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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34화 (33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4화>

스페이스 아레나 마스터 리그 결승전 전날.

[‘뤼에 인베스트먼트 대표 옥타인’이 100,000,000,000GP를 후원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결승 진출자 선택…… 우리가 제대로 투자한 베팅은 이것이었지. 성공해 주어서 고맙다. 블루칩.]

뤼에 인베스트먼트의 옥타인은 성지한에게 거액의 후원과 함께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1천억으로는 수익의 대가가 부족하니, 결승전 상대에 대한 정보도 주도록 하지…….]

“결승전 상대? 소태양이라고 나와 있던데.”

결승전 상대, 소태양小太陽.

작은 태양이라는 이름에, 성지한은 또 어떤 성좌가 거창하게 부캐에게 이 이름을 지어 줬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소태양…… 그것은 태양왕의 소환물이다.]

“태양왕?”

[그래…… 그는 행방불명된 적색의 관리자 자리를 노리는 대성좌. 종족 진화 같은 걸 노릴 단계의 존재가 아니건만, 특이하게 마스터 리그에 소환물을 보냈더군…… ]

“꽤 세겠군그래.”

[꽤…… 경기를 봐 보아라.]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에, 한 화면이 떠올랐다.

거기에선 그에게도 익숙한, 아레나 경기장의 풍경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머리카락 반절이 녹색인 하이 엘프가.

다른 한쪽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새하얀 발광체가 둥둥 떠 있었다.

-소태양이라니…… 당신 같은 존재가 왜 마스리그에…….

하이 엘프의 의문에도, 대답이 없던 발광체.

번쩍!

그리고 거기서 새하얀 빛이 한 번 반짝이자.

아레나의 경기장 전체가 빛으로 물들며, 곧 모든 것이 파묻혀 사라졌다.

[승자, 소태양.]

빛으로 점멸된 세계에서, 게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

옥타인이 보여 준 다른 경기들도, 결과는 동일했다.

[압도적인 힘…… 이번 마스터 리그의 토너먼트에서는, 너와 소태양이 모두 경기를 지배했다. 하나, 경기 중 드러난 힘만으로는 소태양 쪽이 더 강력했지…….]

“하기야. 경기장까지 날아갔으니.”

[그래…… 그래서 뤼에 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경기에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자율 투자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소태양에게 걸었지.]

“그래? 그럼 너는 나한테 건 건가?”

[아니…… 나는 이번 경기, 베팅하지 않았다. 원래라면 당연히 대성좌의 것에 투자해야 했지만…… 나의 감이 경고를 보내더군.]

그 감에 따라 대성좌에는 투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 돈을 걸 정도는 또 아닌 건가.

성지한은 피식 웃었다.

“그래. 정보 고맙다.”

[그럼…… 무운을 빌지.]

삑.

옥타인의 메시지가 꺼지자, 성지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후원에 정보까지 주고, 꽤 신사적이군 그래.”

[글쎄. 원래 저렇게 친절한 문어는 아닌데…… 옥타인은 너와 인연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군.]

“그래?”

[아아. 나한테도 투자할 때만 해도 친절하더니, 나중엔 가차 없었지.]

하긴, 그런 투자회사 쪽에서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낼 리가 없지.

성지한은 적절한 선을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조금 전 그가 보여 준 전투 장면을 떠올렸다.

‘소태양이라…….’

태양이라고 하기에는, 전구 정도로 너무나도 작은 크기였던 소태양.

하지만 그것이 내뿜는 빛의 위력은 태양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힘을 내뿜고 있었다.

결승에 다다르기 전에는 기껏해야 성좌들 부캐나 만났는데, 하필 맨 마지막에 뜻밖의 강적이 나타났군.

‘롱기누스를 상대했을 때처럼, 힘을 총동원하면 막을 만은 하겠다만…….’

반가면을 쓰고 성좌 특성도 ON 하면 힘이 크게 증폭되니까.

이 정도면 저것에도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현실에서의 전투도 아니고, 한 번 맞아 보자.’

스페이스 아레나의 전투는, 직접 성좌가 강림했던 롱기누스 때와 같은 부담은 없었기에.

성지한은 소태양의 빛을 한번 받아 보기로 했다.

반가면 사용이나, 성좌 특성 ON도 모두 제약이 있는 힘인 데다가.

‘한 번 치명상을 당해 봐야, 멸신결 회광반조에 대해 실마리를 잡을 것 같아.’

회광반조라는 이름만 알 뿐, 사용방법은 감이 오질 않는 세 번째 멸신결.

이를 테스트해 보기 위해 수련장에서 스스로 자해도 해 보았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남한테 치명상을 당할 때도 효과가 없는지 한 번 몸으로 느껴 봐야지.

