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9화>
‘드래곤 로드…… 성좌가 되면 보자던 양반이 왜 갑자기 메시지지?’
성지한에게 관심을 보이며 대성좌로서 후원을 해 주었던 드래곤 로드.
하나 그는 성지한이 소환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알트카이젠의 드래곤 하트만 넘겨준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서 그냥 성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양반이었는데.
‘흠. 아레나 경기를 보기라도 했나.’
성지한은 일단 온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드래곤 로드가 자신의 의지를 전달합니다.]
그 메시지가 뜸과 동시에 화면이 바뀌며, 시스템 창 안에선 글자가 사라지고 거대한 눈이 드러났다.
샛노란 배경의 중심에서 빛을 발하는 붉은 눈.
거기서 음성이 울려 퍼졌다.
[태양핵 조각을 얻는 것을 보았다. 그걸 나에게 넘기면, 특별히 로드의 가호를 내려 주지.]
성지한의 예측대로, 아레나 경기를 보았는지 적색의 태양핵 조각을 자기한테 건네라고 하는 드래곤 로드.
“이미 나한테 없는데.”
[없다고…… 벌써 누군가에게 넘겼는가? 누구지? 태양왕? 아니면…… 적의 일족인가.]
“적의 일족은 뭐야.”
[이렇게 생긴 존재다.]
스으으윽.
화면이 눈 모양에서 또다시 바뀌고.
그 안에서 거대한 거인의 모습이 재생되었다.
모두들 생김새가 통일되지는 않고, 각양각색이었지만.
붉은 눈만은 일치하는 거인 무리.
성지한은 이들을 보면서,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이 거인들…… 롱기누스의 소멸 때 보았던, 영상에 나온 이들과 느낌이 비슷하군.’
십자가에 매달려, 처형인의 창에 꽂혀 죽던 거인들.
-배신자여. 관리자께서, 너를 심판하실 것이다!
그중 한 거인은 죽기 전에 길가메시의 그림자에게 이렇게 소리쳤었다.
‘그걸 들은 길가메시는 비웃음을 머금으며, 자신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무신에게 관리자가 자신들의 편이라고 했지…….’
배틀넷에서 성장 한계가 없는 ‘인류’의 탄생.
그동안은, 이에 가장 많이 관여한 게 세계수 엘프인 줄로만 알았다.
세계수 엘프의 실험이 지구에서 일어났고.
실험소장이 세계수와 융합한 후 연락을 두절했다는 건, 저들의 데이터에서 이미 밝혀진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관리자 이야기도 그렇고. 드래곤 로드가 저들을 적의 일족이라고 거론한 것도 그렇고. 세계수 엘프의 배신자만 단독으로 지구에서 자리 잡은 건 아니었던 건가…….’
지금처럼 조각조각 나뉜 정보로는, 아직 온전한 결과물을 도출할 수는 없는 상황.
성지한은 드래곤 로드가 거론한 적의 일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까 했지만.
‘아니…… 적의 일족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는 게 낫다.’
성지한은 태양왕의 소태양이 저번에 난리 치던 걸 떠올렸다.
성지한에게 적의 기운이 있는 걸 감지하고는, 태양왕에게 소식을 보내겠다며 자기 혼자 발광했지.
다행히 시간이 역행돼서, 그 일이 막혔지.
안 그랬다면 ‘적’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성좌 태양왕이 직접 지구에 강림했을지도 몰랐다.
‘드래곤 로드 이놈도 적색의 관리자를 노린다고 들었으니까. 괜히 아는 척하지 않는 게 이로워.’
성지한은 그냥 저 거인이 ‘적의 일족’이라는 힌트를 얻었음에 만족하며, 드래곤 로드에게 대답했다.
“누구한테 넘긴 게 아니라, 내가 흡수했다.”
[흡수했다고…….]
“어, 불의 권능을 대폭 올려 주던데.”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겠는가. 네가 흡수했다고.]
“맹세하지.”
꿀릴 거 없는 성지한이 즉답하자, 화면 속 거대한 눈이 서서히 감겼다.
[거짓이 아니구나. 아쉽군…….]
“로드의 가호는 뭔데?”
[네가 용족이 될 수 있게 해 주는 축복이다. 최하급의 육체를 탈피할 수 있었는데, 후회스럽겠구나.]
축복을 통해 드래곤으로 만들어 준다고?
인간 몸보단, 용의 몸으로 무신과 싸우면 상대할 만한가 싶어서 잠깐 솔깃했지만.
“얼마나 걸리는데?”
[네 재능이면 500년 안에 되겠지.]
“엄청 오래 걸리는구만.”
[그것은 너희 종의 기준일 뿐. 용의 일원이 된다면 한순간임을 알게 되리라. 그래…… 다음에 혹여나 얻는다면, 흡수하지 말고 나에게 가져오라. 네가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의 보상을 주도록 하지.]
