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77화 (37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77화>

일주일 후.

역천혼류 상태로 일반 게임을 진행하던 성지한은.

‘이젠 죽여도 되겠군.’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휙!

검을 내리찍어, 적을 세로로 쪼갰다.

강력한 검기가 상대 플레이어를 베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서 있는 허공 위까지 통째로 베어 내자.

“컥…….”

[마지막 상대가 사망합니다.]

[게임이 종료됩니다.]

[레벨이 1 오릅니다.]

[450레벨이 되어, 스타 리그 승급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450레벨이 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스타 리그 승급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9월에 승급전을 가게 될 줄이야.’

동방삭이 자신을 제약하기 위해 가한 역천혼류.

아직 무혼만으로 이걸 해제할 정도로 깨달음을 얻진 못했지만, 성지한은 이를 레벨 업의 용도로 쏠쏠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타 리그에 가면 상대도 강해질 테니, 지금처럼 역천혼류를 활용하긴 힘들겠군.’

일주일간의 일반 게임도 모두 1등을 거머쥐긴 했지만.

까딱 잘못하다가는, 죽을 뻔한 상황이 매번 나왔었다.

그랜드마스터 리그의 상대도 이럴 정돈데.

상위 리그로 가서는, 이렇게 모든 능력을 묶는 건 힘들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스타 리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저거! 무신의 검이 맞는 것 같다. 힘의 파장과 공격 범위가 동일해!

-동일하다고? 무신 영상이 나한테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어딜 하급 종족의 검술과 무신의 것을 비벼? 며칠 전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뭐? 나도 영상 있는데? 내기할까?

-좋아. 네 영상부터 올려 봐라. 내가 판단해 줄게.

-니 거부터 올려 니가 먼저 시비 걸었잖아 ㅡㅡ

외계의 채팅창에선, 말싸움이 한참 일어나고 있었다.

일주일 전 성지한이 무신을 언급하고나서부터, 그의 무공이 무신 거다 아니다로 매번 토론회가 열리는 채팅창이었기에.

‘또 저러네.’

성지한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링크 타고 봐라 이 영상. 무신이랑 뭐가 똑같아. 그가 훨씬 강하구만.

-이건 다른 기술이잖아. 같은 무공 쓰는 걸 올려야지.

-무신 무공을 쓸 줄 알면 이런 것도 쓸 줄 알아야지, 안 그래?

‘다른 기술?’

성지한은 채팅창에 올라온 배틀튜브 링크를 따라가 보았다.

그러자.

새로 떠오르는 영상에는 얼굴이 어둠에 잠긴 무신이, 대지로 손을 내뻗는 게 보였다.

쿠르르르……!

그러자 대지가 순식간에 갈라지더니.

갈라진 틈새로 용암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상을 금방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 무신의 무공.

성지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런 건 처음 보는군.’

저번 생에서 무신에게 배웠던 무명신공에선.

기본공인 삼재무극과.

세 개의 상승무류인 천뢰신결, 암영신결, 멸신결이 있었다.

이 중 그 어느 것도, 저런 효과를 내는 무공은 없었는데.

‘하긴, 무명신공이 무신의 모든 무공을 담진 않았겠지.’

채팅창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무신은 꽤 오래전부터 성좌 사냥을 나섰었다.

그때 삼재무극이나 멸신결 말고도, 다른 무공도 썼겠지.

성지한은 유심히 무신이 무공을 사용하는 걸 살펴보았다.

‘흠…… 아무리 나한테 무혼이 있어도, 이렇게 영상 보는 것만으로는 따라 할 수가 없겠네.’

무혼으로 무신의 무공도 카피 가능한가 했는데.

직접 보지 않는 이상은, 안 되는 것 같았다.

‘근데 이 외계인, 무신 매니아였네.’

링크 따라간 배틀튜브 안에는.

대지를 폭발시키는 무신 말고도, 그가 무공을 사용하는 게 수도 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성지한은 방송을 종료하곤, 본격적으로 그 채널의 영상을 둘러보았다.

‘강하긴 강하군.’

펑! 펑!

대부분의 영상이, 무신이 손을 움직이면 세상이 터져 나가는 식이었다.

보면 동방삭의 태극마검처럼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닌데.

그냥 낼 수 있는 출력 자체가 차원이 달라서, 상대를 짓밟는 것 같은 무신.

태산압정으로 행성이 갈라지는 걸 본 성지한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허.”

아무리 성장한다 한들, 저놈이랑 전투가 가능하긴 할까?

무신 매니아의 무신 컬렉션을 보고는 전의가 살짝 떨어진 그는.

다음 영상을 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이건…….’

이번에는 분신을 사용하는 원숭이 성좌와 싸우는 것 같은 무신.

몇 번 격돌하다, 무신에게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달은 원숭이 성좌는.

