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86화>
‘초대장이 온 거면…… 벌써 700일이 지난 건가.’
700일이면 거의 2년이네.
성지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동방삭의 역천혼류, 수련장에 들어올 때만 해도 금방 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써 버렸다.
그래도, 이것을 풀어내면서 얻은 것은 적지 않았으니.
[무혼이 3 오릅니다.]
역천혼류를 파훼해 나갈 때마다 올라가던 무혼은, 어느새 450에 도달해 있었다.
웬만한 무공의 수련으로는 그리 오르지 않던 무혼이었지만.
역천혼류의 파훼는 무혼을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수련 과제였다.
‘무혼은 반갑지만, 대신 공허가 너무 많이 올랐네.’
업그레이드된 공허의 수련장.
시간 배율을 100배로 조절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어떤 맵을 소환해서 플레이하든 공허의 기운이 흘러나와서 성지한에게 저절로 흡수되었다.
‘그나마 200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200이 되자, 더 이상은 성지한의 몸으로 들어오지 않던 수련장의 공허.
그래서 700일간을 문제 없이 머물 수 있었지만, 여기서 나중에 공허가 더 늘어나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일단은 나가야겠군.’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성지한은 700일을 머물렀던 공허의 수련장을 떠났다.
그렇게 돌아온, 지구.
‘오랜만에 오니 공기가 다르네.’
성지한은 자신의 방에서 호흡을 해 보곤,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거기엔.
“지한! 오셨군요!”
“엇. 삼촌……! 복귀한 거야?”
소파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윤세아와 소피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겼다.
“어. 수련하는 게 잘 안 풀려서 좀 있었지.”
“그, 재생 속도 백배속짜리 영상 봤어요. 스트리밍 때는 백배로 고정되어 있던데…….”
“맞아. 나중에 영상 등록되고 나서야 속도 조절할 수 있더라.”
“아, 그거. 공허의 수련장이랑 여기랑 시간 차이가 100배라 그래.”
와그작.
성지한이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를 먹으며 태연히 말했지만.
두 사람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어, 그럼 일주일 있었으니까…… 헐. 그럼 700일 있었던 거야?”
“7, 700일이요? 아니 그 오랜 시간 동안 어떻게 거기서 있으셨어요?”
“700일이나 지난 줄은 몰랐죠. 수련이 안 풀리다 보니, 시간만 쭉 갔네요.”
“와…… 삼촌 근데 하나도 안 늙었네. 그냥 똑같은데?”
“2년 가지고 뭘 늙냐.”
성지한은 피식 웃고는, 소피아 쪽을 바라보았다.
“소피아, 혹시 후원 성좌에게 이야기 온 건 없었습니까?”
“아, 후원 성좌님 말인데요…….”
소피아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을 이어 갔다.
“잔 다르크님께서 갑자기 후원을 해지하시고, 성화도 반 이상 가져가셨어요.”
“성화도요?”
“네…… 능력을 회수해 미안하다면서, 신성력을 대신 올려 주시긴 했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성화 버프도 효과가 상당히 반감되었어요.”
“흠…….”
무신의 종 중에선, 성지한에게 가장 협조적이었던 피티아.
한데 저번 왕위 계승식에서 군림 성좌로 그녀가 나왔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더라니.
게임이 끝난 이후에 보이는 행보도 영 미심쩍었다.
‘그래도 그동안은 상당히 도움이 되었는데 말이지.’
투성의 돌아가는 사정도 첩자처럼 알려 주고.
서해의 구궁팔괘도도 찾아 준 게 바로 그녀 덕 아니었던가.
아소카가 나타나기 전만 해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는데, 그때 이후로 뭔가 하는 행동이 이상하군.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소피아에게 말했다.
“성화가 조금 남았다고 했죠? 그것 좀 다시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
“아, 네. 보여 드릴게요.”
화르르륵!
소피아의 손에서 타오르는 백색의 불꽃.
그것은 예전에 사용한 것에 비해, 훨씬 미약해져 있었다.
“잠시.”
스으윽.
성지한은 불꽃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이를 살펴보았다.
‘성화가 혹시 적과 연관이 있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군.’
신성력과 불의 기운이 어우러진 성화.
그 안에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살짝 들긴 했지만, 스탯 적과는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이래서야, 이걸 회수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군.
그렇게 얼마나 살폈을까.
“아, 이젠 더 이상 유지할 수가 없어요…….”
피시시시…….
성화가 소피아의 손에서 저절로 꺼졌다.
