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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40화 (44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40화>

[무신이면, 방랑하는 무신을 뜻하는 게 맞느냐?]

드래곤 로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성지한에게 반문했다.

“맞아.”

[그가 나와 똑같이 생겼다고? 그럴 리가.]

스으으윽.

로드는 뱀처럼 생긴 머리를 움직였다.

[이 형상은, 용족 중 나만이 지닌 것이다. 네가 본 무신의 형상은 비슷한 아류겠지.]

“흠…….”

무신이 자신의 머리와 닮을 리가 없다고 단언하는 드래곤 로드.

‘내가 무신의 머리를 실제로 보질 못해서, 저 말에 반박하기가 애매하긴 하다만.’

무신과 드래곤 로드의 연관성에 대한 건, 길가메시가 커뮤니티에서 알려 준 정보가 전부였으니.

드래곤 로드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면, 실제로 보지 못한 성지한 입장에서야 더 할 말이 없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상하네. 내가 본 거랑 똑같이 생겼던데?”

성지한은 일단은 자기가 진짜 본 것처럼 우겨 보았다.

단지 생김새가 비슷한 것만으로는, 길가메시가 똑같다고 할 것 같진 않았으니까.

거기에.

‘내가 직접 본 것처럼 이야기를 안 하면, 정보를 건네준 길가메시가 취조를 받을지도 모른다.’

성지한이 길가메시를 그다지 신뢰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름 정보를 물어다 주는 그를, 이렇게 버리기는 애매했다.

여기선 일단 자신이 직접 본 척하면서, 길가메시를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게 낫겠지.

그래서 성지한은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그래. 혹시 너 애완동물 시절 때 복제라도 된 거 아니야?”

[……너 지금, 뭐라고 했느냐?]

“복제? 복제야 있을 법하잖아.”

[그 앞에 말이다. 무슨…… 시절이라고?]

“아, 애완동물? 손이 그러길 적색의 관리자의 애완동물이었다던데 너. 태양왕은 적색의 제자고.”

[…….]

스스스스…….

성지한의 직설적인 ‘애완동물’ 호칭에, 드래곤 로드는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와 드래곤 로드한테 저 소리를 하네 ㄷㄷ

-근데 드래곤 로드가 진짜 적색의 관리자 애완동물이었어?

-관리자가 타고 다녔다는 소문은 있었는데 다들 설마했지 누가 대성좌를 타고 다녀;;

-태양왕이 제자였던 것도 난 처음 들음.

최종전을 바라보던 외계의 시청자들은, 성지한이 공개한 내용을 잘 몰랐는지 이를 빠르게 공유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봉인된 적색의 손이 어떻게 될지, 시청자들이 최종전을 보러 엄청나게 몰려들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드래곤 로드 = 관리자의 애완동물’설이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정설로 자리 잡을 것 같았다.

성지한이 한 눈으로 그렇게 뜨거운 채팅창 반응을 바라볼 때.

[팔만 자르고 살려 두려 했는데.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화르르륵……!

드래곤 로드가 강림한, 블루 드래곤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9레벨 성좌의 몸을 순식간에 잠식한 불길은, 뱀의 목만을 남긴 채.

사방을 잠식해 나갔다.

[아니…… 네 죄는, 너의 죽음으로 갚기엔 너무나도 중하다. 네 종족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과거에 애완동물이었다는 거 말했다고 인류한테 책임을 묻겠다고? 무슨 로드가 그렇게 속이 좁냐?”

성지한은 그렇게 말하다 피식 웃었다.

“아, 하긴. 애완동물로 살아온 용생이 길어서 그런가. 좁을 수도 있겠다. 인정할게.”

그 말을 듣자, 더 거세지는 불길.

관리자의 애완동물이란 말이, 드래곤 로드에게는 확실히 역린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분노는 하되, 힘을 성급히 쏟아 내진 않네.’

성지한의 도발에 화를 내긴 했어도, 드래곤 로드는 감정적으로 그를 들이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블루 드래곤의 몸통을 불태우면서.

착실하게 경기장 안을 자신의 불길로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상대는 불꽃 속에서 기다란 뱀의 목만 있는 형상이었지만.

몸이 있을 때보다, 저기서 풍기는 마력은 훨씬 강력해졌다.

‘애완동물 소리로 더 뒤흔들 순 없을 것 같으니…… 선공을 취해야겠군.’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인벤토리에서 봉황기를 꺼내 들었을 때.

[대성좌 ‘태양왕’이 정말 방랑하는 무신과 드래곤 로드의 머리가 똑같냐고 묻습니다.]

그의 후원 성좌로 들어왔던 태양왕이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 완전히 똑같아. 저 검붉은 뱀의 머리, 무신도 지니고 있었어.”

실제로 본 건 길가메시의 메시지 한 줄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얼굴로 확신하는 성지한.

