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63화>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빙천검우氷天劍雨
스으으으…….
얼어붙은 이클립스에서 뻗어 나오기 시작하던 검우는.
여러 개로 분화되더니, 성좌의 무구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100개가 넘는 물건 중에서, 일부에게만 쏠리는 얼음의 검은.
최종적으로, 3개의 물건에 몰렸다.
가장 적은 검우가 모인 물건은 황금색의 망토.
찬란하게 빛나는 망토는, 천의 크기가 성지한 수십 명은 들어갈 정도로 컸다.
‘이건 어차피 다른 이에게 넘길 수밖에 없는 물건이군. 그럴 거면 가치가 높은 게 좋을 테니…….’
검우가 가장 적은 망토는 패스다.
그러면서 성지한은 다음 아이템을 살펴보았다.
‘대검인가.’
두 번째로 검우가 많이 지목한 아이템은 커다란 크기의 푸른 대검.
이것도 성지한이 쓰기엔 컸지만, 조금 전의 망토보다는 그래도 어떻게든 써먹으라면 써먹을 수 있어 보였다.
‘흠…… 나쁘진 않아 보이네.’
성지한은 검을 유심히 살피더니, 그다음 물건을 살폈다.
검우가 반 이상 모여 있는 마지막 물건은, 성좌의 무구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모습이었다.
두개골만 잔뜩 뭉쳐, 둥둥 떠 있었으니까.
‘이게 무기라고?’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각양각색의 종족 두개골이 한데 뭉쳐, 거대한 별 모양을 형상하고 있는 물건.
아무리 봐도 저걸 무기로 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실용성은 아예 없어 보이는데…….’
검우가 가리키지 않았다면, 전혀 욕심내지 않았을 물건.
하나 빙천검우의 탐색능력으로 지금까지 이득을 보아 온 성지한은, 이걸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실용성을 따지자면 대검. 빙천검우를 믿는다면 해골 별이군…….’
그럼 후자지.
스으으윽.
성지한은 해골 별 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뜨는 시스템 메시지.
[이 부장품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어.”
성지한의 대답에, 떠올랐던 성좌의 무구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리고 모든 물건이 사라지자, 그간 조용했던 해골 별에서 원통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놈……! 이것은 내가 수천 년간 모아 온 정수! 이렇게 가져가선 안 된다……!]
“오, 말도 하네?”
[그래. 나는 독존 성좌 테이너스다. 내 이름은…… 들어 보았겠지?]
“아니, 전혀.”
성지한은 고개를 저었지만.
[테이너스?]
이클립스 속의 그림자여왕은 그 말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누군지 아냐?”
[무신 이전에, 성좌들을 사냥하던 괴물이다. 성좌들의 협공에 결국 패배하고 잠적했다고 들었는데, 여기 있었군.]
“흐음.”
무신 이전이라면, 그냥 옛날 성좌네.
[큼, 나를 모르다니……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군. 나는 한때 대성좌를 바라보던 성좌. 지금은 잠시 묘지에 갇혀 있지만, 이제 곧 다시 나와 활동을 개시할 것이다.]
자기가 대성좌도 바라봤다면서, 대단한 존재라고 어필하는 테이너스.
“그래? 이야, 대성좌를 바라보다니.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지닌 무구면 물건 가치가 엄청나겠다. 그치?”
하나 그건 역효과였다.
이 말을 들은 성지한은 역시 검우가 가리킨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기색을 느낀 건지, 해골의 별에서 다급히 음성이 들려왔다.
[큭…… 성좌 후보자여. 나와 협상하자. 이 물건을 내게 다시 되돌려준다면, 내 1000년간 네게 충성하도록 하겠다.]
“1000년이라…… 언제 나오는데?”
[이제 곧 금방이다. 100년만 흐르면…….]
“100년?”
진짜 성좌들은 시간 개념이 다르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해골 별을 꾹 쥐었다.
“100년 후면 상황 이미 끝나 있을 텐데. 괜찮아. 네 부장품 잘 쓸 테니 쉬고 있어.”
[자, 잠시만……! 그래. 50년, 50년까지 어떻게든 단축을 해 보겠다!]
“됐어. 그땐 이미 현역 은퇴야.”
50년 후의 도움보다는, 지금 당장 써먹는 게 이득이지.
[‘군림자의 정수’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어.”
성지한은 테이너스의 말을 무시한 채, 정수의 주인이 되었다.
그러자, 아이템 설명이 떠올랐다.
* * *
[군림자의 정수]
-등급 : EX
-독존 성좌 테이너스가 성좌 특성 ‘군림’을 얻기 위해 특수연성한 물건.
