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41화>
승급전의 중계 때문에 켜진 성지한 채널.
그곳에는, 인류 시청자 뿐만 아니라 외계의 시청자들도 꽤 여럿이 들어왔다.
돈을 걸었던 아레나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작은 최하급 종족이 보여 주는 힘을 분석하고 싶은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랜드마스터 리그로 자동 승급합니다.]
=아, 성지한 선수, 자동 승급입니까…….
=이러면 0번 채널에서의 중계는 이대로 끝이군요.
이 메시지가 뜨자, 0번 채널에서 승급전을 중계하던 해설진들은 이 현상을 아쉬워했지만.
-그랜드마스터는 당연히 들어가야지.
-태양왕의 물건도 이겨서 아레나 우승한 괴물에게 무슨 테스트야.
-태양왕 이야기는 하지도 마라 ㅡㅡ 대성좌 소환물이 최하급 종족한테 지고 있어.
-GP 없어서 무기 팔았다…….
따로 열린 성지한 채널에서 이걸 보던 외계의 종족들은, 이 현상을 당연히 여겼다.
태양왕만 믿고 결승전에서 소태양에게 몰빵했다가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보았던 외계 종족들.
이들은 그렇게 돈을 잃어서 그런지, 성지한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더 잘 체감하고 있었다.
=엇, 성지한 선수의 채널을 보니, 특수 미션이 진행된다고 하는군요.
=스페이스 에어리어 – 3에서 2로 승급하는 미션이라 합니다.
=하지만 저희 0번 채널에서는, 리그 승급전을 중계해야 하기 때문에…….
=성지한 선수 관련 방송은 여기서 멈춰야겠군요.
=이거 오늘 시청률 상당히 안 나오겠는데요?
매달 25일은 리그 승급전 중계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이 0번 채널로 모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그 드높은 시청률이 꺾일 것 같았다.
세간에 가장 큰 관심도를 차지하는 성지한이, 0번 채널과 경쟁자가 되어 버렸으니까.
그리고.
=아, 크리스토프. 성지한 선수 배틀튜브를 켜 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하하……! 아까 승급전 중계를 위해 켜 놓은 것일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이제 끌 겁니다! 어 근데…… 저, 저 채널에 성지아 선수가 나옵니다?!
=성지아 선수요? 성지아라면 분명, 어비스 사태 때 희생된 성녀 아니었습니까? 성지한 선수의 누나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그때 석화된 모습 그대로 나왔군요……! 하. 허. 이것 참…….
=……자, 자. 크리스토프. 궁금한 건 알겠지만 해설을 진행해야죠!
=예, 예. 그래야죠…….
성지한 채널을 끄지 않았는지, 어딘가 건성인 크리스토프의 대답.
그만큼 특수 미션에서 나타난 성지아의 모습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헐…… 진짜 성지아다 ㄷㄷ
-와, 살아 있었어?
-근데 몸이 왜 저럼? 자물쇠가 있네;;
-만약 성지아까지 돌아오면 저쪽 집안 최강 가족 되는 거임?
-ㄹㅇ 죄다 상위 랭커여 ㅋㅋㅋ
석화된 상태여도, 성지아가 움직이자 한국 시청자들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던전 브레이크 사태 때, 성지아의 자기희생주문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지라.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녀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한편, 누나의 모습을 보고 성지한이 묻자.
지이이잉…….
그녀는 대답 대신, 손에 커다란 구를 형성했다.
빛이 몇 번 번쩍이더니, 딱 봐도 지구의 모습으로 변한 구체.
성지아가 그걸 성지한의 눈앞으로 가져다주자.
[특수 미션,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지구 위에서 메시지가 떠올렸다.
“인류 멸망…….”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인류는 멸망했습니다. 단 한 차례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 위에서, 화면이 떠오르더니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리그에서 연전연패하는 인류.
던전 포탈의 급증으로 인해 몬스터에게 침공받는 도시의 광경.
거기서는 뉴욕이 자유의 여신상이나, 런던의 시계탑 등.
인류의 랜드마크가 어둠에 잠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아니, 성지아 왜 나오자마자 인류 멸망 같은 소리 하고 있냐 ㅡㅡ;;;
-우리 지금 잘 나가는 중인데…… 요즘은 예전보다 오히려 던전 포탈 보기 더 힘들어졌잖아.
-뭐 이런 성적도 99퍼센트 성지한 빨이긴 하지만 ㅋㅋ
-야 근데 자유의 여신상에 에펠탑 다 사라지네 ㄷㄷ
성지아가 재생한 영상이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을 때.
그녀는 말문을 이었다.
[플레이어 성지한이 올라가려고 하는, 스페이스 – 2 에어리어는 특별한 존재만이 들어갈 수 있는 리그. 멸망이 예정된 종족의 몸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다만.]
지이이잉.
지구본 위에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우리의 시뮬레이션에선, 플레이어 성지한과 같은 예외적 존재는 계산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개입한다면, 예정된 미래는 바뀔 수도 있겠지요…….]
