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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69화 (36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69화>

성지한은 진화 미션을 떠올려 보았다.

[브론즈 리그의 진화 에어리어에서 최하급 종족에게 7일간 승률 60퍼센트 이상을 달성하라]

브론즈 리그부터, 다이아까지 7일간 승률 60퍼센트 이상을 달성하라는 조건.

이미 6일 차까지 70퍼센트를 달성했으니, 마지막 날에는 승률이 좀 낮아도 총합 60퍼센트는 넘겠지.

‘길가메시 덕 좀 봤군.’

성좌 도달 레벨을 거의 깎지 않고, 완전히 무임승차했네.

맨날 버스기사만 하다가 버스를 타 보니, 이거 탑승감이 상당히 좋았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버스를 몰게 해선 안 되겠지.

그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마지막엔 왕의 명령 치우고, 성좌 모드를 켜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윤세아에게 물어보았다.

“왕의 명령, 변화된 건 없지 아직?”

“응, 아직은 딱히 없는데…….”

스윽.

윤세아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성지한에게 귓속말을 했다.

“뭔가, 이상하게 태초의 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겼어.”

“왕을 좋아해?”

“어…… ‘태초의 왕’은 TOP 100들 입장에서는 올스탯 –3 페널티를 주는 나쁜 성좌잖아. 근데 이상하게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첫날만 해도 그렇게 욕하더니.”

“그래?”

역시 그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스탯 하나하나가 중요한 최상위 랭커들이.

올스탯을 –3씩 깎는 미친 페널티를 받고도, 길가메시를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6일 차가 되어서 그런 여론이 형성되다니.

길가메시의 뒷공작이 분명 있겠지.

“아직 사람들 다 안 왔죠?”

성지한은 주변을 둘러보며, 배틀넷 센터의 스태프에게 말했다.

“예,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주무시는 플레이어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왔다고 알려 주시고, 강당에 사람들을 모아 주세요. 왕의 명령, 이제는 거둬 가야죠.”

“아,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빠르게 움직이는 직원들.

“어, 진짜 왕의 명령 없앨 수 있어?”

“해 봐야지.”

성지한은 내부의 영원을 돌려 보았다.

세계수의 파편이 파괴되며 단번에 14로 올라선 영원은.

그가 지닌 공허와 가만히 대치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원래라면 두 기운이 강렬히 부딪쳐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간 발전해서 그런가. 아니면, 태극마검을 다뤄서 그런지…… 걱정한 것보다 두 기운을 더 잘 컨트롤할 수 있군.’

성지한은 영원이 2였을 때보다, 둘의 충돌을 더 잘 방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면 영원이 조금 더 성장해도 되겠는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강당으로 먼저 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

“정말 오셨다!”

“마지막 날이라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배틀넷 센터 강당에, 500인의 플레이어들이 급히 모이기 시작했다.

왕의 명령,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 덕에 진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그들은.

이제 곧 희생될 ‘소’ 때문에 걱정이 태산인 상황이었다.

올스탯 –3.

어찌보면 적은 페널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각 리그 최상위권에서 랭킹 경쟁을 하는 그들에겐 어마어마한 감점 요인이었으니까.

한데 성지한이 이걸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니,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도 당연했다.

“왕의 명령을 철회할 수단을 찾느라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오오……!”

“드, 드디어!”

“왕의 명령을…… 철회한다고…….”

성지한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색했지만.

몇몇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올스탯 –3을 없애 준다는데도, 시큰둥해 보이는 사람들.

‘저들이 세아가 말한, 이상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인가.’

성지한은 그런 이들의 면면을 기억해 두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럼, 지금까지 저 대신 수고해 준 길가메시에게 감사를 표하며.”

치이이익……!

허공에 새겨지기 시작하는 글자.

생명의 기운이 부족해서 절반밖에 쓰이지 않았던 지배 코드는.

이제 영원 스탯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인해, 스무스하게 뒤에까지 작성되고 있었다.

그러자.

“아, 안 돼……! 나의 왕은, 그분뿐이거늘!”

“추, 충성을 다 해야…….”

왕의 명령에서 어떻게 반 세뇌를 당한 건지.

아까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플레이어들이 발작하기 시작했다.

하나 반항도 잠시.

