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93화>
중국전 1경기.
=어……!
=윤세아 선수, 평소와는 모습이 다릅니다.
=이거, 언데드화 때의 모습…… 아닌가요?
=언데드화라면 설마…….
=성지한 선수, 혹시 대기실에 있었던 겁니까!?
=윤세아 선수! 혼자 돌진합니다!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언데드화 된 윤세아는 홀로 중국의 진영에 돌진했다.
“아닛, 언데드화라니…….”
“정말 성지한 선수가 대기실에 있었던 건가??”
“왜 하필. 이때……!”
“서포터! 신성력으로 대응해 봐!”
언데드화의 위력을 알고 있는 중국 대표팀은, 어떻게든 그녀에게 대항해 보려고 했지만.
쾅! 쾅!
공허의 힘이 증폭된 윤세아는 적진을 그대로 초토화시켰다.
-와 언데드화라면…….
-성지한 나왔구나? ㄷㄷ
-갑자기 중국에서 왜 성지한 밴하나 했네.
-응? 근데 중국은 어떻게 안 거임?
-그러게 정보가 새어 나가나;
-근데 성지한 안 나와도 낙승할 듯 ㅋㅋㅋㅋ
밴당해도, 이제는 게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성지한.
그는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1경기를 뒤흔드는 막대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었다.
=1경기, 끝이 납니다!
=미국전에서 보여 주었던 언데드의 힘이 또다시 드러났네요!
=제갈헌이 강해졌다고 해도, 역시 이 힘에는 안 되는군요.
=오늘 경기는, 동북아시아 1등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경기였는데…… 아무래도 성지한 선수가 나섰으니, 결과가 좋을 것 같죠?
=예, 맞습니다. 제갈헌 선수가 강해져서 우려되었는데, 걱정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1경기가 승리로 끝나자,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는 해설자들.
이번 지역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전에, 성지한이 나와 줬으니.
이제 게임은 볼 것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 성지한…… 왜 나오는 거야…….
-지역리그 계속 안 나오더니 왜 하필 오늘…….
-밴해도 소용이 없네 이거.
-그냥 TV 껐다. 어차피 3:0이다 이거.
-이왕 이렇게 된 거 성지한 밴이나 풀어 버려 그가 게임하는 거나 보게.
그리고 중국에서는.
1경기 패배 후, 시청자들이 실망감에 우수수 빠져나갔다.
언데드화 된 윤세아도 못 이기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한편.
치이이익…….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온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다가와 말했다.
“삼촌, 언데드화 이거…… 더 강해졌는데?”
“그래? 그간 공허도 성장해서 그런가 보네.”
“응. 스페이스 리그에서도 더 활약할 수 있겠어.”
휙. 휙.
1경기 때 중국진을 초토화시킨 감각을 못 잊었는지 활 쏘는 시늉을 하는 윤세아.
“삼촌 밴 계속 당하면 이번 시리즈 MVP는 내가 따겠네.”
“……지한아. 나한테는 언데드화 효과가 안 받나?”
“매형은 공허가 없어서 인게임에서만 될 겁니다.”
“그래…… 아쉽네.”
윤세아에게 활약이 완전히 밀려 버린 윤세진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2경기도 그럼 삼촌 밴당할 테니, 아까처럼 할까?”
“그래.”
이렇게 윤세아가 게임을 끝내면, 중국전에 나오라는 길가메시의 전언을 따르지 못하게 되겠지만.
‘그건 저쪽에서 어떻게든 해내야지.’
경기에서 밴을 계속 당하는데, 무슨 수로 게임에 나가겠나.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가 알아서 나올 수 있게 하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윤세아에게 가했던 불사의 축복을 갱신했다.
그리고 2경기가 들어서자.
=어…… 성지한 선수를 밴하지 않습니다! 대신, 1-10위 2명 밴을 했군요!
=중국 감독, 무슨 생각이죠? 이러면 성지한 선수가 밴에서 풀리게 되는데…….
=어차피 성지한 선수가 밴 당해도, 윤세아 선수가 언데드가 되면 질 테니 1-10위에 두 명이 걸리길 바라는 건가요?
=그렇게 둘만 쏙 밴을 당하는 건, 확률적으로 너무 희박한데요…….
=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이런 도박수를 쓸 정도로 승률이 희박하긴 합니다!
“중국 감독이 전략을 바꿨네.”
“1-10위 2명 밴이라…… 요행을 바란 건가.”
세계 2위 팀이, 꺼낼 카드가 없어서 저런 운에 맡기는 밴 카드를 던지다니.
선수들은 중국 감독이 꺼내든 밴 카드를 보면서, 절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아, 중국의 밴. 나름 적중했습니다!
=윤세진 선수와 윤세아 선수가 나란히 밴을 당하는군요!
