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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44화 (34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44화>

‘이 거인이 어비스의 주인이라고?’

성지한은 메시지를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레나의 주인이 누나를 풀어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한 어비스의 주인.

공허에서도 최강자 축에 속하는 아레나의 주인이 수도 없이 죽였음에도, 계속 살아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했던가.

누나 성지아를 억류하고 있는 그의 정체가 이렇게 드러나자, 성지한은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도전하기 전에, 게임 속에서 미리 전력을 테스트하는 것도 좋겠지.’

여기서 어비스의 주인에 대한 데이터를 최대한 챙겨 가면, 공허의 수련장에서 이를 로딩하면서 그를 분석할 수 있을 테니까.

성지한은 그와 싸우기로 마음먹고,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거인의 몸에 박힌 붉은 눈…… 저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거인의 몸에서 꿈틀거리는 거대 안구.

성지한은 그걸 유심히 지켜보다, 곧 그 눈이 ‘적의 일족’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지닌 적색 안구에 비해선, 뭔가 생기가 없어 보이긴 했지만, 형태 자체는 비슷했다.

‘적의 일족의 눈이 왜 공허의 존재에게 있지?’

어비스의 주인,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군.

‘일단.’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성지한은 가볍게 선공을 가했다.

공허의 운무가 갈라지며, 그대로 세상을 반으로 가르는 검격.

하나, 종말의 마수 베히모스도 단칼에 해치웠던 성지한의 공격은.

스으으으…….

어비스의 주인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역시 만만한 존재가 아니군.’

그랜드마스터가 되자마자 도전하기엔, 좀 강한 존재네.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

어비스의 주인은, 성지한 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닥에 양손을 대고 있었다.

슈우우우…….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공허의 운무.

저걸 가만히 놔뒀다가는, 세상 전역에 공허가 널리 퍼져 버릴 것 같았다.

‘한데 24시간 후에 발생한 멸망은, 공허로 인한 현상은 아니었는데 말이지…….’

공허의 잠식과는 확연히 다른, 세상이 일그러졌던 현상.

힌트 상 멸망은 여기서 시작했다고 했으니, 분명 저 어비스의 주인이 이번 멸망의 키포인트인 것 같지만.

그가 하는 행위 자체는, 성지한이 겪었던 멸망 현상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 보였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없다. 일단은 전력으로 공격해 보자.’

성지한은 잠깐의 고민을 마치곤,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가 거기서 꺼낸 것은, 봉황기와 반가면.

[성좌 도달 레벨이 768로 낮아집니다.]

성좌 특성을 ON 하고, 반가면까지 써 공허를 증폭시킨 상태로.

그는 봉황기에 힘을 끌어모았다.

혼원신공混元神功

천뢰용염天雷龍炎

천룡뇌화天龍雷火

새하얗게 점멸한 봉황기.

그 안에는, 막대한 화력이 응축되어 있었다.

평소에는 하늘의 불꽃으로 사용하던 천룡뇌화였지만, 지금은.

성좌 롱기누스를 상대할 때처럼, 힘을 한군데로 완전히 모은 것이다.

던지기도 전에, 강렬한 백염을 토해 내는 봉황기.

‘……이거로도 부족해.’

하나 성지한은 성좌마저도 고전케 했던 천룡뇌화를 보면서, 본능적으로 느꼈다.

상대는 롱기누스보다도 한층 더 강한 적.

이 힘만으로는 안 된다.

스으윽.

성지한은 인벤토리에서, 또 하나의 무기를 꺼냈다.

-막대기?

-성지한에게 저런 무기도 있었나?

-저 눈깔거인한테 전혀 소용없을 것 같은데…….

그것은 롱기누스에게서 계승된, 혈족의 창이었다.

성지한이 지닌, 최강의 공격 수단 ‘소멸 코드’.

혈족의 창은 소멸 코드를 굳이 근접하지 않아도, 창을 매개로 상대를 타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0초간 소멸의 기운이 일렁거리다, 타깃에 닿으면 상대를 없애는 코드 매개체.

하지만 상대인 어비스의 주인에겐 태산압정을 없애 버린 방어 수단이 있었으니, 이것만 단독으로 던졌다간 중간에 막힐지도 몰랐다.

‘그러니 봉황기로 길을 트고, 소멸 코드를 꽂는다.’

화르르르!

봉황기가 백색 화염을 토하며 먼저 날고, 앞을 가로막는 공허의 운무를 모조리 불태웠다.

하나 어비스의 주인에게 가까이 갈수록, 급격하게 화력이 약해지는 봉황기.

거기에.

스으윽…….

