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438화 (43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38화>

3분 만에 끝나 버린 1경기.

그림자여왕은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젠…… 파산이야…… 빚 못 갚아서 세계수 엘프한테 끌려갈 거야…….”

“……너 설마 걔네들한테 돈 빌렸냐?”

대출업이 세계수 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란 건, 성지한도 저번에 소환되어 봐서 알고 있었지만.

설마 세계수 연합과 불구대천의 원수인 그림자여왕이 그걸 썼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에,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기가 가장 이율이 싸고 돈도 많이 빌려준다. 원수의 돈으로 보란 듯이 재기하려고 했는데…….”

“미쳤냐, 진짜? 근데 거기서 얌전히 너 돈을 빌려줬어?”

“직접 가긴 그래서, 대출창구로 안 가고 원격으로 대출받았지…….”

세계수 연합에서 공허 처리하는 신세로 그렇게 고생해 놓고는.

어떻게 저기서 돈을 빌릴 생각을 하지?

“야,. 차라리 내가 빌려줄…….”

그렇게 말하려던 그의 눈에, 게임 종료 화면이 보였다.

세계수 연합 대출창구에 거금을 빌려서 벌인 사업 결과가, 벌써 두 번이나 말아먹는 형국이란 말이지.

“오오…… 설마 빌려주게? 생명의 은인에게 돈까지 빌리긴 염치가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네가 가능하다면…….”

그림자여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지한 님 안 돼요!!!!

-밑빠진 독에 물붓기입니다 ㄷㄷ

-벌써 중계권 두 번 말아먹는 거 보면 마이너스의 손임 ㄹㅇ

-그러다가 연대 보증 설지도 몰라요, 이런 건 초장에 끊어야 함.

-우리 아버지도 저러다가 집안 말아드셨지…….

채팅창에서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외치고 있었다.

딱 봐도, 주변인들 돈 다 끌어다가 사업 망하는 루트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R.E.GATES가 100,000GP를 후원했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에서, 여왕님의 사업과 관련한 투자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번 방송이 끝난 후, 제가 한국으로 직접 가겠습니다.]

아메리칸 퍼스트의 실권자, 로버트 게이츠가 후원을 쏘자, 반응이 달라졌다.

-응? 저거 찐임?

-ㅇㅇ 맞음 로버트 게이츠야.

-뭐야, 왜 이 양반이 투자하려고 하지?

-그림자여왕 채널…… 근데 생각해 보면 나름 가치 있긴 함. 외계인 배틀튜브 방영해 주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

-ㅇㅇㅇ 외계 종족 신기한 거 많더라 지구 동물 다큐멘터리보다 훨 재밌음 ㅋㅋ

-ㅇㅇ 그런 아이템이 저번 토너먼트보다 더 조회수 많이 나오던데 ㅋㅋ

게이츠 가문에서 투자 의향을 보이자마자, 그림자여왕의 채널의 가치에 주목하는 시청자들.

한편 그림자여왕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성지한에게 질문했다.

“이 사람은 누구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다. 아메리칸 퍼스트 운영진 중 한명이고.”

“투자라…… 내 채널 운영에 끼어들고 싶은 건가?”

“외계의 배틀튜브를 방영할 수 있는 건 큰 메리트니까. 현재로선 너랑 나밖에 할 수 없지 않나.”

“그래도 인류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더 오르다 보면, 외계 채널도 볼 수 있을텐데.”

“그 전에 선점하고 싶나 보지.”

“호오…… 그런가.”

그림자여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중에 한번 자리를 마련해야겠군.”

“그래. 급한 불은 껐으니까 이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까?”

“본연의 업무라면…… 해설 말인가.”

“어, 저거 뭐라고 생각하냐?”

성지한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방금 전 경기를 뒤로 돌렸다.

세기의 대결을 펼칠 것 같았던 두 드래곤의 결투는, 흑룡이 스스로 폭발하면서 너무 쉽게 끝을 맺고 있었다.

“나도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다만, 용족이 128명이나 출전한 점도 그렇고. 승리한 용에게서 머리가 하나 더 생긴 걸 고려해 보면…… 드래곤 로드가 널 노리고 설계한 짓 같다.”

“그래. 용들이 로드의 명을 이행하겠다고 했지…… 한데 9레벨 성좌가 순순히 자폭할 정도로, 드래곤 로드의 영향력이 그렇게 막강한가?”

“음. 그는 격이 다르지.”

그림자여왕은 칠각의 청룡을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원래 용족은 강했지만, 개체수가 적은 종족이었다. 이렇게 256강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 128명의 용족 성좌를 들이밀 숫자 자체가 없었지. 하지만 현 드래곤 로드가 용족의 지도자가 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숫자가 갑자기 늘기라도 했나?”

“그래…… 용족의 파멸적으로 낮은 번식력이 현 드래곤 로드 때부터 확 개선되었지. 내 추측에는, 세계수 엘프에게 협력을 받은 것 같다. 용족이 엘프에게 무조건 져 주기 시작한 게, 현 드래곤 로드 때부터였거든.”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세계수 엘프는 진짜 안 끼는 데가 없네.

