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71화>
=이번 스페이스 리그의 상대는, 웨어울프로군요.
=현재 리그에서의 순위는 18위. 하위권에 위치한 상대입니다.
=그리 위협적이진 않겠어요!
웨어울프.
이들은 저번 생에서 인류와 우르크, 조인족과 함께 하위권을 전전하는 종족이었다.
인류로서는 낙승을 기대해 볼 만한, 만만한 상대가 나온 셈.
“크르르…… 인류. 1위만 밴하면 된다는 종족인가.”
“그건 어디서 알았지?”
“다 아는 방법이 있다.”
하나 웨어울프 측이 능숙하게 랭킹 1위를 밴해 버리자.
사람들은 조인족 때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내보였다.
-성지한 밴 당하면 또 지는 거 아니야? ㅡㅡ
-18위 상대로도 이거 뭐 안심이 안 되니 원…….
-그래도 이번엔 진화도 했겠다 싸울 만하지 않겠어?
-근데 하급으로 올라가도 막 드라마틱하게 확확 변한 느낌은 아니던데. 과연 그렇게 될까?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어간 1경기.
하지만 게임 진행 상황은, 걱정과는 달리 압도적이었다.
=언데드가 된 윤세아 선수가 아예 앞으로 나서는군요!
=귀가 길어진 게 엘프 느낌이 나네요!
=전열을 이탈한 궁수를 노리고 웨어울프들이 달려들지만, 전혀 상처를 입히질 못해요!
=그동안 다른 플레이어들도 적진을 와해시킵니다!
=어…… 확실히, 확실히 강해졌군요!
경기 진행 상황을 보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해설자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성지한이 빠지고 나서 진행된 게임 중 이렇게 일방적으로 리드를 가져간 게임은 없다시피 했다.
그렇게 진행된 게임은, 금방 끝이 나 버렸고.
=1경기 MVP는 윤세아 선수가 가져가는군요!
=언데드 상태가 상당히 무시무시합니다! 슈퍼컵에서 미국을 침몰시켰던 위력이 그대로 나오네요!
=저것도 성지한 선수가 썼던 것 아닙니까? 적군일 땐 무섭지만, 아군일 땐 누구보다도 든든하군요.
=이대로면 이번 스페이스 리그 게임, 쉽게 끝이 나겠습니다!
“언데드 최고다!”
MVP를 따고 나온 윤세아는 성지한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확실히 스페이스 리그 경기에 들어오니, 진화 효과가 확실히 체감이 되는군.”
“이거 진짜…… 삼촌 없어도 저 종족은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언데드화도 빼고?”
“아니 그건 좀 써 주고~ 헤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경기 하이라이트를 지켜보았다.
움직임이 확연하게 좋아진 인류 대표팀.
이 정도 전력이면, 저번 생에서 최하급에서 놀던 밸류가 아니었다.
‘만약 내가 없다고 쳐도, 중위권…… 아니 중위권은 무리더라도 강등권은 확실히 피하겠어.’
강등 라인에서 놀던 4 종족, 인류, 우르크, 조인족, 웨어울프.
지금 실력이면 이 라인업에선 확실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 나 없이 어디까지 되나 볼까.’
스페이스 리그 참전으로 깰 업적도 없겠다.
후원 플레이어들이 활약해서 명성 포인트 벌어 오는 게 성지한 입장에선 더 유리했으니.
“잘해 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오늘 경기, 손쉽게 낙승할 수 있겠어요!!”
그는 감독실에서 선수 대기실로 잠시 와 선수들을 독려하는 데이비스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다음 경기에선, 저 밴 풀려도 출전 안 하고 다른 선수들을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 아니……! 성지한 선수. 출전 안 하실 겁니까?”
“예. 1경기 보니까 굳이 안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만. 진화 효과가 좋네요.”
확실히 성지한의 말대로였던 1경기.
다음 경기에도 굳이 그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 보이긴 했지만.
감독 생각은 다른지, 데이비스 감독은 성지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호소했다.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출전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혹시 상대가 비장의 수를 지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 슈퍼컵 경기 때처럼 뒤를 받쳐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웨어울프라는 종족의 한계를 알고 있는 성지한과는 달리.
인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 입장에서는, 돌다리도 두드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슈퍼컵 때면, 플레이어들을 언데드화했을 때를 말하는 건가.’
그 정도면 괜찮겠지.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독의 읍소 끝에, 경기 출전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성지한.
그의 출전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 * *
2경기의 밴, 셀렉트를 위해 감독실로 모인 두 종족의 감독.
푸른 털의 늑대 머리를 한 웨어울프 감독은 1경기 때처럼 1위 밴을 감행했다.
[밴 리스트에 속한 플레이어 중 1등이 밴당합니다.]