“어…….”

그들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더니.

착. 착.

성지한을 향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건 이들만이 아니어서.

스으윽.

반항하지 않았던 이들은, 무릎을 꿇는 것으로 모자라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고 있었다.

마치 황제나 신이 강림한 것과 같은 반응들.

지배 코드가 완성되자, 이들은 철저하게 성지한의 종복이 되어 있었다.

일반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강당 주변에 있는 스태프들까지.

[지배 코드를 발동하여, 기존에 왕의 명령을 제거했습니다.]

[대신 저들을 지배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곧,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길가메시를 대신하여 지배자가 되겠냐는 제안.

성지한의 눈에 윤세아를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게 들어왔다.

완성된 지배 코드만 있으면.

인류 안에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건가.

‘별로 내 취향은 아니군. 오히려 불쾌해.’

애초에 지배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이렇게 세뇌하는 형식처럼 지배를 하고 싶은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스윽.

성지한은 지배 코드를 거둬들이며 말했다.

“아니, 지배하지 않겠다.”

그리고 그가 거부하자.

“어…….”

“뭐, 뭐야. 왜 이러고 있어?”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서로를 보며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끝났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

그리고 성지한의 말에 상태창을 열어 본 플레이어들은.

“엇. 진짜 사라졌다……!”

“올스탯-3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이거 완전히 태초의 왕 버프 이용만 잘했네!”

왕의 명령 버프 효과가 사라진 걸 보면서, 뛸 듯이 기뻐했다.

이것은, 처음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마지막 날 게임 들어가죠. 버프 효과 사라진 건, 제 성좌 능력을 발동시켜서 커버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사기가 부쩍 오른 채 배틀넷 센터의 커넥터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성지한은 그렇게 마지막 날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성좌 모드를 킬 마음을 먹었다.

* * *

인류의 진화 미션 마지막 날, 7일 차의 경기.

=아……! 어떻게 된 일이죠? 선수들, 저번처럼 재생력을 보여 주지 못하는군요!

=방금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왕의 명령이 성지한 선수에 의해 해제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아. 하지만 이럼 6일 동안 승률 70퍼센트가 넘었던 게 깨져 버리겠군요!

=그건 아쉽습니다. 이거, 승률 집계가 합산해서 60퍼센트 이상인 거겠죠? 그러면 사실상 오늘 경기에서 승률 0퍼센트가 나와도 사실상 60퍼센트가 넘을 것 같긴 합니다만…….

0번 채널의 해설자들은 게임 진행 상황을 보면서, 왕의 명령 버프가 사라진 걸 알아챘다.

-헐, 길가메시 전하의 명령을 왜 철회함 ㅠㅠ 이러다가 승률 60퍼센트 미만 나오면 어떻게 해.

-스탯 –3 깎일 순 없잖아 그렇다고 ㅋㅋㅋㅋ

-내 스탯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떰?? 인류 진화가 더 중요하지!!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다니 ㄷㄷㄷ…… -3씩 깎이면 스탯 4개라도 12레벨 깎이는 거 아닌가 ㄷㄷ

-진화하면 그 손해만큼 메꿔 주겠지 ㅋㅋㅋ

-어쨌든, 계산은 합산해서 60퍼센트 이상일걸? 그럼 오늘 50퍼센트 이하여도 여유임.

왕의 명령이 사라진 걸 보며, 꽤 많은 시청자들은 이러다가 승률 유지 못 하면 어떻게 하냐며 아쉬워했지만.

[성좌 도달 레벨이 765로 낮아집니다.]

성지한이 본격적으로 성좌 특성을 켜자 전투는 해 볼 만하게 돌아갔다.

-오,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성지한이 대신해서 버프 줬대 성좌의 힘으로.

-근데 아직 성지한 성좌 후보자 아니었음? 진짜 별 걸 다 하네;

-이야, 이거 오늘도 60퍼센트 넘겠다?

-어, 윤세아는 언데드됐다 ㅋㅋㅋ 저쪽에서 게임 매칭된 인류는 승리 확정인 듯.

길가메시의 왕의 명령처럼, 재생력을 지니진 못해서 전에보다 승률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60퍼센트 이상은 사수할 것 같은 인류 플레이어들.

