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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75화 (375/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75화>

‘빨리도 알았군.’

성지한은 동방삭의 메시지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구궁팔괘도의 외진이 파괴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바로 콜을 하네.

‘알면 알수록, 이자가 최강인 것 같단 말이지.’

동방삭의 주인인 무신이 펼치는 무공은, 성지한도 웬만큼 다 아는 것이었다.

기본공 삼재무극이나, 멸신결도 이제는 다 펼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무신이 펼치는 무공은 성지한의 것과는 출력 자체가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쓰는 건지는, 혼원신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하나 동방삭의 경우는, 무공 자체도 독보적일뿐더러.

아직도 분석에 애를 먹고 있는 태극마검이 있어서, 오히려 지금 드러난 것만 따지면 무신보다도 강해 보였다.

‘물론 무신의 힘을 제대로 본 건 별로 없으니, 그에게도 또 다른 무공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성지한은 어비스의 주인 ‘태극의 망혼’을 떠올렸다.

거기엔 적의 일족과 목신족의 영혼, 그리고 성지한의 파편들이 모두 모여 있었지.

그리고 파편화된 성지한은, 모두 동방삭에게 죽어서 그 꼴이 된 거였지.

이제 자신도 거기 끼는 건가?

‘지금 죽으면 안 되는데.’

인류가 비록 하급 종족이 돼서, 최하위권 종족에겐 승기를 잡았다지만.

브론즈의 중위권 종족이나, 상위권에겐 과연 승리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특히 리그에 같이 소속된 다섯 세계수 엘프 종족 같은 경우는, 성지한 자신이 없으면 신나게 인류를 짓밟겠지.

인류가 배틀넷에서 탈출하기 전까진,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도 이 초대,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

‘안 갔다가 이쪽으로 오면 그게 더 골치 아프지.’

괜히 강남 한복판에서 동방삭이랑 만나느니, 바다 밑바닥에서 보는 게 낫겠지.

거기에 지금은 성좌 후보자 신분이니, 그도 바로 죽이려 들진 않을 것이다.

“지금 가죠.”

성지한은 동방삭의 메시지에 답장한 후, 바로 구궁팔괘도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한 서해의 밑바닥.

“왔는가.”

영체 상태의 동방삭은, 습관적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자네, 구궁팔괘도를 일부 깨 주었군.”

“빨리도 알아내셨군요.”

“자네 말고 지구에서 진을 깰 이가 누구 있겠나?”

용의자가 될 만한 사람이 없긴 하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방삭에게 말했다.

“그래서, 진을 더 부수지 말라고 여기에 부르셨습니까?”

“…….”

동방삭은 성지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야에, 얼마 전.

세 번째 종이 보여 주었던 글귀가 환영처럼 떠올랐다.

‘구세제민救世濟民.’

세상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뜻을 지닌 글귀.

이건 동방삭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세상 사람에 대해서는 애초에 별 관심이 없고, 무공을 더욱 완벽히 완성하는 데에만 몰두해 왔으니까.

[관리대상에 풀리는 즉시, 네가 성지한을 죽여라. 태극마검을 꺼내어, 완전히 소멸시켜야 한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한데 지상에서 태극마검을 꺼내면, 행성 지구가 크게 뒤틀릴 수 있습니다만…….

[상관없다. 인류의 반절은 사라져도 괜찮다.]

무신에게 성지한이 성좌가 되자마자 태극마검을 꺼내란 명을 들었을 때도.

자신이 검을 꺼내 희생당할 인류에 대한 연민은 전혀 없었다.

한데 그런 자신이 구세제민이라니.

다른 데서 이를 보았다면, 아무리 필체가 자신의 것이라 해도 거짓으로 치부했겠지만.

‘……세 번째 종의 말은 믿어야 한다.’

그런 기묘한 믿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와 있었다.

대체 기억나지 않던 과거에, 그와 무슨 인연을 쌓았기에.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신뢰하는 건가.

동방삭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세 번째 종의 말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그가 이 정도도 못한다면, 이번 세계도 무신의 뜻대로 끝이 나겠지…….

-내 간곡히 부탁하지. 진을 그가 부수도록 잠시만 기다려 주게. 어차피 자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진은 하루아침에 부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성지한이 진을 부수도록 놔두라는 세 번째 종.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세계’라는 의미심장한 단어를 덧붙였다.

마치, 이번 세계 말고도 여러 세계를 보아 온 것처럼.

‘……결국 그를 놔두면, 주인인 무신의 뜻대로 세상이 끝이 오지 않는다는 건데.’

