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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76화 (37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76화>

‘레벨 업이 벌써 되다니.’

성지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9월에 들어선 현재, 레벨은 431.

스탯 봉인으로 레벨 업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긴 했지만, 그래도 500레벨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이 정도 속도면, 스타리그로 올라설 수 있는 450레벨도 10월에나 도달할 상황이었는데.

‘역천혼류의 무혼 봉인이, 스탯 봉인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건가?’

스탯 봉인은 시스템에서 제공한 제한 수단이고, 역천혼류는 동방삭이 만들어 낸 점혈수단인데.

이게 같이 작용하다니, 그럴 수도 있나?

‘경험치가 가득 차 레벨 업 직전이었을지도 모르니까, 좀 더 싸워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서바이벌 맵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서바이벌 맵 ‘사막의 유적지’.

이곳은 유적을 지키는 몬스터들과, 고대 유물을 찾으려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엉켜서 사투를 벌이는 맵이었다.

원래는 유적지의 숨겨진 유물을 발견해서 전투를 유리하게 끌고 가거나.

중립 몬스터들을 적절히 이용하라는 의도가 내포된 곳이었지만.

‘여기 매칭되면 그냥 힘으로 다 때려잡았지.’

이미 그랜드마스터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은 성지한으로서는.

중립 몬스터고, 플레이어고 할 거 없이 한칼에 상대를 다 쓸어버렸었다.

그렇게 매번 게임을 압살해서, 이 채널은 뭐 이리 컨텐츠가 없냐는 혹평을 사기도 했지.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1:1 상황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적이 둘 이상이면 죽을 수도 있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무혼의 힘은 평소의 20퍼센트 언저리.

사실 이것도 스타 버프가 발동된 덕에, 강화된 상태라 이 정도였다.

이 정도 힘이라면, 그랜드마스터 플레이어와의 1:1은 그래도 어떻게든 승리를 할 수 있겠지만.

1대 다의 상황이 된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유적지 맵에 걸린 건, 불행 중 다행이군.’

보물이 있을 것만 같은 맵 이름, ‘사막의 유적지’.

성지한은 예전에 이 맵에 매칭되었을 때, 그 가능성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주변 적을 싹 다 쓸어버린 후, 한 명만 살려 둔 채 끌고 다니며 빙천검우를 사용하여 유물을 탐색해 보았다.

하나 검우는 이곳의 유물이 수준에 맞지 않았는지 얼음 검줄기를 발현하지 않다가.

‘빙천검우에 힘을 계속 퍼부으니, 하나가 미약하게 뻗어서 유적지의 중심에 갔지…….’

그렇게 발견한 유물은, 게임 속에서만 효과를 발현하는 버프 아이템이라 쓸모가 없었지만.

힘이 봉인된 현 상황에서는, 그것도 절실하게 필요했다.

‘유물을 얻을 때까진, 조심히 움직여야겠군.’

스으으윽.

성지한의 몸이 그림자기운에 뒤덮이더니, 그의 기척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은밀히 기동하면서.

“큭……!”

한 개체만 있는 몬스터나 플레이어들은 기습으로 처치하고.

둘 이상이 모인 곳은, 건드리지 않는 채 나아가는 성지한.

비록 현재 수준에선 무혼을 20퍼센트 정도밖에 쓰지 못했지만.

무혼의 활용 능력이 더 발전해서 그런지, 그림자에 완전히 숨어 있다가 기습하는 전법으로도 그는 이번 맵에서 최상위권 스코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순위는 3위인가…… 1등과의 격차도 얼마 나지 않네.’

이럼 굳이 맵 중앙까지 안 가도 되겠는데?

차라리 길목 하나에 제대로 은신해서, 기습만 해도 1위까지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지한이 그렇게 중앙부에 가는 기존의 방침 대신, 어디 좋은 길목에 자리나 잡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외계의 시청자 숫자가 40퍼센트 더 감소할 시, 스타 버프가 해제됩니다.]

시스템의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스타 버프가 해제되면 1:1도 쉽지 않은데.’

60퍼센트 능력 향상 효과를 주는 스타 버프.

그건 역천혼류로 능력이 봉인된 성지한에게는 목숨줄과도 같은 버프였다.

근데 이게 여기서 사라지면, 당장 1:1 싸움도 버거울 터.

성지한은 채팅창의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오늘은 뭔가 게임을 이상하게 하는데?

-한 번에 싹 다 쓸어버리는 게 아니라 정석대로 하네.

-그냥 확 쓸어버리지 왜 저래?

-그러니까 괜히 시간 끌고 있네 ㅡㅡ

-이 플레이어 힘 좀 분석하려고 틀었는데…… 갑자기 왜 저러고 있어?

왜 평소처럼 원샷원킬 하지 않고, 힘을 숨기냐고 불만을 토해 내는 외계의 시청자들.

