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51화>
반파된 우주선과 합체하여, 거대 로봇으로 변한 메칸 종족.
비록 상대의 존재감 자체는 강렬하긴 했지만, 사실 성지한에게 이는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혈족의 창을 꽂기만 해도, 대번에 박살이 날 로봇이었으니까.
하나, 성지한은 이를 꺼내지 않고 굳이 반가면을 썼다.
‘저놈들, 태양왕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으니 안전하게 가야지.’
적색의 관리자의 흔적을 쫓고 있는 대성좌 태양왕.
그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적에게는, 스탯 적의 힘을 최대한 안 쓰는 게 좋았다.
스으으윽.
성지한이 증폭시킨 공허가, 암검 이클립스를 키우고.
혼원신공混元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영신검暗影神劍
순식간에 하늘 위로 치솟은 검이, 그대로 거대 로봇을 베었다.
단번에 암검에 잠식되는 메칸.
타오르는 불빛이 그림자를 걷어 내려고 했지만.
슈우우우…….
그림자를 뚫은 불꽃은 몇 번 반짝이다가 다시 어둠에 먹히며 꺼져 갔다.
=성지한 선수, 우주선과 합체한 메칸을 일검에 제압합니다!
=맵의 구조물마저 이용하는 상대라, 상당히 강해 보였는데…… 역시 성지한 선수에게는 안 되는군요!
=메칸…… 피와 살점을 어떻게든 가져가려고 했는데, 성지한 선수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합니다!
19명의 인류 대표팀 선수들이 몰살당하고, 거대 로봇이 등장할 때만 해도 상대가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가면을 쓴 성지한은, 단칼에 강대한 적을 집어삼켰다.
-이젠 그냥 어나더 레벨이네 성지한;
-메칸한테 완전 유리해 보였는데 한방에 끝을 내는구나…….
-뭐 엘프들 유리한 맵에서도 날아다니던 성지한이었는데, 메칸이 유리해 봤자지 ㅋㅋㅋ
-하긴, 쟤들이 엘프보단 약하잖어?
-그래도 로봇 덩치 보고 약간 위험한 거 아닌가 싶었음 ㅎ
-메칸도 저거 믿고 4경기 성지한 풀어 준 거 같은데, 상대가 안 되네…….
메칸의 합체 형태를 볼 때만 해도 긴장하던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4경기 결과를 기다렸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단숨에 끝나 버린 것 같았던 게임.
하나.
‘까닥하면 뚫릴 뻔했군.’
정작 성지한은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로 암영신검을 지켜보았다.
어둠에 갇혀 있는 것 같아도, 내부에서 어떻게든 태양의 기운을 뿜어내어 나오려고 하는 거대 로봇.
지금은 반항을 멈추고, 그림자에 잠식되어 버렸지만.
만약 반가면을 써서 공허를 증폭시키지 않았다면, 암영신검은 빛에 의해 파훼 되었을 것이다.
[그림자검에 공허를 섞어, 힘을 증폭시키는 것이 능숙하구나…… 정말 부러운 능력이다. 하나 그림자의 활용에 대해선, 조금 더 개선할 요소가 있어.]
이클립스 안에서 몸소 암영신검을 체험하던 그림자여왕도, 공허 운용에 대해선 감탄하면서도.
막상 그림자힘으로 치환된 암영신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코멘트했다.
‘암영신결에 대해선 그간 소홀하긴 했지. 확실히 이건 더 발전시킬만한 요소가 있어.’
무신의 혼원신공 중, 하나의 축을 이루는 암영신결.
하나 다른 축인 천뢰신결이 성지한에 의해 적뢰로 발전했다가, 스탯 적까지 도달한 데 비해.
암영신결은 어느 순간부터 발전이 더뎌져 있었다.
‘생명의 기운을 섞으면 무언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그간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지…….’
생명의 그림자로 이름이 바뀌었던 암검 이클립스.
배틀넷의 설명으로는 힘의 운용에 따라 검의 등급이 최대 EX까지 갈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지만.
아직은 EX는커녕 SSS급의 힘도 간신히 내고 있는 판국이었다.
‘무신이 천뢰신결에 이어, 암영신결을 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스탯 적 쪽은 어느 정도 발전을 시켰으니, 이제는 처지는 그림자힘 쪽을 연구해 봐야겠어.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암영신검에 완전히 잠식된 메칸을 살펴보았다.
심상찮은 태양의 힘을 내뿜기에, 태양왕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림자에 잡아먹힌 로봇은 이제 그냥 고철 더미가 되어서, 별로 건질 게 없었다.
[공허가 1 오릅니다.]