-이젠 그냥 뭔가 수상쩍으면 세계수 엘프를 범인으로 지목하면 되는 건가?

-그런 듯 ㅇㅇ

-드래곤이 원래 엘프보다 센 게 상식인데 약하게 나가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나…….

-엘프 쪽엔 근데 관리자도 있잖아 그냥 저쪽 세력이 더 센 거 아님?

성지한 채널을 보면서 배틀넷 정보를 간접 습득해서 그런지.

이제 인류 시청자들도, 나름대로 세력 간의 전력을 파악할 줄 알았다.

그렇게 드래곤 로드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고 있자.

[아레나 경기, 시작합니다.]

두 번째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 이번엔 드래곤끼리 매칭되지 않았다. 용족은 하나밖에 없어.”

“그래? 이번엔 좀 싸우겠네.”

“제발 오래 싸워 줬으면 좋겠네…….”

그림자여왕은 진심으로 그리 말하면서, 경기 화면을 크게 띄웠다.

* * *

15시간 후.

[토너먼트 1일차 경기가 종료됩니다.]

성지한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기지개를 켰다.

“이야, 드디어 끝났네.”

“하루에 64경기를 진행하다니, 저번보다 타이트한 일정이었군.”

“용족 놈들이 하도 빨리 끝내서 그런가 보네.”

“그런 것 같다. 첫 경기 이후엔, 아레나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했고 말이지. 후우…….”

그림자여왕은 한숨을 쉬며, 그동안 찍었던 영상들을 정리했다.

“용족끼리만 매칭되지 않으면, 나름 괜찮은 영상들이 나왔다만…….”

용족 vs 용족 매칭만 아니면, 경기는 상당히 치열하게 흘러갔다.

특히 9레벨 고위 성좌들끼리 맞붙는 전투의 스케일이 상당해서.

-저번에는 인류 출신 아소카 경기만 봐서 뭐 이리 시시하나 싶었는데…….

-상당히 치열하더라 이번 토너먼트.

-거대 괴수들의 싸움, 이펙트가 화려하던데 ㅋㅋ

-근데 뭐 죄다 덩치들이 크냐; 인간급 존재는 없나?

-스페이스 리그에서 고위 성좌로 있으려면 한 덩치 해야 하나 봄;

시청자들도 저번에 비해 나름대로 즐긴 상태였다.

“이러면 적자 안 보냐?”

“……지금처럼만 풀려 주면 적자까진 안 볼 것 같다만, 128강에 용족이 대거 올라간 게 문제다.”

“용족이 세긴 하더라.”

토너먼트에서 다른 종족과의 매칭에서, 60-70% 확률로 승리를 거머쥐었던 용족.

128강의 32개 슬롯에는 이미 많은 용족들이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머리 두 개끼리 만나면, 4개가 되는 건가.”

“그걸 보기 위해서 계속 해설 나오는 게 어떤가?”

“아, 됐어. 15시간이나 할 줄은 몰랐거든. 거기에.”

성지한은 머리가 두 개씩 달린 용들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머리 둘 생긴 9레벨 성좌…… 이들이 머리가 한 개 더 생겨서 강해진 거면, 나도 대비를 해야 하거든.”

“하긴, 9레벨 성좌만 해도 강력한데, 거기서 더 강해졌으면 준비를 해야겠군.”

“어. 수련장에 좀 머물러야겠어.”

동방삭이 출전하지 않을 때만 해도, 9레벨 성좌야 그래도 이기겠거니 싶었고.

실제로 용족끼리 매칭되지 않아, 치열하게 싸운 9레벨 성좌들의 전투를 봐도 저 정도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용의 머리가 합체된 게, 그냥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겠지. 많은 적든 힘이 강화되었을 거다.’

지금이야 머리가 2개지.

토너먼트가 쭉 진행되면, 저 머리 숫자가 몇 개까지 늘어날지 몰랐다.

그 전에 미리미리 지금 가진 힘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와 싸울 준비를 해야지.

해설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알겠다. 나도 그대가 수련할 동안, 저들을 분석해서 자료를 만들어보겠다.”

“오, 그래 부탁 좀 할게.”

그렇게 용 머리가 늘어난 걸 본 성지한이 수련장에 들어가고.

그림자여왕은 2일간 혼자 해설을 진행했다.

그렇게, 성지한이 빠지고 드러난 성적표는.

-여왕님 첫날에 비해 너무 없는데요 시청자가…….

-1/10토막인가……?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님?

-적자 확정인가여 이럼?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동시 시청자는 성지한 때보다, 10%도 채 나오지 않는 여왕의 채널.

-고위 성좌들 싸움 더 느리게 보여 줘야 할 듯요 넘 빠름;

-성지한 님이 그래도 인간 입장에서 속도 조절 잘해 줬는데…….

-얘네들 전투는 너무 고차원적이다…… 그냥 브론즈들이 땅바닥에서 구르는 게 더 재밌어.

