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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66화 (36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66화>

“너…… 길가메시냐?”

“이런, 이렇게 발각될 줄이야. 대응이 늦었군.”

성지한을 눈앞에 두고, 다이아 플레이어에 빙의한 길가메시는 여유로운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부터 후원을 하고 있었지? 거기에 네가 후원하는 대상, 그뿐만은 아니겠군.”

“후후……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힘을 원하는 이들이 많지. 나는 태초의 왕으로서, 그런 이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뿐이다.”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길가메시한테 후원받은 이들이 그의 꼭두각시로 전락한 모습을 보고도, 후원을 받고 싶은가.

‘하여간 욕심은 끝이 없군.’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스으윽.

길가메시는 성지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 네가 추진하는 인류 진화…… 나도 큰 관심이 있다. 이번 일,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도와준다고?”

“그래. 성좌도 아닌데 성좌의 능력을 쓰는 것……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 내가 이들의 반을 맡겠다. 너는 나머지 반을 데리고, 진화 미션을 준비하면 되겠지.”

“반을 맡는다…….”

“그래. 이 일의 대가도 크게 요구하지 않겠다. 플레이어들에게 후원할 자유. 그것 하나만 받지.”

정체가 들켰음에도 여유만만한 게, 이것 때문이었나.

길가메시는 성지한이 성좌 능력을 쓰는 게, 한계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원수를 반으로 나누면, 그에게 가는 부담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겠지.

“으…….”

“아무리 진화를 위해서라도, 저거 받아들여야 하나.”

“근데 길가메시한테 후원받으면 그의 꼭두각시가 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에게는 후원받고 싶지 않은데.”

“후원자 목록에 계속 성지한 님 이름 있었으면 좋겠는데…….”

브론즈부터 플레티넘까지.

이미 성지한에게 후원을 받은 사람들은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며 불안해했다.

인류 진화라는 대업을 생각한다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아무래도 효율적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거절하지.”

“후후…… 진화가 달린 일이다. 감정적으로 나설 일이 아닐 텐데?”

“인원수는 어차피 상관이 없거든.”

성지한은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애초에 인원수야 성좌 모드를 키면 제한이 없었을뿐더러.

‘길가메시 같은 놈을 양지에서 활동하게 둘 순 없지.’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더라도.

성좌 길가메시를 양지로 끌어올려선 후폭풍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할 순 없지.

성지한은 그리 판단하고는, 생명의 기운을 개방했다.

“그러니, 이제 가라.”

“잠깐…….”

치이이익…….

그러면서 허공에 작성되는, 지배 코드.

길가메시의 권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지배 코드는.

툭…….

앞 글자만 작성되었음에도, 상대를 무릎 꿇렸다.

“크, 크으윽…….”

그리고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플레이어는.

길가메시가 빙의한 이 말고도, 다섯이 더 있었다.

모두, 다이아 TOP 100임에도 후원 성좌가 없어 대기하던 이들이었다.

‘그렇게 꼭두각시 된 걸 봤음에도, 후원을 받고 싶나. 참.’

하여간 도움이 안 된다니까.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성좌 후원, 계속하죠.”

원래 후다닥 하고 바로 게임에 투입하려고 했는데, 길가메시 때문에 꽤 지체되어 버린 시간.

성지한은 성좌 도달 레벨 떨어지기 전에 후원을 마무리 지으려고, 남은 사람들을 향해 후다닥 후원 절차를 마쳤다.

그렇게 5분이 지나기 직전, 마지막 플레이어에게 후원이 끝나자.

번쩍!

강당의 천장 쪽에서, 황금빛이 강렬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곧, 천장의 벽을 뚫고 들어오는 찬란한 황금의 빛무리.

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지한, 정말 다 후원하는구나. 네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신기할 따름이군.]

“길가메시…… 밖에서 개입한 건가?”

[그래. 이번 일은 나도 크게 관심을 지니고 있는 문제. 네가 도움을 안 받겠다고 해도, 나는 꼭 도와줘야겠다.]

그러면서 강렬해지는 빛.

강당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빛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불안한 눈으로 위를 바라보았다.

“아니, 우리가 싫다는데…….”

“저놈 왜 이렇게 질척대냐?”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거야?”

치이이익…….

성지한은 도와주겠다는 길가메시의 선의를 믿지 않고, 지배 코드를 작성해 보았지만.

