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49화 (34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49화>

“성지한 선수…… 아까 메칸의 제안은.”

감독실에서 나온 데이비스 감독은 혹시나 해서 성지한에게 물어보았지만.

“안 합니다.”

“그, 그렇죠?! 저도 그렇게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하하! 피와 살점, 어디다 쓸지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줍니까!”

그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자 바로 맞장구를 쳤다.

대표팀 감독이라곤 하지만, 성지한은 팀보다 윗줄에 있는 선수였으니, 감독이 감히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은 없었던 것이다.

‘피와 살점이라니. 메칸…… 세계수 연합이랑 결탁이라도 했나.’

메칸이 뜬금없이 자신의 피를 요구한 배경에는, 아무래도 세계수 연합이 있지 않겠냐고 성지한은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로봇 문명이 자신의 피와 살점을 요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메칸은 저 합체만 막으면, 나름 상대할 만해 보이는데.’

저번 생에 비해서, 인류 대표팀의 전력은 확실히 강해져 있었다.

성지한이 만든 대기 길드의 성장 버프 덕분에, 일단 대표팀 평균 레벨부터가 예전보다 높았으며.

종족 보너스도 얻어 놓은 것이 꽤 보탬이 되고 있었다.

‘거기에 밴 카드를 내가 전담하니까, 나머지가 밴 안 당하는 것도 크지.’

인류는 언제나 성지한을 제외하고는, 풀 전력으로 출전할 수 있었으니.

저번 생의 인류 대표팀 전력보다 지금이 강한 건 당연했다.

그래서 예전이라면 메칸에게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달랐다.

‘저 잔해들 합체하는 거만 막으면, 상대할 만한데 아쉽군.’

인류와 메칸이 맞붙을 때, 처음 박살 나는 숫자가 많은 건 메칸 쪽이었다.

다만 메칸은 부서져도 로봇 부품끼리 서로 합쳐져서 새로운 로봇으로 탄생했기에, 유지력 측면에서 인류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

저것만 막으면, 인류 대표팀이 성지한 없이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인류는 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좀 줄일 필요가 있단 말이지.’

성지한이 어떻게 하면 자신 없이도, 대표팀이 승리를 좀 챙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대여. 내가 활동 좀 해도 되겠나?”

스으윽.

성지한의 팔에서 그림자여왕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활동?”

“2경기를 보니까, 내 후원 플레이어들에게 그림자기운을 부여해 주면 할 만할 것 같던데.”

“그림자기운으로 저 로봇 합체를 막을 수 있나?”

“방해는 가능할 거다.”

“오 그래? 그럼 진작 하지 그랬어.”

“그대는 인류의 성좌. 인류에게 우선권이 있지 않나. 허락을 구해야지.”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의 말에 피식 웃었다.

“뭐 허락까지야. 얼마든지 해.”

“그래? 그럼 성좌 활동을 본격적으로 해도 되겠나.”

“어. 인류에게 해가 안 된다면야, 나야 환영이지. 그런데 여기서 힘을 쓰면 네 회복이 오래 걸리는 거 아니야?”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이번 같은 경우는 그림자기운의 일부 특성만 발현하는 거라 내가 쓰는 힘은 적지. 그렇게 투자해서 내 후원 선수 중 일부가 MVP가 된다면, 성좌 명성치로는 내게 더 이득이 된다.”

“성좌 명성치가?”

“그래. 후원하는 플레이어가 MVP를 달성하면, 성좌에게 명성치로 보상이 들어오거든.”

“오호…… 그런 게 있었어?”

성지한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원 플레이어의 MVP에 따라 성좌 명성 보상이 들어오다니.

이런 옵션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애초에 내가 경기에 출전을 안 하면 지고, 출전하면 MVP는 무조건 내가 받으니까.’

성좌 옵션이 개방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뿐더러.

인류 대표팀의 실력 부족으로, 후원하는 플레이어가 MVP를 딸 상황은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상대 종족이 메칸 급이 아니라 최약체 라인이면 이제 인류도 성지한 없이 이길 가능성이 있었으니.

‘이번엔 그림자여왕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넘기고. 다음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봐야겠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그녀에게 확답을 주었다.

“난 개입하지 않을 게. 얼마든지 해.”

“그래? 그럼 후원자들을 지원하도록 하지.”

스으으으…….

그 말을 끝낸 그림자여왕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진행된 3경기.

=이번에는 저희가 고른 사우스게이트 맵이 걸렸군요!

=밴 상황은 좋습니다. 상대의 1, 2, 3위가 동시에 밴이 걸렸어요!

=아, 성지한 선수까지 살았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군요.

=하하, 성지한 선수가 살았으면 상대가 8, 9, 10위 밴당해도 사실 상관없죠!

성지한이 밴당한 것 빼고는, 인류에겐 최상의 옵션이 걸렸다.

인류에게는 이제 익숙한 맵인 사우스게이트가 선정되었을뿐더러.

