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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27화 (42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27화>

“가족 살리겠다고 하는 사람을, 왜 기다렸다고 하는지 모르겠군.”

성지한의 의문에, 아소카가 손가락을 하나 폈다.

“자네가 대의를, 인류를 온전히 위하는 사람이었다면, 결국에 적색의 관리자가 되었을 것이고.”

“…….”

“자네가 자신만을 아는 사람이었어도, 적색의 관리자가 되었겠지.”

인류를 생각해도 적색의 관리자가 된다니.

성지한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왠지 알 것 같았다.

‘인류가 재탄생한 목적 자체가 적색의 관리자가 상시 관리자로 올라서기 위한 거였으니까. 관리자로의 합일은 종의 비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만 아는 사람이면 옳다구나 하고 관리자 되자고 세계수에 불 지를 테고.

그래서 가족을 챙기겠단 걸 보며, 이런 사람을 기다렸다고 한 건가.

‘뭐,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그래서, 기다린 사람 왔는데 앞으로의 대책은 뭐 있나?”

“대책이라.”

“그래. 일단…… 무신은 얼마나 강한 거지?”

아소카도 협조하겠다고 나오니, 성지한은 정보부터 수집하기로 했다.

“무신…… 그의 재능은, 자네만 못하다.”

“애매한 재능이네. 나보다 아래면.”

“그래. 무신이라는 칭호가 아까운 존재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얕보아서는 안 되네.”

스스스…….

성지한의 눈앞에, 하나의 구체가 떠올랐다.

울퉁불퉁한 암석 표면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돌덩이.

“이건…….”

“투성이네. 달보다도 훨씬 작은, 무신의 별이지.”

지이이잉.

아소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덩이의 주변에 작은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투성을 중심으로, 별처럼 새겨진 그 물건은.

자세히 보니, 예전에 성지한이 투성에 가서 보았던 성좌의 무구였다.

“……성좌의 무구인가. 이거.”

“그러네. 투성에 와 본 적이 있는가?”

“가 봤지.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 무혼 관련해서 말이야.”

성지한은 그러며, 그때의 일을 간략히 이야기해 주었다.

동방삭이 무혼을 포기하면, 성좌의 무구를 준다고 했지만.

“난 그 제안을 거절하고, 별의 능력을 택했지.”

“그때 성좌의 무구를 택했다면, 자넨 무신에게 영원히 귀속되었을 거야.”

지이잉.

성좌의 무구가 확대되자, 아소카는 이를 툭툭 두드렸다.

“저번에 이야기했지. 이 안에는, 무신의 회귀 전 힘이 저장되어 있다고.”

“그래…… 그에 관해선 네게 들었지.”

“무신은 이 힘을 모두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시킬 수 있다. 그럼, 순간적으로 그가 사용할 수 있는 힘은 관리자에 필적하지.”

“관리자에 비교될 정도인가.”

“무한한 회귀 속에서 차곡차곡 모아 온 힘이다. 그 정도는 되지.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확대된 성좌의 무구는 다시 작아지고, 이번엔 투성이 클로즈업되었다.

“이 암석 덩어리 안에서도. 거대한 기운이 숨겨져 있어.”

“투성 자체에도?”

“그래. 성좌의 무구뿐만이 아니라, 이 별에도 그는 힘을 저장한 것 같다.”

스르르륵.

투성이 180도 돌아가더니, 거대한 황금의 탑을 비추었다.

“예측컨대, 길가메시와 피티아가 이와 관련되어 있을 거야.”

“그 둘이?”

“그래. 나는 무한회귀 속에서, 매번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기에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저 황금의 탑에 무신의 안배가 숨겨져 있을 거네.”

“길가메시 그놈은 끝까지 이용만 당하네.”

“영생을 원했던 그의 업보지.”

아소카가 차게 말하며, 정리를 했다.

“결국 무신의 힘의 근원은, 성좌의 무구와 황금의 탑이니.”

“음.”

“성좌의 무구는 동방삭이 해결할 테고, 황금의 탑은 내가 무너뜨리겠네.”

“어…… 그래?”

무신의 힘의 원천이 그 두 갠데, 동방삭과 아소카가 하나씩 맡아 주면…….

“그럼 난 할 일 없지 않나?”

“아니. 우리는 반기를 들자마자, 금제에 의해 바로 죽을 터. 힘의 원천을 모두 제거하긴 불가능하네.”

