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431화>
-갑자기…… 후원?
-성좌 후보자가 대성좌를 뜯어먹으려 하네;
-태양왕에게 저렇게 나오다니, 진짜 겁도 없다 얜.
-그의 악명을 모르니까 저러는 거 아니겠음?
갑작스레 성지한이 꺼낸 후원 요구에, 시청자들은 모두 황당해했다.
태양왕의 노예를 태워 버리는 등, 지금까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었으면서.
뭔 갑자기 후원이야?
[태양왕이 10억 GP를 후원했습니다.]
[미친 거냐?]
그리고, 이에 즉각적으로 튀어나오는 태양왕의 반응.
성지한은 이 메시지를 보면서 씩 웃었다.
“드래곤 로드한테는 ‘특별 진상’으로 손을 넘길 수 있지만, 너한테는 안 되잖아? 드래곤 로드가 이쪽으로 쳐들어오면 너한테 손을 넘겨야 할 텐데 나에겐 그럴 방법이 없거든.”
성지한 입장에선, 태양왕보다는 드래곤 로드가 그나마 우호적인 대성좌이긴 했지만.
그래도 둘 다, 적색의 손을 원하는 괴물임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드래곤 로드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가 더 우호적이라고 믿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느니.
서로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게 나았다.
‘특별 진상으로 손을 대성좌에게 보내는 방법은, 태양왕에게도 적용이 되어야지.’
이렇게 성지한이 자신의 뜻을 밝히자, 시청자들은 그제야 그의 제안을 이해했다.
-오…… 서로 억제 역할을 하라는 거네.
-드래곤 로드도 온전히 믿을 상대는 못 된다 이거지.
-하긴 드래곤 로드도 음흉하기로 유명했음 믿고 갈 상대는 아니야.
-그냥 둘 다 허튼 수 쓰지 말고 토너먼트 나오라는 거군.
그리고 이 제안의 진의를 이해한 태양왕 쪽에서도, 바로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성좌 ‘태양왕’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가 당신에게 후원을 하고 싶어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자존심 세 보이더니, 그래도 실리를 저버리진 않는군.
성지한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예를 눌렀다.
그러자.
[플레이어 성지한이 대성좌 ‘태양왕’의 후원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대성좌 둘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플레이어의 주목도가 기준치를 넘어, 신성新星의 레벨이 2로 오릅니다.]
‘……이게 왜 올라?’
스타 버프의 범주에 있던 신성 레벨 효과가, 대성좌의 후원을 받았다면서 올라 버렸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효관데.
‘이놈들이랑 엮이지 않았으면, 이 레벨 업 조건은 전혀 몰랐겠어.’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신성 레벨 2의 효과를 지켜보았다.
[모든 능력치가 130퍼센트 증폭됩니다.]
[지정된 한 능력치의 증폭 효율을, 40퍼센트 더 늘릴 수 있습니다.]
신성 레벨 1에 비하면 모든 능력치는 10퍼센트 더 상승, 지정 능력치도 10퍼센트 더 상승한 건가.
이 정도면, 의도치 않은 보상 치곤 괜찮군.
성지한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태양왕도 후원 성좌가 되었겠다…… 오늘 게임은 이만 끝내도록 하죠.”
성지한이 머리 위로 팔을 들자.
조금 전, 하늘로 던졌던 봉황기가 저절로 그의 손에 들어왔다.
천룡뇌화로 아군까지 쓸어버렸으니, 이젠 그 몫까지 해야겠지.
그렇게 성지한이 나서려 할 때.
[대성좌 ‘태양왕’이 후원 성좌가 된 것을 기념하여, 특별히 하사품을 내리겠다고 합니다.]
화르르륵……!
꺼져 가던 태양왕 노예의 불씨가 강렬해졌다.
“갑자기 뭔 하사품?”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후원 물품을 만들어 주다니.
수상쩍은데.
[대성좌 ‘태양왕’이 기회가 자주 오는 게 아니라면서, 플레이어가 지닌 태양핵 조각을 꺼내라고 합니다.]
“태양핵 조각?”
[대성좌 ‘태양왕’이 메칸의 행성에서 얻은 게 있지 않냐며 플레이어에게 추궁합니다.]
“아.”
성지한은 그 말에, 태양핵 조각에 대해 떠올렸다.
-그건 메칸의 행성 중심에 있던 태양핵이야. 3개 있었는데 2개는 내가 태양왕 추적용으로 쓰려고.
성지한이 메칸 행성과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 중, 그들과 태양왕간의 관계를 밝혀내자.
죽은 별의 성좌가, 직접 나서서 메칸 행성을 휩쓸어 버리고 채취했다던 태양핵 조각.