1-10위까지 3명 밴 옵션이 1, 2, 3위에게 걸리는 운이 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 여기서 1, 2, 3위를 밴하면 뭐 하냐고요…… 그 운빨 성지한 밴 회피에 쓰지 진짜 ㅋㅋㅋ

-로봇 새키들 또 합체하려나?

-배틀넷에 참전하는 종족들은 왜 이렇게 바퀴벌레들이 많냐 근데; 세계수 엘프도 그렇고 로봇도 그렇고 뭔 죄다 죽어도 죽질 않아 ㅡㅡ

-그게 배틀넷에서 순항하는 기본 요소 같음…… 끈질긴 생명력.

-이번 경기도 지면 피와 살점 조공 각?

-ㄴㄴ 지면 졌지, 성지한 걸 넘길 순 없다.

2경기 때 대표팀의 한계를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성지한이 밴당한 이상, 이번 경기도 답이 없겠지.

하지만.

=오…… 검왕. 독기를 품은 얼굴로 선봉에서 돌진합니다!

=아까 윤세진 선수를 마크하던 광선검 로봇이 없군요! 1, 2, 3위 중 한 명이었나 봅니다.

=쌍검으로 가볍게 전위를 쓸어버리는 검왕! 맞아요. 이런 모습을 원했죠!

경기 초반은 예상외로, 인류가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는 검왕을 집중마크하다가, 후반에는 그를 검술로 밀어붙였던 광선검 로봇이 없던 게 컸다.

성문 쪽을 지키는 로봇들을 빠르게 제압한 검왕은, 자신을 따르는 전사에게 소리쳤다.

“잔해까지 부숴!”

쾅!

그 말에 일제히 로봇의 강철 잔해를 내리찍는 선수들.

하지만, 박살 난 부품들은 생각보다 단단하여, 인류의 탑 랭킹 전사들의 공격에도 잘만 버티고 있었다.

“큭…….”

“뭐 이리 단단해?”

두둥실…….

그리고, 서서히 떠오르는 로봇 부품.

=아, 로봇 잔해, 결국 부서지지 않습니다!

=또다시 서로 붙기 시작하는군요. 합체하려는 걸까요?

=합체 로봇이 오히려 더 강하던데 걱정이군요……!

해설자들이 그렇게 떠오르는 잔해를 보며, 탄성을 내지를 때.

스으으…….

전사들 중 일부의 무기에, 그림자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부품에 달라붙는 그림자.

그것은 메칸이 합체하는 장소까지 따라가서, 이를 방해했다.

=엇…….

=저, 저게 뭐죠?

=전사 중 일부 선수에게,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어…… 이 전사들. 명단을 보니 성좌 ‘그림자여왕’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이군요!

=성지한 선수의 검은 검 역할을 하는 그 성좌 말인가요?

=맞습니다! 저번에 성지한 선수의 후원 선수 발탁이 끝난 후, 여왕도 후원 제안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주로 전사들에게 많이 후원 제안이 갔다고 했는데…….

=하필 공교롭게도, 저 검은 기운을 사용하는 이들이 다 그림자여왕의 후원 전사란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해설진이 빠르게 변화를 캐치하고 있을 때.

“지금이 기회입니다!”

“검왕님. 공격을……!”

그림자에 의해 합체가 막히자, 전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휙!

그러자 날아가는 쌍검.

두 검은 합체하는 개체들을 모조리 터뜨려 버렸다.

스멀스멀…….

그리고 한 번 더 부서져 떨어진 파편은, 땅바닥의 그림자에 꽉 막혀 떠오르질 못했다.

[변수 발생. 복원 불가.]

[변수 발생. 복원 불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기계음.

그것은 인류 대표팀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나도 엄마에게 축복받은 게 있다고……!”

후방에서 궁수로 참전했던 윤세아도.

2경기 때와는 달리, 공허의 힘을 이용하여 원거리에서 합체를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무용지물이 되어 쓰러지는 로봇.

[뭐냐, 갑자기. 이러다가 내 후원자들이 MVP 따질 못하겠는데…….]

경기 내용을 보면서, 힘을 쓴 그림자여왕이 경기를 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그리고.

[3경기가 종료됩니다.]

[인류 대표팀이 승리합니다.]

여기서 정작 MVP를 딴 건.

[3경기 MVP는 윤세진입니다.]

검왕 윤세진이었다.

*   *   *

[후원자 ‘윤세진’이 스페이스 리그 경기에서 MVP를 달성했습니다.]

[성좌 명성을 500 획득합니다.]

“오…….”

가만히 앉아서 경기만 보고 있던 성지한은, 성좌 명성 500이 들어오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2경기 패배로, 절치부심한 채 맹활약을 펼친 검왕.

그의 전과를 보고 혹시나 했는데, MVP로 그가 선정되었을 줄은 몰랐다.

“미안하군. 재주는 여왕이 부렸는데, 혜택은 내가 받았어.”

성지한은 그의 팔에서 나와 같이 경기를 보고 있던 그림자여왕에게 말했지만.

“……괜찮다. MVP가 아니더라도, 스페이스 리그의 활약상에 따라 성좌 명성은 나름대로 들어오니까.”