-ㄹㅇㅋㅋ

-여왕님 아무래도 투자 좀 받으셔야 할 듯.

그녀는 인류 시청자들의 훈수를 들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되겠군.'

이대로 가다간, 아메리칸 퍼스트에게 투자를 받아도 파산이다.

'객원 해설자로 화제성 있는 인물들을 불러야 해…….'

그녀는 어떻게든 세계수 연합 대출창구에 안 끌려가기 위해, 자신이 현재 알고 있는 인맥을 총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4일째에 부른 해설자는.

“여왕님. 해설자로 불러 준 건 고마운데, 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겨우 마스터따리가 여기 있어도 될지…….”

바로 윤세아였다.

* * *

“세아 넌 얼굴만 비추면 된다.”

“음. 그래 봤자 삼촌 때랑 비교하면 시청자수 처참하게 차이날 텐데…….”

“애초에 성지한과 맞먹을 건 기대도 안 했으니 걱정 마라.”

“헤헤. 그럼 그냥 부담 없이 합니다?”

-오 윤세아 나옴 ㅋㅋㅋ

-여왕님 급했네.

-근데 해설론 안 어울리지 않나...?

-어차피 이젠 해설 별로 안 중요하잖아 .

-그렇긴 해 별들의 전쟁 이야기 들어도 감이 안 오니까.

성지한에 비하면 주목도가 훨씬 적긴 했지만.

"세아. 사람들이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보는 군."

“그거 이미 천 번 넘게 답변한 거 같은데…… 없어요!”

“이상형은 어떻게 되냐고 하는데.”

“음…… 삼촌도 이길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덤으로 잘생긴 사람이요!”

“‘사람’?”

“당연히 사람이죠, 그럼 외계 종족 만나요?”

“평생 독신으로 살겠군.”

그래도 이제 세계 2위라고 주목받는 그녀가 나와서 토크를 나눠서 그런가.

1일차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던 시청자 숫자가 4일 차에 크게 반등 할 수 있었다.

‘좋아. 이러면 이 기세를 몰아서…….’

이제 128강에 들어서는 토너먼트.

그림자여왕은 분위기를 더 반전시키기 위해, 또 다른 게스트.

[……나보고 해설을 하라고 하다니. 너 정말 급한가 보네.]

성지아를 불렀다.

“어차피 집에서 하는 것도 없지 않느냐.”

[여왕아. 오늘 먹은 아침밥 누가 만들었어?]

“그냥 전자레인지에 데운 거 아니었나? 그거.”

[아니거든? 하아. 내가 이 몸으로 어떻게 요리를 하는데…….]

“아, 그랬나? 미안하군. 흑자 나면 GP 더 챙겨 주마.”

석상 상태로 가만히 이를 듣던 성지아가, 그림자여왕을 노려보았다.

[아니, 그거 이상하지 않아? 원래 출연료는 프로그램이 적자라도 챙겨 줘야 하는 거야. 흑자 나면 챙겨 준다니, 악덕 고용주 아니니?]

“그, 그치만 GP가 없는 걸…….”

[없으면 다야? 투자 받으면 되잖아. 빨리 투자받아서, 내 딸이랑 동생한테 적정 GP 지불해. 특히 지한이한테는 네가 버는 거 반은 줘야 할 거 같던데?]

“그건 좀…….”

그냥 해설자로 나와 달라고 하니 별 조건 안 걸었던 윤세아와는 달리.

조목조목 따져 가면서 여왕에 성토하는 성지아.

‘괜히 불렀나…….’

어제 윤세아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아서, 이번엔 집에 있는 성좌 성지아를 불러 본 건데.

경기 시작 전부터 이렇게 잔소리 폭격을 들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헐 어젠 윤세아 나오더니 오늘은 성지아님? ㄷㄷ

-야, 여왕 인맥 쩌는데?

-한집에 사는 사람 다 끌고 나온다고 함 ㅋㅋㅋㅋ

-성지아 님!!! 검왕님이랑 이혼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진짠가요?

성지아가 나오자, 시청자들의 숫자는 어제보다도 더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네. 갈라졌어요, 저희.]

토너먼트 경기보다는, 성지아의 이혼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사람들이었지만.

-아니 왜…….

-그렇게 사이좋은 부부였는데 ㅠ

-왜긴 왜야 검왕이 딴살림 차렸었잖아 ㅡㅡ

-누가 일본 가랬음? 딸도 버리고.

그림자여왕은 그러면서 폭발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채팅창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 사회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여왕이었지만.

'이혼'이란 단어가.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 중 하나인 검왕 부부가 갈라진 게, 얼마나 어그로를 끌지에 대해선 미처 예측하질 못했던 것이다.

-그건 세뇌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었냐???

-그래도 용납이 안 되지!

-세뇌로 어쩔 수 없이 실수한 건데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ㅠㅠ

-뭔 용서; 용서하면 또 합니다.

“……헤어진 거 가지고, 왜들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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