-444명의 군림 성좌를 제압하여 정수로 만들 시, 군림 특성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제압된 군림 성좌는, 총 127명입니다.
성지한은 아이템의 등급을 보고는 눈을 빛냈다.
아직 127명까지밖에 안 차서, 완성까지는 머나먼 군림자의 정수였지만.
그럼에도 성좌 특성을 하나 더 추가한다는 가능성 때문에.
아이템 등급은 가뿐히 EX급에 랭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거…… 난 이미 적용된 거잖아.’
성좌 상점을 통해서, 이미 특성을 두 개 다 구매해 버린 성지한.
그는 업적 상점에서부터 이어진 상점 시스템이 얼마나 사기적인지, 이번 일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성좌 상점에서는 포인트 지불해서 쉽게 샀던 성좌 특성이, 여기선 미완성인데도 EX급이 되어 있었으니까.
‘……이거 팔아야 하나.’
검우가 골라 준 아이템.
등급은 성공적이었지만, 상점 때문에 쓸모가 없어졌네.
성지한이 그렇게 해골을 보고 있을 때,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특성 ‘군림’을 이미 획득한 플레이어입니다.]
[미완성된 군림자의 정수를 통해 특성 ‘군림’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군림’의 효과를 강화하시겠습니까?]
미완성된 군림자의 정수라고 해도, 품고 있는 효능이 대단한지.
특성 군림의 효과를 강화시켜 주겠다는 군림자의 정수.
성지한은 해골의 별을 잠시 바라보았다.
‘특성을 추가할 수 있는 아이템…… 이런 건 오히려 가치가 너무 커서 팔거나 물물교환하기도 쉽지 않을 거야.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낫겠지.’
성지한이 고심 끝에 예를 누르자.
[성좌 특성 ‘군림’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모든 능력치 증가량이 150퍼센트에서 200퍼센트로 상승하며, 앞으로 후원 플레이어에게서 성좌 명성을 얻기 더 쉬워집니다.]
[후원 가능한 플레이어의 숫자가 2000명 증가합니다.]
성좌 특성 군림의 효율이 다방면에서 증가했다.
하지만, 특성을 OFF하고 있는 성지한 입장에선 이 변화가 체감상 크게 와닿진 않았다.
애초에 150퍼센트 증가도 지금은 1.5퍼센트로 적용되어 있었기에.
200퍼센트가 되었다 한들, 체감상은 2퍼센트로 0.5퍼센트 증가한 거니까.
‘성좌 특성을 추가할 정도의 아이템치곤 효과가 심심하군.’
내가 쓰지 말고, 어떻게든 팔 걸 그랬나?
성지한이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는 효과에 아쉬워할 때.
[군림하고 있는 종족에게 진화 보너스를 추가합니다.]
[힘 +5]
[민첩 +5]
[체력 +5]
[마력 +5]
[네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예상 밖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 * *
게임 종료 후.
배틀튜브는 성지한이 보상을 얻는 장면까지는 방송을 보여 주지 않아, 스트리밍은 종료되었다.
-이번 특수 맵도 성지한의 승리로 끝났구만.
-지한 님은 근데 왜 혼자 다른 게임 해요?
-ㄹㅇ 특수 맵도 지금 벌써 몇 번째 나온 거임? 다른 플레이어들은 한 번 접해 보기도 힘든데 ㅋㅋㅋ
-다른 플레이어들은 승률 50퍼센트 언저리잖아. 성지한처럼 100퍼센트 가깝게 찍어 봐라. 특수 미션으로 보내겠지.
남아 있는 시청자들끼리, 왜 성지한은 혼자 다른 게임을 하냐에 관련해서 채팅이 오가는 사이.
번쩍!
어두웠던 화면에, 다시 빛이 들어왔다.
-??
-뭐지? 방송 종료된 거 아니었나요?
-게임은 끝난 듯요. 펜트하우스임.
-오, 현실에서 생방?
-이게 얼마 만이야 ㅋㅋㅋ
그리고 시청자들이 새로운 화면에서 보게 된 건, 펜트하우스의 거실.
거기엔 성지한이 심각한 얼굴로.
“음…… 이거 어디 있더라.”
이리저리 허공을 터치하고 있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허공에 손 누르는 거 보면 배틀튜브 설정 만지는 거 같은데.
-설정에서 뭐 할 수 있는 게 있나?
-?? 할 거 졸라 많음. 개복잡해 ㅋㅋㅋ
-ㅇㅇ 옵션 찾아보면 별게 다 있음.
스윽. 스윽.
성지한이 심각한 얼굴로 설정을 만지고 있을 무렵.
“어머. 오너님, 생방하세요?”
펜트하우스의 트레이너 룸에서, 땀에 젖은 이하연과 임가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우야…… 운동하고 나온 건가?