바닥을 바라보던 붉은 눈 몇 개가 봉황기를 쳐다보자, 창의 화력은 더욱 약해졌다.

그리고 봉황기가 어비스의 주인에 지척에 다다랐을 즈음엔, 이미 창에서 뿜어나오는 백염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였다.

툭!

결국 힘없이 적색의 안구를 가격하고는, 튕겨 나가는 봉황기.

-저 무기에 담긴 힘, 상상 이상이었는데 그게 막히는군….

-우리 행성엔 어비스가 생성된 적이 없어서 그런데, 어비스의 주인들은 다 저리 센가?

-아니, 어비스의 존재가 저 정도의 힘을 지니는 건 처음 보는데

-어비스에 저런 놈만 있었으면 우리 별은 멸망했다 이미;

-최하급 종족의 별에 뭔 이런 괴물이 있지?

외계의 행성에도 여럿 생겼던 어비스.

하나 어비스의 주인 중, 이만큼 강대한 존재는 없었다.

외계의 시청자들이 상대에 대해 의아함을 느끼며, 전투 결과는 성지한이 패배할 거라 예측하고 있을 때.

푹!

봉황기를 바짝 따르던 혈족의 창이, 어비스의 주인의 오른팔에 꽂혔다.

그러자, 순식간에 금이 가는 거인의 오른팔.

펑! 펑!

팔에 있던 안구가 꿈틀거리더니 일제히 폭발하며, 팔에서 일제히 피를 토해 냈다.

-응…….

-뭐야 저거? 왜 데미지를 입혀?

-진짜는 뒤의 막대기였다고…….

-성지한…… 이 플레이어 대체 뭐냐?

강대한 어비스의 주인이 공격을 허용하자, 황당해하는 시청자들.

하나 성지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팔만 사라졌군. 그것도 일부만.’

상대에 닿으면, 이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소멸 코드.

성좌 롱기누스도 이겨 내지 못한 힘이건만, 어비스의 주인은 살점 일부만 소멸되었다.

그래도 이대로 계속 공격하면, 언젠간 없어지나 싶었지만.

번쩍!

사라진 자리에서 새하얀 빛이 나오더니, 거기서 붉은 눈동자가 마구 튀어나왔다.

그러더니 사라진 살점을 재생하는 적색 안구.

보랏빛의 거인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빛에서 눈동자가 나올 때는, 실체가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처음에는 반투명한 상태로 빛에서 나오던 적색 안구.

그것은 사라진 육체로 가, 자리를 잡고나서부터 실체를 찾아가고 있었다.

저 빛에서 나올 때는 영체 상태인 건가.

그렇다면.

‘만귀봉신을 사용해 봐야겠어.’

스으으윽.

성지한은 이클립스를 피워 올려, 허공에 검을 꽂았다.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만귀봉신萬鬼封神

그러자 허공에 생성되는, 만귀봉신의 문양.

힘이 증폭된 상태라 그런지, 그 문양은 순식간에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슈우우우……!

빛에서 튀어나오던 반투명한 적안이.

거인의 살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만귀봉신 안으로 일제히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재생이 멈추는 어비스의 주인.

성지한은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정말로 영체였군.’

이러면 어비스의 주인을 상대할 땐, 소멸 코드로 없애면서 재생을 만귀봉신으로 막으면 되는 건가.

그렇게 그가 기본적인 공략 방법을 떠올렸을 때.

[구궁팔괘도…….]

육체 일부분이 사라질 때만 해도 큰 반응이 없었던 상대에게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번뜩!

바닥을 바라보던 적안이 일제히 돌아가며, 만귀봉신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빙글. 빙글.

성지한을 주시하던 붉은 눈알이, 일제히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느릿 움직이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속력이 붙고.

[이번에는, 반드시……!]

주변의 세상이, 일제히 구겨졌다.

24시간 후의 멸망 때와 비슷한 현상.

돌아가는 눈동자 속으로, 이 세상이 빨려 들어갔다.

‘저게 멸망을 일으킨 근본 원인이었나…….’

성지한마저도 집어삼켰던 세상의 일그러짐.

하나, 첫 번째 게임과는 달리.

그는 보다 수월하게 이를 견디고 있었다.

성지한의 눈앞에 만들어진 만귀봉신의 문양이 이를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만귀봉신에 이런 효과가 있었다니……!’

이걸 방패

삼아서, 적과 싸우면 되겠군.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며 혈족의 창을 들었을 때.

[동방삭이 아니로구나…… 사라져라.]

어비스의 주인이 실망한 듯 말했다.

지이이잉…….

그러자 회전하던 눈의 색이 변하며, 일제히 하나의 문양을 그렸다.

