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58화 (358/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8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윤세아 선수. 여전히 강력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물론 4경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거 상당히 위협적이군요!

=대표팀,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이러다가 성지한 선수 가 밴을 당했는데도 지는 수가 있습니다……!

성지한이 밴당하며, 미국이 유리할 거라고 여겨졌던 5경기.

하나 경기의 양상은 예상 밖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야, 아직도 보이드 캐논이네!”

펑!

윤세아가 활시위를 튕기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는 미국 진영.

원래도 공간을 뛰어넘어, 배리어로도 막기 힘들었던 보이드 애로우였는데.

이게 커다란 폭발까지 일으키자 미국 플레이어들은 혼비백산했다.

“이걸 어떻게 막아…….”

“아니, 원래 윤세아 이렇지 않았는데?”

“젠장. 이런 건 스페이스 리그서부터 쓰라고! 왜 슈퍼컵에서 난리야!”

1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승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성지한이 없는 한국과 미국 대표팀의 전력 차이는 예전보다 많이 좁혀진 상태였다.

오히려 핵심 플레이어의 수준은, 한국이 앞서는 부분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한국의 핵심 플레이어인 윤세아가 공허 폭발을 일으키고.

“좋아…… 나도 간다!”

윤세진이 진형이 무너진 미국 선수들을 참살하자.

승부의 추가 서서히 한국 측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 뭐야? 왜 이기고 있어?

-밴픽 보고 에이 졌네 하고 자려고 했는데 아파트에서 함성 소리 들려서 깸…… 지금 상황 대체 어떻게 진행되는 거임?

-윤세아가 지금 4경기 때 포스를 보여 주고 있음 ㅋㅋㅋ

-언데드 상태 풀렸는데도 강화 유지되는 거야? 와, 개사긴데? ㅋㅋㅋㅋ

-근데 윤세아 말고 언데드 됐던 다른 전사들은 그냥 똑같은 듯.

성지한은 팔짱을 낀 채, 선수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확실히 언데드가 되었던 다른 전사들은 5경기 때 완전히 이 상태가 초기화되어 있었는데.

윤세아만은 증폭된 공허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점점 공허가 줄어드는군.’

공허 폭발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공허를 다루는 성지한은 윤세아의 힘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언데드 때 내 공허의 90% 이상을 흡수하더니 그게 다음 경기 넘어갈 때까지 잔류했나 보네.’

4경기 때 성지한에게 공급받던 공허가 끊기고, 언데드 상태도 해제되었지만.

공허를 담을 그릇이 없던 다른 전사들과는 달리 공허를 다룰 수 있었던 윤세아였기에, 그녀는 공허의 기운을 일부 남겨 둘 수 있었다.

‘공허라서 가능한 현상인가…….’

성지한은 미국 진영을 무너뜨리는 윤세아를 보며 눈을 빛냈다.

슈퍼컵 경기야, 사실 인류 전체의 생존에 있어선 딱히 중요한 게임이 아니었지만.

윤세아가 공허를 유지하는 현상은 추후 스페이스 리그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있었다.

‘안 그래도 내가 밴당했을 때, 인류의 승률이 처참했는데…… 저 정도면 꽤 큰 변수가 될 수 있어.’

그렇게 게임은, 원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아…… 미국 대표팀…… 무너집니다……!

=저 보랏빛 폭발에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합니다. 전사들, 뭐 하나요?!

=성지한이 마지막 경기에서 밴당했는데…… 슈퍼컵마저 빼앗긴단 말입니까?

중간중간 소리를 지르던 미국 해설진들의 목소리가, 점차 침울해졌다.

이럴 거면 차라리 성지한이 밴당하지나 말던가.

괜히 이길 거란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의외의 일격으로 패배하게 되자, 실망감은 배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 배런 선수, 끝까지 버텨보았지만 결국 쓰러집니다…… 슈퍼컵은, 결국 한국이 가져갑니다!

결국, 5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건 한국 대표팀이었다.

* * *

=한국 대표팀, 무시무시하군요……! 성지한 선수가 빠졌음에도 저력을 보여 줍니다!

=이거 이러다가, 0번 채널의 언어가 한국어로 바뀌는 것 아닙니까?

=그러게요. 저희 자리도 위태할 수 있겠군요!

모두의 예상과 정반대로 흘러간 게임 결과.

미국의 해설자들은 이를 보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국가 랭킹 1위를 한국에게 뺏기는 거 아닌지 걱정했다.

-하여간 양키 해설자들 또 오버한다 ㅉㅉ 슈퍼컵 좀 따냈다고 어떻게 한국이 랭킹 1위를 함?

-ㄹㅇㅋㅋ 국가 랭킹이 챔스 좀 승리했다고 정해지는 게 아니잖아 평소 벌어 오는 포인트가 중요하구만.

처음에는 미국 해설자들의 한국어 교체 소리를 농담으로 치부하던 사람들도.

-근데 우리 벌써 3위인 인도 턱밑까지 추격하긴 했음 걔들도 인구 빨로 포인트 많이 벌어 오잖아 어케 따라간 거야?

