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32화>
며칠 후.
[챌린저 리그 7로 승급했습니다.]
성지한은 빠른 속도로 챌린저 리그에서 순항하고 있었다.
애초에 고위급 성좌들과 싸우던 그이니만큼.
챌린저 리그 정도야, 너무나도 손쉬운 무대였다.
그는 다음 스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리그 5까지 가야 대성좌를 토너먼트로 불러낼 수 있고, 그들을 거기서 꺾어야 임시 관리자가 된다.’
이럼 지금 직면한 숙제는, 일단 챌린저 리그 5까지 가는 것.
이건 현재 챌린저 리그에서 성지한이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보면, 금방 도달할 것 같았지만.
[챌린저 리그 6으로 승급하기 위해선, 레벨이 60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승급에서, 생각지도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지금 레벨은…… 581인가. 사실 이 속도면 엄청 빠른 성장 속도이긴 한데.’
500레벨을 넘어서 챌린저 리그에 올라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600을 바라보고 있는 성지한이었지만.
그로서는 이 속도도 뭔가 아쉬웠다.
빠르게 챌린저 5까지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이러면 한 번 가로막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래도 이러면 토너먼트에서 한 타임 정도는, 대성좌를 안 만나게 되겠네. 그때까지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낫겠어.’
성좌를 한 단계 초월하는 존재, 대성좌.
사실, 성지한처럼 성좌 후보자가 덤비기에는 격이 다른 상대였다.
오죽했으면, 이그드라실이 이를 임시 관리자가 될 수 있는 ‘놀라운 업적’이라고 하겠나.
‘대성좌와 싸우기 가장 적합한 때는, 레벨 700이 넘어 성좌가 되기 직전의 시기겠지.’
성좌가 되고 나면, 관리자가 될 업적을 클리어할 수 없으니까.
700레벨 부근에서, 대성좌를 이기고 임시 관리자가 되면 완벽한데 말이지.
어쨌거나 챌린저 리그 6 승급에 레벨 제한이 걸린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최대한 성장하고, 대성좌에게 도전할 수 있으니까.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다음 토너먼트에선, 무신이 동방삭을 출전시킬 수도 있겠군.’
무의 정점이자, 배틀넷에선 ‘우주천마’로 불리며 성좌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동방삭.
그가 만약 출전해 결승까지 온다면, 대성좌와 싸우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것들을 여기에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걸 총동원해도, 그에게서 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을까는 회의적이란 말이지…… 웬만하면, 안 만나는 게 좋은데.’
아소카의 말에 따르면, 동방삭도 투성의 내부에서 무신을 방해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토너먼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서로 힘만 빼는 결과가 나올 거 같단 말이지.
‘이번 토너먼트에서 동방삭이 못 나오는 게 베스트인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챌린저 7이 되었습니다만, 문제가 생겼네요.”
-문제?
-오늘도 게임 혼자서 터뜨려 놓고는 무슨 문제?
“레벨이 낮아서, 챌린저 6을 못 간다고 합니다. 일주일 남은 다음 토너먼트까지 챌린저 5를 달성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성지한의 말에, 오늘의 게임이 끝나서 채팅창을 떠나려던 시청자들이 들썩였다.
-?? 뭐? 레벨이 낮아서 리그 승급을 못 해?
-그게 가능함? 저렇게 센데?
-레벨이 대체 몇인데요?
“581이네요.”
-아니 600도 안 됐어? ㅋㅋㅋㅋㅋ
-성좌에 근접한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네.
-챌린저 리그에 구르는 애들 대부분 레벨 600 가뿐히 넘어서, 이런 제한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함.
-그러니까 레벨 600 제한 같은 게 있었구나…….
챌린저 리그에 구르는 플레이어들은 대부분이 레벨 600이상이고.
챌린저 6 이상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은 레벨 700이 넘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리그 승급에 이런 레벨 제한이 있을 줄은 시청자들도 알 도리가 없었다.
“이럼 다음 토너먼트 땐, 대성좌들이 못 참가하시겠네요. 레벨이 도저히 안 되니까.”
성지한이 그리 말하며 어깨를 으쓱하자, 채팅이 올라왔다.
-그럼 좋은 거 아님? 토너먼트에서 대성좌 만날 필요 없잖아요 ㅋㅋㅋ
-근데 리그 6에도 제한이 있으면, 리그 5에도 제한 있는 거 아닌가? 한 650 정도로
-그러게 거기도 레벨 제한이 있으면, 이번 토너먼트 말고 그다음 토너먼트에서도 대성좌는 참여 못 하지 않을까?
-지금 레벨 581이면, 다다음 토너먼트까지 650 도달하는 건 무리겠네
-그치 ㅋㅋㅋ 원래 저런 초고렙이면 1 오르는 것도 느려 성지한 속도가 미친 거지.
시청자들 말대로, 챌린저 리그 6에도 레벨 제한이 있으면, 5에도 있을 법했다.
이러면 적색의 손을 두고 다투는, 다다음 토너먼트에까지 대성좌들이 참여를 못 하는 건가.