“흠…… 그럼 남은 걸 처리하라는 건가. 나한텐.”

“그러네.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만, 자네라면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거야. 다만.”

“다만?”

“그 전에, 전제 조건이 필요하지.”

뭔 조건?

성지한이 눈썹을 꿈틀거리자, 아소카가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적색의 관리자가 인류에게 심은 불을, 꺼야 하네.”

“적색의 불을…… 어떤 방법으로 끄라는 건가?”

“적색이 아닌, 새로운 관리자가 되면 되네.”

“관리자가 되라고? 이그드라실이 했던 이야기와 흡사하군.”

“호오. 이그드라실이 뭐라고 했는지, 알려 줄 수 있겠는가?”

성지한은 이그드라실이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놀라운 업적을 보이면, 임시 관리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이그드라실의 제의.

“자네가 대성좌를 이기고, 관리자에 올라서서 적의 인자를 제거한다…… 내 생각도 비슷하네.”

“이그드라실이 맞는 말을 할 때도 있군.”

“나는 여기서, 관리자가 되었을 때 적의 인자를 제거할 수단을 알려 주겠네.”

“흠, 관리자에 오르면 끝이 아니었나?”

“임시로 올라선 관리자가, 적의 잔재를 없애는 일이 그리 쉽진 않겠지. 거기에 이그드라실의 말을 모두 믿기엔, 신뢰가 없지 않나.”

“하기야 그렇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그드라실이 자기보다 적색의 관리자가 먼저 상시로 올라갈까 봐, 그에게 정보를 건네주긴 했지만.

그래도 세계수 엘프는 기본적으로 믿어선 안 될 족속이지.

“그럼 네가 생각한 방법은 뭐지?”

성지한의 물음에, 아소카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흠…… 혹시나 해서 물어보겠네만.”

“뭘?”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 * *

갑자기 뭔 소리야.

“아니, 전혀 없는데.”

“아쉽군. 관심이 있다고 했으면, 내가 직접 가르쳤을 텐데.”

아소카가 자기 입으론 부처 사리푸트라의 스승이라고 했으니.

혹시라도 배우면 불교의 시초에게 배우는 거나 다름없는 건가.

그래도.

“종교엔 관심도 없고, 지금 여유도 없어.”

본인이 싫으면 그만이지.

“그럼 어쩔 수 없군. 약식으로 하는 수밖에.”

스으윽.

아소카는 그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 그에게 나뭇잎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건 뭐지?”

“보리수의 잎이네. 이를 씹으면, 잠시 무아無我를 체험하게 해 줄 것이네. 그것이 적색의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줄 거야.”

“준비 참 철저하군.”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으니까.”

성지한은 자신을 위해 이것저것 꺼내 주는 아소카를 보면서, 생소한 기분이 들었다.

매번 인류에게 버스를 태워 주기만 했는데, 어째 이렇게 케어받는 건 낯선 느낌이군.

‘그래도, 그 덕에 문제 해결 방안이 나와서 다행이네.’

아소카가 길을 제시해 주지 않았다면, 많이 헤맸겠지.

성지한이 이 버스 승차감이 좋네 하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투두둑…….

둘을 가리던, 거대한 손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거, 시간 다 된 건가.”

“그래. 오래 버텼지.”

손이 부서지는 걸 지켜보던 아소카는, 성지한의 검을 가리켰다.

“그럼, 날 검으로 찔러 주게.”

“……이거로?”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가면, 무신에게 의심을 사니까.”

괜히 건들면 안 될 사람, 건드는 거 같은 느낌이라 뭔가 찝찝한데……

“알았다.”

푹!

그래도 성지한은 아소카의 말대로, 충실히 검을 꽂았다.

그러자.

바스스스……!

둘을 가리던 손이 부서지며.

-오…… 오…… 뭐지. 분명 멈춰 있었지?

-ㅇㅇ; 갑자기 화면이 찌르는 장면으로 바뀌네.

-뭐야 이거 ㅋㅋㅋ

-둘이 시간 속에서 싸운 거 아닐까?

-그래도 성지한이 찌른 거 보니까 이기긴 한 듯.

멈춰 있었던 채팅창에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큭…….”

저벅. 저벅.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서는 아소카.

하나 그의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손의 봉인은, 완료되었다.”