동방삭은 복잡한 표정으로 성지한을 바라보았다.

이성적으로는, 관리대상이 된 그를 바로 처치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 봉인을 강화하고, 이곳에 더 이상 얼씬도 못 하게 해야 했다.

하지만.

왜 가슴 깊은 곳에서는, 무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생겨나는 건가.

‘…….’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안에서 무엇을 보았나.”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를?”

“정확히는, 강상을 보았습니다. 세계수를 지키고 있더군요.”

“내가 세계수를 지켰다고?”

“예. 거인의 혼이 세상에 풀리는 걸 방지하겠다고요.”

“……내가?”

동방삭은 몇 번이고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잘못 본 거 아닌가?”

“그 수염도 비슷했습니다만. 제가 반으로 갈랐지만 말이죠.”

“자네가…….”

수염을 반으로 잘랐다니.

동방삭의 미간에 주름이 서렸다.

‘얼마 전, 나도 모르게 수염의 중간 부분을 만지곤 묘하다고 생각했건만…….’

그때와 외곽의 진이 풀린 시기가, 묘하게도 일치했다.

그렇다면, 성지한의 말.

아예 거짓은 아닌 건가.

스으윽.

동방삭은 구궁팔괘도로 시선을 돌렸다.

외진이 부서졌지만, 아직도 건재한 봉인진.

저 안에는 세계수와, 자신의 잊어버린 기억이 있겠지.

열려면야, 영체로도 얼마든지 열 수 있었지만…….

‘내가 직접 열면, 모든 것이 파괴된다고 했나.’

동방삭은 세 번째 종의 경고를 떠올리곤, 성지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기회를 주지.”

“기회……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직접, 진을 해체할 기회를.”

“오…….”

“다만.”

툭! 툭!

그러면서, 동방삭의 손가락이 순식간에 성지한의 몸을 가격했다.

성지한의 영역을 물 흐르듯 지나면서, 그대로 그의 전신을 짚어가는 손끝.

그는 나름대로 이에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동방삭은 영체 상태임에도 압도적인 힘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총 72번의 누름이 끝나자.

‘무혼의 힘이, 묶였어…….’

성지한은 무혼의 영역이 크게 제약당한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무거워지는 몸.

아무래도 동방삭의 술수에, 무혼의 효율이 반 토막 이상 난 것 같았다.

그는 성지한이 자신의 변화에 곤혹스러워하는 걸 보고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들어가기 전에, 이걸 스스로 해제해야 할 걸세.”

“이건…….”

“역천혼류逆天混流네. 자네와 같이, 공간을 지배하는 이에게 할 수 있는 내 나름의 점혈법이지. 성좌들을 잡아 올 때, 주로 사용했다네.”

점혈법은 혈도로 흐르는 기의 흐름을 막는 데 사용되었지만.

동방삭이 짚은 역천혼류는 혈도를 막는 게 아니라, 성지한을 둘러싼 세상의 기운 자체가 봉쇄된 것 같았다.

‘이런 걸 점혈이라고 통칭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성지한은 그러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면밀하게 살폈다.

동방삭의 역천혼류.

지금 상태에서, 이걸 무혼만 가지고는 깨기 힘들었지만.

‘공허나 적, 영원을 사용하면 지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무혼은 크게 틀어막혔지만.

나머지 스탯은 무혼만큼 봉쇄되지 않아, 활용할 만했다.

이를 총동원하면, 동방삭의 점혈은 풀 수 있겠지.

하나.

“자네의 능력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역천혼류를 해제할 수 있겠지. 공허만 폭발시켜도, 내 점혈은 취약해 질 테니까.”

“…….”

“그런 편법으로 점혈을 풀어 버리면, 구궁팔괘도 안에서 자넨 살아남지 못할 걸세. 어디 한번, 정공법으로 풀어 보게나.”

“무혼을 이용해서 말입니까?”

“그래.”

역천혼류도 풀지 못하면, 구궁팔괘도의 다음 단계를 버틸지 못할 거라는 동방삭의 경고.

성지한은 그가 진심으로 그리 말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천혼류를 해제하는 편법까지 저쪽에서 가르쳐 줬으니까.

“흠. 그럼 돌아가서 다시 봉쇄해야겠군요.”

“……뭐?”

“이렇게.”

화르르륵!

성지한의 몸에서 보랏빛의 불길이 일렁이더니, 역천혼류의 억압이 그대로 사라졌다.

공허와 적이 합세하여 만든 불이, 동방삭의 점혈을 그대로 풀어 버린 것이다.

“쯧. 그렇게 해혈하면 안 된다고 했거늘…….”