그건 동양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본 적이 있는 무늬.

-뭐야, 저거.

-태극 문양…… 인가?

-왜 니가 여기서 나옴;;

태극이었다.

수백, 수천의 태극이 근방에 생성되자.

만귀봉신이 깨지며, 성지한의 육신이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인류가 멸망했습니다.]

[미션에 재도전하시겠습니까?]

[남은 기회는 1번입니다.]

*  *  *

2번째 게임에서 드러난 어비스의 주인.

그의 힘을 본 시청자들은, 외계고 인류고 할 것 없이 경악했다.

-이 정도면 거의 대성좌의 바로 아래 등급…… 어비스에 저런 괴물이 있다니, 놀랍군.

-저 정도 힘이면 어비스에 파견 나갈 급이 아닌 것 같은데 저기서 뭐 하는 거지?

-인류…… 급에 비해 적이 너무 강대하구나.

-저런 게 있으면 멸망은 필연적이겠군.

-성지한…… 우리 행성으로 스카웃해야겠어.

-근데 아까 어비스의 주인이 뭐라고 한 거지? 번역이 전혀 안 되더군.

외계인들은 어비스의 주인을 보고는 인류의 멸망을 기정사실화하며 성지한을 데려가잔 이야길 하고 있었으며.

-태극 뭐냐 ㅡㅡ 저게 인류 멸망시키는 거였음?

-붉은 눈 징그럽다…….

-아, 이번 적은 너무 센데…….

-근데 저 태극 나 대만전서 본 거 같음.

-아, 허우택이었나? 성좌 강림했었잖어.

-ㅇㅇ 맞음. 맵 갈아 버린 괴물.

인류 시청자 중 일부는 태극을 보며 대만전을 떠올렸다.

비록 맵 하나 소멸과 인류멸망은 스케일이 한참 차이 나긴 했지만.

세상이 일그러지는 것이나, 모든걸 빨아들이는 양상은 허우택의 태극과 모습이 비슷했다.

그리고 직접 당해 본 성지한도, 마지막의 태극을 보며 동방삭을 떠올렸다.

‘만귀봉신을 구궁팔괘도라 착각한 것도 그렇고. 동방삭이 아니라고 실망한 것도 그렇고…… 어비스의 주인. 분명 동방삭과 연관이 있어.’

강등에 벗어나도 인류는 어비스의 주인에 의해 멸망한다.

그리고 어비스의 주인은 최고위급 성좌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태극마검의 태극을 사용한다.

붉은 눈은 적의 일족과 연관이 있는 것 같고, 만귀봉신에 약하다.

하나 만귀봉신을 보면 관심도 주지 않던 상대가 전력으로 자신을 죽이려 한다…….

두 번째 도전에서 얻은 소득은 이 정도인가.

‘……이놈은 진짜 이길 엄두가 안 나긴 하는군.’

성지한은 성좌 특성을 OFF하며 그리 생각했다.

롱기누스와 비교해도 월등히 차이 나는 초강자.

아무리 힘을 증폭한다 한들, 지금 수준에선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번 미션은 쉽지 않겠는데.

성지한이 미션을 깨기보다는, 그냥 어비스의 주인에 대해 정보나 얻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미션 힌트를 받으시겠습니까?]

[200,000,000GP가 필요합니다.]

성지한에게 또다시 힌트를 받겠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수금 제대로 하네 진짜ㅋㅋㅋㅋ

-이번 게임으로 얼마 날리는겨 ㅡㅡ;

-힌트 얻는다고 해도 죽을 적 같지는 않는데…….

-그래도 성지한이면 지를 거 같음 ㅋㅋㅋ

그리고 시청자들의 예상대로.

‘받아야지.’

성지한은 두 배로 뛰어오른 힌트 비용을 바로 지불했다.

그러자.

[어비스의 주인 ‘??’의 약점은 머리입니다.]

한 줄짜리 힌트가 도착했다.

-2억 GP짜리 힌트 클라스 보소 ㅋㅋㅋㅋ

-머리가 약점이라니…… 너무 당연한 소리 아냐?

-ㄴㄴ 저런 괴물은 어디가 약점인지 모를 수 있지 꼭 머리란 법 있나.

워낙 비싼 가격에 시청자들은 힌트가 뭐 저러냐며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돈값 하네.’

성지한은 이를 보며 웃음 지었다.

선공을 가하기 전까지는 그를 신경 쓰지 않는 어비스의 주인.

알려 준 약점을 공략한다면, 두 번째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확실히 머리를 공략한다.’

성지한은 그렇게 마지막 재도전 기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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