-ㅎㄷㄷ 성지한 설마 이하연이랑 동거하고 있음?
-ㄴㄴ 트레이닝하러 펜트하우스에 간대. 임가영 방송에서 봄.
-?? 트레이닝을 왜 굳이 성지한 집에서 함? 대기길드에서 쓰는 층이 몇 갠데.
-그런가 보지…… 사귀는 사이에.
두 사람의 등장을 보곤 오랜만에 가십거리를 잡았다며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는 사이.
“하연 씨, 혹시 배틀튜브 설정 좀 아십니까?”
“네네. 뭐 찾고 계세요?”
“투표를 해야 하는데 그 항목을 못 찾겠네요.”
“투표요?”
“네.”
성지한은 가십이 바로 묻힐 만한 폭탄을 던졌다.
“이번에 종족 진화 보너스를 획득해서, 기본 스탯 +5를 얻게 되었는데요. 뭐가 좋을지 사람들의 의견을 한 번 수렴해 볼까 해서요.”
“……네? 스탯 +5요?”
“네. 힘, 민첩, 체력, 마력중예요.”
“……와.”
성지한의 말에, 두 사람은 입을 쩍 벌렸다.
종족 진화 보너스, 스탯 +5?
이걸 지금 배틀튜브에서, 투표로 고른다는 거야?
-??
-지금 성지한 뭐라고 한 거야?
-힘민체마 중에서 +5……?
-아니, 아까 특수 미션에서 뭘 또 벌어 온 거임??
-와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
“오너님…… 그. 진화 보너스가 오너님 스탯 오르는 게 아니고, 종족 전체가 오르는 거죠?”
“맞습니다.”
“그걸 이번 배틀튜브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시는 거구요?”
“그렇죠. 그러니 설정 좀 알려 주세요.”
“어…… 그게 말이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투표 개설을 알려 주는 이하연.
한편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이건 무조건 힘으로 간다 ㅋㅋㅋㅋ
- ㄴㄴㄴ 민첩하자 나 좀 빨라지고 싶음.
-마력 ㄱㄱㄱ 전사는 성지한이 있으니 마법사들 좀 더 강해져야함 ㅎㅎ
-아니 체력을 올려야지 뭔 소리들이여 ㅡㅡ 플레이어 말고 일반 사람들도 덕 봐야지.
-ㄹㅇ 게임은 어차피 성지한이 다 해 주는데 모두들 건강 챙깁시다.
힘, 민첩, 마력, 체력 4가지 스탯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아무래도 체력이었다.
플레이어를 제외하고도, 인류 전체가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체력 스탯이었으니까.
“오, 체력이 확실히 앞서네요. 이러면 그냥 이거 고르면 되겠습니까?”
“아, 오너님. 그래도 좀 몇 시간은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바로 끝내는 건 좀…….”
“그런가요? 그럼 한 시간만 생방 켜 보죠. 원하시는 스탯 있으면, 지인들한테 연락해서 투표해 주세요.”
성지한은 그리 말하곤, 소파에 앉았다.
“전 능력 좀 올리고 있겠습니다.”
“능력을요?”
“예, 성좌한테 얻은 게 있어서요. 인벤토리.”
성지한이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성좌의 영체를 만귀봉신으로 흡수하면서 얻었던 아이템들.
그가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송곳니를 꺼내자,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으…… 으으…….”
“아, 아가씨. 제 뒤로!”
성좌의 이빨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살기.
그걸 보고 두 사람이 창백해지자, 성지한은 얼른 송곳니를 흡수했다.
“아, 죄송합니다. 빨리 흡수하죠.”
스으으으…….
그가 손을 대자 사라지는 송곳니.
그러자 이종무해가 발동되며, 성좌의 움직임이 일부 그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무혼이 2 오릅니다.]
예전에 흡수할 땐 5씩 올랐던 거 같은데, 이번엔 너무 적군.
‘그나마 10개 수거해서 다행이네.’
성지한은 그렇게 투표창만 띄운 채로, 이종무해를 본격적으로 발동시켰다.
처음에는 한 시간만 투표하려고 했지만.
이종무해로 능력을 흡수하는 데 빠져 있는지라, 계속 방송을 틀게 된 성지한.
결국 투표가 종료된 건 하루가 지나서였다.
“역시 체력이 인기 좋네요.”
그리고 그동안 인류 대부분의 의지가 모인, 체력.
성지한은 그걸 보고 바로 체력 +5 효과를 발동시켰다.
그러자.
[인류의 진화 보너스가 크게 축적되었습니다.]
[종의 대표로서, 하급 종족으로의 진화를 추진하시겠습니까?]
‘하급 종족?’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