[무신…… 내 이번엔 물러가나, 다음에 꼭 복수하겠다!]

수만이 넘는 분신으로 몸을 나누어, 그에게서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

스으으으…….

무신의 손이 움직이자, 어둠이 피어오르며 거대한 회오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회오리가 움직이자.

[아, 안 돼……!]

수많은 분신이 일제히 빨려 나가며 그 안에서 단번에 소멸했다.

거대한 어둠의 회오리.

이건, 성지한도 잘 아는 무공이었다.

“암혼와류잖아…….”

성지한이 암영신결에서 가장 쏠쏠히 사용하고 있는 무공, 암혼와류.

무신의 것이 규모가 훨씬 크긴 했지만, 어쨌든 그 안에 담긴 무리는 동일했다.

‘근데 암영신결…… 그림자여왕을 제압하고 얻은 거 아니었나?’

뇌신을 제압하고 얻은 천뢰신결.

그리고 성좌 그림자여왕을 제압하고 얻은 암영신결.

성지한은 지금껏 두 신결이 탄생한 기원을 그리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림자여왕은 멀쩡히 자신의 검으로 있는 현 상황에서, 그가 암혼와류를 쓰다니.

“여왕. 혹시 쉐도우 엘프 성좌 중에서, 무신에게 제압당한 이가 또 있었나?”

[아니, 내가 알기론 없었는데.]

“근데 무신이 어떻게 저 힘을 쓰지…….”

[저 검은 회오리를 말하는 건가? 뭐, 어둠의 존재를 제압하고 얻은 것 아니겠나. 저런 류의 기술은 적잖이 사용하니까.]

성지한과 같이 영상을 보던 그림자여왕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지만.

‘아니. 암혼와류가 확실하다.’

혼원신공을 얻은 성지한은, 저게 암혼와류가 맞다고 확신했다.

그림자여왕을 제압하고, 얻어야 할 무공을, 과거에 미리 썼었다니…….

‘……뭔가 이상하군.’

무신이 암혼와류를 사용하는 걸 몇 번이고 돌려보며.

성지한은 왠지 모르게, 어비스의 주인이 떠올랐다.

성지한 자신이 조각조각 갈려서, 누더기처럼 붙어 있는 태극의 망혼.

수많은 성지한이, 죄다 동방삭의 태극마검에 갈려 나갔었지.

근데 애초에, 왜 그렇게 많은 성지한이 있었으며.

왜 죄다 그렇게 죽어 버린 건가.

‘……이건, 어비스의 주인을 제압해야 확실히 알 수 있겠군.’

성지한은 인류 멸망 시나리오 때의 어비스의 주인을 떠올려 보았다.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도, 강력하기 짝이 없었던 상대.

게다가 그는 잘못 건드리면, 인류를 멸망시키는 태극을 소환했다.

아무리 성지한이 인류멸망 시나리오 때보다 많이 성장한 데다가, 스타 버프를 활용할 수 있다 해도.

승리를 확신하기 전까진, 건드리기 껄끄러운 상대였다.

‘그러려면 태극마검을 연습해야 하는데, 수련장이 없으니 연습을 못 하네.’

어비스의 주인이 성지아를 통해 건네주었던, 미완성 스킬 태극마검.

그걸 어느 정도 완성시키는 게, 어비스의 주인을 제압하는 실마리가 될 것 같았다.

그러려면, 결국 부서진 공허의 수련장부터 수리가 되어야겠지.

‘아니면 역천혼류를 스스로 해제하고, 구궁팔괘도의 2단계에 진입해서 거기서 사용해도 되겠다만…….’

아직까지는 알 듯 말 듯 한 역천혼류의 흐름.

이래서야 이걸 스스로 해제하는 것보단, 500레벨에 도달하는 게 더 빠를지도 몰랐다.

‘어쨌든 일단은 스타 리그로 올라서야겠군.’

그랜드마스터 리그를 넘어서, 스타 리그로.

성지한은 9월의 승급전 날을 기다렸다.

* * *

9월 말.

소드 팰리스의 대기 길드 사무실에서는 소규모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길드 마스터 이하연이 핵심 관계자들만 불러 모아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9월의 마스터 리그 승급전에 참여하는 두 플레이어, 윤세진과 윤세아를 축하하기 위한 것이었다.

펑!

“두 분 다 축하드려요! 드디어 오너님 이후로, 마스터 리그 선수가 나오네요!”

폭죽을 터뜨리면서, 활짝 웃는 이하연.

윤세진은 머쓱한 듯 뺨을 긁었다.

“아직 승급전 참여일 뿐, 승급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우리가 나가면 승급이지 뭐!”

인류 최초 마스터리거 타이틀은 성지한이 이미 가져갔지만.