그렇게 소태양과의 전투를 어떻게 치를지 결정한 성지한은.

‘그건 그렇고, 빙천검우를 쓰라는 메시지…….’

4번째 멸신결 빙천검우.

탐색의 기능을 지니고 있는 이 무공은, 막상 전투에서 써먹기에는 활용도가 애매했다.

그래서 근래에는 거의 사용하질 않고 있었는데, 연락이 끊겼던 피티아가 직접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용을 권유한다니.

‘혹시 소태양과 관련이 있나?’

성지한은 그렇게 추측하면서, 결승전을 준비했다.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자신의 결승전 배당률.

‘10배라…… 확 뛰었네.’

성지한이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배당률은.

결승전 상대 소태양이 태양왕의 소환물임이 알려지고 난 이후부터 급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지구인이야 성지한에게 계속 믿음의 베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외계 종족들은, 재빠르게 정보를 입수한 후 소태양 쪽에 안전 베팅을 한 것이다.

‘이번에 좀 벌어 가야겠네.’

성지한은 자신이 벌어 두었던 GP를 모두 넣었다.

*   *   *

결승전 당일.

성지한 채널의 채팅창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성지한……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다. 네 덕에 GP 많이 벌긴 했는데, 결승전만큼은 베팅 못 하겠더라.

-대성좌의 소환물을 어떻게 이겨…… 여기까지 온 것도 잘한 거임.

-최하급 종족치곤 수고 참 많으셨습니다 ^-^

-근데 태양왕은 대체 왜 이런 마스터 결승전까지 와서 물을 흐림?

-그러니까 상도의가 없어도 너무 없어 ㅡㅡ

외계의 채팅창에선 이미 성지한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반면.

-와 결승전 배당 상당하네 ㅋㅋㅋㅋ

-외계인들은 죄다 상대편에 베팅한 건가?

-성지한 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구만 ㅉㅉㅉ

-외계 채팅방 눈팅하니까 대성좌 소환물 소리 나오던데 대성좌는 뭐임 근데.

-몰라 ㅋㅋㅋ 성좌 중에 조금 더 센 놈들인가 보지.

-그 정도면 성좌도 이긴 성지한이 가볍게 압살하지 않을까?

대성좌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지구인들은 이번에도 이기겠지 하면서, 여유만만해하고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배당률이 대폭 상승했으니, 결승전 상대가 그만큼 강한 존재라는 걸 다들 알고는 있었지만.

성지한이 그간 인류에게 보여 준 모습이 있었기에, 많은 수가 믿음 베팅을 한 것이다.

한편.

‘저게 소태양인가.’

번쩍!

경기장에 소환된 성지한은, 저 건너편에 떠오른 물체를 바라보았다.

전구만 한 크기의, 새하얀 빛의 구체.

아레나에서 지금까지 상대했던 적들 중에선 가장 작은 존재였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강렬하기 짝이 없었다.

‘과연, 대성좌의 소환물이라 할 만하군.’

지금까지 한 방에 날린 상대와는, 격이 다른 힘을 품고 있는 소환물.

옥타인이 보여 준 예전 경기 영상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저 소태양에서 빛이 번쩍이기 전에 선공을 날려야 했다.

빛이 한번 발광하기 시작하면, 경기장을 비롯해서 모든 게 날아갔으니까.

하지만.

‘어디.’

스으윽.

성지한은 무기도 소환하지 않고, 팔짱을 꼈다.

어디, 먼저 선공을 해 보라는 제스처.

파아아아!

성지한이 팔짱을 끼기 무섭게, 소태양에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이대로 끝인가…….

-최하급 종족의 반란도 이렇게 끝나네.

-그래도 인류…… 이 종족은 금방 최하급을 벗어날 거야. 저자가 워낙 강하니

-맞아. 저 정도 실력이면 금방 성좌 탄생하겠어

- 덕분에 잘 벌었다. 성지한!

빛이 폭발하자마자, 이미 성지한이 끝났다고 보고 덕담을 날려 주는 외계의 채팅창.

다른 곳은 그들의 기대대로, 빛으로 가득 찼지만.

성지한이 서 있던 자리만큼은, 새하얀 빛으로 물들이질 못했다.

대신.

화르르륵……!

그의 전신에 붉은 불길이 강하게 피어오르며, 빛에 저항하고 있었다.

‘소태양의 힘. 화력이 상당하지만…… 스탯 적이 있으니 견딜 만하네.’

무등급 스탯 적.

불에 관해서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지니고 있는 이 능력은, 소태양의 빛에도 강하게 저항했다.

한 번 저 공격에 치명상을 당해서, 회광반조를 써먹어 볼까 했는데.

예상보다 빛이 너무 약했다.