“그럼, 멸망을 막는 게 특수 미션인 건가?”
[그렇습니다.]
“근데 언제까지 존대를 할 건데, 누나.”
[저는 플레이어 성지한의 누나가 아닙니다.]
“그럼 뭔데?”
[공허의 마녀이며, 이번 미션의 진행자입니다.]
그러면서 석화된 성지아의 미간 중심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누나가 좀 그만하라고 눈치 줄 때마다 나오던 찡그림.
‘저게 석화 상태에서도 되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예. 알겠습니다, 진행자님. 그럼 미션 진행해 주세요.”
[난이도를 선택해 주십시오.]
“뭐가 있죠?”
[상급, 최상급이 있습니다.]
보통은 없나.
“둘의 차이는 뭡니까.”
[시작 시점의 차이입니다. 멸망 당일이냐, 멸망 2달 전이냐의 차이입니다.]
멸망 당일과, 2달 전이라.
‘요즘 사람들이 종족 보너스도 받고 해서 배틀넷에 대해 너무 긍정적으로만 보는 거 같은데, 2달 전부터 돌아가서 세계가 얼마나 망해 갔는지 보여 주는 게 낫나.’
윤세아도 그냥 배틀넷에 남는 게 낫지 않냐고 할 만큼.
사람들의 배틀넷에 대한 인식은 너무 우호적이었다.
언제든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위험한 게임임을 인식시켜 주려면.
난이도 하나 낮춰서, 멸망 두 달 전부터 망해 가는 세계를 보여 주는 게 낫나 싶었지만.
[난이도 최상을 골라 클리어할 경우, 마녀의 사슬이 3줄 풀립니다.]
난이도 최상만의 보상 메시지가 떠오르자, 그는 생각을 바뀌었다.
“난이도 최상 가겠습니다.”
인류의 인식보다는, 누나의 사슬 풀리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난이도 최상에서 실패할 경우, 특수 미션은 실패하며 스페이스 – 2 에어리어로 승급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난이도 최상급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네네. 누나 풀어 줘야죠.”
[……괜찮은데.]
“자, 누나랑은 전혀 관련없는 진행자님이 괜찮다하지 마시고 최상으로 빨리 해 주세요.”
성지한의 닦달에 성지아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난이도 최상, ‘인류 멸망’ 시나리오를 진행하겠습니다.]
번쩍!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지구에서 빛이 나더니 성지한의 몸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사냥개여! 무엇 하나! 정신 차려라!”
사냥개.
지구에 빨려 들어간 성지한은, 시야가 밝아지자마자 들려온 음성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사냥개. 영어로 헌팅 도그라고 지칭하던 인간은.
‘배런밖에 없지.’
성지한이 저번 생에서 배틀넷 랭킹 7위였음에도, 아메리칸이 아니라 망국의 망명자라고 그를 깎아 내리기 바빴던 배런.
그는 성지한을 매번 ‘헌팅 도그’라고 지칭했다.
성지한이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베히모스를 막아야지, 여길 봐서 어쩌자는 거냐!”
저번 생의 배런이 성질을 버럭 버럭 내며, 손가락을 앞으로 가리켰다.
‘베히모스라. 아, 이래서 멸망 당일인가.’
그제야 확실히 기억이 나는 멸망의 날.
산과 같은 거대한 괴수, 베히모스와 맞붙다가 성지한은 팔을 잃었고.
배런을 비롯한 아메리칸 퍼스트의 정예는 결국 괴수를 물리칠 수 있었지.
쿵! 쿵!
과연, 앞을 바라보니.
너무 거대해서 어디가 팔이고 다린지도 모를 거 같은 괴수가.
아메리칸 퍼스트의 플레이어 부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돌진하라! 돌진하여 시간만 끌어라. 사냥개여!”
베히모스한테 돌격해서, 시간만 끌어 보라는 배런.
성지한과 같이 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배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들끓기 시작했다.
-아니, 저거 저거 배런 맞냐?
-와, 미친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누구 보고 사냥개래??
-어처구니가 없네 ㅅㅂ ㅋㅋㅋㅋㅋ
-잠깐, 잠깐. 저거 나 아니다! 이거 시뮬레이션이다 날 욕하지 마라!!
-본인 등판했네 ㅋㅋㅋㅋㅋ 좀 억울할지도…….
-ㄴㄴ 시뮬레이션에서 저러면 그냥 인성이 그른 거 아닐까?
-아니라고!!
시뮬레이션 속의 배런을 보면서, 현재의 배런이 열심히 저거 나 아니라고 변호하는 상황.
채팅창에서는 배런 뿐만이 아니라, 그의 근처에 있는 미국 플레이어들을 매의 눈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오, 소피아도 있네.
-몇 년 지난 건가? 지금에 비해 좀 성숙한 듯?
