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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415화 (41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415화>

조금 전, 태극의 망혼의 힘을 흡수하고 난 후.

‘집에 가기 전에, 나부터 살펴야겠군.’

이번에 막대한 힘을 얻은 성지한은 귀가하기 전, 상태를 체크하기로 했다.

현재 관리자의 손을 이식한 데다가, 공허처리장까지 아예 얼굴에 박혀 버렸으니.

현재 그의 상태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500레벨이 넘어 업그레이드된 공허의 수련장이니, 힘을 실험해 보기엔 괜찮겠지.’

그렇게 그가 공허의 수련장에 진입하자.

“한 건 해 주셨더군요.”

아레나의 주인이 이미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왔어? 바쁜 몸은 아닌가 보군.”

“바쁩니다만, 이 일 처리가 최우선이니까요.”

성지한의 말에 담담히 대답한 그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수련장으로 온 걸 보면, 아직은 손에 먹히질 않으셨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관리자의 손이 당신을 지배했다면, 그가 이리로 올 리가 없으니까요.”

“아하.”

관리자의 손이 성지한을 지배하면, 굳이 공허의 수련장으로 들어올 리가 없다는 거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이 번뜩이는 오른손등은.

[정보 수집 중이었는데 이리로 들어와서 끊겨 버렸음…… 그래도 놀라운 결과를 알아냄. 역시 본체는 본체였음.]

예전처럼 겉에 문자를 띄우지 않고, 그에게 안에서 뜻을 보냈다.

‘왜 내가 본첸데?’

[저놈 가면 알려 주겠음.]

아무리 관리자의 손이 오른팔로 안착했다 해도, 아직 아레나의 주인 눈치를 보긴 하는군.

‘알았다.’

성지한은 그리 대답하고는, 아레나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중절모를 쓴, 우주 형상의 얼굴.

그는 성지한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공허처리장 때문입니다.”

“왜, 얼굴 뜯어 가려고?”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 윗분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윗분이라면, 흑색의 관리자일 텐데.

관리자가 아니었다면 진짜 얼굴 뜯겼을지도 모르곘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얼굴 기부할 생각 없으십니까? 그분께서도, 본인이 주겠다는 건 막지 않으실 겁니다.”

“무신을 깔끔하게 처리해 주면 기부할 수도 있지.”

“안타깝군요. 그에게 그런 식의 개입은 불가능합니다.”

“왜 안 되는데?”

“설명하긴 복잡하지만…… 그저, 공허가 직접 나서기엔 제약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흠. 그럼 얼굴 떼 주긴 그렇군.”

성지한은 금이 간 자신의 턱 부분을 매만졌다.

공허를 300이나 늘린 데다가, 수용 한도까지 999로 변하게 해 준 공허처리장.

하나 얼굴 끝에서 시작한 균열은, 언제 커질지 몰랐다.

‘폭탄을 두 개나 달고 다니네.’

그것도 팔이랑 얼굴에 말이야.

그래도 이왕 터질 거면, 무신 앞에서 폭발시켜야지.

성지한이 그렇게 몸에 융합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역시 기부는 힘드십니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요.”

“본론?”

“예.”

지이이잉…….

우주 얼굴 속에, 반짝이는 두 별에서 빛이 피어오르더니.

아레나의 주인은 커다란 화면을 띄웠다.

“이번에 아레나에서, ‘초심자의 아레나’란 행사를 할 겁니다.”

“초심자의 아레나라.”

“중급에 도달하지 않는 종족들을 모아다가, 진화 보너스를 주는 행사죠.”

“……중급 아래인가.”

“네. 거기에 다이아 리그의 선수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참여 기회를 마련할 겁니다.”

성지한은 이 말을 들으며 눈을 깜빡였다.

아레나의 주인이 나열하는 조건들이, 어째.

“……인류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군. 내 기분 탓인가?”

“아니요. 이번 초심자의 아레나는, 인류에게 맞춰진 행사입니다. 참여 조건도, 보상도. 인류가 진화 보너스를 가져갈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죠.”

아레나의 주인은 성지한의 의문에 순순히 긍정했다.

“왜 그런 거지?”

“인류가 하루라도 빨리 중급 종족이 되어야 하니까요. 위에서는, 그 기회를 주길 원하십니다.”

“관리자가…….”

“네. 그래도 운영진이 한 종족에게 직접적으로 진화 보너스를 줄 수는 없으니, 판을 마련한 것이지요.”

인류가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진화하면서.

이 종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들과 엮인 무신을 감시하기 시작한 흑백의 관리자.