두 개는 자신이 태양왕 추격용으로 가져가고, 하나는 기념으로 준다 했었지.
성지한은 인벤토리 구석에 처박혀 있던 태양핵 조각을 꺼냈다.
[빛을 잃은 태양핵 조각]
-등급 : SS
-대성좌 태양왕의 권능이 부여된 태양핵 조각.
-충전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빛을 잃었음에도, 아이템 등급이 SS인 태양핵 조각.
“이거 말하는 거냐?”
[대성좌 ‘태양왕’이 불에 태양핵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태양왕이 이렇게까지 하사품을 건네주려고 하다니.
‘백프로 저기에 장난을 쳐 뒀겠군.’
성지한은 그리 확신하면서도, 일단은 태양핵을 불 속에 넣어 보았다.
그러자.
슈우우우…….
불씨가 순식간에 태양핵에 흡수되며, 태양핵 조각에 노란빛이 일렁였다.
[활성화된 태양핵 조각]
-등급 : SS+
-대성좌 태양왕의 권능이 부여된 태양핵 조각.
-빛을 충전하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태양 빛을 계속 내리쬐면, 보다 발전된 태양핵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대성좌 ‘태양왕’이 빛 아래 태양핵을 놔두면, 이것이 스스로 발전할 거라고 알려 줍니다.]
성지한은 그 메시지에,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해지셨어?
그래도 일단은, 넘어가 주는 척해야겠군.
“알았다. 잘 받지.”
성지한은 인벤토리에 다시 활성화된 태양핵을 수납한 후, 발걸음을 떼었다.
그렇게 나선 전방에는.
“크, 크으윽……!”
성지한에게 아까 참전해 달라고 부탁했던 외눈박이 거인이, 쓰러지고 있었다.
“오, 아직 살아 있었네요?”
“다, 당신은…….”
“이제 게임 끝낼 겁니다. 승리 보상 얻고 싶으면, 죽지만 마세요.”
외눈박이 거인은 그 말을 듣자, 이를 악물며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감쌌다.
성지한이 아까 보여 주었던 무공을 생각해 보면,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하. 저렇게 살아 봤자 뭐 한다고…….”
“게임을 끝내?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종족이 허세만 강하군.”
“저자, 내 손보다도 작다.”
“빨리 끝냅시다. 챌린저 7 가야죠.”
성지한의 건너편에 있는 상대 종족 무리는, 불행히도 그를 알아보질 못하고 알아서 다가와 주고 있었다.
-성지한 모름 쟤네?
-세상 모든 플레이어가 성지한을 다 아는 건 아님 ㅋ 나도 적멸 때문에 최근에 유입됨.
-그래도 쟤넨 같은 챌린저잖아.
-챌린저라고 상대 선수들 다 알겠냐…….
-아까 하늘의 불길 쓴 플레이어가 이 사람이라곤 전혀 생각 안 하는 듯.
어떻게 성지한을 아직도 모르냐는 반응과.
유명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플레이어들이 알아야겠냔 반응이 공존하는 가운데.
“알아서 와 줘서, 고맙다 애들아.”
스으윽.
성지한이 쥔 봉황기가, 가벼이 움직였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치이이이익!
일직선으로 그인 궤적.
“어…….”
“뭐, 뭐냐. 이건.”
“재생이 안 돼…….”
성지한을 크기로 그대로 짓밟으려던 상대 플레이어들은.
모조리 몸이 갈라진 채,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스으으…….
얼마 타오르지도 않고,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진 적.
-뭐, 이젠 알게 되겠네…… 성지한.
-쟤들은 평생 못 잊지 ㅋㅋㅋ 다 이긴 겜 내줬으니까
채팅창에서 이러한 메시지가 올라올 때.
“뭐, 뭐야……!?”
“왜 갑자기 몸이……!”
횡소천군의 힘이 끝도 없이 퍼지며, 대전장에 살아남은 플레이어를 모조리 반으로 잘라 내고 있었다.
데굴. 데굴.
외눈박이 거인은, 누운 상태로 정처 없이 눈동자만 움직였다.
‘저 사람의 뒤에 있어서 망정이지, 앞에 있었다면…….’
자기도 저렇게 몸이 갈려서, 불타 버렸겠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이 종료됩니다.]
외눈박이 거인의 눈앞에, 게임 종료 메시지가 떠올랐다.
분명 이 대전장은, 100 대 100으로 맞붙는 거대한 전장터였는데.
저 조그만 플레이어가 혼자서 창 던지고, 휘두르니까 폭파되어 버렸군.
거인은 생각했다.
‘……당분간은 매칭 돌리지 말자. 저 괴물이 더 높은 리그로 올라갈 때까진.’
