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54화 (35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4화>

‘피티아가 찾지 않았으면, 전혀 모를 뻔했군.’

서해 바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은 매우 미약했다.

피티아가 위치를 특정하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하지만 한 번 인식하고 나니, 거기서 느껴지는 생명의 기운은 점차 진해지기 시작했다.

“밑을 살펴봐야겠군.”

“네. 배리어 칠게요.”

피티아가 손을 움직이자, 바로 성지한과 그녀를 감싸는 커다란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들어간 바다 아래.

‘내려갈수록 생명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네.’

성지한은 주변을 살피며 내려가다 해저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가장 생명의 기운이 강력한 곳으로 가자 보이는 건.

‘만귀봉신…….’

손바닥만큼 작은 크기로 그려진 만귀봉신의 문양.

이것은 성지한이 지금껏 보았던 만귀봉신 중 가장 크기가 작았지만.

‘내가 감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군…….’

성지한은 단지 그 진을 본 것만으로도,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렇게 완벽한 봉인진 안에 봉인된 건 무엇일까.

거기에, 이 강력한 봉인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기운은 이걸 비집고 어떻게 흘러나오는 건지.

그는 가만히 만귀봉신의 문양을 지켜보다가, 피티아에게 말했다.

“아까 무신과 동방삭, 둘이 만난 장소로 가 보자고 했지?”

“그랬죠…….”

“여기가 정말 맞나?”

“그게…….”

스윽.

피티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배리어 너머의 세계는 해저의 한가운데.

저 위쪽에는 물고기들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무신과 동방삭이 만났다고?

“뭐, 첫 만남을 여기서 가지진 않았을 것 같네요…….”

“그래도 만귀봉신이 바닥에 그려진 걸 보면,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이네.”

“제가 아까 거인의 혼도 재생되었다고 말했죠?”

“그래. 동방삭이 이를 봉인하러 다녔다 하지 않았나.”

“네. 세계 각지에 흩어졌던 거인의 혼…… 이 봉인진은 그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요?”

세계수와 융합하여, 혼 상태로도 재생하는 능력을 지니게 된 적의 일족과 목신족.

해저에 그려진 정교한 만귀봉신이 그들을 봉인했다는 건 추측해 볼 법했다.

하지만.

“거인의 혼이라…… 그것만 있는 게 아닌 거 같군.”

“그럼요?”

“이 만귀봉신은 완벽한 봉인진. 한데 생명의 기운이 이걸 뚫고 나올 정도면, 진 내부엔 강대한 생명의 정수가 있다는 거겠지. 하나 아무리 거인의 혼이 세계수와 일부 합쳤다 한들, 이 정도로 정밀한 생명의 기운이 나올까.”

만귀봉신을 뚫고, 바다 위에서까지 느껴졌던 생명의 힘.

아무리 세계수랑 합쳤다 한들, 거인의 혼이 이 정도 존재감을 낼 수는 없었다.

“그래…… 세계수 정도면 모를까.”

“……세계수요?”

“세계수 연합은 지구에도 세계수를 심었다고 했다. 이 나무는 어디 있지?”

“그건…….”

스윽.

피티아의 시선이 무의식중에 바닥의 만귀봉신을 향했다.

‘저 안에, 거인의 혼만 있는 게 아니라 세계수마저 있다면…….’

그렇다면 완벽한 봉인진이 그려졌음에도, 정밀한 생명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도 설명이 된다.

“한번 살펴봐야겠군.”

“조, 조심하세요.”

스으윽.

성지한은 무릎을 꿇고 진을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그때.

[구궁팔괘도九宮八卦圖.]

동방삭의 음성이 들려오더니 만귀봉신 위로 그려지는 새로운 봉인진.

언뜻 보기에는 만귀봉신의 문양과 흡사하나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진, 구궁팔괘도가 그려지고.

[개진開陣.]

진을 열자.

휘이이이……!

“앗……!”

성지한과 피티아의 몸이 저항할 새도 없이, 그리로 빨려 들어갔다.

*   *   *

“아, 조심 좀 하자니까……!”

“아무것도 안 했었다. 아깐.”

“하긴, 만지기 전에 빨려 들어왔죠. 근데 여기…….”

휙.

피티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하늘 높이 뻗어 있고, 주변에는 녹음이 우거진 대지.

“나무의…… 뒤편에는 커다란 호수라. 봉인진의 내부치고는 평화롭네요.”

“그래. 근데 이 나무는…….”

저벅. 저벅.