이번에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은, 지배 코드에 막히질 않았다.

그렇게, 그대로 인류 플레이어 500명을 감싸는 황금의 빛무리.

모두에게 곧,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태초의 왕’이 ‘왕의 명령’을 내립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

[레어급 이하의 스탯이 7일간 150% 강화됩니다. 이 강화 효과는 인게임 내에서도 유지됩니다.]

[재생력이 크게 늘어납니다.]

“어…… 이거 뭐야. ‘왕의 명령’? 버프인가?”

“150%라니, 엄청난데…….”

“근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란 문구가 좀 걸리네.”

7일간 인게임 내에서도 버프 효과가 유지되는 압도적인 효과.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이런 버프를 받고도 찜찜한 표정을 지었다.

왕의 명령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였으니까.

희생이 버프는 아닐 테고, 뭔가 손해 보는 게 있을 거 아니야?

그리고 곧.

[강화된 스탯은 일주일 후 3씩 감소됩니다.]

그들의 추측대로, 시스템 메시지에선 희생을 보여 주었다.

“스, 스탯 3이 감소한다고……!?”

“이, 이건 좀…….”

“아니, 이거 나 스탯 다 레어 이하인데…… 이럼 올스탯 3 감소잖아?!”

올스탯 –3.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생기는 잔여 포인트가 1인 걸 생각하면.

모든 스탯 –3은 엄청난 페널티라는 걸,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초반 성장 단계에 있는 브론즈 리그 플레이어들은, 이 정도 페널티면 TOP 100에서 순위가 주르륵 떨어질 만한 상황.

“저, 성지한 님…… 이거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요…….”

“아무리 버프 효과가 좋다지만, 페널티가 너무 심합니다!”

“이러면 무조건 TOP 100에서 떨어지는데……!”

많은 플레이어들이 울상이 돼서, 성지한에게 매달렸다.

“잠시만요.”

치이이익…….

플레이어들의 호소에, 한 번 지배 코드를 다시 작성해 본 성지한.

하지만, 앞에만 쓰인 지배 코드는 길가메시가 내린 ‘왕의 명령’을 제약하지 못했다.

혹시나 뒤에까지 코드가 완성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러기엔 생명의 기운이 부족해.’

스탯 영원이 봉인된 세계수를 통해 어느 정도 성장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배 코드를 완전히 작성하는 건 아직 성지한에게도 역부족이었다.

“흠…… 원래는 이것으로 길가메시의 권능을 막을 수 있었는데, 이번 건은 사라지질 않는군요. 제가 방법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아…….”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오늘 게임은 진행하시죠.”

“네…….”

그 말에, 사람들은 심란한 얼굴로 강당에서 나와 배틀넷 커넥터가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삼촌. 근데 버프 좋긴 하다. 이거 들고 가면, 승률 60% 나올 거 같은데?”

한편 성지한과 같이 커넥터 쪽으로 걸어가던 윤세아는, 그에게 살짝 귓속말했다.

“그냥 마지막 날까지 유지하는 게 낫지 않아, 이거?”

올스탯 –3이라는 페널티가 납득이 될 만큼, 강력하기 짝이 없는 스탯 강화.

이게 있으면 승률 60%는 생각보다 손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 길가메시가 여기에 무슨 수작을 부렸을지 모르는데. 최대한 빨리 없애야지.”

길가메시가 인류를 순수하게 도울 리가 없다고 생각한 성지한은, 어떻게든 빨리 ‘왕의 명령’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봉인된 세계수에 가서, 스탯 영원을 더 성장시켜야겠군.’

만귀봉신 위에 덧그려졌던 구궁팔괘도는, 한 번 진입하면 진의 힘이 사라져서 2주 정도는 진입하질 못했다.

지금은 타신편에 의해 쫓겨났을 때에 비해, 2주가 넘게 지났으니까 들어갈 수 있겠지.

‘일단 오늘은 게임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밤에 다녀와 봐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최대한 빨리 이 ‘왕의 명령’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오오!”

“또, 또 이기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버프 효과가 엄청나군요!”

“첫날은 승률 60% 이상을, 거뜬히 찍겠습니다!”

“음…….”

예상보다, 길가메시의 버프 효과가 너무 좋았다.

* * *

=최하급에서 하급 종족이 되기 위한, 인류의 진화 미션……!