“브론즈의 칼 선수, 승리했습니다!”

“실버의 미야모토 선수, 승리했습니다!”

“다이아의 윤세아 선수, 7명의 인류 플레이어와 함께 승리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승전보가 쏟아지면서, 실시간 승률 집계로 배틀넷 센터는 분주해졌다.

“왕의 명령은 사라졌지만, 생각보다 할 만하네.”

“엘프 같은 재생력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재생력이 없진 않아요.”

“이 정도면 진화는 확실할 것 같습니다!”

고무적인 분위기의 스태프들.

성지한은 후원 플레이어들이 활약하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스탯 영원이 부쩍 늘어서 그런가. 500명의 재생력도 꽤 좋아졌네.’

길가메시의 버프만큼은 아니었지만.

기존 인류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플레이어들의 재생력은 부쩍 좋아져 있었다.

영원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건지.

성지한은 의문을 지닌 채, 유심히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오…… 돼, 됐습니다!”

“300명째, 압둘 선수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리고 500명 중, 300명이 승리해서 승률 60퍼센트를 확정하자.

“이제 버프 거둬들이겠습니다.”

성지한은 그 즉시 버프를 거둬들였다.

10분만 돌리려고 했던 성좌 모드 발동은.

[성좌 도달 레벨이 762로 낮아집니다.]

마지막 유종의 미를 얻기 위해 시간을 좀 더 써 버린 상태였다.

이걸 7일 동안 했다 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어.

‘길가메시 아니었으면 레벨 팍 떨어질 뻔했네.’

이럴 때 보면 은근 도움이 된단 말이야?

성지한은 길가메시에게 그 어느 때보다 고마운 마음을 지니며 나머지 게임 진행 상황을 살펴보았다.

버프가 끊기자 급격히 패배하기 시작하는 인류 플레이어들.

-뭐야 왜케 져 ㄷㄷ

-버프 끊겼대 ㅋㅋㅋㅋ

-300명이 이겨서 그래도 승률 60퍼센트는 확보임.

-아니, 아무리 그래도 300명 끝나고 나니까 죄다 지고 있넼ㅋㅋㅋ

-ㄹㅇ 버프 끊기니까 가뭄에 콩 나듯 이긴다 ㅅㅂ

-이야, 이거 길가메시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 ㅡㅡ;;

-아낌없이 주고 떠난 태초의 왕…… 기억하겠습니다…….

왕의 명령도, 성좌 버프도 끊기자 귀신같이 지기 시작한 인류 플레이어들은.

결국 남은 200명 중에선, 30명만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물론 강력한 플레이어들은 이미 승리를 거머쥔 상황이었기에, 승률이 더욱 처참하게 나오긴 한 거였지만.

어쨌든 버프가 없었으면 승률 60퍼센트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았다.

=이거…… 승전보가 참 들리지 않는군요!

=버프가 없었으면, 힘들었겠습니다.

=인류가 성지한 선수와, 태초의 왕 길가메시의 덕을 보았군요!

=오늘 하루는 그를 기려도 될 것 같습니다!

=그가 지배했던 우르크는 현 이라크 땅에 있다고 하는군요. 그쪽을 향해 인류 진화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지요!

어쨌거나 이제 진화는 확정된 상황.

해설자들은 축배를 운운하며, 길가메시를 빈말로 치켜세웠다.

그리고, 500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게임을 마무리하자.

[진화 미션을 모두 클리어했습니다.]

[진화 대상 종족, ‘인류’가 진화합니다.]

성지한을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이러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배틀넷의 환경에 걸맞게, 모든 스탯의 효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합니다.]

[개개인의 환경에 따라, 신체가 일부 진화할 수 있습니다.]

스탯 효율 상승은 모두에게.

신체 진화는 개개인에 따라 다른 건가.

성지한은 메시지를 보며,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음…… 좀 강해진 거 같기도 하고.’

원래 너무 강해서 그런지, 막 바로 체감은 되지 않는 진화.

성지한은 나중에 테스트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커넥터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쭉 바라보았다.

이 중에서 신체가 변한 이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사, 삼촌!”

저 멀리서 윤세아가 그에게로 다급히 달려왔다.

“이, 이거 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위엔.

“나, 귀가……!”

귀가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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