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7화>
스으으윽.
검우가 겨냥하는 큐브는, 모두 10개.
이를 본 외계의 시청자들은 불안한 기색을 드러냈다.
-뭐야. 저거?
-아까 소태양의 잔해를 찾아낸 검 아닌가…….
-설마 탐색의 기능이 있는 건가?
-에이. 탐색 능력이 있어 봤자 아레나에서 관리하는 큐브에서 어떻게 유효한 걸 찾아?
-ㅇㅇ 5퍼센트 유효 따지면 50개를 겨눠야 하는데, 결국 10개만 타깃팅하고 있잖아
-10개라도 꽝 안 잡으면 대박이긴 함…….
성지한에게 결승전에서 베팅을 하지 않아, 돈을 날린 시청자들.
그들은 성지한도 제발 꽝을 고르기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호오…… 꽝을 모두 피하다니, 대단하군요.]
아레나의 주인이 신기하다는 듯 감별을 해 주자.
-아아아아악!!
-이 자식 뭐임 대체??
-탐색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 건 뭐야 하……
-자기 혼자 다 해 먹네 진짜 ㅡㅡ
-이렇게 되면 그냥 10개 중에 젤 구린 거 뽑아라 제발…….
이제는 그냥 안 좋은 거 뽑으라고 고사 중이었다.
하나 그들에게도 걸리는 점은 있었으니.
-근데, 검이 특별히 많이 겨누는 쪽이 있는데, 혹시 저게 좋은 거 아닌가…….
-그러게. 3개를 수십 개의 검이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음 ㄷㄷ
-헐, 유효 중에서도 좋은 걸 뽑는다고…….
-그럼 아레나 나올 때마다 보상 챙겨 가는 거임? 미쳤네?
빙천검우의 검우가 집중된 게, 아무래도 좋은 걸 탐색한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성지한은 검우가 가장 많이 가리키는 큐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반짝!
큐브에서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드러난 것은,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아레나의 큐브에서 레전더리 등급의 보상을 개방했습니다.]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를 얻습니다.]
[인류가 개방한 ‘모든 속성의 친화도’가 +1 상승합니다.]
-레전…… 더리 보상?
-아니, 아니. 잠시만요. 모든 속성 친화를 +1 한다니…… 이런 미친 보상도 있었냐??
-아무래도 인류란 종족이 개방한 속성 항목이 많지 않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저거 하나로 최하급 탈출하겠는데? 저 종족
전 속성 친화도 +1.
인류가 개방한 것에 한해서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보상은 배틀넷 생활이 오래된 외계 종족으로서도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오. 모든 속성 ㄷㄷ하네
-그렇지만 나 같은 일반인에겐 조금 아쉬울지도……
-ㄴㄴ 일반인도 충분히 혜택받음. 저번에 뇌속성 +1 받고 나서 전격 능력 관련 기프트 받은 사람 많아졌거든
-전 속성 +1이면 그냥 모든 방면에서 기프트 받을 확률이 올라가는 건가 ㄷㄷㄷ
-와, 그래? 미친 보상이네 진짜 ㅋㅋㅋㅋ
-외계인들이 아쉬워하는 거 보면 일단 무조건 우리 이득임 ㅋㅋㅋㅋ
그리고.
슈우우우……!
그렇게 전 속성의 친화도가 오르자, 성지한이 뽑아냈던 검도 더 날카로워지고.
빙천에서 검우가 수십 개 더 추가로 나왔다.
전 속성 친화도에는 수속성도 포함되어 있는지라.
현재 무공을 쓰고 있는 성지한에게 바로 효과가 적용된 것이다.
‘한 10퍼센트 더 는 건가? 이거, 엄청난 효과군.’
이러면 다른 무공도 다 강해지는 건가?
올 +1.
확실히 체감되네.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인류가 최하급 종족이라 이런 보상이 나왔군요. 하급으로 진화하기 전, 마지막 선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예. 전 속성이 +1 된 이상, 최하급에 머무를 순 없겠죠.]
아레나의 주인은 이제 곧 종족이 진화할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인류 최하급에서 탈출하는 거임?
-전속성 +1이 그 정도인가 ㄷㄷ
-나는 아직도 인류가 우주 괴물들 사이에서는 최하급인 거 같은데…… ㅋㅋㅋㅋ
-하급 종족이면 우르크 급 정도 되려나?
-그 돼지머리랑은 예전에도 비볐지, 뭐.
-ㄴㄴ 신체 능력만 따지면 밀리긴 했을걸? ㅋㅋ
그러자 벌써 등급 오르는 거냐며 실감이 안 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인류 시청자들.
성지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최하급 소리는 이제 안 듣는 건가. 나름 메리트도 있었는데 아쉽네.’
