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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78화 (37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78화>

메시지를 보낸 이는 무신의 네 번째 종, 피티아.

성지한은 그녀의 메시지를 보며 반문했다.

“뭐야. 우리의 대화, 듣고 있었나?”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 잠시 소피아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할 말이라니.

성지한은 의아한 눈으로 메시지를 바라보며, 아까의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투성의 주인이 누군지 아는 것 같군. 그가 누구지?”

[길가메시겠죠. 이번에 투성에 있던 탑이 증축되더니, 또 쓸데없는 짓을 벌이고 있었네요.]

“바벨탑이 증축되었다고?”

[네. 인류가 진화했잖아요?]

“그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는 인류를 대표하는, 태초의 왕이니까요.]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길가메시가 왜 그렇게 발벗고 나서서 도와주나 했더니.

이런 꿍꿍이가 있던 거였나.

‘왕의 명령을 지배 코드로 취소시키긴 했지만, 녀석도 일방적인 손해는 보지 않고 이득을 챙겼군.’

거기에 귀 튀어나온 사람들에게 성좌 이름을 바꿔서 접근하다니.

참 가지가지 한다.

“그래서, 세아야. 투성의 주인한테 후원받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돼?”

“음…… 꽤 될걸? 일단 수백은 넘을 거야. 귀만 튀어나오면, 재능과는 상관없이 일단 성좌 후원 제안이 온다고 들었거든.”

“수백이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거지? 그 사람들이.”

“응. 인종 상관없이 세계 곳곳에서 귀 인증샷이 올라왔으니까.”

이러면 지배 코드를 써서 길가메시의 후원을 취소시키는 것도 힘들겠는데.

“그놈은 대체 왜 이렇게 후원을 하지 못해 안달이지?”

[아마 인류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서 그럴 거예요. 그리고, 지구에서 뭘 찾으려는 것 같은데…….]

“찾는 것이라.”

[이에 관해선, 저도 조사해 보고 알려 드릴게요. 그쪽에 지금 동방삭도 가 있어서, 함부로 접근하기가 힘들거든요.]

“동방삭이?”

[네. 길가메시를 감시 중이에요.]

“감시 중인 거치고는 활동을 잘하는군.”

[그러게요. 무슨 일이 있었나? 그가 감시하면 허튼짓을 못 할 텐데.]

그 말에 성지한은 짚이는 것이 있었다.

해저의 구궁팔괘도에서 만났던 동방삭의 영체.

그가 지구에 신경을 쓸 동안, 길가메시는 뒤에서 지구에 마수를 뻗기 시작한 건가.

“일단은 투성의 주인이 길가메시라고 협회에 알리고, 그의 후원은 거절하라고 발표하죠.”

“네. 오너님, 근데 길가메시가 또 이름을 바꾸면 어떻게 하죠?”

[성좌명을 또 바꿀 순 없을 거예요. 그가 이번에 ‘투성의 주인’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인류의 진화 덕에 얻은 기회였을 테니까.]

탑의 증축이, 성좌명도 바꾸는 기회를 준 건가.

성지한은 이 말을 그대로 이하연에게 전달했다.

“아. 그러면 중급으로 올라가기 전까진, 이름 안 바뀌겠네요. 네 지금 바로 그렇게 알릴게요!”

“부탁 좀 드리죠.”

성지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바로 협회에 연락을 하러 가는

“삼촌. 나도 커뮤니티에 공지 남길게.”

“공지? 네가 그걸 어떻게 써? 커뮤니티 만든 것도 아닐 텐데.”

“나 이 커뮤 부관리자 중 한 명이거든.”

“……언제 그런 걸 했냐?”

“사이트 가입하니까 저쪽에서 먼저 해 보겠냐고 제안이 들어와서. 흥미가 생겼지.”

탁. 탁탁.

윤세아는 그러면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핸드폰 화면을 터치했다.

순식간에 영어로 공지를 작성해 나간 그녀는.

“투성의 주인이 길가메시로 의심되니, 후원을 받지 말아라…… 이 정도면 되겠지?”

“어. 그렇게 올려.”

하프 엘프 커뮤니티에 바로 공지 글을 올렸다.

-투성의 주인이 길가메시라구요?

-아니, 그는 ‘태초의 왕’ 아니었나요? 성좌명을 바꿀 수도 있나요?

-말도 안 됩니다! 투성의 주인께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데…… 그분이 길가메시라니!

-상관없어……! 성좌가 생긴 후로 플레티넘 승급이 가능해졌는데!

-부관리자 누군데 이런 장난을 치냐?

-저 관리자, 윤세아 님이야…….

글이 올라가자마자 순식간에 달리는 리플들.