삑!
드래곤 로드는 적색의 태양핵 조각에 대해 못내 아쉬워하면서, 통신을 껐다.
‘결국 뭐 로드에게 받은 건 없군.’
자기 용건만 꺼내고 가다니.
대성좌가 되었으면서 베풀 줄을 모르는군그래.
‘그래도 그 거인이 적의 일족이란 정보는 알았으니…….’
배틀넷에선, 자취를 감췄다고 알려진 적색의 관리자.
하나 특이하게도 그의 흔적은 지구에서 보이고 있었다.
처형장에서 죽었던, 적의 일족도 그렇고.
길가메시의 언급도 그렇고.
‘무신도 어쩌면 적의 일족일지 모르겠어.’
거인들이 배신자라고 칭한 건, 길가메시라기보단 그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무신이었으니까.
거기에 그 전에도.
-감히 네놈이 우리를…… 비웃어?!
-완성되지 못한 열등품이 감히!
-끝까지 하극상인가……!
적의 일족은 그를 ‘열등품’이라고 언급했다.
‘회광반조를 사용했을 때, 스탯 적이 소모된 것도 다 적색의 관리자와 관련이 있는 건가.’
우주의 시간을 1분 전으로 되돌렸던 회광반조.
아무리 스탯 적을 소모했다 한들, 이건 무신의 종이 지녔다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스케일의 권능이었다.
그래.
배틀넷의 정점에 있던, 적색의 관리자 정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럼…… 회광반조 권능을 지닌 세 번째 종은 적색의 관리자거나.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겠군.’
적색의 관리자 급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만한 존재가, 왜 자기보다 아랫급인 태양왕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거지?
“적색의 관리자에 대해 아는 것 있나?”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에게 질문했다.
[적색의 관리자?]
“어.”
[그는 임기가 끝나기 직전, 자취를 감춘 관리자다. 그가 직속 친위대로 부리던, 적의 일족과 함께 말이야.]
“임기? 관리자에게 임기도 있나.”
성지한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배틀넷에서 관리자라면, 신보다도 더 윗급 같은데.
그런 존재에게도 임기가 있단 말인가.
[그래. 적색과 녹색의 관리자에게만 존재하지.]
“녹색에게도?”
[그렇다. 물론 녹색의 관리자는 어떻게든 임기를 연장하려고, 온갖 꼼수를 쓰고 있다만…… 불의 운명을 지닌 적색의 관리자는 그러질 못했지. 불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 아닌가.]
“흠…….”
녹색의 관리자가, 세계수 엘프를 부리며 전 우주에서 패악질을 부리는 이유에 저 ‘임기’도 포함되어 있는 건가.
성지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림자여왕이 말을 이었다.
[나도 들은 이야기라 확실한 건 아니다만…… 사실은 그가 잠적하든 말든, 차기 적색의 관리자로 유력시되던 드래곤 로드나 태양왕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차피 임기가 끝나면, 관리자의 권능은 자동으로 박탈되고, 다음 후보군 중 선출된 대성좌에게 넘어가니까.]
“그래?”
[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적색의 관리자가 지닌 권능이 배틀넷 시스템에 반납이 안 되었다고 하더군.]
“반납이 안 되었다고?”
[그렇다. 그래서 차기 후보군이었던 두 대성좌가 발끈했지. 잠적한 적색의 관리자가, 분명히 모종의 수를 써서 권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이야. 그래서 태양왕은 자신이 직접 적색의 관리자를 찾고 있고, 드래곤 로드도 용족을 통솔하여 관리자의 흔적을 찾는다고 하더군.]
아까 드래곤 로드에게, 기억 속에서 적의 일족 봤다고 말 안 하길 잘했군.
괜히 말했다간, 드래곤 로드가 용족을 모조리 이끌고 지구에 날아올 뻔했어.
“그래서 둘이 그렇게 난리였군. 근데 적색의 관리자 권능은 뭔데?”
[거기까진 나도 모른다. 아무래도 불과 관련된 거겠지? 관리자급이면 태양 생성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군.]
“태양 생성이라…….”
역시 관리자쯤 되면 스케일이 다르네.
성지한은 피식 웃으며, 가슴의 중앙부를 만졌다.
‘이거 절대 들키면 안 되겠네. 근데 배틀넷 시스템 자체는 능력치 적을 등록해 놓고도, 딱히 별문제 삼진 않는군.’
아무리 적색의 관리자가 권능을 들고 잠적했다 한들.
스탯 ‘적’을 얻은 거까지는, 그래도 시스템 차원에서 문제는 아닌 건가.
‘어쨌든 그 둘은 특히 조심하자.’