태양왕은 이에 바로 응답했다.

[대성좌 ‘태양왕’이 방랑하는 무신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면, 당신에게 막대한 포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면서 만약 ‘태양핵’을 무신이 있는 곳에 놔둔다면, 플레이어와 인류를 절대로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태양핵의 용도에 대해선 이제 딱히 숨길 생각도 없는지, 무신이 있는 장소에 놔두라는 태양왕.

정작 머리 모양 똑같은 드래곤 로드는 자기 머리만 유일하다며, 무신의 것은 아류라고 확신하는데.

제3자인 태양왕이 오히려 무신의 정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설마 진짜 이놈이 복제라도 했나?’

아까 드래곤 로드에게 너 애완동물 시절 복제라도 된 거 아니냐고 말한 건, 그냥 그를 도발하려고 한 이야기였는데.

어째 태양왕이 이상하게 반응을 하네.

성지한이 가만히 태양왕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있을 때.

번쩍!

[대성좌 ‘태양왕’이 그때까지 살아남으라며, ‘태양의 가호’를 내립니다.]

아레나를 환하게 비추고 있던 태양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경기장에 서 있는 성지한을 향해, 태양 빛이 그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봉황기에 모인 화력이, 한층 더 강력해졌다.

‘이거, 나름 버프 효과가 있군. 이것저것 따져 보면, 한 20퍼센트 정도 효율을 보이겠어.’

언제는 성지한을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 듯 나오더니, 갑자기 우군이 되어 준 태양왕.

드래곤 로드에게 선수를 빼앗겨서 그런가.

아니면 방랑하는 무신의 진짜 모습이 로드와 닮았다는 것 때문에 그런 건가.

태양왕의 진의는 아직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성지한은 일단 준 버프를 잘 써먹기로 했다.

화르르륵……!

봉황기가 한층 더 강력히 불타오르자, 드래곤 로드의 시선이 하늘을.

정확히는 태양을 향했다.

[태양왕…… 스페이스 아레나에 개입을 하려 드는가? 대가가 막대할 텐데.]

아무리 대성좌라 해도, 아레나 최종전에 버프를 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드래곤 로드는 이를 지적했지만.

[키우던 짐승이 주인의 것을 욕심내는 걸 지켜보느니, 제자가 스승의 성취를 이어 가는 게 올바르겠지.]

하늘에서, 태양왕의 음성이 들려왔다.

드래곤 로드를 명확히 짐승으로 지칭하는 그 말에.

화르르륵……!

드래곤 로드의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허…… 제자? 노예나 다름없던 놈이 기억을 미화하는구나.]

[너만 할까. 바닥을 뒹굴며 스승께 아양을 떨던 뱀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한 것을.]

[……관리자가 되면, 너의 빛부터 앗아 가겠다.]

번뜩!

그러면서 성지한의 오른팔을 노려보는 드래곤 로드.

[팔을 내놓고 죽어라, 성지한.]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경기장이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에 뒤덮였다.

* * *

투성에 위치한 황금의 탑.

피티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토너먼트 최종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지한이 저걸 어떻게 알고 있지?’

조금 전, 길가메시랑 무신의 머리를 가지고 설전을 벌였던 피티아는.

최종전에서 성지한이 바로 이를 터뜨리자, 수상함을 느꼈다.

“길가메시. 너…… 설마 성지한이랑 연락하고 있어?”

의심스러운 눈으로, 길가메시의 머리통을 보는 피티아.

그녀의 손은 이미 길가메시의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이 망할 후손 놈이, 그걸 바로 말하면 어쩌라는 거냐……!!’

아니, 문자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바로 까발려?

길가메시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일단은 최대한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마침.

[내가 본 거랑 똑같이 생겼던데?]

배틀튜브 화면에서도, 성지한은 태연하게 자신이 보았다고 하고 있었다.

“머리밖에 안 남은 내가 어떻게 연락을 하나! 저거 봐라! 자기가 직접 봤다지 않느냐!”

“그놈이 주인님 얼굴을 볼일이 어디 있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말도 안 되는 모함을 하지 말고, 때리고 싶으면 그냥 때려라!”

“…….”

피티아는 길가메시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지만.

[어, 완전히 똑같아. 저 검붉은 뱀의 머리, 무신도 지니고 있었어.]

화면 속 성지한이 진짜 본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하자, 의심을 살짝 가라앉혔다.

“……일단은 넘어가지. 하지만, 지구에 가기 전까지 이젠 계속 옆에서 감시해야겠어.”

“흥. 계속 있겠다니…… 내가 그리 좋은가? 나의 첫 반려답구나.”

“반려? 이 미친놈이 진짜…… 그 입, 없애 버린다.”

쾅! 쾅!

반려란 소리에 눈이 돌아간 피티아가 길가메시의 머리를 작심하고 구타하고 있을 때.

스스스스…….