하급에서 중급이 되면, 그들이 인류를 더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만약에 이그드라실의 말이 맞다면. 인류 종 자체가 적색의 관리자인지도 종의 진화로 확실히 확인이 가능할 테고.’

표면적으로는 인류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제안이지만.

그 안에는, 여러 의도가 담긴 ‘초심자의 아레나.’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안 받을 수도 없었다.

“아, 그리고 이 행사에서 성지한 님은 제외가 될 겁니다.”

“나는 참여 못 한다고?”

“다이아와 마스터 리그 소속 플레이어만 참여할 수 있거든요.”

“이왕 밀어줄 거면 나도 나가게 하지 그랬나?”

“당신은 지금 배틀튜브에서 상당히 주목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초심자의 아레나라는, 불공정한 행사를 주최한다면 강력한 항의가 들어오겠죠.”

“관리자는 플레이어의 항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쓸데없는 잡음이 나오는 건 귀찮으니까요.”

그래서, 주목도가 높은 성지한은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설정하고.

인류 플레이어만 초심자의 아레나에 참여시키겠다?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놈이 가르쳐 주진 않겠지.’

항의가 귀찮아서 배제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 아레나의 주인이다.

그에게 캐물어 봤자 진짜 이유가 나오진 않겠지.

“그러니 당신께서, 인류에게 이 행사 참여를 독려해 주십시오. 진화 보너스를 많이 챙겨 가도록 말이죠.”

“어떻게든 인류를 중급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군.”

“예, 그것이 윗분의 뜻이십니다.”

스으윽.

아레나의 주인은 성지한의 팔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끝? 초심자의 아레나를 알려 줄 거였으면, 직접 올 필요도 없었을 텐데.”

“제 용건 중엔, 성지한 님의 상태를 살피는 것도 있었습니다. 괜찮으신 것 같으니, 이만 가지요.”

“그래. 잘 가.”

성지한이 손을 흔들자.

스스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아레나의 주인.

그가 가자마자.

[누가 서열 4위 아니랄까 봐, 상당히 거슬림.]

“4위라고?”

[내 때만 해도 그가 공허 서열 4위였음.]

예전에 그림자여왕에게 아레나의 주인이 공허에서 20위권 안엔 든단 이야기를 들었다만.

그가 그렇게 고위급 존재일 줄은 몰랐다.

“그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역시 네가 신경 쓰였나 보군.”

[그런 듯. 난 본체를 먹어치울 생각이 없는데 착각하나 봄.]

“그래서 아까 네가 알아낸 놀라운 결과는 뭐냐?”

[아 그거. 님. 이건 놀랄 수밖에 없을 거임. 님 종족이……!!]

성지한은 그가 종족 운운하며 뜸을 들이자, 심드렁이 대꾸했다.

* * *

“설마 인류가 알고 보니 적색의 관리자였다. 이 말 하려는 거냐?”

[?? 어케 알고 있었음?]

“이그드라실이 알려 줬지.”

[녹색이 알아챘다고? 헐 망했음…….]

성지한의 대답에, 당혹해하는 관리자의 손.

하나 그도 기분이 썩 개운치는 않았다.

‘이그드라실이 거짓을 말한 게 아니었나 보군.’

이그드라실에 이어서, 적색의 관리자의 손까지 저러는 걸 보면.

진짜 적색의 관리자가, 인류라는 종 자체에 스며든 게 확실한 건가.

[안 되겠음. 녹색이 견제하기 전에 빨리 인류 진화시키고 합체 프로세스 가야 함.]

“합체라.”

[성화로 이 행성을 불태우면, 인류 모두가 본체에게로 귀의할 것임. 그러면 본체는 예전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음. 아니, 인류가 중급이 된다면 더 강해질지도.]

“그럼 나도 사라지고, 적색의 관리자만 남겠군.”

[? 그렇지 않음. 본체는 인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적의 자질을 지니고 있음. 새로운 적색의 관리자는 본체가 될 것임. 인간에서, 관리자로 승화하는 거임!]

인류를 모두 성화에 불태우고, 새로운 적색의 관리자가 되라는 손.

성지한은 묵묵히 말을 듣다가,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진화 후에 생각하고. 왜 하필 내가 본체의 자질을 지니고 있지?”

[그게 무슨 소리임? 능력을 갖췄으니 본체인 거임.]

“왜 나인지가 궁금해서. 적의 자질에는, 혈통이라도 있나?”

[그건 그냥 랜덤임.]

“……랜덤이라고?”

[핏줄로 자질이 계승되는 거면, 그 혈통이 사라졌을 때의 위험성이 너무 큼. 본체에게 힘이 발현된 건, 우연히 그리된 것임.]