동방삭이 혀를 쯧쯧 차며 성지한을 못마땅하게 바라볼 때.

“이렇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툭. 툭.

성지한이 자신의 몸에 점혈을 짚었다.

동방삭이 했던 것처럼, 그가 정확하게 72군데의 요혈을 짚자.

슈우우욱…….

무혼의 힘이 다시 봉쇄되었다.

“…….”

“태극마검과는 달리, 이건 무혼으로 바로 습득이 되는군요.”

“……그러고 보니 천마신공도 자네가 가져갔지. 그거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능력이구만 그래.”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천혼류를 대번에 빼앗겨 버리자.

동방삭은 성지한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등을 돌렸다.

“이제부턴 자네 마음대로 하게.”

“예. 잘 배웠습니다.”

“……허!”

한숨을 내뱉더니, 끝으로 사라지는 동방삭의 영체.

성지한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 참, 가르쳐 주지 못해서 안달이시구만.’

공간을 봉쇄하는 점혈법 역천혼류.

이것은 구궁팔괘도의 일부를, 점혈을 통해 구현하여 상대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비록 일반적인 것과는 수준이 다르긴 해도, 이것도 인류의 무공에 포함되었으니.

성지한은 무혼을 통해 단번에 이걸 깨달을 수 있었다.

‘다만 이걸 해제하는 건, 점혈하는 거랑 좀 궤가 다르네.’

일반적인 점혈법은, 점혈을 할 줄 알면 이걸 푸는 방법도 자연스레 알게 되는데.

동방삭의 역천혼류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겠는데, 이걸 해제하는 방법은 영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물론 다른 힘을 쓰면 제약에서 풀리긴 하지만, 무혼만으로는 푸는 게 쉽지 않아.’

성지한은 바닥에 그려진 구궁팔괘도를 바라보았다.

저기에 들어가기 전에, 역천혼류 정도는 무혼으로 해제해야 한다 이거지.

‘수련실도 수리 중인데, 그동안 나름 연구할 거리가 생겼군.’

성지한은 눈을 빛냈다.

* * *

며칠 후.

-일반 게임 매칭인가 또. 시시하게 끝나겠네

-매칭되는 상대편이 불쌍하군.

-이 자는 성좌들이랑 매칭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스탯을 3개 봉인한 상태에서, 일격에 적을 쓸어버리는데…… 밸런스 파괴하는 플레이어들은 많이 봤지만, 이 정도는 진짜 몇 없어.

-아무리 공정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이라 해도 그렇지, 최소한의 밸런스는 있어야 하지 않나?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우주수 이그드라실과 아레나의 주인의 등장으로 화제가 되었던 성지한 채널에선.

예전보다 훨씬 많은 외계의 시청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일반 게임에 매칭된 성지한을 보고는, 오늘 방송은 금방 끝나겠다고 단정하며.

경기는 보지 않고 배틀넷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반 게임에 서바이벌 맵이니, 이제 몇 분 후면 게임 종료되겠지.

외계인 시청자나, 인류 시청자나 둘 다 게임 시간에 대해선 이렇게 똑같이 생각했지만.

-근데…… 오늘은 성지한 움직임이 영 안 좋네?

-?? 아직 안 끝남?

이상하게도 이번 게임은, 일검에 끝나질 않고 있었다.

촤아아악!

“크, 크르륵…….”

한 플레이어와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상대의 목을 벤 성지한은.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게임 속에서도 역천혼류 상태가 유지될 줄은 몰랐군.’

요 며칠간 역천혼류를 연구하다가, 그 상태로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했던 성지한은.

게임 속에서도 똑같이 점혈당한 신체로 예기치 못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필 스탯 봉인도 적용돼서, 역천혼류를 해제할 수도 없고.’

무혼만 가지고 싸워도 충분했던 그랜드마스터 리그.

하나 그게 봉인되니까, 이제 상대하는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강적이었다.

‘스타 버프가 발동되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겠군.’

다행히 이번에 60퍼센트로 성능이 껑충 뛰어오른 스타 버프가 발동된 덕에.

봉인된 무혼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싸움을 지속할 수는 있었다.

치이이익……!

“이, 이놈…… 겨우 그 정도 힘으로 나를……!”

툭!

치열한 사투 끝에 두 번째 상대의 목이 떨어지고.

“후우…….”

성지한은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역천혼류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냐.

다음부턴 확실히 해제하고 가야지.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레벨이 1 오릅니다.]

‘음…….’

게임을 끝내고도 잘 오르지 않던 레벨이.

갑자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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