-그게 한국은 성지한이 벌어 주는 포인트가 많아서 따라잡은 거임 ㅋㅋㅋ 이대로 챔스 우승 몇 번 더 하다 보면 ㄹㅇ 한국어 중계 볼 수 있을지도……?

-와, 0번 채널에서 한국어 나오면 국뽕 지리겠는데;

-성지한으로 이미 국뽕 치사량 아니었음?

-성지한은 이제 국뽕이라기엔 뭔가 어나더레벨이라 ㅋㅋㅋ

어느덧 3위를 위협하는 랭킹 순위를 보며, 혹시나 하고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한편.

‘챔스에서 우승도 했겠다, 국가대표 경기에 이제 내가 나가긴 좀 그런 거 같은데.’

성지한은 진행되는 경기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스페이스 리그야 순위에 따라 인류의 명운이 걸려 있었지만.

이제 이렇게 나라 간 경기에까지 자신이 나설 필요가 있나.

‘괜히 어린애들 싸움에 끼어드는 느낌이란 말이지…….’

인류 중 혼자 그랜드 마스터 리거인 성지한.

그가 밴이 풀리냐 안 풀리냐에 따라, 게임 결과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예전처럼 인류가 스페이스 리그에서 최하위라서, 국가 순위가 중요했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스페이스 리그에서 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면, 애초에 던전 포탈이 적게 열리니 나라 간의 서열도 그리 중요하진 않았다.

‘우리나라 선수 라인업도 예전보다 훨씬 괜찮아졌고 말이야.’

이제는 한국 대표팀도 성지한이 사라진다고, 예전처럼 하위권을 전전하던 수준의 팀이 아니었다.

이제 할 일도 많은데, 그냥 국가대표에서 은퇴해 버릴까.

그때.

배틀넷 커넥터에서 나온 윤세아가 성지한에게 방방 뛰어왔다.

“삼촌! 나 슈퍼컵 MVP야!! 그것도 시리즈 MVP!!”

“그래. 축하한다.”

“히히…… 4경기 때 언데드 버프 덕이지! 근데. 아까 언데드 그거 왜 힘이 남아 있었던 거야? 보이드 캐논 쓰니까 너무 신나던데? 삼촌이 맨날 혼자서 적 쓸어버리던 기분이 이런 거구나 느꼈어.”

“네가 공허를 다뤄서 공허가 좀 잔류한 모양이야.”

“아하…… 근데 삼촌. 우리 우승했는데 별로 얼굴이 밝지 않다?”

“아. 국가대표 은퇴할까 생각 중이었거든.”

“으, 은퇴?!”

이 대화를 멀리서 슬쩍 듣던 노영준 감독이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지, 지한아. 그게 무슨 소리니!?”

“아…… 그냥. 이제 대표팀도 강해졌고, 제가 나서긴 너무 상대 나라에게 미안해져서요. 챔스 우승에 슈퍼컵까지 쟁취했겠다, 은퇴하기엔 적기가 아닐까요?”

“그, 그런……!”

“거기에 스페이스 리그에 대비해서 수련을 계속해야 하는지라. 국가대표 경기 일정에 신경 쓰기도 힘들구요.”

“아니…… 그건 전혀 상관하지 않아도 돼! 그냥 어쩌다 시간 날 때 출전하면 되지! 수련할 땐 우리 일정 신경 쓰지 말어 그냥!”

“에이. 그래도 어떻게 그럽니까. 일정이 계속 머리에 박혀 있었는걸요.”

“언제 그랬어…….”

지금까지도 국가대표 경기 일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서, 신경 쓴 척 말하는 성지한.

윤세아는 옆에서 그런 삼촌에게 눈을 흘겼다.

“아니…… 그래. 경기 안 나와도 돼! 이름만 올려 줘도 되니까! 밴 카드 소모만으로도 큰일 하는 거야!”

“음…….”

“물론 지한이 자네가 정 안 된다면 어쩔 수는 없지만…… 한국의 배틀넷 랭킹 1위. 한번 달성해 보고 싶지 않은가? 언제까지 0번 채널에서 한글 자막만 볼 건가. 전 세계에 자랑스러운 한국어를 들려주자고!”

“한국어는 이미 제가 많이 들려주고 있긴 합니다만.”

“그, 그건 그렇지…….”

전 세계에서 시청하는 성지한 채널.

자동번역되긴 하지만, 어쨌든 처음 음성이 나올 땐 한국어였다.

“……알겠네. 자네 결심이 확고하면 어쩔 수 없지.”

노영준 감독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의 설득을 포기했다.

감독과 선수.

일반적으론 감독 쪽이 갑이었지만, 선수 쪽이 핵심 전력일 때에는 갑을 관계가 종종 역전되곤 했다.

하물며, 상대가 성지한인 경우에야 더하지.

인류 대표팀 감독도 쩔쩔매는 그에게, 국가대표 감독이 설득한다 한들 전혀 먹혀들지를 않았다.

“그럼 은퇴 기자회견을…….”