=저희 NBC에서는 500인 모두의 배틀튜브를 정리하여, 이번 미션을 생중계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과연 첫날, 인류는 승률 60%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인류의 TOP 100 플레이어들이 진화 에어리어에 들어서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 첫날.

게임 진행 방식은 기존과 똑같았다.

다만 소속이 진화 에어리어로 바뀌고, 자신들과 똑같이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올라서는 종족과 경쟁하게 되었을 뿐.

=한데 서울의 배틀넷 센터에서 큰일이 벌어졌다고 하는군요.

=성좌 길가메시…… 기억나십니까? 성좌명 ‘태초의 왕’인 그가 이번에 인류를 돕겠다며 플레이어들에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고 명령했다고 하는군요! 성지한 선수가 이를 막아 보려 했지만, 일종의 버프라 그런지 제거가 안 된다고 합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니…… 선수들이 뭘 희생하는 걸까요?

=금방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올스탯 –3이라고 하네요!

=어우…… 그거 엄청난 대가인데요? TOP 101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것 같아요!

0번 채널의 해설자들은, 게임 매칭이 시작되기 전 서울에서 들려온 소식을 이야기했다.

-올스탯 –3은 좀 선 넘었는데 ㄷㄷ

-근데 버프 효과 좋긴 하네…… 어떻게 7일 동안 스탯 150%를 쭉 유지하지?

-ㄹㅇ 여기에 다른 버프도 추가되면 장난 아니겠는데 승률 60% 할 만하겠다.

-이거 정말 대를 위해 소가 희생되는 거임…….

-ㅋㅋㅋㅋㅋ 나만 아니면 돼.

길가메시가 내린 왕의 명령.

이것은 게임 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스탯 강화도 강화였지만.

=엇! 윌리엄 선수, 엄청난 재생력을 보여 줍니다……!

=이거, 거의 엘프급 아닌가요?!

=왕의 명령에 재생력 증가 옵션도 있다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군요!

=상대 종족, 저희에게 엘프가 왜 개입하냐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인류가 엘프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네요!

재생력 강화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최하급 종족끼리 모여서 그런지, 인류와 크기가 비슷비슷하거나 더 작은 상대 종족들.

“세계수 엘프가 왜 진화 에어리어까지 와 있지…….”

“또, 또 무슨 작당을 벌이는 거냐.”

“큭…… 지긋지긋하군. 진짜!”

“올해도 포기해야 하는가…….”

그들은 플레이어들의 괴물 같은 재생력을 보면서, 인류가 세계수 엘프와 연관된 종족이라고 반쯤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수록, 전의가 뚝 떨어져서 인류에게 밀리기 시작하는 경쟁자들.

=여기저기서 승전보가 들려옵니다!

=500인의 플레이어 중 같이 팀을 꾸린 사람들도 있고,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이러면 60%는 확실히 넘을 것 같습니다!

진화 미션의 스타트는 그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경쟁 종족을 제압하면서, 매칭 게임이 끝나 가고.

=자, 첫날 모든 매칭 게임이 다 끝났군요. 인류의 승률 집계는…….

=72%입니다! 아주 산뜻한 출발이에요!

=태초의 왕…… 엄청난 버프를 내려 줬군요!

인류의 승률은 첫날 70%를 넘겼다.

‘성좌 특성도 안 켰는데 70%를 넘기다니.’

첫날 진화 에어리어에서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성좌 특성을 ON하지 않고 게임을 지켜보았던 성지한.

그는 첫날 결과를 보면서, 이거 그냥 놔둘까 하는 충동이 잠시 들었다.

성좌 도달 레벨도 다운되지 않고도, 진화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니다. 아쉽지만, 후환을 남겨 둬선 안 되지.’

강력하기 짝이 없는 효과를 보여 주는 ‘왕의 명령’.

이게 정말 7일간 버프만 주고, 얌전히 끝날까.

‘길가메시가 그럴 리가 없어.’

무신의 종자 중, 가장 못 믿을 이를 꼽자면 아무래도 길가메시였으니.

성지한은 빨리 스탯 영원을 더 얻어, 지배 코드의 뒷글자까지 써 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구궁팔괘도에 다시 들어가야겠지.’

성지한은 모든 게임이 끝나는 걸 지켜보곤, 배틀넷 센터를 나섰다.

그가 향하는 곳은 서쪽의 바다 깊숙한 곳.

세계수가 봉인된, 구궁팔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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