좋네.’

무신의 머리도 저런 류면, 그도 허물벗기가 가능한 건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밀려온 창을 그대로 다시 찔러 넣었다.

하나.

캉!

[두 번은 없다.]

아까와는 달리 입을 다문 뱀의 머리는, 상당히 단단했다.

창을 튕겨 낸 후, 얼른 하늘로 날아가는 드래곤 로드.

그의 행동은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잽쌌다.

-성지한 조종당할 때만 해도 끝난 줄 알았는데…….

-용언에 당한 척한 거였네 ㅋㅋㅋ 허물 두 개 벗겼구요.

-드래곤 로드 내려올 땐 느긋하게 내려오더니, 쨀 땐 개 빠름ㅋㅋㅋ

-가만히 있다간 또 허물벗기 할 텐데 당연히 전력을 다해 튀어야지.

드래곤 로드가 도망치는 걸 보며, 그를 비웃는 시청자들.

-근데 뭔 허물 무제한임? 대체 몇 번을 벗어 재끼는겨 ㅡㅡ

-지금까지 총 5개 벗었음. 원래대로면 머리 10개일 테니까, 허물도 5개 남은 거 아닐까?

-그럼 코인 5개 남았네.

-9레벨 성좌만 먹은 게 아니라 8레벨도 먹은 거라, 코인 더 적을 수도 있음.

-일단 전력 반은 털렸네 ㅋㅋㅋ

그러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가 벗은 허물을 가지고, 드래곤 로드가 얼마나 버틸지 가늠해 보았다.

한편.

[최고위급 성좌를 둘 제압했습니다.]

[레벨이 10 오릅니다.]

드래곤 로드의 허물 벗기로 인해, 또다시 레벨이 대폭 오른 성지한은.

[스탯 적이 4 오릅니다.]

[스탯 무혼이 2 오릅니다.]

불타는 용의 시체에서, 스탯도 잊지 않고 챙겼다.

‘아까 용언으로 사용한 허물은, 내가 죽인 거로 카운트가 안 되는군.’

아쉽네.

그거까지 포함하면 레벨 25가 오르는 거였는데.

‘그래도 최근 들어 날 가장 성장시켜 주네. 이놈이.’

성지한은 하늘 위에 둥둥 뜬 드래곤 로드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엔 징그러워 보였는데, 레벨이 오를수록 예뻐 보이는 뱀.

“야, 이젠 이해된다. 적색이 널 왜 애완동물로 삼았는지.”

[……무슨 헛소리냐.]

“레벨이 15나 오르니까, 뱀도 좀 귀여워 보이네. 레벨 좀만 더 올려 주면, 나도 뱀 애완동물로 삼을 수 있겠어.”

[이놈이……! 내 본체였다면, 당장 찢어 죽였을 것을!]

성지한이 애완동물을 강조하자, 드래곤 로드가 머리를 부들부들 떨었지만.

“응, 그래. 본체였으면 용언이 혹시나 통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너 본체 아니잖아?”

휭. 휭.

그는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를 보였다.

“공격, 하나도 안 통하고.”

[……관리자의 권능에, 아직 내 힘이 미치지 않는다는 건 인정하겠다. 하지만 나의 힘이 그것만 있는 줄 아느냐?]

지이이잉……!

드래곤 로드가 마력을 방출하자.

하늘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중첩되어 그려지기 시작했다.

용왕의 불도, 용언도 통하지 않자 대마법大魔法으로 성지한을 찍어 누르려는 드래곤 로드.

하나.

“저게 그렇게 강했으면, 진작 꺼냈겠지.”

성지한의 눈에는, 하늘을 가득 메운 마법진이 그저 드래곤 로드의 발악으로만 보였다.

아무래도 용왕의 불과 용언에 비해선, 대마법 쪽이 상대적으로 힘의 효율이 좋지 않았으니까.

[손을 남겨 둬야 했기에 안 썼을 뿐이다. 이젠 널 가루로 만들고, 거기서 적색의 잔해를 가져가겠다.]

“그래? 근데, 아까 네가 한 말. 나도 마찬가지야.”

[…….]

“힘, 다 안 썼거든.”

스스스스…….

그 말과 함께, 성지한의 얼굴에서 공허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공허…… 아까는 사용한 게 아니었던가?]

“응, 지금까진 네가 너무 쉬웠잖아.”

이를 보고 경악한 드래곤 로드에게, 가볍게 답한 성지한은.

“이젠 좀, 싸울 만하네.”

휙!

검과 창을 들고, 하늘 위로 돌진했다.

* * *

아레나 최종전.

레벨 9 성좌들을 통해 강림한 드래곤 로드와 성지한의 전투는.

이제 슬슬 끝이 보이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가, 이제는 허물벗기를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버티려 드는군.”

[버티기보단, 포기한 거 같아.]

그림자여왕의 중계석에서, 성지아는 석화된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성지한과 하늘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그의 창에 결국 또다시 찔리게 된 드래곤 로드는.

앞에서 수차례 사용했던 허물벗기를 쓰지 않은 채, 백색 불꽃에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아까 전 창에 찔렸을 땐 마력으로 어떻게든 이를 억누르려고 했는데. 지금은 가만히 놔두고 있거든.]