종족이 최하급이라면서 배틀넷 세계에서 무시당하곤 했지만.
그래서 인류가 더 경계를 안 산 면도 분명히 있었다.
이제 하급으로 올라가면, 외계 종족들의 견제도 예전보다 심해지겠지.
‘그전에 빨리 배틀넷 탈출해야겠군.’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레나의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종족이 진화되면, 저 보상도 바뀌는 건가?”
[그렇습니다. 종족에 맞게 큐브의 보상이 주어지죠. 한데 이상하군요. 지금쯤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진화 안 했습니까?]
“안 했는데? 딜레이라도 있나.”
[그래요? 배틀넷의 프로세스에 딜레이 같은 건 없습니다만…….]
전 속성 +1을 받았음에도 진화하지 않는 인류를 보며 아레나의 주인은 의아해했고.
-인류란 종족…… 폐급 중에 폐급인 거 아니냐? 어떻게 전 속성이 +1 올랐는데 종족 진화가 안 될 수가 있지?
-그만큼 개방한 속성이 적은 거 아님?
-아무리 그래도…… 성지한의 검도 바로 강해졌던데. 최소 전력의 10퍼센트가 강해진 꼴이건만
-음…… 최하급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으면, 하급까지 못 올라올지도.
-……그런 종족에서 어떻게 저런 놈이 나타난 거냐?
외계의 시청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에, 인류의 수준이 최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이라서 진화가 안 되었다고 이를 해석했다.
[그럼, 종족이 진화하기 전에 남은 보상을 골라 보시지요.]
“알겠다.”
최하급 종족으로 머물러 있어, 바뀌지 않는 보상.
성지한은 9개로 타깃팅이 줄어든 검우의 숫자를 바라보더니.
‘저거 고르면 되겠군.’
그다음으로 검이 가장 많이 겨누고 있는 큐브를 열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보상.
[아레나의 큐브에서 레전더리 등급의 보상을 개방했습니다.]
[EX급 아이템, ‘신좌 건설 키트’를 얻습니다.]
-신좤ㅋㅋㅋㅋ건설키틐ㅋㅋㅋㅋㅋㅋ
-이거짘ㅋㅋㅋㅋ
-어휴 또 뭐 먹을까 봐 식겁했네 ㅋㅋㅋㅋㅋ
이걸 본 외계의 종족들은, 결승전이 시작된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
신좌 건설 키트.
성지한은 이 이름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신좌…… 이제는 건설 키트도 EX급이냐?’
예전에 뇌신이 EX급 보상을 준다고 해서 기대했다가.
신좌 소환이라는 스킬을 받고는, 실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달에 한 번, 3시간 소환이 가능한 신좌는.
자리에 앉은 플레이어에게 레벨 한계와, 공허 수용 한도를 늘려 주었다.
매달 빠지지 않고 가족들도 앉혀서 이 효과를 누리는 성지한이었지만.
‘솔직히 EX급은 아니었지. 이거.’
EX라는 규격 외 등급을 주기에는, 아쉬운 스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건설 키트 따위가 EX야?
[신좌 건설 키트 아이템이 나왔군요. 확실히 이 물건은 가능성에 비해, 저평가되는 물건입니다. 레전더리에 있을 만하지요.]
“하. 그래…….”
검우가 레전더리 등급 보상을 찾아준 것은 좋았는데.
막상 내용물이 꽝이라니.
성지한에게, 외계인들이 신나게 채팅을 올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 막판에 그래도 기분 좋네 ㅋㅋㅋㅋㅋ EX 중 가장 구린 아이템이 나왔어.
-그래도 저거 경매장에 올리면 신들이 나름 비싸게 사 감.
-거래금액이 얼마임?
-최근 거래 금액이 3존데?
-3조…… 그래도 비싸네 ㄷㄷ
-ㄴㄴ 5조 대신 선택권 받았는데, 결국 2조 손해임 그럼!
‘3조에서 만족해야겠군.’
그래도 EX는 EX인지, GP 가치가 3조는 되는구나.
성지한은 2조 손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래도 3조 벌었다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신좌 건설 키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빛 뭉치였던 신좌 건설 키트는, 어느새 사람 손에 딱 맞는 백색의 망치로 변해 있었다.
“겉모양은 망치인가…….”
[EX등급 아이템이라, 종족에 걸맞게 변하죠.]
“그래…… 근데 이딴 걸 신들은 왜 사는 거지? 이미 신좌가 있을 텐데.”
채팅창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성지한이 중얼거리자.
[신좌 건설 키트는 신좌를 만들 때만 쓰는 게 아니라, 이를 업그레이드 할 때도 씁니다.]
“업그레이드…….”
[예. 신들이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좌를 계속 보수, 개량해야 하니까요.]