=성지한 선수가 없었다면, 2경기는 힘들 뻔했어요.
=하지만…….
=살았죠?
성지한이 없었다면, 중국에 완벽한 승리를 가져다 줬을 만한 밴 카드.
하나 랭킹 1위가 살아남아서, 그 카드의 효력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갔다 올게.”
“응. 빨리 끝내고 와~ 3경기 바로 들어갈 준비하고 있을게.”
성지한이 출전하면, 국가대표 경기쯤이야 1분 안에 끝나겠지.
윤세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다음 경기 출전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니, 좀 걸릴 수도 있어.”
“잉? 삼촌이 나가는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선수들을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른다면, 1분도 안 돼서 게임을 끝낼 수야 있었지만.
투성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는, 길가메시의 전언을 들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
‘거기에 그걸 그놈이 바로 알려 줄 리가 없지. 인게임에서 또 뭔가를 해 놨을 거다.’
성지한은 길가메시가 얌전히 있지 않을 걸 확신하곤, 윤세아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어, 그러니까 쉬고 있어.”
“응…….”
휙!
그러곤 배틀넷 커넥터로 들어가는 성지한.
윤세아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래 걸려 봤자 2분 컷 아닌가?’
그만큼 힘의 차이는, 압도적이었으니까.
하나.
“어…… 진짜, 안 끝나네…….”
게임은 성지한의 말대로, 바로 끝이 나질 않았다.
* * *
2경기 맵, ‘대수림’.
거대한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은.
배틀넷의 게임 맵 중에서도, 플레이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맵이었다.
이 거대한 숲은 워낙 숨어 있을 곳이 많아서.
각 팀의 생존자들이 은폐하여 게릴라전을 펼치면 시간이 질질 끌리곤 했으니까.
하지만.
-몇 분 예상?
-5분.
-1분.
-ㄴㄴ 검 한 번 휘두르면 끝이니 30초?
-대수림 맵이라 그렇게 빨리는 안 끝날 걸 게릴라전하면 애들 찾는 데 오래 걸려.
-그러니까 성지한이 귀찮아서라도 시간 끌지 않고 깰 거 같은데.
-이건 내기 없나? ㅋㅋㅋ
성지한이 나선 이상, 아무리 대수림 맵이라고 해도 오래 걸리진 않겠지.
게임의 승패는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으니, 시청자들은 얼마나 빨리 그가 이길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게임.
‘일단 중국 진영에 가 볼까.’
휙!
성지한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숲속을 주파했다.
원래는 상대 팀의 위치를 찾는 것부터가 오래 걸리는 맵이었지만.
‘여기네.’
성지한이 감각을 확장하자, 그들이 어디 있는지 바로 포착되었다.
툭!
성지한이 중국 선수들 앞에 서자.
“아니, 벌써 우릴 찾았다고…….”
“서, 성좌님…….”
“으으…… 바로 다음 경기인가.”
“왜 밴 안 한 거야…….”
움찔하면서,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는 플레이어들.
그중에는 성지한을 후원 성좌로 받아들인 사람들도 있었다.
-1분 컷 견적 나왔네.
-자신의 성좌한테 죽으면 어떤 기분일까 ㅋㅋㅋ……
-그냥 빨리 끝내 주는 게 매너지 ㅇㅇ
-ㄹㅇ 갈라 버립시다 빨리.
이제 성지한이 검 한 번 뻗으면, 끝날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을 때.
“서, 성지한…….”
“드, 드디어 왔군……!”
중국인 플레이어 중, 귀가 살짝 나온 이들 5명이 몸을 떨면서 앞으로 나섰다.
“…….”
“어, 어이. 뭐 해?”
“진영을 이탈하면 어쩌자고!”
갑작스런 선수들의 돌출 행동에, 오히려 같은 팀이 당황하는 사이.
“와, 왕께서! 널 심판하실 것이다……!”
“태초의 왕께 귀의하노니!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푹!
인벤토리에서 일제히 단검을 꺼낸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크으으…….”
“소, 소환 의식을 시작한다…….”
맨 앞에 선 중국 플레이어가 그리 말하자.
검이 꽂힌 자리에서 흐르는 피가 땅에 모여,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5인의 피가 흐르니, 마법진은 차근차근 완성되어 갔지만.
-느려…….
-태초의 왕 이ㅈㄹ 하는 거 보니 또 길가메신가?
-귀 튀어나온 거 보면 맞는 듯.
-근데 성지한은 왜 지켜만 보고 있음?
-원래 변신이나 소환할 때는 기다려 주는 게 매너임.
피의 마법진이 무언가를 소환할 때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언제 끝나냐?”
“기, 기다려라……! 피가…….”