“일단은 레벨 업,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1일 1회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상, 한계가 있지만 말이죠.”
성지한은 그렇게 말하면서 배틀튜브를 끄려고 했다.
그때.
[대성좌 ‘드래곤 로드’가 레벨 업을 하고 싶다면, 스페이스 리그에서 용족과의 경기에 꼭 출전하라고 합니다.]
드래곤 로드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거.
예전에도 한 번, 이그드라실 상대로 비슷한 경험을 했던 거 같은데.
“왜. 용족들을 경험치로 쓰게 해 주려고?”
[대성좌 ‘드래곤 로드’가 이그드라실 때보다 더 확실히 밀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때보다 더 밀어준다니.
성지한은 눈을 깜빡였다.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엘프보다 밀어준다고 자신하지?
‘그때 세계수 엘프 55가 이그드라실의 강림으로 멸족했는데.’
멸족의 대가로 성지한이 받은 레벨 업 효과는, 겨우 20에 지나지 않았다.
그거보다 더 통 크게 레벨 업 해 주는 게 가능하긴 한가?
성지한은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뭐, 알겠다. 스페이스 리그엔 참전하지.”
일단은 제안을 받아들이고, 배틀튜브를 껐다.
그러고, 거실로 나오자.
“어. 삼촌! 딱 타이밍 좋게 게임 끝냈네?”
활을 꺼내 만지고 있던 윤세아가,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었다.
* * *
“뭔 타이밍?”
“아, 혹시 까먹었어? 오늘 결승전 날이잖아!”
“결승전이면…… 초심자의 아레나?”
“응.”
성지한의 토너먼트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끝이 나지 않았던 초심자의 아레나.
인류는 간혹 고비도 있었지만, 결국 연승행진을 거듭하며 결승전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과연 이번에 이기면 진화 보너스 뭐 줄까? 맨날 우리가 삼촌 덕만 봤는데, 이번엔 우리가 처음으로 도움이 되겠네.”
“뭐, 처음이랄 것까지야…….”
아니. 처음 맞나?
성지한은 그동안 인류의 진화 보너스를 벌었던 걸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진짜 내가 다 벌어 오긴 했네. 진화 보너스.
한편.
스으으…….
[세아야. 끝났어. 몸조심하고. 공허에 이상이 있다 싶으면 그냥 항복해. 알았지?]
“알았어. 엄마.”
윤세아의 옆에 둥둥 떠 있던 성지아는.
그녀에게 공허를 부여하면서, 신신당부했다.
‘이게 불사의 축복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건가.’
초심자의 아레나 인류 대표팀의 구성원 중, 궁수임에도 전방을 담당한 윤세아.
그녀가 앞에 나선 건, 모두 전사 역할을 100퍼센트 수행할 수 있는 언데드 효과를 누려서였다.
만약 그녀가 언데드 효과를 발동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초심자의 아레나가 인류 맞춤형으로 치러졌다 한들.
4강이나 8강에서 떨어졌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성지한은 공허의 기운을 품고 있는 윤세아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불사의 축복까지 써 주면, 너무 과하겠지?”
[어, 지한아. 그럴 필요까진 없어.]
“그래. 잘 갔다 와. 종족 보너스 나도 얻어먹어 보자.”
“좋은 거 가지고 올게. 기대해~”
번쩍!
그렇게 공허 버프를 장착하고, 사라지는 윤세아.
그녀의 모습은 곧, TV 화면 속에 나타났다.
=드디어 오늘, 초심자의 아레나 결승전이 시작됩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인류 대표팀. 여기까지 순항한 편이죠!
=성지한 선수가 참여할 수 없는 게임이었는데도, 결승전까지 올라온 건 역시…….
=윤세아 선수가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화면에서 클로즈업되는 윤세아.
보랏빛 공허의 기운이 은은히 피어올라 있는 그녀는, 아예 포지션을 윤세진과 나란히 앞으로 잡고 있었다.
=전방 전력이 부족한 인류 대표팀에서, 윤세아 선수는 자신의 포지션이 아님에도 완벽하게 커버를 해 주었습니다.
=이번 결승전에서 인류가 승리한다면, 이번 아레나 MVP는 이견 없이 윤세아 선수를 꼽을 정도로요!
=결승전 상대 종족도 꽤 강력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인류 대표팀의 전력이, 객관적으로도 더 좋아 보입니다!
=아. 경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초심자의 아레나 결승전.
종족 보너스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두 종족의 전투는.
“……생각보다 우리가 너무 유리한데?”
뚜껑을 열어 보니, 인류가 압도적으로 리드를 하고 있었다.
=아. 상대 플레이어 한 명이 벌써 치명상을 입습니다!
=붉은 리자드맨, 입을 열어 불길을 쏩니다만…….
=윤세진 선수의 검기에, 불이 가볍게 사라지는군요!
=이 종족. 결승전까지 온 종족 맞나요? 4강전, 8강전 때 보여 주었던 강력한 퍼포먼스가 전혀 나오질 않고 있어요!