[잠깐 멈추어라.]

피티아의 등 뒤에, 무신의 형상이 떠올랐다.

어둠 속의 붉은 눈은 원래도 불길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오늘은, 내보이는 힘이 한층 더 흉흉했다.

“앗. 알겠습니다, 주인님.”

피티아가 주먹질을 멈추고 얼른 무릎을 꿇자.

무신은 스산한 눈으로 둘을 내려다보았다.

[내 머리에 대해, 발설한 이가 누구냐.]

“그, 그게…….”

[아니, 물어볼 필요가 없군. 살펴보면 그만이니.]

스스스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뱀의 머리.

그것은 일단 피티아부터 집어삼켰다.

뱀의 머리 안에서, 피티아의 기억부터 살피는 무신을 보면서.

길가메시는 생각했다.

‘……진짜 똑같이 생겼군.’

피티아가 띄워 놓았던 배틀튜브 속 드래곤 로드와, 무신이 소환한 뱀의 머리.

분명 둘의 크기는 달랐지만, 생김새는 완전히 똑같았다.

이 정도면 진짜 드래곤 로드가 아류라고 폄하할 게 아닌데.

한편.

[……너희 둘이, 분명 이와 관련된 대화를 했구나.]

팍!

피티아의 기억을 읽은 무신은, 그녀를 다시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곤 그의 두 시선이 길가메시를 향했다.

[길가메시. 네가 알려 주었나.]

“……허! 머리밖에 안 남은 내가 어떻게 알려 주겠나?”

기억을 읽는 상대.

그에게 거짓말을 해 봤자, 어차피 금방 탄로가 날 일이었지만.

길가메시는 최대한 반항을 해 보았다.

어차피 이실직고한다 한들, 봐줄 상대도 아니고.

최대한 뻗대 보기로 한 것이다.

거기에.

[그건, 살펴보면 알 일이지…….]

“그래. 먹어치워라. 여기서 좀 빠져나가게!”

탑과 한 몸이 된 길가메시는.

차라리 저놈에게 한 번 먹혀서, 여기서 잠깐이라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있었다.

무신의 뱀이 탑 전체를 삼키진 못할 테니, 먹어도 길가메시의 몸뚱어리만 꺼내서 살피겠지.

물론 머리만 빼먹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망할 탑과는 분리되고 싶다.’

바벨탑과 하나가 된 길가메시 입장에선, 일단 여길 빠져나가 보고 싶었다.

그때.

땅바닥에 떨어졌던 피티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주, 주인님. 그런데 그와 탑의 융합이 깨지면…… 다시 이를 합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얼마나 더 걸리지?]

“최소 두 달 정도는 소요될 것 같습니다…….”

[…….]

길가메시의 기억을 살피면, 대업을 이루는 것이 두 달 더 미뤄지는가.

두 달.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드래곤 로드와 태양왕…… 두 대성좌가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지금은,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무신에게는, 그마저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래 미룰 수는 없다.]

“그, 그럼…….”

[……길가메시는 놔두도록 하지. 하지만, 범인은 그가 확실하다. 피티아. 그를 계속 감시하고 있도록.]

“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저지른 죄가 너무 크니.]

스윽.

무신이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어?”

길가메시의 얼굴에, 순식간에 주름이 생기며.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영생의 권능을 일부 박탈한다. 길가메시여. 네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노화를 겪어 보아라.]

“뭣…….”

[피티아. 그럼 그를, 계속해서 감시하라.]

“알겠습니다.”

스스스…….

그러면서 사라지는 무신.

피티아는 그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길가메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짧은 순간.

중년의 모습을 한 길가메시는, 어느덧 노인이 되어 있었다.

“너, 폭삭 삭았구나.”

“이, 이럴 리가. 나에겐 생명의 권능이 있는데…….”

“거기에 너, 대머리였네? 어쩐지 머리숱이 없더라.”

“뭐, 뭐라고…… 내가? 말도 안 된다!”

현실을 부정하는 길가메시에게.

스으으윽.

피티아는 거울을 띄워 주었다.

“보면 알잖아. 머리 다 떨어진 거.”

“이, 이건…… 노화의 저주 때문이야!”

“무슨 소리야. 늙었다고 다 머리 없냐? 동방삭은 숱 많던데.”

“그, 그놈은 다르지! 나도 묶여 있지만 않았으면, 머리카락 생겼어!”

“너 앞으로 대머리들만 후원하도록 해. 그들이 네 후손인 거 같으니까.”

“크으으윽……!”

그 말에, 잔뜩 일그러지는 노인 길가메시의 얼굴.

“아 징그러. 늙어서 때리기도 좀 그렇다?”

피티아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배틀튜브 화면을 다시 띄웠다.

불길만 가득한 아레나의 전장에서는.

“응…… 아직 살아 있네.”

성지한이, 드래곤 로드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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