대부분이 길가메시가 아닐 거라고 부정하거나, 그여도 상관없다는 의견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 믿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그렇겠지. 성좌 후원, 예전보다 기회가 많아졌다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아직도 꿈도 못 꾸는 거니까.”

“그치…… 어? 글 지워졌다. 헐, 나 관리자 자격 박탈당했어!”

손가락을 움직이며 리플을 계속 갱신하던 윤세아는.

자기가 올린 공지가 삭제된 걸 보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여기 관리자, 이미 길가메시 사람인가 봐.”

“그래…… 아무래도 연맹 차원에서 대응을 해야겠네.”

하여간 이놈 진짜, 끈질기기 짝이 없군.

성지한은 이 문제는 연맹과 공조해서 차근차근 해결하기로 하고, 피티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까 네가 말한 용건은 뭐였지?”

[아. 스타 리그 승급전과 관련해서 말인데요…….]

“왜, 승급전 종목에 대해 알려 주려고 그러나?”

[그거야 뭐, 성좌도 벌써 없앤 당신이 가볍게 제패하겠죠.]

피티아는 그러면서, 본론을 꺼냈다.

[1등 보상이 나오면, 그중에서…….]

* * *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9월 25일, 승급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9월 25일.

전 세계에서 승급전이 열리기 시작하는 이 날.

TOP 100의 승급전 중계를 주관하는 0번 채널에서는, 해설자들이 잔뜩 흥분한 채 샤우팅을 하고 있었다.

=오늘 예정되어 있는 경기는, 실버 승급전부터 마스터까지. 그리고…….

=스타 리그! 맨 마지막에는 스타 리그로 가는 승급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스타 리그로 올라갈 기회를 부여받은 건, 역시 성지한 선수죠!

=그랜드마스터로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정말 성장 속도가 무시무시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다이아에서 몇 달을 머문 끝에, 겨우 소수만이 마스터 리그 승급 기회를 부여받았다면.

성지한은 지금 홀로 그랜드마스터를 넘어, 스타 리그까지 도달한 상황이었다.

-와 스타 리그…… 거길 벌써 가?

-레벨 업 엄청 느리다고 하지 않았나 그랜드마스터는;

-스탯 봉인하고도 매번 1등 찍는데 빨리 상위 리그로 올려야지.

-ㄹㅇ 상대가 불쌍할 지경이었음.

-그렇게 성지한 매번 올려보냈는데…… 이제 끝까지 올라온 거 아님? 스타 리그 상위 리그는 없잖아.

-그럼 성좌 돼야지 이젠 ㅋㅋㅋ

성지한이 스타 리그로 승급한다고 하자, 축제 분위기가 된 인류.

인류의 배틀넷 전력 핵심축인 그가 계속해서 고속 성장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고무되어 있었다.

TOP 100 승급전이 차례로 진행되었지만.

-아 언제 끝나.

-대충 싸우고 스타 리그 승급전 보자.

-왜 스타 리그는 맨 마지막에 편성된 거임;

-한숨 자고 와야겠다 ㅋㅋ

사람들의 시선은 맨 마지막 경기에만 꽂혀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흥미를 끈 건, 마스터리그 승급전.

=자. 이제 마스터리그 승급전이 시작합니다!

=여기서는, 외계 종족과 맞붙는군요!

=인류에서는 총 14명의 선수가 참여합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기고 올라갔으면 좋겠네요!

외계 종족 포함 200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서바이벌 맵에서, 참전하는 인류의 숫자는 총 14명.

‘쉽지 않겠는데.’

성지한은 마스터리그 승급전에 참여한 종족들을 보면서, 그리 생각했다.

인류도 물론 종족 평가가 하급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상대 종족은, 최소 중급 이상은 되어 보였다.

일단 크기부터 인류를 압살하고 시작하는, 외계 종족들.

=아! 올리버 선수! 시작하자마자 적에게 잡힙니다!

=저 대형 게 종족! 마법에 저항력이 강한 걸까요? 공격 마법을 무시하고, 배리어가 종잇장처럼 찢어 버렸어요……!

=아. 올리버 선수, 첫 번째로 탈락합니다……! 이 선수는 올라갈 줄 알았는데요……!

=제갈헌 선수도 뒤따라 사망하는군요…….

=마법사에게, 서바이벌 맵은 확실히 힘든가 봅니다!

서바이벌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가장 약해 보이는 인류부터 사냥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사망하기 시작하는 인류 플레이어들.

[모입시다!]

윤세진이 검을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생존자를 모았지만.

인류 플레이어는 어느덧 5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 순식간이었습니다…….