완성까지 기다려 줬더니, 진짜 가지가지하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저들 뒤편에 있던 중국 선수에게 이야기했다.
“여러분? 동료들 힐 좀 주시죠. 피 부족하답니다.”
“네, 넷. 성좌님! 그레이트 힐!”
성지한의 말을 받아서, 또 힐을 주는 중국 플레이어들.
그렇게 성지한의 묵인하에, 중국 플레이어들의 합작으로 마법진이 그려진 결과.
“돼, 됐다……!”
슈우우우……!
마법진 안에서, 황금의 탑이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보았던 바벨탑의 미니어처 버전인, 황금탑은.
휘잉. 휘잉.
한 바퀴를 회전하더니.
[성지한. 나의 것이 되거라.]
스르르릉!
수십 갈래의 핏빛 사슬이, 그 안에서 튀어나와 성지한을 향해 날아왔다.
‘천수강신인가. 근데 뭐 이리 약해?’
제물들이 형편없어서 그런가.
막으려면, 금방 막을 수 있는 핏빛 사슬.
성지한은 이걸 바로 막을까 하다가.
‘아니…… 뭔 소리 하는지는 들어 봐야지.’
팔 한쪽을 내밀어 주었다.
그러자.
스르르륵!
그의 오른팔에 일제히 감기는 사슬.
물론 바벨탑의 핏빛 사슬은, 성지한의 몸 여기저기를 노리긴 했지만.
“다른 데는 가지 말고.”
성지한이 공간을 움직여, 다른 쪽의 움직임은 바로 차단하자.
사슬은 그의 팔에만 정착할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
그렇게 팔에 감기자, 황금의 빛을 내뿜기 시작하는 사슬.
“야, 간지럽다.”
[간지럽다라…… 이 정도는 네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하는구나.]
“설마 저런 제물로 가능할 거라 생각했냐?”
[혹시나 했지. 나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번쩍! 번쩍!
그러면서, 사슬의 황금빛이 더 강해지고.
성지한의 뇌리에, 하나의 영상이 각인되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최근 보았던 것이다.]
길가메시, 자신의 기억을 영상처럼 보낸 건가?
성지한은 이를 지켜보았다.
‘여긴 투성이군.’
하늘에 성좌의 무구가 떠 있는, 황량한 별 투성.
길가메시의 기억 속에는 어둠에 가려진 무신이 전신에 검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하늘 위로 뻗어 성좌의 무구에 닿자.
화아아아악……!
안 그래도 강했던 무신의 힘이 눈에 띄게 증폭하기 시작했다.
‘……성좌의 무구에 저 정도의 힘이 있었나?’
성지한도 투성의 별은 이전에 한 번 직접 본 적이 있었다.
바로, 동방삭이 무혼을 포기하라고 하면서 투성에 그를 소환했을 때.
능력을 포기하면 저 무구 중 하나를 대신해서 주겠다고 했었지.
그땐 그냥 무시했지만.
‘저렇게까지 강한 힘이 들어 있는 줄은 몰랐는데…….’
비록 길가메시의 눈으로 본 거긴 했지만.
성좌의 무구에 연결된 무신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적어도 열 배 이상은 강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냥 무신일 때도 좁히기 힘들어 보이던 격차는.
성좌의 무구와 그가 링크되자, 훨씬 더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무신이 힘을 증폭시키는 걸 보여 주곤, 영상이 꺼지자.
[보았느냐.]
사슬 안에서, 길가메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성좌의 무구라고 한들, 저렇게 힘을 증폭시킬 수는 없다. 무신을 10배 더 강화시킨다니…… 불가능한 일이지.]
“…….”
[근데,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나는 그것이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성좌의 무구에 대해 따로 조사를 해 보았지. 내, 총력을 다해서.]
스윽.
새롭게 화면이 바뀌고.
반파되어, 투성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구가 성지한의 눈에 들어왔다.
이건, 길가메시가 투성에서 찾아낸 건가.
[그리고, 곧 하나의 사실을 알아냈다.]
“……그게 뭐지?”
[이 무구에는, 거대한 데이터가 새겨져 있었어. 인류가 배틀넷에 진입했다가, 강등되어 멸망할 때까지의 기록이.]
배틀넷에 진입했다, 멸망할 때의 기록이라니.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기록은, 예전 생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 아니던가…….
[그리고 이 데이터 속에서 나는 무신에게 결국 패배했고…… 너는, 인류 중에선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더군.]
“……내가?”
[그래, 성지한. 나와 손을 잡자.]
그간 길가메시의 목소리는, 언제나 자신만만했지만.
성지한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이때만큼은, 힘이 빠져 있었다.
[하늘에 성좌의 무구가 있는 채로는, 그 누구도 무신을 이길 수 없으니…… 너와 나는 그를 상대로, 협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