성지한은 천천히 하늘 높이 뻗은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범상치 않은, 커다란 크기의 나무.

생명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이것의 정체는.

[스탯 ‘영원’이 1 오릅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지구에 심어졌다는 세계수인가?”

단지 가까이 있는 것만 해도, 성지한에게 모이는 생명의 기운.

그간 2에서 머물러 있던 스탯 영원이, 나무 가까이 있다고 단숨에 1이 올랐다.

“이게 세계수라고요? 음…… 그렇다기엔 세계수 특유의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는데요.”

“생명력이 안 느껴진다고? 난 벌써 스탯 1 올랐는데?”

“엥? 그래요? 제 원래 육체가 아니라 그런가…… 잘 모르겠네요.”

피티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피아의 몸을 툭툭 두드렸다.

그때.

“손님이 오셨군.”

스으윽…….

호숫가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왔다.

대나무 낚싯대를 어깨에 멘 채, 새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

그의 얼굴은 두 사람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동방삭?”

“동방삭? 그게 누구지?”

“뭔 소리 하는 거예요. 당신 이름이잖아요.”

“무슨 소리인가? 나는 강상이네.”

“강상?”

“동방삭 원래 이름이에요. 태공망 강상.”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는 눈을 깜빡였다.

태공망 강상.

그에 대해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정보는 있었다.

“그 사람…… 주나라의 군사 아니었나? 무인이 아니라.”

“네. 봉신연의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속닥속닥.

그렇게 동방삭을 눈앞에 두고 피티아가 귓속말을 해 주자.

동방삭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번뜩였다.

“색목인 처자가 이상한 이름을 붙여 주는군그래. 우리 말을 이렇게 익숙하게 하는 색목인이라니…… 저 흉물과 관련이 있는가?”

“흉물?”

“저 나무 말일세.”

스윽.

동방삭은 낚싯대로 세계수를 가리켰다.

“끝없이 생기만을 내뿜어, 머리 귀신이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원흉이지.”

“거인의 머리를 말하는 겁니까?”

“거인이라…… 그렇다네. 자네들도 저 흉물에 볼일이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원래 볼일은 없었는데…….”

[스탯 ‘영원’이 1 오릅니다.]

성지한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지금 생겼을지도 모르겠군요.”

세계수 근처에 있으니, 어느덧 스탯이 2나 오른 영원.

내부의 공허가 급격히 세를 불려 가는 영원을 보고는 이를 견제하려고 했지만.

‘이 정도는 컨트롤 가능하다. 이제 영원 10 정도까지는 괜찮겠어.’

영원을 처음 얻었을 때에 비해 많이 성장한 성지한은, 둘의 충돌을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스탯 영원은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길을 못 찾았었는데.

이렇게 올릴 수 있을 때 올려 봐야지.

성지한이 그렇게 서서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해 나가자, 동방삭은 이를 보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호오, 저 흉물의 생기를 흡수하는 건가…… 그것도, 저것의 근원을 가져가는구나. 나무가 내뿜는 생기가 약해졌어. 이대로 가면 머리 귀신들도 흉물에 붙어서 재생하진 않겠구나.”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나무의 생기를 다 가져갈 테니 영감님은 낚시 계속하시죠.”

“아니, 그럴 순 없지.”

휘리리릭!

낚싯줄이 낚싯대에 감기더니, 그것은 어느새 대나무 봉으로 변했다.

휭. 휭.

동방삭은 그것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돌리더니, 성지한을 향해 뻗었다.

“자네가 저것의 생기를 가져간다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분란이 야기되겠지. 저 흉물은 원형 그대로 봉인되어야 하네.”

“무력을 사용하실 셈입니까?”

“그래. 자네가 품고 있는 저 생기를 다 토해 낼 때까지 말이야.”

자신의 내부에 있는 영원도 파악한 건가?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피티아에게 동방삭이 강하다 강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힘까지 단번에 알아낼 줄이야.

‘역시 괴물이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암검 이클립스를 피워 올렸다.

그걸 보자, 동방삭의 얼굴색이 환하게 변했다.

“오! 좋아. 반항해 주게나. 재미있을 것 같으니!”

휙!

일직선으로 뻗어 오는 봉.

겉보기에는 정직했으나, 그 안에 담긴 무리는 간단치 않았다.

‘이건…… 천마신공?’

대만의 플레이어, 허우택의 몸으로 강림했을 때 동방삭이 보여 주었던 무공, 천마신공.