집안에 뭐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성지한은 그 말을 들으며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인류의 진화 후 내가 열심히 보필해서 성화를 이 행성 전역에 피워 버리겠음.]

“그래. 지금보다는 진화 후가 좋겠지. 그래야 관리자의 불도, 더 강하게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맞음. 좀만 참으셈.]

아직 이 팔을 완전히 지배한 것도 아닌데, 괜히 나 그럴 생각 없다고 할 필요는 없지.

성지한은 관리자의 손에게 일단은 그렇게 맞장구를 쳐 주며.

‘그때까지가 이 팔을 지배할 데드라인이군.’

물끄러미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종족이 진화한 후에도, 성화를 지피지 않는다면 이 녀석이 반역을 하려 들겠지.

‘초심자의 아레나에서 진화 보너스를 획득하지 않는다면. 데드라인이 멀어지긴 하겠다만.’

진화 보너스를 받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행동하면 이 팔이 왜 그러냐면서 난동을 부릴지도 모른다.

일단은 일을 진행해 가면서.

인류가 중급으로 진화하기 전에, 팔을 장악해야겠어.

성지한이 그 전까지는 녀석의 장단을 맞춰 주기로 마음먹고 있을 때.

[본체가 기다릴 줄 알아서 다행임. 예전 본체는 성급해서 일을 그르쳤음.]

‘뭐 했는데 예전 적색은?’

[업적 달성한다고 무리하다가 너무 일찍 관리자가 됨. 정식 프로세스로 나아가야 했는데…….]

관리자의 손이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업적?”

[성좌 되기 전에, 대성좌를 굴복시킴.]

성지한은 그 말에 눈을 번뜩였다.

이그드라실이 말했던 ‘놀라운 업적’.

그게 이거랑 연관이 있나?

“관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업적이…… 성좌 되기 전에 대성좌를 꺾는 거였나?”

[원래는 대성좌가 된 이후에, 힘을 모으며 기다리는 게 정식 루트임. 하지만 예전 본체처럼 대성좌를 꺾는, 전 우주를 뒤흔들 업적을 달성하면…… 관리자가 될 길이 새로 생겨남.]

“적색은 어떻게 한 거야 그걸? 힘의 차이가 엄청났을 텐데.”

[간단함. 대성좌보다 더 강했음.]

“아, 그래…….”

정답 한번 심플하군.

성지한은 그리 대꾸하며, 놀라운 업적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이그드라실이 업적을 달성하면, 임시 관리자로 추천해 준다고 했지.’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고.

임시 관리자가 돼서, 인류를 편집하라는 이그드라실.

그 말을 온전히 따를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방법 자체는 알아보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적색의 손에게서 놀라운 업적에 대한 힌트를 알아낼 수 있었다.

다만.

‘내가 대성좌를 이길 수 있나…….’

성지한은 자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 정도면, 성좌급은 고위 레벨이라도 상대가 가능했지만.

대성좌는 또 급이 다른 상대였다.

거기에.

‘어디서 만나 그놈들을.’

지금 성지한이 인지하고 있는 대성좌는 둘.

드래곤 로드와, 태양왕이었다.

하나 태양왕은 어디 있는지 알려지지 않는 상태고.

드래곤 로드는 자신을 후원하는 후원 성좌였지만.

‘내가 성좌가 아니라서 그의 레어로 소환되지 못했지.’

[대성좌 ‘드래곤 로드’가 본격적인 후원을 위해, 플레이어를 자신의 레어로 소환하려고 합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성좌’ 자격을 얻지 못하여, ‘대성좌’의 소환에 응할 자격이 되지 못합니다.]

성지한은 예전에 보았던 시스템 메시지를 떠올렸다.

결국 이러면, 드래곤 로드건 태양왕이건.

만나서 도전하기도 힘든 상황이군.

‘……일단은, 그 업적의 실마리를 찾았단 것에 만족해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균열이 생긴 얼굴을 매만졌다.

얼굴에 흡수된 공허처리장은, 아직 매우 안정적인 상태였다.

‘그래도 일단은 둘 다, 당장은 터지지 않겠어.’

성지한은 그렇게 한 차례 점검을 끝내고는.

다시 수련장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귀가한 그가 본 것이 바로.

[……알았어. 당신. 세아 덕인 줄 알아. 어디 살든 상관 안 할게. 내 눈에만 보이지 마.]

집에서 펼쳐지던 이혼 소동이었다.

“그럼 이혼 절차는 그렇게 진행하는 걸로 하고.”

“그, 그게…… 끝이야?”

성지한은 이 상황을 말려 주길 바라는 윤세아를 외면하고는.

“아레나의 주인이, 저에게 제안한 것이 있습니다.”

‘초심자의 아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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