“성화가 이렇게 약해지니, 버프 효과도 크게 반감되었어요. 어제도 매칭된 게임에서, 원래의 성능보다 버프 효과가 너무 안 나와서 패배해 버렸다니까요?”
“성화 버프의 효과가 워낙 좋았으니……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군요.”
“네, 그래서 말인데.”
소피아는 성지한을 빤히 올려다보았다.
“저 후원 성좌 자리 비었는데, 지한이 성좌 해 주시면 안 돼요?”
“전 성화 공급을 못 합니다만.”
“에이 성화는 상관없어요! 저번에 인류의 진화 미션 때 지한의 후원 못 받아서 얼마나 아쉽던지…… 거기에 지한에게 후원받은 사람들이 요즘 능력이 강해졌다고, 얼마나 자랑하고 다니는데요!”
“능력이 강해졌다구요? 아.”
그러고 보니 왕위 계승식을 했었지.
성지한은 수련하느라 잊고 있었던 군림 레벨 증가를 떠올렸다.
‘근데 2레벨이 오르긴 했지만, 어차피 성좌 특성 OFF 상태라서 플레이어들에겐 크게 체감 효과는 없을 텐데…….’
그래서 혹시 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나 성좌 메뉴를 살펴보았지만,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성좌 능력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정식 성좌가 아니라서 일반 플레이어에게 크게 체감되는 혜택은 없을 텐데요. 그런데도 저에게 후원받고 싶습니까?”
“네! 당연하죠! 혜택 없어도, 꼭 성지한 성좌님 밑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소피아는 능력치 깎여도 후원받고 싶어 할걸…….”
“당연하지!”
소피아가 그렇게 후원받겠단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자,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이 자리에서 하죠. 후원.”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성좌 후원.
“와! 진짜 됐다!”
소피아는 자신의 상태창 후원 성좌 칸에서 성지한 이름이 나오자, 기쁨의 탄성을 내질렀다.
“딱히 체감은 안 되죠? 제가 성좌가 되어도.”
“아뇨! 일단 기분이 너무 좋은걸요! 성화도 다시 지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면서 다시 손바닥을 펴는 소피아.
피시시시…….
하나 손 위에선 하얀 연기만 올라올 뿐이었다.
“굳이 무리 안 하셔도 됩니다.”
“아뇨, 잠시만요!”
손바닥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전력을 집중하는 그녀.
그렇게 힘을 불어넣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파직. 파직.
소피아의 손바닥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화르르륵…….
또다시 불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 돼, 됐어요! 색이 좀 붉긴 한데…….”
완연한 백색이었던, 조금 전 성화에 비하면.
붉은빛이 강하게 감돌고 있는 소피아의 성화.
성지한은 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번엔 적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네.’
성좌가 성지한으로 바뀌어서 그런지, 적의 기운을 미약하게나마 품고 있는 소피아의 불꽃.
하나 그 성화 속에는 적의 기운뿐만이 아니라, 여러 힘이 혼합되어 있었다.
성지한이 이를 자세히 살펴보려던 때.
[특별 아레나가 곧 시작합니다.]
[아레나의 초대장을 열어, 소환에 응해 주십시오.]
그의 눈앞에 곧 아레나가 시작할 거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화에 대해선, 나중에 계속 살펴봐야겠군.’
성좌가 바뀌어서 적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지, 아니면 원래 숨겨져 있던 게 드러난 건지.
이에 대해서는 아레나가 끝난 후 알아보기로 하고, 성지한은 인벤토리를 열어 아레나의 초대장을 꺼냈다.
“뭐야, 그 황금 티켓은?”
“아레나 초대장이래.”
“아레나?”
“어, 갔다 올게.”
성지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번쩍!
초대장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아니, 거기서 700일 있었는데 좀 쉬었다 가지……!”
집에 오자마자 또 아레나라니.
윤세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성지한이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어쩔 때 보면 삼촌, 너무 쫓기듯이 사는 거 같단 말이야.
“에휴…….”
그녀는 한숨을 쉬며, TV를 켰다.
“삼촌 아레나 경기는 배틀튜브에서 중계하겠지? 소피아, 같이 볼래?”
“좋아.”
그리고 둘의 예상대로.
성지한 채널에선, 바로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스페이스 아레나에 오신 플레이어를 환영합니다.]
아레나로 소환된 성지한은, 먼저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긴 관객석이 뒤쪽에만 있네.’
전방과 좌우 측은 탁 트인 황무지고.
뒤편에만 경기장 관객석이 있는, 특이한 형태의 맵.