-난 이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ㅎㅎ
-아메리칸 퍼스트 출신들이 많네. 아메리칸 퍼스트 길드인가 봐?
-오, 성지한이 그럼 아메리칸 퍼스트에 들어온 거야?
그렇게 시청자들이 성지한의 시야를 통해, 멸망 당일에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을 지켜보고 있을 때.
‘흠, 힘은…… 원래 육체 그대론데?’
성지한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있었다.
무성 성지한 시절로 힘이 맞춰진 상태가 아니라, 현재의 성지한이 지닌 힘을 그대로 가져온 상황.
이러면 저 거대한 괴수도, 상대하기야 손쉬웠다.
스으으으…….
성지한의 왼팔에서, 그림자가 피어오르고.
혼원신공混元神功
삼재무극三才武極
태산압정泰山押頂
그의 손아귀에 잡힌 암검 이클립스가 세로를 베자.
카아아아아아!!
베히모스에게 비명성이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몸뚱어리가 단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더니 불타 사라지는, 거대 괴수의 육신.
“어…….”
배런은 그걸 보면서 자신의 눈을 비볐다.
지금 내가 뭘 본거지?
코리안의 사냥개, 성지한이 꽤 강력한 전사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됐냐?”
“어. 그, 그래…….”
배런이 잠시 말을 더듬거리는 사이.
화아아아!
베히모스가 있던 자리에서, 새하얀 빛이 하늘로 치솟았다.
“저건…… 보스전 보상이다!”
배런이 두 눈을 빛낸 채, 보상에 관심을 보였지만.
“야, 내가 잡았으니 내가 가져간다.”
“뭐, 뭐?”
휙!
성지한은 배런에게 그렇게 통보한 후, 보스전 보상을 챙기러 갔다.
‘이번엔 내가 먹어야지.’
저번 생에서야 배런이 미국인들만 챙겨서 가도 망명자 신분으로 이를 순응해야 할 처지였지만.
이번엔 입장이 다른 상황.
어차피 미션 속인데, 최대한 챙길 건 다 가져가야 했다.
“머, 멈춰라! 감히 망명자가……!”
배런이 뭐라고 떠드는 걸 가볍게 무시한 성지한은.
베히모스의 몸에서 나온 보상을 확인했다.
[베히모스의 핵]
등급 : SS
-종말의 괴수 베히모스의 핵입니다.
-흡수 시 플레이어의 잔여 포인트를 +5 올려줍니다.
‘오, 좋네.’
잔여 포인트를 5나 올려 주는 아이템.
한방에 죽는 몬스터치고는 보상이 괜찮았다.
스윽.
성지한이 바로 이걸 먹어치우고 있을 무렵.
쿠르르르…….
갑자기 땅이 흔들리며,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스페이스 리그 - 브론즈 리그 강등전 결과를 발표합니다.]
-강등전?
-뭐야 우리 강등됐음? ㄷㄷㄷ
-시뮬레이션이잖아…….
-그래도 재수없긴 하다;
성지한 눈앞에 뜨는 메시지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그렇게 반응을 보이고 있을 때.
뒤이어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임 항목 - 디펜스.]
[미국 - 성공]
[중국 - 성공]
[러시아 - 실패]
[일본 - 실패]
…….
미국, 중국 빼고는 모조리 실패한 디펜스.
-뭐야 왜 우리나라 없음??
-설마 멸망한 거야??
-아니, 어떻게 일본이 살았는데 우리가 멸망해??
-ㄹㅇ 말도 안 되는데…… 우리나라에 지금 탑 랭커가 몇 명인데 ㅡㅡ
한국사람들이 이 결과를 보면서 믿기지 않아할 무렵.
[NO. 4212 ‘인류’. 강등전에서 패배했습니다.]
[NO. 4773 ‘우르크’와 함께, 마지막 강등 결정전을 펼칩니다.]
[전투가 즉시 치러집니다.]
강등 결정전의 무대로, 플레이어들이 다섯 명씩 소환되었다.
5:5로 이루어지는, 단판 전투.
저번 생에서 성지한은 랭킹 7위라서 참여하지 못했지만.
번쩍!
이번에는 그도 포함된 채, 5인이 구성된 상태였다.
“지한! 휴…… 지한도 오니 다행이네요!”
성지한을 보고 반색하는 소피아와.
“네, 네놈…… 어떻게 소환되었지? 이건 랭킹 순일 텐데. 설마 아까의 아이템이 랭킹을 올릴 정도의 효과였단 말인가…… 당장, 당장 아이템 토해 내라!”
성지한이 소환된 걸 보고 성질을 부리는 배런.
아이템 때문에 랭킹이 올랐다고 생각했는지, 눈앞의 우르크는 대비도 하지 않고.
성지한에게 얼른 내놓으라고 손바닥을 내밀고 있었다.
-아, 미친 새끼야. 좀 하지 말라고!! Fxxxing idiot!
그리고 그걸 본 현재의 배런이, 채팅창에서 쌍욕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