-저 새끼들 언제는 컨텐츠 없다고 뭐라 하더니 이젠 빨리 안 끝낸다고 뭐라 그러네 ㅋㅋㅋㅋ

-외계인놈들 하여간 개 까다로워 ㅡㅡ 어느 장단에 맞춰 줘야 함?

-ㄹㅇ 이래도 ㅈㄹ 저래도 ㅈㄹ 어쩌라는 겨.

-근데 왜 갑자기 저렇게 싸우는 걸까?

-어허,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어디서 토를 달어!

인류 시청자들은 그런 외계인들을 성토했다.

인류에게 워낙 많은 걸 해 준 성지한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이제 인종 국가 상관없이 모두 그가 뭘 하던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인류 시청자만으로도 스타 버프가 유지되면 좋을 텐데 아쉽군.’

방송만 틀어도, 기본 억 단위는 훌쩍 넘어가는 인류 시청자 숫자.

이들로 스타 버프가 유지되었다면, 그냥 맘 편하게 은신 – 기습이나 할 텐데.

‘애들 다 나가기 전에, 빨리 끝내야겠군.’

스으윽.

성지한은 은신을 풀고, 유적지 중심부로 이동했다.

[침입자!]

[침입자를 제거한다.]

성지한이 대놓고 중심부로 나아가자, 그를 발견하고 덤벼드는 유적지의 몬스터들.

거대한 석상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눈에서 붉은빛을 뿜어내며 성지한을 압박했다.

원래라면 횡소천군 한 방에 끝장날 상대였지만.

지금 전력으로는, 일검에 다 죽이기는 무리가 있는 적.

‘힘을 아끼자.’

지지지직!

성지한은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를 피하면서, 유물이 숨겨진 중심부를 향해 이동했다.

“뭐지?”

“저곳에 뭐가 있는 건가?”

“저놈, 일단 죽여!”

석상이 몰려 있는 중앙부를 주파하는 성지한을 보고는, 심상치 않다고 느낀 플레이어들이 그를 막으려 들었지만.

‘감각이 아예 다 죽은 건 아니야. 피할 순 있네.’

애초에 수준이 다른 강자였던 성지한은 그들의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하며, 유적지의 중앙부에 도달했다.

중앙도 석상 몬스터만 많을 뿐, 다른 곳과 여타 다를 바 없는 사막이었지만.

성지한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바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특이한 기운을 풍기던 곳이…… 이쪽이었군.’

스으윽.

손을 넣고 모래 바닥 사이를 헤집자.

번뜩!

무언가가 손에서 잡혔다.

-저건…….

-저번에 그가 찾았던 황금소군.

-버프 효과 준다고 했었나?

성지한이 잡은 건, 그의 손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황금소 모형.

유적지의 강력한 몬스터들이 지키는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아 중요한 물건 같지가 않았지만.

‘보이는 것에 비해, 버프가 나쁘진 않았지.’

펑!

성지한이 손으로 황금소를 그대로 터뜨렸다.

[유배된 신의 흔적을 부수었습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150퍼센트 상승합니다.]

[유배된 신의 수호대가 신의 흔적을 부순 당신에게 강렬한 적의를 내보입니다.]

[신의 수호대가 당신을 제압하기 위해 자리를 이탈합니다.]

10분간 능력치를 150퍼센트 올려 주는 심플한 버프.

하나 이 버프에는 유적의 몬스터들을 모두 적으로 되돌리는 심각한 디메리트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적이 알아서 몰려와 주면, 찾아갈 수고를 안 해도 되겠지.

성지한은 검과 창을 꺼내 들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파아앗!

검으로 가로를 베자, 일제히 반으로 썰려 나가는 적.

-드디어 나왔군!

-참 단순한 동작인데, 세상을 가르는 위력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

-진작 이렇게 끝내야지.

-그래도 평소보단 위력이 덜하네. 뒤에 놈들이 살았어.

외계의 시청자들은 성지한의 횡소천군을 보고는, 이를 자기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었다.

‘이제 보니 일반 게임 시청자들은, 내 힘을 분석하려는 애들이 모여 있었던 거군.’

저번과 같은 대형 사건,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채팅창에 나왔던 때가 아니면.

사실 외계인들이 성지한의 일반 게임을 시청할 이유는 많지 않았다.

방송 틀어 봤자 검 좀 휘두르면, 다 싹 쓸려 버리는데.

자기랑 동족도 아닌데, 남의 종족이 힘자랑하는 모습을 뭐 좋다고 계속 보고 있겠는가.

스타 버프를 활성화, 유지시켜 줄 정도의 시청자가 모인 건.

다름 아닌 성지한의 힘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흠…….’

성지한은 그렇게 한 눈으로는 채팅창을 보면서.

남은 적을 바라보았다.

힘이 아직도 제약 상태라 그런지, 한 방에 안 쓸리는 몬스터 무리.

지지지직……!

성지한은 봉황기를 머리 위로 던졌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신결天雷神訣

천주심판天主審判

유적지의 위,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거대한 뇌창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스탯 적이 봉인되어서, 적뢰 대신 새하얀 번개를 머금은 창은.