그리고 관객석 앞쪽에는 커다란 크리스탈이 세 개 놓여,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특별 아레나, ‘보스 러시’가 시작됩니다.]
[적이 크리스탈에 닿지 않도록, 상대의 접근을 저지하세요.]
[경쟁자보다 더 많은 보스를 쓰러뜨린 쪽이 승리합니다.]
번쩍! 번쩍!
시스템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허공에 떠오르는 커다란 화면.
그건 20개로 칸이 나뉘어, 성지한이 지키고 있는 경기장과 동일한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다른 건, 관객석 앞에 서 있는 플레이어뿐.
‘20인의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건가.’
게임 맵 타입은 디펜스랑 흡사하겠어.
그는 분할된 화면에서 경쟁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바라보곤 그리 생각했다.
보스들을 막아 내면서 크리스탈을 지키면 되는 거겠지.
‘방식 자체는 간단하군.’
배틀넷을 오래 플레이한 경험으로, 성지한은 이번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강 파악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레나 맵에 특별이 붙었으니까 뭔가 변수가 있지 않을까.
‘어디.’
성지한은 외계의 채팅창을 띄워 보았다.
-보스 러시…… 이게 이번 특별 아레나인가 되게 오랜만이네.
-이거 성좌들이 참가하는 게임일 텐데? 성좌 후보자가 여길 어떻게 나오냐?
-성지한도 군림 성좌에게 왕위 계승식을 치렀으니 참가 자격이 있겠지.
-그래서 GP 이놈한테 걸면 되냐?
-아무리 그래도 성좌한테 안 걸고, 성좌 후보자한테 걸자고…….
-관리자들의 관심을 샀다고 해도 너무 올려치긴데 그건;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가 돈 털린 애들이 여기 수두룩하다.
성좌급이 되어야 참가 가능하다는 보스 러시.
베팅이 얼마든지 가능한 아레나 맵이라 그런지, 시청자들은 GP 거는 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관리자의 관심을 샀던 성지한에게 걸어 볼 것인가.
아니면 역시 안정적인 성좌에게 걸 것인가.
초반에는 그거 가지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지만.
-성지한 출신 종족이 하급 종족인 거 잊었음?
-쟤가 소환할 만한 플레이어가 얼마나 쓸모 있겠냐.
-아무리 성지한 역베팅 했다가 무너졌다고 해도 이번 게임은 아니지…….
-그러니까 여긴 성좌가 자기 부하들 소환해야 깨는 맵임.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성지한 역베팅이 맞겠네.
일부 시청자들이 보스 러시의 게임 방식에 대해 알려 주자.
여론은 이번에야말로 성지한을 베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대세가 되었다.
‘이 게임에선 성좌가 부하를 소환한다고?’
그런 게임 방식이면, 확실히 이쪽이 불리하겠군.
현재 성지한이 후원하는 플레이어 중, 가장 강한 이가 이제 마스터 리그에 들어선 윤세진이었으니까.
[성좌의 경우, 이곳에서 후원 플레이어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환이 가능하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 성지한은 후원 플레이어 중 후보군을 생각했다.
‘흠…… 막상 불러도 매형 정도 빼곤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비록 성지한이 후원하는 플레이어들이 지구에서는 다들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이런 성좌가 참여하는 맵에 소환되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괜히 발목 잡히느니, 아예 소환을 안 하는 게 나을지도.’
성지한이 그렇게 자신이 후원하는 플레이어들을 냉정히 평가하고 있을 때.
띠링!
그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반 퀘스트]
-후원 플레이어를 5인 이하로 소환하여, 보스 러시 3단계까지 도달하라.
보상 – 레벨 2 상승
5명 이하만 소환해서, 3단계까지 가라는 일반 퀘스트.
그리고 이런 일반 퀘스트는, 계속해서 단계만 바꿔서 나오더니.
[일반 퀘스트]
-후원 플레이어를 5인 이하로 소환하여, 보스 러시 10단계까지 도달하라.
10단계를 끝으로 퀘스트 부여가 멈추었다.
모두 다 중복해서 받을 수 있는 퀘스트.
‘8개니까 10단계까지만 가면 레벨 16이 오르겠군.’
이래서 레벨 업 시켜 주는 맵이라고 한 건가?
어차피 부를 만한 플레이어도 별로 없었는데 잘됐네.
성지한이 그렇게 5명 이하로만 플레이어를 소환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에픽 퀘스트]
-혼자서, 보스 러시를 클리어하라.
일반 퀘스트 맨 아래로, 에픽 퀘스트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