‘전리품은 없고 공허만 올랐네.’
성지한은 혀를 차며,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눈에 띄게 약해지는 암영신검의 힘.
거대 로봇 전체를 감싸고, 태양빛까지 차단하던 그림자는 반 이상 축소된 상태였다.
그러자 서서히 빛이 내리쬐는 세상.
‘게임 종료는 안 되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꿈틀.
땅에 떨어진 로봇의 잔해에서 움직임이 일부 관측되었다.
태양빛을 받자, 서서히 회복하려고 하는 잔해.
‘끈질기군.’
성지한이 잔해도 부숴 버리려고 할 때.
지이이잉…….
[상대의 전력, 공허로 판별]
[대상 플레이어, 관심 대상에서 제외]
화르르르…….
성지한이 코드를 작성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글자가 잔해의 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떠오른 글자가 사라지자, 잔해가 박살 나며 그 안에서 반짝이는 물체.
‘뭐지 저건?’
스으윽.
성지한은 그 물건을 띄워, 자신의 손으로 가져왔다.
[‘파괴된 태양의 단말’을 획득합니다.]
그러자 떠오르는 메시지.
성지한은 아이템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지만.
[4경기가 종료됩니다.]
[인류 대표팀이 승리합니다.]
그보다 먼저 상대가 사망 처리되며, 게임이 종료되었다.
* * *
[인류의 랭킹 1위, 터무니없는 존재입니다.]
4경기가 끝난 후.
메칸 감독은 짧게 이번 경기에 대해 평가했다.
[다만, 앞서 저희가 제안했던 내용은 철회하겠습니다.]
“피를 주면 복제인간 기술을 전수해 준다는 것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규격 외의 힘을 내보이는 것은 공허 때문이니, 이는 저희가 추구하는 육체가 아닙니다.]
“뭐…… 그러시던가요.”
어차피 성지한이 줄 리도 없구만, 뭐 대단한 제안을 철회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냐.
데이비스 감독은 심드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나름의 연구 가치는 있으니 나중에라도 피와 살점을 제공하면 1승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양보 안 하셔도 됩니다. 그때도 이길 테니까요.”
그렇게 한마디씩 주고받는 양 감독.
게임에서 나온 성지한은 마침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공허로 없애니 저쪽에서 나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네.’
정말 저놈들, 태양왕의 끄나풀이었나?
성지한은 조금 전 입수헀던 아이템을 꺼내 보았다.
[파괴된 태양의 단말]
-등급 : F
-사용을 마치고, 태양의 힘이 모두 소진된 단말기입니다.
-재충전이 불가능해, 사용 가치가 없습니다.
입수할 때만 해도 반짝이더니, 이제는 빛이 바래 누런 돌멩이 모습인 태양의 단말.
배틀넷의 아이템 설명대로, 전혀 쓸모가 없어 보였다.
‘얻어도 이런 전리품이나 얻냐.’
그냥 버릴까.
성지한은 노란색 돌멩이를 살피다, 문득 죽은 별의 성좌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그 녀석이 태양왕을 증오했지.’
태양왕의 노예 인장이 찍혀 있던 죽은 별의 성좌.
어차피 쓸모가 없어서 버릴 아이템, 그놈한테나 줄까.
죽은 별의 성좌가 맨날 자신을 머리로 만든다고 해도, 득과 실을 따지면.
그는 성지한에게 도움을 많이 준 상대였으니.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죽은 별의 성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에 파괴된 태양의 단말이란 아이템을 얻었는데, 너 필요하냐?
그러자 1초도 지나지 않아 바로 떠오르는 메시지.
[후원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긴급 메시지를 보냅니다.]
[태양의 단말을 어디서 얻었냐며, 잠깐 1:1 대화를 하자고 합니다.]
성지한이 이를 수락하자.
스으으으…….
그의 눈앞에, 투명한 해골 머리가 떠올랐다.
“머리야! 태양의 단말이라니. 그걸 네가 어떻게 가지고 있어?!”
“메칸에게서 얻었는데.”
“메칸? 걔네가 누군데? 아…… 잠깐. 이놈들, 브론즈 리그에 계속 머물러 있는 종족이구나. 이번에 배틀튜브 찍었니? 찍었구나. 영상 좀 참고할게.”
메칸 한마디에, 진도를 쫙 빼더니 데이터를 분석하는 죽은 별의 성좌.
그리고 투명한 해골 머리의 눈이 푸른빛으로 반짝이더니.
딱. 딱.
“이 자식들…… 네 살점이랑 피도 노렸어? 감히 내 머리를 복제하려고 들다니, 선 넘었는데?”