그가 보고 있는 건, 성지한의 오른손.

시청자들은 그 말을 듣고는, 화들짝 놀랐다.

-뭐? 봉인?

-헐, 오른손에서 눈알 안 보임 ㄷㄷ

-이제 레이저 못 쏘는 건가…….

-레이저 못 쏘는 게 문제겠음? 힘이 완전 약화된 거나 다름없는데…….

-대체 어떻게 싸웠는질 모르니 원 ㅡㅡ;

성지한을 걱정하는 인류와.

-이러면 토너먼트 의미가 없지 않나?

-아니, 봉인은 풀라고 있는 법. 손만 가져가면 다 방법이 생긴다.

-오히려 성지한을 이기기에는 더 쉬워졌지.

-그러네. 저 팔 아니면 레벨 8 성좌로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을 테니까.

-이거 토너먼트 경쟁률 더 박 터지겠는데?

손의 봉인이 야기할 후폭풍을 예측하는 외계의 시청자들.

사아아아…….

그리고 아소카의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자.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승리했습니다.]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화속성 친화도가 +1 상승합니다.]

[체력이 +3 상승합니다.]

아레나에서는, 종족 진화 보너스를 바로 퍼주기 시작했다.

* * *

[성지한, 토너먼트에서 승리하다!]

[또다시 얻은 화속성 진화 보너스. 수속성 마법사도 높아진 친화도로 불의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돼.]

[토너먼트 상대, 고타마 싯다르타란? 기록에 따르면, 인도의 소왕국 왕자로 알려져.]

[중급 종족으로의 진화는 언제? 전문가들,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될 수도 있다고 기대.]

“와, 우리 초심자의 아레나 소식은 거의 없네……! 내가 또 맹활약을 펼쳤는데!”

윤세아는 토너먼트와 관련된 기사를 살피며, 입을 삐죽였다.

역시 삼촌한테는, 화제성에서 안 되네.

“며칠 전만 해도 다 초심자 아레나 기사만 나왔잖아. 욕심이 과하다.”

“뭐 그렇긴 하지만…… 매일 포털 메인에서 내 얼굴 보다가 사라지니까 아쉽네. 삼촌, 근데 그 손은 어떻게 해?”

“이거?”

“어. 우리 레드, 봉인되어 버렸잖아.”

툭툭.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다가가, 그의 손등을 툭툭 쳤다.

이제는 점처럼 작아진 붉은 눈.

여기엔 예전 같은 생명력이 느껴지질 않았다.

“아소카…… 그 사람은 뭐 칼에 찔리면서까지 이걸 봉인하고 있어. 그렇게 우리 레드가 밉나?”

“……근데 왜 아까부터 이걸 레드라 그러냐?”

“붉은 눈보단 귀엽지 않아?”

“여기서 귀여움을 느끼다니. 우리 조카 취향도 많이 이상해졌네.”

“얘, 삼촌 거실에서 쉬고 있을 때 나 좀 빤히 바라보곤 했거든. 그래서 이름을 지어 줘야겠다 생각했어.”

“……그래?”

“응.”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자식이 아무 이유 없이 세아를 주시하진 않았을 거 같은데.

‘잘 봉인됐네. 이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손이 봉인되긴 했어도, 그간 올랐던 스탯 적의 수치는 변함이 없었다.

대신, 예전처럼 손에서 계속 추가적으로 스탯을 얻어 가긴 힘들겠지.

‘적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제 적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더 생각을 좀 해 봐야겠네.’

엄청나게 오른 것치고는, 활용처가 애매했던 스탯 적.

이걸 써먹는 방법을 알아야, 추후 있을 무신과의 전투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스탯 적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보…… 본체…… 내가…… 뭐랬음…… 불길…….]

성지한의 뇌리로, 손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봉인…… 풀어야…….]

이놈 참, 생명력 하나 끈질기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도, 태연히 그에게 대꾸했다.

‘봉인 어떻게 푸는데?’

[절대무기를, 만들면 됨…….]

절대무기?

이건 흘려들을 수 없겠군.

‘어떻게 만드는데. 그 절대무기.’

[적멸을, 무기에 담아 갈무리하면 됨…… 그거로, 봉인을 풀 수 있음……!]

‘호오.’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자세히 이야기해 봐. 그 무기 만드는 법.’

능력, 써먹을 데가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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