신좌 업그레이드라.
성지한은 그 말에 관심을 보였다.
“그럼 어느 신좌에나, 이 망치가 통하는 건가?”
[그럴 겁니다.]
그렇다면 신좌 소환 스킬로 띄운 신좌에도, 이 키트를 사용할 수 있는 건가.
‘한 번 실험해 봐야겠군.’
GP야 이번에 아레나로 한탕 해서 충분하니.
성지한은 계륵 같은 EX스킬에다가, 신좌 건설 키트를 사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시상을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시상식이 끝나고.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우승했습니다.]
[레벨이 20 오릅니다.]
[특수 업적, ‘스페이스 아레나 우승 - 마스터’를 클리어 했습니다.]
[성좌 명성을 5000 얻습니다.]
‘레벨 20 업이라…… 이제 그랜드 마스터 승급이 코앞이겠군.’
성지한은 마지막 보상을 확인하며, 아레나에서 로그아웃했다.
***
무신의 별, 투성.
그곳에서는,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쿠르르르……!
대지가 융기하며, 그 속에서 폭발하기 시작하는 불길.
그것은 투성의 하늘에 별처럼 존재하던, 성좌들의 무구에도 닿으며 이를 모조리 태워 버렸다.
그리고 이 모습을, 쪼개진 탑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동방삭, 이곳에 화산도 있었나?”
“……아니, 나도 저런 현상은 처음 보는군.”
길가메시와, 그를 감시하고 있는 동방삭이었다.
“하필 터진 게, 기묘하게도 세 번째 무신의 종이 봉인된 곳이군.”
“…….”
“그리고 잠들어야 할 우리의 주인께서, 힘겹게 화산 폭발을 막고 계시기도 하고.”
콰직……!
투성의 하늘에서 생겨난 거대한 손.
그것은 균열 속에서 치솟는 불길을, 직접 막아 내고 있었다.
[……참으로 성가시구나. 아직, 네가 깨어날 때가 아니다. 세 번째 종이여.]
하늘에서 낮은 톤으로 울려 퍼지는 무신의 음성.
그 안에는, 현 상황에 대한 짜증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슈우우……!
무신의 손을 태워 가던 불길은, 결국엔 더 오르지 못하고 진압되었다.
[조금 더, 잠들어 있어야겠군…… 길가메시. 그간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래. 그래.”
불을 막아선 이후, 길가메시에게 경고를 날리며 사라진 무신.
“후후. 신기하군. 무신이 세 번째에게 저렇게 고생할 줄이야. 동방삭. 너는 저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나?”
“……아니, 한 번도.”
동방삭의 부인에, 길가메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래. 무신은 자신의 종에게, 저렇게 밀릴 존재가 아니지. 그런데, 저 불길을 진화하는 데 저렇게 오랜 시간을 쓰다니…….”
“…….”
“세 번째 무신의 종…… 정말 아소카가 맞나?”
세 번째 종의 정체라는, 인도의 아소카 대왕.
그는 물론 인류가 낳은 수많은 영웅 중, 상당한 업적을 남긴 이이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신에게 저리 저항할 정도로 ‘격’을 지녔다 보지는 않았다.
“애초에 세 번째 종이 아소카라고 한 게, 너 아니었나.”
“무신에게 들은 정보로는 그랬지. 하지만 눈앞에서 저런 광경을 봤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세 번째 종의 진정한 정체를, 나랑 같이 알아보지 않겠나?”
“거절하지.”
스르릉.
“나는 단지 주인의 명에 따를 뿐이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임무는, 널 감시하는 것. 쓸데없는 짓거리는 하지 말아라.”
“재미없는 녀석.”
저런 반응이 나올 줄 알았지.
길가메시는 피식 웃다가.
“음…….”
갑자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왜 그러지?”
“너는 못 느꼈나.”
“……?”
“종족 인류의 힘이 강해졌다.”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군. 이미 극한에 닿는 단계라.”
수염을 쓰다듬으며, 자신을 극한에 닿았다 표현하는 동방삭.
남들이 들으면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괴물 놈. 어떻게 인간 중에 저런 놈이 튀어나왔는지 신기하군.’
길가메시는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았다.
그리고, 둘은 인류를 둘러보며, 금방 상황을 파악했다.
“성지한이 아레나에서 우승하면서 보상을 얻었군.”
“성지한이…….”
길가메시는 성지한의 경기 영상을 보며, 눈을 번뜩였다.
“투성에서 화산이 터졌을 때, 성지한도 나름대로 고전 중이었군…… 흠. 과연, 이 모든 현상이 우연의 일치인가?”
“……경거망동하지 마라. 길가메시. 주인의 명을 잊지 말도록.”
동방삭의 경고에.
“물론이지…….”
길가메시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