인류의 결승전 상대는, 붉은 피부의 리자드맨.
이족보행하는 이 도마뱀 인간은, 입에서 용처럼 강렬한 불길을 뿜어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들은 지금껏 전투 때마다 기습적으로 입을 벌려 브레스를 쏘면서, 결승까지 승리를 따왔지만.
[저 리자드맨, 우리랑 상성이 안 좋네.]
“그러게.”
종족 진화 보너스에서, 화속성 친화도가 크게 올랐던 인류 상대론.
저 불길이 그렇게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크. 파, 파이어 브레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막히다니…….
-그냥 일반적인 종족 아니었나? 불 저항력이 왜 이렇게 강해…….
회심의 공격이 손쉽게 막히자 당황하는 상대 팀.
인류 대표팀은 그런 이들에게 맹공을 거듭했고.
=상대 팀 선수. 또 한 명 쓰러집니다!
=어. 이거 이러다 4강전보다 더 빨리 끝나겠어요!
=오늘은 윤세아 선수까지 나서서 막을 필요도 없군요! 윤세진 선수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만큼, 적의 공격이 위협적이지가 않습니다!
=이거, 승기를 잡았어요!
전 인류가 진화 보너스를 기대하고 지켜본 아레나 결승전은, 순식간에 끝을 보이고 있었다.
[지한이 네가 지금까지 벌어 온 화속성 친화도가 빛을 발했네.]
“뭐 나라고 그게 좋아서 고른 건 아니야. 주는 대로 받아 온 거지.”
[그래? 근데 이번에도 화속성 친화도가 오를까?]
“……글쎄다.”
성지아와 대화를 나누던 성지한은 그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화속성 친화도 받은 걸 떠올리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연속적으로 나왔지.
‘이번에도 이게 나오면, 완전히 의도된 거라고 봐야 할 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게임 종료를 기다렸다.
화면 속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던 전투는.
=아. 윤세아 선수!
=화살로 마지막 리자드맨 선수의 머리를 꿰뚫습니다!
=우승, 우승이에요!
=인류 대표팀이 초심자의 아레나에서 우승합니다!
상대의 머리를 뚫는 윤세아의 막타로, 끝이 났다.
=성지한 선수 없이도, 이런 쾌거를 이룩하는군요……!
=처음에는 성지한 선수가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대표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립니다!
그러며 해설자들의 입에서 출전도 안 한 성지한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자, 성지아가 말했다.
[너 없이 이긴 게 그렇게 기쁜가 봐. 해설자들은. 계속 네 이야기네.]
“나 없이 이겨 본 적이 별로 없거든. 이거 나름 기념할 일이지.”
성지한은 그리 대꾸하면서, 우승 보너스를 기다렸다.
‘맨날 내가 타다가, 남이 타주는 걸 보게 되겠네.’
과연 뭐가 나올까, 잠깐 대기를 타자.
띠링!
그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화속성 친화도가 +5 상승합니다]
[힘이 +3 상승합니다.]
[민첩이 +3 상승합니다.]
총 세 개의 항목에서 진화 보너스를 받은 인류.
이중 힘와 민첩의 상승은 근래 별로 없어, 반길만한 것이었지만.
“또 화속성이야?”
[……진짜 뭐 있나? 왜 이거만 걸려?]
이번에도 주어진 화속성 친화도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상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대체 지금까지 화속성 보너스 받은 게 대체 몇 개야 이러면.
그때.
스으으…….
[보, 본체…… 뭐 했음? 봉인이, 약해짐.]
눈을 감았던 적색의 손에서, 예전보다 기운찬 음성이 들려왔다.
‘초심자의 아레나 보상으로, 인류 전체의 화속성 친화도가 올랐어.’
[또? 뭐임. 대체. 공허가 주최한 경기 아니었음, 그거?]
‘그치.’
[공허가 적색을 도와줄 리가 없는데…… 이상함.]
화속성 친화도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음에도, 보너스 준 게 공허라 그런지 이를 의심스러워하던 적색의 손은.
[어쨌든 이 기회, 놓칠 수 없음. 좀 더 회복하고, 봉인 해제 시도해 보겠음. 본체도 빨리 무기 찾아보셈.]
‘알았다.’
봉인 해제를 본격적으로 해 보겠다면서, 다시 잠수를 탔다.
‘공허의 이번 보상은, 적색의 관리자에게 도움만 되는 행위인데 말이지…….’
이놈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성지한이 공허 쪽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을 때.
부르르르…….
그의 핸드폰이 때마침, 마구 진동하고 있었다.
‘누구지?’
성지한이 화면을 터치하자.
[성지한!]
[내가, 내가 왔다!]
[내가 이대로 죽을 쏘냐…… 복수한다. 그리고 씨를 뿌릴 것이다!]
[야. 뭐 하고 있지?]
[대답해라. 대답해라! 성지한. 내 메시지. 설마 안 보이냐……!]
거기에선, 하프 엘프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하겠다던 길가메시가.
그 아이디로 메시지를 쏟아 내고 있었다.
“……뭐야. 살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