[‘올리버’ 선수가 밴됩니다.]
하지만 이번엔 VIP 옵션이 발동했는지, 밴을 회피하게 된 성지한.
대신 올리버가 밴당했다는 메시지를 보며, 데이비스 감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성지한이 살았으니, 이번 경기는 그냥 끝이네.
=양 팀, 셀렉트 카드를 꺼냅니다.
=맵이 선정되었군요. 인베이드 맵, ‘대초원’입니다.
=웨어울프 쪽에서 고른 맵이군요!
“대초원…… 이번엔 이긴다. 크르르……!”
한편, VIP 옵션이 발동했는지 모르는 웨어울프 감독은.
자신이 선택한 맵이 걸린 걸 보고는 고무되어 있었다.
여기선 확실히 자신이 있는지, 의기양양한 상대.
-1위 밴 실패한 거 쟤한테 안 보이나?
-그런가 봐 ㅋㅋㅋㅋ 너무 신났어 멍멍이.
-좋아하게 냅둬…… 잠깐이라도 즐겨야지 ㅎㅎ
성지한이 출전하는 걸 아는 시청자들은, 그런 웨어울프를 귀엽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2경기.
[대초원 곳곳에 숨겨진, 상대의 비밀거점을 찾아 파괴하세요!]
[총 20곳의 거점을 먼저 파괴하거나, 상대 플레이어를 전멸시키는 팀이 승리합니다.]
지이이잉…….
플레이어들의 눈앞에 미션 목표가 떠올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대초원.
상대를 싹 제거하거나, 숨겨진 상대의 거점을 찾아 파괴하는 게 이번 미션의 목표였다.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삑. 삑.
맵이 떠오르면서, 아군의 거점 위치가 지도에서 드러났다.
대초원 맵을 반 갈라, 서쪽에 랜덤하게 찍힌 거점 위치.
거점의 개수는 총 40개였다.
“우리 거점, 40개인데?”
“이거 반만 부서져도 패배네.”
“왜 이렇게 다 띄엄띄엄 있어?”
“기동력이 중요하겠는데 이거…….”
선수들은 넓어도 너무 넓은 맵을 보면서 표정을 찌푸렸다.
기동성이 타 종족에 비해 딱히 뛰어난 편은 아닌 인류.
하나 대초원 맵은, 딱 봐도 기동력이 가장 중요해 보이는 맵이었다.
“일단 공격과 수비를 나누죠.”
“그렇게 일행을 나누다가 늑대가 무리 지어 습격하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하던데.”
“성지한 님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아, 맞네요.”
그렇게 넓은 맵에 발맞추어 전력을 분산하려고 하는 때에.
[종족 ‘인류’의 거점이 1개 파괴되었습니다.]
팀도 재편하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거점이 하나 날아갔다.
“……어?”
“뭐야, 벌써?”
“으…… 역시 웨어울프가 이 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봅니다. 빨리 저희도 팀을 재편하고 움직입시다.”
시스템 메시지를 보자, 여유가 사라진 인류 대표팀 선수들.
성지한은 이걸 보며 과거의 경기를 떠올렸다.
‘웨어울프가 늑대로 변해 무리 지어 움직일 때면, 이동속도가 크게 상승했지.’
늑대로 변한 웨어울프들이 모여서 달리기 시작하면, 비행 종족도 부럽지 않은 속도가 나왔다.
대초원은 이런 웨어울프에게 딱 맞는 맵.
여기서 저번의 인류는, 저들 상대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었다.
현 인류도 하급으로 진화했다지만, 기동력 자체는 획기적으로 변하질 않았으니.
아무리 인류가 꽝 붙으면 유리하다고 해도, 웨어울프가 싸워 주지 않으면 패배하는 게 이 맵이었다.
[종족 ‘인류’의 거점이 1개 파괴되었습니다.]
“어! 또……!”
“아니, 어떻게 벌써 부수지?”
“지금 부서진 거점, 북서쪽에 모여 있긴 했어요……! 이거 빨리 막으러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럼 일단 가장 빠른 사람이 가서……!”
가장 빠른 사람.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저절로 성지한에게로 모였다.
거점이 순식간에 파괴되는 와중.
현 대표팀이 의지할 사람은 결국 그였으니까.
‘데이비스 감독의 판단이 옳았군. 내가 안 나왔으면 질 뻔했어.’
확실히 배틀넷, 맵빨도 무시 못 하는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전사들에게로 손을 뻗었다.
“다른 분들은 거점 부수러 가시죠. 제가 저들을 잡으러 가겠습니다.”
“호, 혼자서요?”
“네. 혼자가 빨라요. 불사의 축복은, 전사들과 세아에게 걸어 주겠습니다.”
스으으으…….
