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422화 (422/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22화>

“오,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설마 수련장 부수기 컨텐츠, 절 부르려고 진행하는 거였습니까?”

“맞아.”

성지한은 눈치 빠른 아레나의 주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방송 틀자마자 컨텐츠를 더 이상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네요. 오늘은 이만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단칼에 배틀튜브를 끈 성지한을 보며, 아레나의 주인이 한마디 했다.

“목적을 이뤘다고 원래 컨텐츠를 진행하지 않다니…… 그러다가 채널 망합니다.”

“그럼 수련장 부술 걸 그랬나?”

“이번 케이스만 빼고, 다른 때에는 성실히 진행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부수는 건 싫나 보네.”

“태극마검을 견딜 만한 수련장을 만드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니까요.”

아레나의 주인은 그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전 왜 부르셨습니까?”

“이번에 한 성좌를 상대로 적멸을 사용했는데…….”

“저도 보았습니다. 적색의 관리자의 권능,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더군요.”

“그거 10분 전에 튼 영상인데…… 공허 서열 4위께서 봐 주실 줄은 몰랐군.”

“워낙 요주의 인물이셔서 말이죠.”

그가 방송을 봤다면, 길게 설명을 안 해도 되겠군.

“적색의 손을 얻었을 때보다, 적멸을 쓰고 주목도가 훨씬 높아져서 말이야. 이대로 뒀다간 외계의 존재가 지구로 쳐들어올 기세던데.”

“원래는 배틀넷 리그 신참자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순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요.”

세상에 완벽한 보안이란 건 없지.

아레나의 주인이 말한 대로 정보 유출이 불가능하지 않다면, 그게 일어날 거라고 상정하고 앞으로의 일을 대비해야 했다.

“지구로 관리자의 손을 노리고 외계인들이 침공하는 사태는 피하고 싶어. 그래서, 지구가 아니라 외부에서 싸울 무대가 필요한데…….”

“제게서 전장을 제공받고 싶으신 거군요.”

“어.”

“싸우는 장소야 얼마든지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스으윽.

중절모 아래, 아레나의 주인의 눈이 성지한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외계의 플레이어들을 전장으로 부르려면, 그 손을 상품으로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겠지.”

“현재 상태에서 팔을 적출하게 되면, 꽤 타격이 크실 텐데……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운이 좋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이 말을 같이 듣던 관리자의 손에게선, 바로 부정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본체. 무리하지 마셈. 아무리 대성좌라고 해도 지구론 금방 못 쳐들어옴. 거기에 쳐들어오면 그냥 지구 불 지르면 그만 아님? 자원 빼앗기기 전에.]

이미 지구 내의 인류를 적색의 관리자가 되기 위한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손.

성지한은 그의 인식에 대강 장단을 맞춰 주었다.

‘성화를 지피면 자원을 회수할 수 있겠지만, 재수 없게 선제타격을 강하게 당하면 어떻게 되겠냐. 대성좌급이면 행성 하나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힐 재주가 있을 텐데.’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페널티가 과함.]

‘상시 관리자가 되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지. 인류가 진화하기 전까진 내가 저들의 주목을 끌어야 해.’

[……알겠음. 본체의 뜻을 따르겠음.]

적색의 관리자의 진정한 목표였던, ‘상시 관리자’.

이를 거론하자, 관리자의 손은 순순히 성지한의 말에 따랐다.

“실체로 참여할 테니, 전장을 제공해 줘.”

“알겠습니다. 그럼, 조속히 무대를 마련하겠습니다.”

성지한의 답이 떨어지자.

지이이잉…….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특별 무대를 마련하기 시작하는 아레나의 주인.

“게임 타입은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이긴 자가 성지한 님과 싸우도록 하는 것이 좋겠군요…….”

“맵은, 스페이스 아레나를 베이스로 해서 진행하고…… 참여 플레이어는 최소 성좌 이상으로. 대성좌도 참여시킬 생각이시죠? 성지한 님께선.”