성지한이 결국 은퇴로 결론을 내리고, 오늘 아예 기자회견까지 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슈퍼컵을 얻었습니다.]

[특수 업적, ‘연속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성좌 명성이 2000 오릅니다.]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승으로 성좌 명성이 오른다고? 이거…… 업적 대신이군 그래.’

슈퍼컵 얻는 것도 우승으로 쳐주는구나.

성지한은 성좌 명성이 2000 오르는 걸 보면서, 말을 멈췄다.

‘연속 우승도 업적이 있는 거면, 한국의 랭킹 1위 달성도 업적이 있지 않을까?’

솔직히 연속 우승으로 얻은 성좌 명성은 겨우 2천으로.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랭킹 1위 달성은 이거보단 더 주지 않을까.

‘현재 올라가는 추세를 보면, 1위가 못 오를 산은 아니란 말이지.’

한국과 미국.

성지한을 제외하고도, 탑급 플레이어들은 이번에 실력이 동등하다는 걸 증명했지만.

그 아래 플레이어층은 압도적으로 미국 쪽이 뛰어나서, 원래라면 미국 플레이어들이 배틀넷에서 벌어 오는 포인트 점수가 훨씬 높아야 했다.

하나 성지한이 홀로 벌어 오는 게 그 격차를 상쇄하여, 양국의 일일 획득 포인트 차이는 거의 없었다.

‘랭킹 1위 될 때까지만 국가대표에 있어 볼까.’

연속 우승은 2000 포인트 줬으니, 1위 업적이 만약 있다면 그보단 더 주겠지?

“……흠. 1등은 쟁취하고 은퇴해야겠네요.”

성지한은 메시지창을 보고 은퇴를 번복했다.

“그, 그래?”

“네. 대신 국가대표 경기 출전은 제 재량껏 하겠습니다.”

아니, 언제는 안 그랬다고…….

노영준 감독은 그 말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아이고. 물론이지, 물론이야! 만약 챔스 결승전 일정이 잡힌다고 해도 안 나와도 되네! 그냥 이름만 올려 주게!”

정작 나오는 말은 본심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 * *

[한국 대표팀, 슈퍼컵을 가져오다!]

[슈퍼컵 시리즈 MVP, 윤세아로 선정]

[성지한 없이도 미국을 이겼다!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 준 한국.]

[인도를 추월한 한국! 세계 랭킹 3위에 오르다!]

[성지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 노영준 감독. 근거 없는 소문이라면서 일축]

올해에 가장 강한 팀이 된 한국 대표팀.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성지한 진짜 은퇴하려고 했었다는데?

-감독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했잖아 ㅋㅋㅋ 어디서 또 찌라시를 들고 옴.

- ㄴㄴㄴ 진짜 선수들이 들었대 성지한이 은퇴 기자회견까지 열려고 했다고

-ㅇㅇ 하연주 선수가 자기 배틀튜브에서 우승 기념 술방하다가 말해 버렸음 ㅋㅋㅋㅋ

하연주가 술 마시고 자신의 배틀튜브에서 말실수한 내용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성지한 은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외국 애들 난리 났던데 제발 은퇴하고 인류의 영웅으로 남아달라고 ㅡㅡ

-아니, 지금도 인류의 영웅 아님??

-너네만 가지지 말고 다 같이 공유하자는 거지 ㅋㅋㅋㅋ

-아 싫어 조금만 더 독점할래 ㅎㅎ 랭킹 1위 될 때까지만 ㅎ

“이 언니 술방할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결국 사고 쳤네.”

윤세아는 슈퍼컵 우승 기사보다, 성지한 은퇴와 관련된 이야기가 더 많은 걸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기껏 슈퍼컵에서 시리즈 MVP를 땄는데도, 삼촌의 은퇴 미수 사건에 완전히 묻혀 버렸네.

‘하긴 나 같아도 은퇴 선언에 관심이 집중되겠다.’

윤세아는 그렇게 하연주의 배틀튜브에 실시간으로 리플이 수도 없이 쌓이는 걸 구경하다가.

[세아야.]

“엄마? 오랜만이야.”

성좌인 공허의 마녀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저번에 얻었던 공허…… 아직도 남아 있니? 잠식되는 느낌은 없었어?]

“멀쩡한데? 삼촌이 그때 줬던 건 이미 다 사라져 버렸어.”

[그래…… 다행이구나.]

“보이드 캐논 쓰니까 공허 좀 더 팍팍 올리고 싶은데. 안 될까?”

[아직은 안 돼.]

“아직은?”

윤세아는 엄마의 메시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원래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뭔가 톤이 묘하게 바뀌었네.

그때.

[그래…… 지한이한테 이걸 전해 주겠니?]

공허의 마녀에게서, 아이템이 도착했다.

“아니, 엄마. 나한테도 좀 주지 삼촌은 안 그래도 센데…… 인벤토리!”

그렇게 엄마한테 투덜거리면서 인벤토리를 연 윤세아는.

인벤토리 맨 끝에 들어온 책을 꺼내 보고는, 눈을 깜빡였다.

“……태극마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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