성지한은 열 명의 전사와 윤세아에게 불사의 축복을 사용하고는, 바로 파괴된 거점 쪽으로 달렸다.
휭! 휭!
혼자서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성지한.
서해의 한복판을 뒷산 놀러가 듯 이동했던 그였기에, 웨어울프가 무리 지어 빠르게 움직인다 한들 그의 손바닥 안이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인류의 3번째 숨겨진 거점.
‘거점이라기보다는, 뭔 허수아비 같군.’
강철로 만들어진, 인간형의 커다란 허수아비.
말이 거점이지, 저건 그냥 파괴하라는 상징물 같았다.
그리고 그 세 번째 허수아비를 향해 순식간에 모인 늑대 무리.
[부숴라!]
우우우웅!
맨 앞의 푸른 늑대가, 포효하자.
거의 100에 가까운 늑대가 모조리 강철 허수아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 대초원 맵에 선발된 플레이어들이 총 100명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저건 웨어울프 종족의 전력이었다.
‘아예 수비는 도외시하고, 기동력만 믿고 거점을 순식간에 파괴하겠다는 전략인가.’
이럼 공격과 수비로 전력을 나눈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패배하겠지.
그렇다고 상대도 전력을 모아 대처하려고 해도, 기동력에서 안 될 테고.
웨어울프 입장에선, 나름의 필승 전략이었을 것이다.
다만.
쿵!
“여기 다 모여 있었군.”
성지한이 있는 게, 저들의 불운이었다.
[아니, 어디서…… ]
[뭐 하냐! 1명이다!]
[죽여!]
성지한이 강철 허수아비 앞에 서자.
잠깐 주춤하던 늑대 무리가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었다.
지구의 늑대와는 달리, 4~5미터 이상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웨어울프의 늑대화 상태.
그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성지한의 모습이 늑대 떼에 파묻혀 잠깐 보이지 않았지만.
펑! 펑!
그에게 완전히 다가가기 전에, 허공에서 늑대의 몸이 일제히 폭발했다.
[엇…….]
[뭐, 뭐냐. 왜 접근을 못 해?]
선발대가 모조리 터져 나가자, 성지한에게 점프하려다 주춤하는 늑대들.
“내 공간을 못 넘네.”
무혼의 영역을 침범조차 못하는 웨어울프.
저들도 나름 자기 세계에서는 최강의 플레이어들인데, 어느덧 이렇게까지 격차가 났나.
성지한은 빨리 끝내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스으으으…….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그림자검을 보자, 선두의 푸른 늑대가 경악했다.
[저, 저 검은…… 인류의 랭킹 1위?! 분명 밴했건만! V, VIP효과가 발동한 건가…….]
푸른 늑대대장.
감독실의 웨어울프 감독인가 보군.
성지한은 그를 보며 물었다.
“너 그거 어떻게 아냐? 세계수 엘프가 알려 줬어?”
[크. 크르르…… 저자는 절대 못 이긴다…… 산개해라!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서, 거점을 부숴!]
성지한의 질문은 무시한 채, 재빨리 동료들에게 지시하는 늑대 대장.
이미 성지한의 강함에 대해선, 어디서 뼈저리게 들었는지.
아예 싸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산개하면 피곤하지.’
2경기, 그냥 내가 MVP 받아야겠네.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횡소천군橫掃千軍
성지한이 검으로 가로를 긋자.
촤아아악!
웨어울프의 몸이 일제히 반으로 갈라졌다.
일검에 50 넘게 전사해 버린 늑대들.
한 종족의 대표 선수들의 최후라고 하기엔 너무 허망했다.
그래도, 대장 늑대가 산개를 빠르게 명령해서 그런지 횡소천군을 어떻게든 피한 늑대는 총 40마리.
[미친…… 하, 한방이라니…….]
[도망쳐! 17개만 부수면 된다!]
[3명씩 뭉치면, 거점은 부술 수 있어!]
그들은 성지한의 일검을 보면서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닫곤, 어떻게든 흩어져서 남은 거점을 부수려 했다.
이대로 저들을 보냈다가는, 귀찮은 술래잡기를 하게 될 판.
‘더 멀리 가기 전에, 싹 쓸어야겠군.’
태극마검 스킬을 쓰면 다 쓸려 버리겠지만, 그래서야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는 격.
거기에 이런 공개적인 게임에서 이 스킬을 썼다가 동방삭이 이거 어떻게 배웠냐며 쳐들어올 수도 있었다.
‘대신, 이걸 기존의 무공에 응용해야겠어.’
제어하지 못했던 태극의 흐름.
이걸 운용하면서, 비슷한 궤에 있다고 생각했던 무공이 있었다.
한번 대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기회군.
휘이이이…….
성지한의 암검이, 형태가 무너지며 회오리치고.
혼원신공混元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