“그래?”

성지한은 그 말에,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검왕이 벌어 온 500을 제외하고도, 마시드 등 탑 플레이어들의 활약상 덕에.

성좌 명성은 100가량이 더 들어온 상태였다.

“이거 상당히 쏠쏠한데?”

“그래. 하지만 이 명성 보너스는 스페이스 리그에서 승리한 경기에만 해당된다. 거기에 연패하다 보면 오히려 깎이는 경우도 있지.”

“후원한 플레이어가 못했는데 내 명성이 깎인다고?”

“그래. 그러니까 다들 될성부른 잎에만 후원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성좌들이 잘나가는 종족만 후원하려고 들었군.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1경기 때 안 들어온 건 내가 다 쓸어버려서 그런 건가?”

“그렇다. 성좌 명성을 우선시한다면, 게임 천천히 끌고 가라. MVP도 다른 플레이어에게 양보하는 게 좋겠지.”

“그래야겠네. 이제 MVP 따 봤자 별 의미도 없으니까.”

MVP 보상이야 다 따 버렸으니.

이제 뒷짐 지면서 인류가 질 거 같을 때만 나서야겠다고 성지한은 생각했다.

“삼촌! 드디어 이겼어!!”

“후우. 드디어 우리가 폐를 안 끼치는군…….”

“성지한 선수 없이도 이기다니. 이게 얼마 만이냐?!”

“그러게. 감격이다, 진짜…….”

경기에 참가했던 선수들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대기실에 복귀했다.

다만, 표정이 어두운 선수들이 몇몇 있었으니.

“여왕님!”

“죄송합니다. 축복을 내려 주셨는데 MVP를 따내지 못했습니다……!”

그림자여왕에게 축복을 받았던 전사들이었다.

성지한과 같이 화면을 보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는 전사들.

그림자여왕은 괜찮다면서 손을 휙휙 내저었다.

“부족했구나. 다음에 더 잘하거라. 내 기대하고 있겠다.”

“아아…… 관대한 말씀 감사합니다.”

“예! 더 정진하겠습니다!”

“여왕님께 충성을!”

그림자여왕의 말에 감격하며 충성 맹세까지 하는 플레이어들.

“되었다. 화면 가리지 말고 물러나거라.”

“예. 옙!”

“알겠습니다……!”

여왕은 이를 익숙히 받고는, 축객령을 내렸다.

“처남. 나도 충성 맹세할까…….”

“됐어요.”

“나도 바로 할 수 있다.”

“MVP 따오는 게 충성이야.”

충성 맹세를 보고 자극받았는지 한마디씩 꺼내는 윤세진와 마시드.

성지한은 이를 가볍게 넘기고는, 4경기의 시작을 바라보았다.

화면의 감독실에선.

“1등을 제외하곤 리그 최하위권이라더니…… 메칸의 그 잘난 데이터 분석은 어디 갔습니까?”

데이비스 감독이 뜻밖의 승리를 보고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희의 합체를 방해하다니, 인류를 후원하는 성좌가 예상보다 대단한 존재였군요.]

“후후후. 그래서, 4경기는 성지한 선수의 피와 살점을 얻기 위해 밴을 푸실 생각이십니까?”

[제공하실 겁니까?]

“대답은 밴을 풀어 주시면, 해 드리지요.”

-데이비스 개 신났넼ㅋㅋㅋ

-여기서 밴 풀어 주고, 뭔 피와 살점이야 하고 쟤네 짓밟으면 우리 승리 아님?

-ㅇㅇ 2승 1패잖어 ㅋㅋㅋ

-메칸 애들 인류 무시하더니 꼴좋네.

-근데 1, 2, 3위 밴 당한 게 크긴 했음 광선검 로봇이 검왕 마크 안 하니까 선봉이 무너지더라.

-밴 운빨 나름 효과가 있었어.

3경기 시작 때만 해도 왜 밴 카드 운이 여기에서 터지냐고 불만을 토하던 시청자들은.

이제 태도를 180도 바꾸어서 데이비스의 운을 찬양하고 있었다.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오른, 현 상황.

[1위의 피와 살점을 제공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글쎄요. 그건 모르죠? 그 잘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추리해 보세요!”

[데이터 분석 결과에 상당히 흥분하신 모양입니다.]

“흥분은 무슨! 경기 결과에 기뻐하고 있을 뿐입니다.”

[피와 살점을 넘겨주시면, 당신들께 승리뿐만이 아니라 메칸의 기술을 전수해 드리겠습니다.]

“기술?”

[보십시오.]

지이이잉…….

메칸의 감독은 홀로그램을 띄웠다.

그러자, 거기에선.

거대한 통 속에 떠다니는 물체가 드러났다.

“……뭐야. 저거. 뇌?”

겉보기에는, 인류의 것과 매우 흡사한 뇌.

데이비스가 그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자, 메칸 감독이 대답했다.

[저희 메칸은, 당신들의 미래상. 진보된 뇌 보전 기술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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