성지한은 용족이나 태양왕 쪽과 마주칠 땐, 절대 이를 드러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들켰다간, 적색의 관리자를 찾는다고 지구에 들이닥칠지도 모르니까.
그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부르르르…….
그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 * *
-오너님. 성좌 후원을 위해 컨택한 이들에게 응답을 받았습니다.
길드 마스터 이하연에게서 걸려온 전화.
성지한은 이에 응답했다.
“아, 전화하셨습니까? 어떤 반응이던가요?”
-가장 우선적으로 연락한 플레이어 3명은 모두 후원받겠다고 응답했구요.
“3명요? 그럼 1명은…….”
그러자 이하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저…… 그. 1명은, 혹시 폐가 안 된다면 제가 들어가면 안 될까요?
“하연 씨가요?”
성지한의 반문에, 이하연이 길게 말을 늘어놓았다.
-네, 그…… 제가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이긴 하고. 성좌 후원을 통한 능력 추가 효과가 쓸모없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성좌 후원을 받으면, 제 육성 능력이 더 발전할지…… 그러면 대기 길드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그렇게 하죠.”
-저…… 그래서…… 네?
“후원하겠다구요.”
이하연이 대신 대행해 주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슬롯 하나 정도야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었다.
-정말요……?
“물론이죠.”
그렇게 말하며, 성지한은 그 자리에서 바로 후원 명단에서 이하연을 추가시켰다.
그러자.
[후원자로 인해, 성좌 명성이 1 오릅니다.]
‘응?’
윤세진을 후원했을 때와는 달리.
시스템 창에, 성좌 명성이 찔끔찔끔 적립되기 시작했다.
-앗. 이렇게 바로 해 주실 줄이야…… 정말 감사해요, 오너님!
“하연씨 덕을 본 게 얼만데. 이 정도야 당연하죠.”
-후후…… 그럼 후원할 플레이어 3명에게도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아. 잠시만요. 한 한 시간 뒤로 미룰 수 있을까요? 그거.”
-1시간 뒤요? 네. 알겠어요.
“네. 그럼 좀 있다 연락할게요.”
삑.
통화를 끊은 성지한은, 시스템 메시지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후원자로 인해, 성좌 명성이 2 오릅니다.]
1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2가 적립되는 성좌 명성.
‘매형은 게임에서 맹활약할 때마다, 성좌 명성 10~100정도 벌어 온 거 같은데…….’
성지한은 그걸 보고 윤세진이 벌어 왔던 성좌 명성을 떠올렸다.
평소 게임할 때는 성좌 명성을 못 벌어 오지만, 뭔가 놀라운 활약을 했을 때.
성지한으로 따지면, 업적 포인트를 얻을 정도의 성과를 보였을 때 성좌 명성이 그에게로 적립되었다.
하나 이런 일은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라, 그렇게 유의미하다고 보지는 않았는데.
이하연 같은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이는 뭔가 다르게 작용하나?
“여왕.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이를 후원하면, 성좌에게 다르게 작용하나?”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를 왜 후원해? 자리 아깝게.]
“1시간에 명성 1, 2씩 벌어 오던데?”
[1시간에 1에서 2…… 그럼 한 달에 1000정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괜찮네. 근데 나도 한번 해 봤다만, 명성치를 너무 벌어 오지 못해서 후원 취소했는데…….]
“이하연 육성 기프트 등급이 높긴 해. SSS급이거든.”
[SSS? 높긴 하군. 하나 그 정도 등급은 우리도 있었다.]
그림자여왕은 이하연의 등급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쉐도우 엘프에게 주어지던 기프트는, 전투 쪽은 등급이 그리 높지 않아도.
서포팅 기프트는 최소 B 이상 부여되었으니까.
그녀도 높은 등급의 서포팅 기프트를 지닌 플레이어를 후원한 경력이 있었던 것이다.
[내 기억엔…… 하루에 1, 2 정도 벌어 오던 게 최고였다. 그래서 전투하는 플레이어들에 비해 명성을 너무 못 얻어 와서 그들에게 후원을 포기했지.]
“그래?”
[응. 인류 너희들에겐 다르게 적용되는 건가?]
한번 테스트를 해 볼 필요는 있겠군.
성지한은 성좌 명성 상점을 떠올렸다.
지금은 포인트가 꽤 쌓인 상점.
하나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성좌 명성의 수급이 더 원활해야 했다.
‘나 혼자 버는 걸로는 힘들어.’
아레나에서 우승했음에도 5천밖에 쌓이지 않았던 성좌 명성.
혼자서 다 요구치를 수급하는 건 불가능하니, 어떻게든 후원 플레이어에게서 명성치를 얻어 내야 했다.
‘테스트를 좀 해 볼까.’
성지한은 성좌 상점의 항목들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