이번에야 공짜로 승리를 얻었다지만, 다음엔 저자를 적으로 만날지도 모르니까.
적이 돼서 이렇게 한 큐에 쓸려 버리면, 배틀넷에서 노력해 봤자 뭐 하냔 회의감이 들 것 같았다.
‘……좋아. 휴가나 가자.’
외눈박이 거인은, 그렇게 성지한을 보면서 일주일 휴가를 결심했다.
* * *
게임 종료 후.
‘이놈부터 살펴봐야겠군.’
성지한은 바로 공허의 수련장에 들어서서, 태양왕이 충전해 준 태양핵을 꺼냈다.
지이이잉…….
수련장 내부에 태양 빛이 없어서 그런가.
빛을 흡수하는 모습은 없고, 그저 은은히 노란빛만을 뿜고 있는 태양핵.
“어디. 맵 설정을 바꿔 보면…….”
성지한은 수련장 내부의 맵을, 조금 전.
태양이 있던 대전장 맵으로 바꿔보았다.
그러자.
번쩍!
빛을 발하면서, 대전장 맵의 태양 빛을 잠깐 흡수하나 싶던 태양핵은.
‘또다시 원래 모드로 바뀌었네.’
빛을 더 이상 먹어치우지 않고, 아까 같은 상태로 변해 있었다.
인공 태양 빛은 안 흡수한다 이건가?
‘흠…… 태양왕 놈이 그냥 줬을 리가 없지.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다.’
성지한이 그렇게 확신을 가진 채, 태양핵을 살피고 있을 때.
[본체…… 그거. 뭐임?]
봉인되어 있던 적색의 손이, 태양핵에 자극을 받은 건지 눈을 살짝 떴다.
“태양왕이 준 물건이다. 태양핵 조각.”
[태양핵…… 나, 그거 먹으면 봉인 해제 확률 1퍼센트 올라갈 거 같음. 먹이로 줘.]
뭐 당연하다는 듯이 내놓으래 이 손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야, 이건 안 돼.”
[왜 안 됨?]
“태양왕 놈이 순순히 이런 물건을 줄 애가 아닌데 줬거든. 분명히 여기다 장난을 쳤을 거란 말이지.”
[난 거기에 뭐 했는지 알 거 같음.]
“오. 그래? 뭔데?”
역시 관리자의 손인가.
알아채는 게 빠르군.
성지한의 물음에, 적색의 손이 대꾸했다.
[이런 인공 태양 빛 말고, 현실에서 태양 빛을 모으면 태양현신 기능이 발동할 거임.]
“태양현신?”
[그게 발동되면, 태양왕이 저 핵을 부수고 튀어나올 것임. 핵 아래 자세히 봐 보셈. 문자 있음.]
성지한은 그 말에, 태양핵을 들어 보았다.
태양핵의 아래 부분에는, 세밀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서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세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태양현신’으로 읽히는, 글자가.
“태양왕에 대해, 상당히 잘 아는데? 무슨 관계였냐 너랑은?”
[태양왕은 적색의 관리자의 제자였음. 스승의 재능에는 영 못 미치는, 그저 일꾼으로 쓰기에만 적당한 제자.]
“그가 제자라고? 그래도 드래곤 로드보단 낫네.”
드래곤 로드는 관리자의 탈 것이라고 들었으니까.
성지한의 말에 손은 눈동자를 굴렸다.
[무슨 소리임? 제자보다 탈 것이 더 대우받았음.]
“……그래?”
[당연한 거 아님? 하인, 아니 제자보다 애완동물이 더 귀엽잖음.]
“드래곤 로드가 귀엽냐.”
[적색의 관리자가 되면 알 것임. 꽤 귀여움.]
적색의 관리자가 되어야 알 귀여움이면, 평생 모르겠군.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태양핵을 바라보았다.
태양 빛을 받으면, 태양왕이 소환된다 이거지…….
[그럼 궁금증 풀렸을 테니 그거 먹이로 주셈.]
“야. 나중에 더 좋은 거 줄게. 이건 따로 쓸 데가 있을 거 같거든.”
[아니. 그거 먹어야 함……! 그래야 봉인을 해제할 수 있음!]
“좀 기다려 봐.”
[으. 힘, 힘이…… 망할 봉인……!]
성지한은 손이 타이밍 좋게 봉인되는 걸 지켜보다, 다시 시선을 태양핵으로 돌렸다.
‘태양핵. 이거, 잘 써먹으면 파괴력이 상당하겠는데.’
태양왕을 부를 수 있는 돌멩이를 먹이로 주기엔, 너무 아깝지.
성지한의 두 눈이 강하게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