=그래도 5명이 모인 이후에는, 아까처럼 일방적으로 살해당하진 않는군요!

=예. 윤세진 선수가 자리를 잘 잡았어요! 길목만 잘 막으면, 방어가 수월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윤세진 선수 혼자선, 막기가 너무 넓어 보입니다만…… 길도 앞뒤로 두 갈래구요.

윤세진이 고른 자리는, 5명의 플레이어가 진을 치기에는 나쁘지 않은 고지대.

하지만, 앞뒤로 뻥 뚫린 길이 워낙 커서, 5명이라는 숫자로 막기엔 힘들어 보였다.

하나.

=아, 윤세아 선수! 앞장섭니다!

=언데드화 된 상태로, 맨 앞을 지키고 있군요!

=전사가 윤세진 선수 빼고 모두 죽은 지금, 그녀가 전사 역할도 대신하고 있습니다!

승급전 참여 전, 성지한에게 불사의 축복을 받았던 윤세아는.

인류의 생존자 가운데서 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윤세아 전사 역할 점점 잘하네 ㅋㅋㅋㅋ

-그냥 몸으로 막음 ㄷㄷ 어차피 재생된다고.

-와 5명 합이 잘 맞네. 이렇게만 가면 이 5인은 승급할지도…….

-그럼 한국 2, 미국 1, 중국 1, 인도 1인가…… 한국이 제일 잘나가네 ㄷㄷ

-?? 성지한 때문에 원래 제일 잘나갔음.

-그래 뭐 이런 거 가지고 ㅎㅎ

이대로만 마스터리그에 승급하면, 한국인의 비중이 제일 높을 상황.

하지만 워낙 성지한 때문에 눈이 높아진 사람들은, 겨우 이런 걸 기념하냐며 심드렁해했다.

=오! 외계 플레이어들, 인류 공략을 포기합니다!

=5인의 짜임새가 워낙 좋았죠! 팀을 짠 인류를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서로 싸우기 바쁘군요!

=그래도 저 자리에서 나오면 안 돼요! 이제 생존만 해도 마스터리그로 올라갈 수 있으니,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적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선 5인의 플레이어들.

이들은 끝까지 버티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망하는 걸 기다렸다.

그리고.

=스, 승급전! 끝이 납니다!

=50명의 생존자 중, 살아남은 인류는 총 5명!

=MVP는…… 용족 선수가 가져가는군요!

치이이익!

배틀넷 커넥터가 열리더니.

“와…… 진짜 힘들었다.”

윤세아가 지친 얼굴로, 거기서 나왔다.

“웨어울프는 정말 약한 축이었군. 진화돼도 하급이라 이건가…….”

그리고 뒤따라 나온 윤세진도,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물을 마셨다.

어떻게든 생존하긴 했지만, 자리를 잘못 잡았으면 5명 다 쓸릴지도 몰랐을 게임 상황.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이제 처남 차례군. 메인 게임 시작이겠어.”

“마스터 리그 경기가 워낙 치열해서, 제 게임은 재미없을지도 모르겠군요.”

“그거, 삼촌이 워낙 강하니까 한 방에 쓸어버려서 노잼 될 거란 거지?”

“어.”

성지한은 윤세아의 말에 가볍게 긍정하고는, 승급전에 들어갔다.

스타 리그 승급전.

어차피 여기서 경쟁하는 선수들이야, 그랜드마스터에 소속되어 있는 애들일 테니 게임이 될 리가 없었다.

‘별의 묘지에서 만난 스타 리그 소속 선수들도 약해 빠졌었지.’

빨리 1등하고, 피티아가 알려 준 1등 보상이나 골라봐야겠어.

성지한은 그렇게 가벼운 생각으로 승급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스타 리그 승급전이 시작합니다.]

[관리자가 주목하는 플레이어들이 모입니다…….]

‘관리자가?’

그냥 승급전을 진행할 것이지, 괜히 관리자가 주목하는 플레이어들이란 문구가 덧붙여진 시스템 메시지.

어둠 속에 소환된 성지한이 가만히 이를 지켜보고 있자니.

[플레이어 성지한]

[녹색의 관리자가 당신을 특히 주목합니다. 그가 관리자들에게 특별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흑색의 관리자가 동의합니다.]

[백색의 관리자가 기권합니다.]

‘……녹색에 이어, 흑색도?’

녹색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알았지만.

흑색은 왜 저래.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동의 2표, 기권 1표로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성좌 게임이 진행됩니다.]

[‘왕위 계승식’이 열립니다.]

번쩍!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고.

성지한의 눈앞에 여러 인물의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왕위를 물려받을, 인류의 군림 성좌를 지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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