“그래? 그럼 이제 끝인가…… 아쉽군.”

[아쉬워? 뭐가?]

“이왕 싸우는 거, 8시간 채워 주지. 7시간 21분 만에 끝났잖아.”

그림자여왕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잔뜩 묻어 나왔다.

-여왕 욕심도 많다 진짜 ㅋㅋㅋㅋ

-7시간 싸웠음 됐지 ㅋㅋㅋㅋ

-근데 진짜 드래곤 로드, 허물 벗기 안 하네 이젠.

-성지아가 잘 보더라 여왕보다 나음.

확실히 그림자여왕보다, 신안을 지닌 성지아가 일반 시청자가 듣기에도 적중률이 높았다.

이번에도 성지아의 예측이 맞을까, 사람들이 기대하면서 경기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인정하지. 아바타로는, 너를 제압할 수 없음을.]

백염에 불타오르던 드래곤 로드는, 오히려 한결 차분해진 음성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나 본체는 다를 것이다. 그때가 오면, 이 치욕을 반드시 씻겠다…….]

화르르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뱀의 머리는 불꽃에 완전히 뒤덮여서 사라졌다.

그러자 땅에 떨어지는 마지막 9레벨 성좌, 칠각의 청룡.

-왜 쟤는 맨날 인정만 함? ㅋㅋㅋㅋ 아까부터 인정하지 인정하지…….

-진짜 인정하는 것도 아냐, 막판에 본체 타령 봤잖음 ㅋㅋㅋ

-ㄹㅇ 추하다 추해.

-저런 애들은 본체로 와도 100퍼센트 털림 ㅋㅋㅋ

인류 시청자들은 그런 드래곤 로드를 비웃으며, 성지한의 승리를 기뻐했지만.

-와…… 이게 말이 됨?

-드래곤 로드가 졌어? 9레벨 성좌를 그렇게 합체시켜 놓고?

-적의 권능 때문에 상성상 최악이라 해도…… 그래도 그 드래곤 로드가 진다고?

-9레벨 성좌다. 9레벨이라고!!

-쟤 성좌도 아니잖아!

외계의 시청자들은 게임의 결과를 보고는 충격에 빠졌다.

드래곤 로드의 권능이 비록 성지한에게 상성상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성좌가 이렇게 한 번도 주도권을 지니지 못한 채 밀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성지한 성좌 후보자지? 아직?

-이런 플레이어가 여태껏 있었음?

-뭐지? 진짜? 종족 빨인가? 인간 종족 이번에 초심자 아레나도 우승했다매?

-내가 궁금해서 종족 변환 키트로 바꿀까 했는데 인류 선택 못 하더라. 개사기 종족인 듯.

-아니야…… 사기 종족이면 하급에 머무를 수가 없어;

인류 사기설까지 나올 정도로, 외계 종족들은 이번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드래곤 로드. 사랑한다.’

최종전을 끝마치고 나온 성지한은, 단 한 번의 전투로 대거 오른 레벨과 능력치를 보면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몇 번이고 허물을 벗어 주면서, 레벨을 총 40 올려 준 드래곤 로드는.

적과 무혼까지 쏠쏠하게 업그레이드시켜 줬으니까.

‘성좌 모드도 안 켰는데, 이렇게 상대하기 쉽다니. 정말 좋은 대성좌야…….’

지금 기분이라면, 펜트 하우스에 뱀 백 마리 갖다 놓고 키워도 되겠어.

성지한은 아낌없이 퍼주던 뱀의 머리를 다시 한번 떠올리다가,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르는 걸 보았다.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힘이 +4 상승합니다.]

[민첩이 +4 상승합니다.]

[마력이 +3 상승합니다.]

아레나의 주인이 약속을 지켰는지, 이번에는 화속성 친화도가 빠진 종족 진화 보너스.

하나.

꿈틀. 꿈틀.

진화 보너스를 받고 나자, 성지한의 손등에서는 적색의 눈동자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스탯 적을 이번에 너무 많이 얻은 데다가, 마력도 적색의 손에 자극을 줘서 그런가…… 아무래도 봉인이 곧 풀릴 거 같군.’

이놈 깨어나면 당장 인류 불태우자고 난리 칠 거 같은데.

이번에 대폭 성장한 게, 안 좋은 면도 있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의 방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길가메시 놈…… 안 걸렸나?’

드래곤 로드와 똑같다던 무신의 머리.

성지한은 전투를 다 끝내고 나서야, 정보 제공자인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혹시 메시지라도 보냈으려나.

성지한은 자신의 방 한쪽에 놓인 핸드폰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성지한. 네가 입을 함부로 놀리는 바람에, 내 젊음이 사라졌다.]

[정보를 괜히 줬다. 네놈을 뭘 믿고…….]

[아니, 이기다니?]

[드래곤 로드를, 이기다니…….]

[…….]

무신한테 들켰나 보군.

근데 무슨 메시지에 이렇게 점이 많아.

성지한은 영양가 없는 길가메시의 메시지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을 때.

띠링.

실시간으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좋다. 날 아버지라고 불러 보아라. 그럼 용서해 주마.]

“……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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