“어. 대성좌가 이리로 쳐들어오느니, 거기서 싸우는 게 낫지.”

“그럼 대성좌도 참여하게 하면…… 아.”

화면이 여러 번 띄웠다가 사라지며, 무대 설정을 진행하던 아레나의 주인은.

갑자기 어느 한 부분에서 동작을 멈추었다.

“성지한 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뭐가 문제지?”

“아직 챌린저 리그 –9시군요. 대성좌를 초대하기 위해선, 챌린저 –5까진 도달해야 합니다.”

“아, 아직 챌린저 게임을 돌리질 않아서 그런 거군.”

태극의 망혼과의 전투 이후, 그때 얻은 힘을 갈무리하다 보니.

챌린저 게임 매칭은 아직 한 번도 진행하질 못하고 있었다.

“바로 올리지.”

“그럼 1차 토너먼트는 성좌 레벨 8까지만 참여가 가능하겠군요.”

“레벨 8이면, 참여율이 저조하겠는데.”

적멸 한 방에 그로기 상태가 되었던 피티아도 성좌 레벨 8이었으니.

이 케이스를 본 성좌들이, 과연 참여를 하겠나.

나와 봤자 형편없이 깨지기만 할 텐데.

하나.

“글쎄요…… 전 대흥행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

“피티아가 약해서 그랬을 뿐, 자신들은 다를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삑. 삑삑.

아레나의 주인은 대략적인 설정을 마치고는, 세부사항에 협의를 들어갔다.

“성좌들의 토너먼트 참여 비용은 전장 구축에 최우선으로 쓰겠습니다.”

“참여비도 받나?”

“당연하죠. 적색의 손이 상품으로 걸렸는데, 가치에 맞는 참가비를 받아야죠. 성지한 님께도 이와 관련된 수익은 공정하게 분배될 겁니다. 물론, 전장의 설계 비용을 먼저 제외하고 난 이후예요.”

“이미 있는 아레나 맵 쓸 테니, 설계비는 얼마 안 들겠네.”

“아뇨. 고위 성좌들이 전투를 치를 맵은 그때그때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상대는 왜 이렇게 비용이 들어가고, 수익은 어떨 것이고 수수료는 어쩌고 하면서 복잡한 이야기를 설파했다.

공허 서열 4위라더니, 뭐 이런 거까지 직접 설명을 하는 건지.

‘하연 씨가 그립구나. 이게 길드 업무였다면 대신 처리해 줬을 텐데.’

그동안 복잡한 계약은 이하연에게 맡겨 두었던 성지한은.

아레나의 주인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그녀가 그리워졌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협의를 진행할 때.

“……아, 그리고 토너먼트 보상은 진화 보너스로 대체해서 드릴 수도 있습니다.”

“보상을 종족 진화 보너스로 줄 수 있다고?”

“예.”

아레나의 주인이 마지막엔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본체, 기회임. 토너먼트 승리해서, 빨리 중급 진화하는 거임!]

진화 보너스를 준다고 하자, 그간 토너먼트에 부정적이던 적색의 손은 흥분했다.

인류가 중급으로 진화하면, 모조리 성화로 불사르고 상시 관리자 하자 이거지.

성지한은 차분한 눈으로, 아레나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거 참…… 많이도 퍼주는 거 같네. 종족 진화 보너스.”

“퍼주다니요. 관리자의 손이란 보물을 거셨는데,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뿐입니다. 거기에 성지한 님은 목숨까지 걸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가.”

“예, 합당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십시오.”

합당하다라.

자신이 보기엔, 어떻게든 인류 진화 시키려고 안달 난 거 같은데.

‘생각해 보면 이 손도 아레나에서 줬었지…….’

공허 측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성지한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건 지금 당장 답이 나올 의문이 아니었다.

일단은 협의를 진행해야겠지.

“……알았어. 보상은 그때 가서 선택하지.”

“알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손을 건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 * *

이튿날.

-이번에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성좌 토너먼트 봄? 상품이 적색의 손이더라.