그 이후에는 좀처럼 후발주자가 나타나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9월쯤 되고 나자 다이아 리거였던 선수들이 다 레벨 업을 끝내면서.

하나둘씩 마스터 리그로 승급전을 치르려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미국에서도 올리버 선수가 이번에 승급전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배런 선수는 다음 달쯤에나 가능할 거라던데…….”

“세아 근데 진짜 성장 빠르다. 어떻게 벌써 마스터 리그를 가?”

“헤헤. 기프트 대기만성이, 워낙 좋아져서요. 진짜 이름 그대로 가고 있어요.”

기프트 대기만성.

이건 게임을 늦게 스타트한 중국의 진유화가, 세계 랭킹 2위까지 올라서게 만든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윤세아는 여기에 엄마인 성지아까지 성좌로 둬서.

올해 성지한을 제외하면,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지한. 그랜드마스터 위에는 뭐예요?”

“스타 리그입니다. 이번에 올라가죠.”

“아. 이번에 올라가시는구나…… 네? 이번에요?”

한편. 성지한 옆에서 담소를 나누던 소피아는.

그의 말에 화들짝 놀란 채 반문했다.

“아니…… 그랜드마스터 올라가신 지도 얼마 안 되셨잖아요?”

“능력 봉쇄를 해서, 레벨을 좀 빨리 올렸죠.”

“헐…… 삼촌도 이번에 승급전 해? 레벨 450 된 거야?”

“아니, 미리 말하지! 오늘 우리가 파티의 주인공이 아니었구만.”

“저희가 자리 바로 마련할게요!”

이제 보니 마스터 리그 승급전 갔다고, 파티할 게 아니었네.

대기 길드의 관계자들은 깜짝 놀란 채, 성지한 자리를 메인으로 마련해 주려고 했지만.

“아뇨. 괜찮습니다. 파티는…… 그래. 성좌 되면 해 주세요.”

“서, 성좌가 됐을 때요?”

“네.”

“삼촌 이 속도면 진짜 성좌도 금방 되겠는데…….”

“그래도, 지금도 자리 마련해야죠!”

“에이. 진짜 됐어요.”

그렇게 파티의 자리 가지고 잠시 옥신각신하다가, 상황이 대강 정리되자.

성지한은 사람들에게서 근래의 현황에 대해 들었다.

“요즘 별일은 없습니까?”

“길드는 여전히 순항 중이죠~. 오너님의 권위가 워낙 확고해져서, 이제 저희 건드리는 사람도 아예 없어요.”

“종족이 진화하고 난 이후부터, 인류 플레이어들의 성적도 모두 우상향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좋습니다. 모두 이렇게만 계속 가면 좋겠다고 합니다.”

진화 이후, 배틀넷에서의 성적이 우상향하고 있는 인류.

특히 다이아 리그에선, 외계 종족과도 매칭되곤 했기에.

인류는 예전보다 훨씬 뛰어난 승률로 상대를 이겨 내고 있었다.

그렇게 경쟁력을 갖춘 게, 이번 달에 마스터 리그로 올라가는 플레이어가 많아진 요인이 되기도 했다.

다만.

“뭐, 개인적으로 좀 안 좋은 거면…… 신체 변형된 사람들이 계속 화제가 돼서 불편한 정도? 나야 귀라서 그나마 나은데. 송곳니 튀어나온 사람들은 생활 자체가 좀 불편해졌다더라.”

“성좌들의 후원도 예전에 비하면 대폭 늘어났는데, 좀 이상한 성좌들도 있다고 주의를 요하더군요.”

“하급 종족이라 이제 후원해도 되겠다 판단했나 보군요.”

“예. 하지만 인신공양 같은 잔혹한 요구를 하는 성좌들도 보고되어서, 연맹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신공양이라.

‘배틀튜브에서 외계인들 하는 거 보면, 충분히 요구할 만하군.’

이종족 고문, 해부 방송이 대인기인 배틀튜브를 떠올리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후원 성좌가 늘어난 건 좋은데, 이런 건 단점이네.

그리고 옆에서 임가영의 말을 듣던 윤세아가, 자신도 이 화제를 거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성좌에 대해 들은 거 있어. 하프엘프 커뮤니티에서 특정 성좌가 엄청 후원한다고 하더라고.”

“하프엘프 커뮤니티는 뭐냐?”

“나처럼 귀 튀어나온 사람이 만든 커뮤니티야.”

왜 좋은 이름 많은데, 하필 하프엘프냐.

괜히 엘프 마이너 버전 같잖아.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윤세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특정 성좌 이름이 뭔데?”

“‘투성의 주인’이라더라.”

“투성...?”

투성의 주인이면, 방랑하는 무신일 텐데?

‘그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활동한다고?’

성지한의 두 눈이 의아함으로 물들었을 때.

[자기가 투성의 주인이라고? 미쳤나 봐.]

그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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