성지한의 몸을 수없이 터뜨렸던 패도적인 무공을, 그가 펼치고 있었다.

일개 플레이어에 불과했던 허우택 때보다도, 훨씬 강맹한 무공의 위력.

허공을 가르며 돌진하던 봉은.

어느새 세상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무공의 완성도는, 오히려 허우택의 몸으로 펼쳤을 때가 더 정교하군.’

휙!

자신 있게 움직이는 이클립스.

쾅! 쾅!

봉과 검은 서로 맞붙지 않았으나, 허공에서 수없이 폭발을 일으켰다.

“호오…….”

동방삭의 얼굴이 흥미로 물들고.

그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럼 이것도 받아 보게!”

성지한의 사방을 점유하는 봉의 일격.

공간이 완전히 장악당할 상황이었지만.

치이이익……!

봉은 성지한의 무혼이 지배하는 영역을, 끝까지 뚫지는 못했다.

‘동방삭…… 원래의 동방삭보다 훨씬 약하군.’

단 두 번의 격돌로, 성지한은 깨달았다.

눈앞의 동방삭.

아니 강상은, 성좌인 원래 그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지닌 힘만 따지면, 성지한의 무력이 우위.

‘일단 여기서라도 제압해 봐야겠네.’

쉬운 난이도인 강상부터 잡아야, 나중에 성좌인 그와도 싸울 만하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그를 압박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오, 설마…….”

겉으로 보기엔, 성지한의 확연한 우위였다.

화르르륵……!

불길에 타올라 있는 대나무 봉.

수염은 그을려 있고, 강상의 전신에는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에 비해 성지한의 신체는 깨끗했으니.

어린아이가 보더라도 누가 우세한 판별하는 건 손쉬웠다.

하지만.

‘유효한 공격이 없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겨뤄 보니, 힘의 차이는 예상보다도 더욱 압도적.

전투 환경은 자신에게 매우 유리했다.

그런데도 눈앞의 동방삭은, 철저하게 무술만으로 자신에게 버텨 내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완성되지 않았던 천마신공이.

“좋구나. 좋아! 내 낚시 10년을 한 것보다, 오늘 하루 더 배우는구나!”

성지한과 겨루고 나서부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었다.

단 10여 분 맞붙었을 뿐인데.

강상은 어느덧 허우택의 몸으로 펼쳤던 천마신공의 완성도에 밀접해져 있었다.

[스탯 ‘영원’이 1 오릅니다.]

‘영원은 여기 와서 3이 오르긴 했는데…….’

그렇게 올리기 힘들었던 스탯이 세계수 옆에 있다고 알아서 올라 주는 상황.

시스템 창만 보면 대박이었지만, 정작 성지한은 입맛이 씁쓸했다.

아무리 몰아쳐도, 강상에게는 유효한 타격을 입힐 수가 없었으니까.

이렇게 가다간.

오히려 눈부시게 발전해 나가는 그에게, 결국 따라잡혀 제압당할 것 같았다.

‘이자야말로 무신 아닌가…….’

동방삭에 대해, 왜 그렇게 괴물이라는 평가가 주어지는지.

성지한은 강상과 싸우며 뼈저리게 깨달았다.

힘이 이쪽이 유리한데도 이 모양인데, 나중에 성좌 동방삭과는 어떻게 싸우지?

대나무 봉의 움직임 속에서.

그는 왠지 태극의 망혼에 갇혀 버린 성지한이 떠올랐다.

이렇게 가다간, 그 미래가 자신에게도 올 것 같았다.

그렇게 승부를 내지 못한 채, 10분이 지났을까.

“아쉽군. 이제 끝인가…….”

스으윽.

한참을 싸우던 강상이 몸을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는.

“더 겨루고 싶지만, 내 즐거움만을 추구하다가는 거인들이 부활하겠구나…… 자, 얌전히 봉인되게.”

휘리릭!

대나무 봉이 흐물흐물해지더니, 그것은 어느새 채찍처럼 변했다.

“타신편.”

탁!

채찍으로 변한 봉이 꿈틀거리며 기묘하게 움직이자.

성지한을 가뒀던 이 세상에 금이 갔다.

“잘 가게.”

쩌적!

유리가 깨지듯, 가라지는 세상.

그리고 세계가 파괴되자.

[구궁팔괘도에 봉인됩니다…….]

[봉인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구궁팔괘도에서 추방됩니다.]

성지한의 몸은, 어느새 아까 있던 밖.

해저로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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