성지한 복제 계획을 듣고는 내 머리를 건드렸다며 분노를 토해 냈다.
“영상 벌써 다 본 거냐, 지금?”
“응. 1000배속으로 훑어봤지. 흠, 태양의 힘을 이용하는 것만으론 태양왕과의 연결고리를 확신할 수 없지만. 태양의 단말…… 이건 이야기가 다르지.”
그러면서 칼레인은 입을 벌렸다.
그러자 투명했던 해골 머리의 입안에, 작은 크기의 검은색 소용돌이가 생성되었다.
“나한테 그 단말 좀 던져 줄래?”
“뭐 줄 거냐?”
“후후…… 진짜 태양의 단말이면, 내가 보상해 줘야지!”
“그래.”
휙.
성지한이 소용돌이 안에 태양의 단말을 던지자.
스으으으…….
“와, 정말 태양의 단말이구나…… 저런 기계문명이 태양왕의 부하였다니. 예상외네.”
번뜩.
칼레인의 해골 눈에 붉은빛이 피어올랐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메칸 행성을 공격하고 전송하도록 할게.”
“행성을 공격해?”
“어, 흐흐. 태양왕의 끄나풀을 찾았는데 당연히 뒤집어 놔야지. 단말을 통해 메칸의 좌표도 찾을 수 있고…… 조건은 다 갖추어졌어.”
돌멩이 증거 하나 얻었다고, 그렇게 성좌가 맘대로 쳐들어가도 되는 건가?
성지한은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뭐, 우리야 좋지.’
메칸은 브론즈 리그에서의 경쟁자이자, 태양왕이라는 만만찮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상대.
여기서 죽은 별의 성좌가 공격해 주면, 이쪽이야 이득이었다.
“그래. 그럼 공격 끝내고 줘라.”
“알았어. 섭섭잖게 쳐 줄게~!”
슈우우우.
그 말을 끝으로, 황급히 사라지는 해골 머리.
‘메칸 견제만으로도 보상이 되겠네.’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화면 속에서 시리즈 MVP에 자신이 선정되는 걸 바라보았다.
윤세진이 3경기 MVP를 땄을 때와는 달리, 성좌 명성에는 전혀 +가 되지 않는 MVP 선정.
‘다음에는 절대 MVP 안 딴다.’
성지한은 미동도 없는 시스템 메시지 창을 보며, 그리 다짐했다.
* * *
[VIP 회원 성지한, 인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다.]
[인류의 미래상인가. 뇌만 남은 모습을 보여 주었던 메칸]
[성지한의 힘으로 공허를 거론한 메칸 감독. 공허란 무엇인가.]
[성좌 그림자여왕, 존재감을 드러내]
[펜트하우스에서 근무했다는 가정부, 성지한의 머리카락이라며 5천만 원에 이를 판매하려다가 경찰에 입건.]
최종 스코어 3:1로 승리한 메칸과의 경기.
점수로만 보면 인류의 압승이었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인류가 성지한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번에도 성지한한테 신세 졌네.
-이번에도? 영원히임 ㅎㅎㅎ
-그래요 검증된 버스 기사신데, 계속 운전하셔야지요 ㅎㅎㅎ
-가정부 사기꾼은 뭐야 ㅋㅋㅋㅋ 머리카락 저거 구매자가 있긴 하냐?
-근데 진본을 사는 거면 5천에 배틀넷 연구소에서 사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체포된 사람, 알아보니 예전에 오셨던 분은 아니었더라.”
윤세아는 5천만 원 머리카락 관련 기사를 보며 말문을 열었다.
“그래?”
“응. 설마 해서 전화 드려 봤거든. 기사에 나온 사람은 그냥 사기꾼이래. 근데……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뒤지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데.”
“왜?”
“음…… 삼촌 침이라도 묻었나 살펴보는 거지.”
“허, 별게 다 있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메칸 놈들 때문에, 어째 걸어 다니는 로또가 되어 버렸군.
‘칼레인 놈이 참교육 좀 빨리 시켜 줬음 좋겠네.’
성지한이 그렇게 녀석에게 돌멩이 건네길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을 때.
성지한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덕분에 태양왕의 끄나풀을 박살 낼 수 있었어. 다시 한번 감사하지.]
벌써?
돌멩이 준 지 얼마나 됐다고 박살을 낸 거냐.
성지한은 칼레인의 메시지를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래서, 쓸만한 답례품을 준비했어.]
‘오호.’
아이템 준다는 이야기에 관심을 그리로 돌렸다.
[죽은 별의 성좌에게 특별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뭐 주는지나 볼까.
성지한은 예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