콰콰콰쾅!

그대로 석상이 모인 장소를 초토화시켰다.

횡소천군에 천주심판까지 사용하자, 깔끔하게 클리어된 유적지 맵.

[레벨이 1 오릅니다.]

‘오. 진짜 오르네.’

성지한은 레벨 업 메시지를 보면서 눈을 빛냈다.

평소에는 얘네들 몇 번을 싹 쓸어도 오르지 않던 레벨이.

무혼을 봉인하니까, 이렇게도 쉽게 올랐다.

‘이 정도 속도면, 역천혼류 상태로 게임을 계속해야겠는데…….’

원래의 레벨 업 속도라면, 다음 달 말까지도 450레벨을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역천혼류 상태로 이렇게 빨리 레벨 업하면, 9월 말에도 승급전은 가능해 보였다.

다만.

‘이번엔 맵이 좋아서 한 번에 쓸어버린 거지. 다른 맵 걸리면 스타 버프가 사라질 수도 있어.’

성지한의 힘을 보려고 일반 게임을 시청하는 외계인 분석가들.

하나 자꾸 힘을 봉인한 상태에서 게임을 진행하면, 분석가들이 떠나며 스타 버프가 풀릴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스타 버프가 사라지면, 일반 게임 내에서도 생존하기 힘들어질 테니.

괜히 성장을 위해서 능력을 봉인했다가, 시청자도 놓치고 경험치도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지도 몰랐다.

그때.

-어, 이거…… 나 뇌신의 전투 데이터에서 본 적이 있다. 무신이 사용하던 건데?

-무신? 설마 성좌를 사냥하는 그 괴물을 말하는 건가?

-그래. 이번에 뇌신도 당해서, 영상을 구해 보았는데 가관이더군.

-저런 창이 뇌신의 근거지로 수백 개가 떨어졌다.

-수백 개…… 하나로도 이런 위력인데, 역시 무신인가

우주의 분석가들이 모여서 그런지.

그들은 성지한의 천주심판을 보고는, 무신의 것과 유사함을 금방 눈치챘다.

‘뇌신의 신왕좌가 폭격당한 데이터도, 벌써 배틀넷에선 돌아다니나 보군. 이놈들…… 이제까진 내가 적뢰를 사용해서 유사한 줄 몰랐던 건가.’

특수 미션에서 강력한 적과 만났을 땐, 적뢰를 사용하고.

일반 게임에서는, 삼재무극만으로 게임을 끝내던 성지한이었으니.

적뢰가 없이 순수 천뢰신결로 사용한 천주심판을 보고 나서야.

분석가들은 그가 무신과 비슷한 힘을 쓰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도, 무신과 비슷하지 않아?

-무신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애초에 검 휘두르는 거, 뭣도 없잖아?

-맞어. 가로베기, 세로베기, 찌르기…… 검이라는 병기로 다들 하는 동작이다.

-뭣도 없긴. 그렇게 해서 세상을 반으로 가를 수 있냐?

-맞아. 저렇게 무심히 검을 휘둘러서 모든 걸 반쪽 내는 건 무신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어이없네. 무신한테 당해 보질 않았으니 이런 소리를 하지…… 니들이 무신한테 모행성 망해 봤냐? 저거랑 어떻게 비교해?

-어이구, 그래. 모행성 망한 게 자랑이죠 ㅋㅋㅋㅋ

삼재무극도 무신이 사용하는 검과 비슷한 거 아니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신에 대한, 분석가들의 지대한 관심.

이건, 이용할 만하겠어.

“무신이라…… 그가 유명하긴 한가 보군요. 여러분들이 이것만 보고 그를 언급할 정도니.”

성지한은 입꼬리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휙!

검을 몇 번, 더 휘둘렀다.

“한번 보시죠. 이 검…… 무신의 것과 비슷한지.”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삼재무극의 세 검술.

태산압정과 횡소천군, 선인지로까지 모두 펼쳐지자.

모래의 유적지는 검을 따라, 쫙쫙 갈라졌다.

-와, 저거 확실해! 무신의 검이야!

-뭐가 확실해 전혀 아니구만. 세상이 반 토막 났냐? 하늘이 갈라졌냐? 그냥 주변 좀 갈라지고 만 거잖아.

-에이 그건 힘이 딸려서 그런 거지 힘만 비슷했어 봐라.

-그게 제일 중요한 거 모르냐?

그리고 삼재무극을 실제로 보고도, 서로 다투는 시청자들.

성지한은 그런 채팅을 보고는 말문을 열었다.

“오늘은 결론이 안 날 것 같군요. 다음 게임도 한번 지켜보시죠. 과연, 무신과 제 무공이 연관이 있는지.”

그렇게 분석가들에게 무신이란 떡밥을 뿌린 그는.

[게임이 종료됩니다.]

[레벨이 1 오릅니다.]

‘일반 게임으로 레벨이 3이나 오르다니…… 좋군.’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로그아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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