-적멸을 사용한 그 손?

-그럼 성지한이 주최하는 건가?

-맞음 그가 손을 걸었어.

-허. 아레나의 주인이랑 대체 무슨 커넥션이 있는 거지? 저번 방송도 그렇고…….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성지한 배 1차 성좌 토너먼트’공지가 올라오자.

배틀넷 커뮤니티는 후끈 달아올랐다.

-행성 위치가 발각되기 전에, 먼저 수를 쓴 건가?

-근데 저런다고 위치 안 찾아다니나? 토너먼트 무시하고 쳐들어가면 그만인데.

-인류의 행성 찾는 거 보다, 토너먼트에서 승패가 갈리는 게 더 빠를걸? 초심자의 행성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

다들 배틀넷에서 구를 대로 구른 플레이어들이라 그런지, 성지한의 의도는 금방 파악했지만.

-행성 찾아도 모행성과 거리가 멀면, 거기까지 가는 것도 문제야. 토너먼트가 훨씬 나음.

-맞아 인류의 행성까지 가기 전에, 손의 주인은 뒤바뀌어 있을걸.

-근데 1차 토너먼트는 레벨 8 제한이네…… 적멸에 휩쓸려 버린 성좌도 레벨 8 아니었어?

-이럼 누가 참가하냐? 괜히 나가 봤자 발릴 텐데.

-이미 접수 마감임 ㅋ 좀 있으면 256강 대진표 나온댄다.

‘벌써?’

성지한은 외계 플레이어들이 쓴 배틀넷 커뮤니티 글들을 둘러보다, 눈을 껌뻑였다.

공지 뜬 지 얼마나 됐다고 접수 마감이야.

-인류종 어차피 하급 종족 아님? 그런 애들 레벨 8과 상위종의 성좌 레벨 8은 다르지.

-맞아 거기에 적멸 한 방만 피하면 쉬워 보이던데?

-그 검 꺼낸 것도 위력 세지 않음?

-그래 봤자 그 쪼그만 걸로 뭐 하겠어.

-애초에 아직 성좌 후보자에 불과한 성지한한테 레벨 8들이 겁먹겠냐 ㅋㅋㅋ

‘같은 성좌 레벨을 지녀도, 종족의 등급에 따라 수준 차가 상당히 나나 보군.’

성지한은 커뮤니티에서 추가적으로 올라오는 글을 보며, 참가 신청이 금방 마감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피티아가 깨졌던 건, 기습적인 적멸에 하급종인 인류 출신이라 그런 거고.

자신들이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다.

이렇게 보고 있는 거네.

‘어디, 얼마나 차이 나는지는 경기를 보면서 판단해야겠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대여. 아레나 토너먼트 대진표가 나왔다!”

거실 한구석에서 그림자가 올라오더니, 그림자여왕이 성지한에게 화면을 띄워 주었다.

“대진표 나와 봤자 뭐, 우승자랑 맞붙는 건데. 볼 필요 있겠어?”

“레벨 8 성좌 중, 유명한 이들은 죄다 참여한 거 같은데?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봐도 어차피 아는 이름도 없어.”

애초에 외계의 성좌 중, 아는 자들이 뭐 있어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결승에 누가 올지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는 이름이라…….”

스으윽.

그림자여왕은 토너먼트의 이름을 쭉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한 칸을 가리켰다.

“여기, 이 자는 인류 출신 아니었나?”

“응? 누구?”

“아소카.”

“……그가 나왔다고?”

성지한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소카가 적색의 손이 걸린 토너먼트에 출전하다니.

물론 그가 레벨 8 성좌긴 했지만, 이건 완전히 예상외였다.

그때.

부르르르…….

성지한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원래 모르는 번호는 안 받는 그였지만.

‘……앞이 777로 시작하는 건 처음 보네.’

지금 걸려 온 특이한 번호는, 받아야 할 거 같았다.

뚝.

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

[성지한. 긴히 할 이야기가 있네.]

그 안에서, 아소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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