-…….

-뭐야. 왜 살아 있음?

-어떻게 소태양의 빛을……

-아니, 저거 아무리 마스터 리그에 보낸 것이라 해도, 태양왕이 소환한 물건인데. 플레이어가 막아 낼 수 있는 빛이 아닌데……

-아니. 진짜 뭐 하는 놈이야, 저거?

-10배 터지나!!

한편, 성지한이 소태양의 빛에도 묵묵히 버텨 내자.

외계의 시청자들은 도무지 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비록 ‘소태양’이 대성좌의 분신격이 아니라, 소환물에 불과해 격이 떨어질지라도.

이를 만든 주체는 결국 대성좌다.

한데 아무리 성지한이 이번 아레나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 줬다지만, 이 공격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낼 줄이야.

-아니…… 잠깐 버틴 것에 불과할 거야……!

-그래. 결국엔 죽겠지! 죽어야 해! 태양왕은 확실한 정배였단 말이다!!

-태양왕의 빛을 어떻게 불로 막아 내. 말이 되냐 이게??

-그러니까 금방 빛에 잠길 듯 ㅎㅎㅎㅎㅎ

외계의 시청자들은 그래도 성지한이 버티지 못할 거라며 희망 사항을 늘어놓았지만.

스으으…….

빛이 멈춘 쪽은, 소태양이었다.

“벌써 끝?”

성지한은 실망한 듯 말하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를 제외하고는 초토화된 경기장.

소태양 쪽에서는 빛이 더 이상 뿜어져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온통 새하얀 빛으로 잠겨 있었다.

‘소태양에 잔존한 힘이 거의 없군. 부술 만해.’

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엄청난 힘을 품고 있었지만.

빛 한 번 뿜고 난 이후에는, 힘이 쭉 빠진 백색의 발광체.

-대성좌 소환물이라고 하더니 별거 없는데? 이대로 끝날 듯?

-여기서 더 강하면 마스터 리그가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 리그로 올라갔겠지

-근데 그렇게 따지면 성지한은 왜 여기 있음 ㅋㅋㅋㅋ

-아직 레벨이 마스터잖어 ㅋㅋㅋ

-아……;; 외계인 놈들 진짜 ㅡㅡ 저게 이렇게 허무하게 힘 빠질 줄 알았으면, 왜 성지한이 필패할 거처럼 떠든 거야? 괜히 저거에 베팅했잖아!

-꼴 좋다 인류가 성지한 상대를 베팅해? 믿음이 부족하네 ㅉㅉ

-ㄹㅇ 제발 인간이면 성지한에게 베팅하세요 좀 ㅋㅋㅋㅋ

-‘제발 한국인이면’에서 인간으로 스케일이 커졌네 ㅋㅋㅋ

그렇게 외계인 채팅에 넘어가 성지한 반대편에 베팅한 사람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을 때.

‘이제는 써도 되겠군.’

스으으……

성지한은 왼팔에서 이클립스를 꺼내 들었다.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빙천검우氷天劍雨

슈우우우!

순식간에 얼어붙는 이클립스.

그것은 성지한의 머리 위로 날아가더니, 대기를 얼리기 시작했다.

소태양이 뿜어내었던 빛은 아직 열기를 품은 채 남아, 빙천의 형성을 방해했지만.

두드드득……!

결국에는 하늘이 얼어붙고, 거기서 거대한 검이 소태양을 향해 날아들었다.

작은 크기의 발광체에 비하면, 압도적인 크기로 쏟아지는 얼음의 검.

하나.

스으으으……

대부분의 얼음검은 발광체에 닿기도 전에 녹아내리고.

극히 일부만이 남아, 작은 태양의 맨 윗부분에 겨우 닿았다.

툭. 툭…….

그렇게 계속해서 위쪽 면을 때리는 검우.

검 끝은 발광체의 윗면 중심부를 노리며, 계속해서 부딪쳤다.

그러더니.

반짝.

새하얀 소태양의 윗면에서, 미약하게 붉은빛이 드러났다.

‘저게 검우의 타깃인가?’

비록 새하얀 발광체 안에 다 같이 있지만.

검우로 인해 모습이 드러나니, 소태양과는 뭔가 다른 존재감을 내보이는 붉은빛.

성지한은 그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빛을 향해 손을 뻗자, 거기서 문자가 떠올랐다.

[이것은 태양왕의 물건.]

[그분만이 소유할 수 있다.]

‘이건…….’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문구인데?

성지한이 이를 보고 잠시 멈칫했을 때.

[탐하는 자, 삼족을 멸하리.]

마지막 문장이 떠오르며, 새하얗던 발광체 전체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리고 곧.

콰콰쾅!!

여기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맵 전체를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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