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3화>
뉴욕의 세계 배틀넷 연맹 본부.
그곳에서는, 각 나라의 연맹 고위 관계자가 모여서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의 회의 안건은, 스페이스 아레나의 진화 보너스입니다.”
“뇌속성 친화도 +1…… 효과는 어떻습니까?”
“마법사들의 전격 마법이 적게는 10퍼센트, 크게는 30퍼센트까지 위력이 증가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거기에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요 며칠간 기프트를 받은 플레이어 중에서 전기와 관련된 재능을 받은 이가 여럿 나타났습니다. 평소에는 극히 희소한 재능이었는데요.”
“흐음…….”
“+1인데도 효과가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군요.”
성지한이 받아, 인류 전체에게 적용된 뇌속성 친화도 보너스.
이를 얻어 낸 지는 며칠밖에 지나질 않았는데도, 효과는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었다.
건강이 증진했을 때와는 또 다른, 인류의 전체 전력이 상승한 상황.
“거기에 성지한 선수의 아레나 참여 이후, 플레이어들에게 스페이스 아레나 항목이 새로 열렸습니다.”
[인류에게 스페이스 아레나가 개방됩니다.]
[250레벨 이상부터, 아레나에 참전할 수 있습니다.]
성지한이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3연승을 달렸을 때.
25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에게, 시스템에서 스페이스 아레나 창이 새로 개방되었다.
“250레벨 이상이라…….”
“예전 튜토리얼 시절 때 최대 레벨이군요.”
“그러면 다른 선수들도 아레나에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250레벨 이상이면 다들 참가해서, 종족 보너스를 어떻게든 얻어 오면 좋을 텐데요.”
“하지만, 참가비가 워낙 비싸서…….”
“얼만데 그럽니까?”
“1000억 GP입니다.”
“뭐, 뭐요? 1000억 GP?”
회의 참석자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듣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1000억 GP라니.
최근 GP 환율이 1GP당 2달러인 걸 생각해 보면.
아레나 한 번 참가하는 데 써야 하는 돈은 2000억 달러였다.
“아니, 서, 성지한 선수는 그 비싼 돈을 주고 아레나를 참가한 겁니까?”
“VIP 카드 인증한 영상을 봤는데, VIP라서 참가비 무료더군요.”
“허허. 2000억 달러를 아낀 셈이네요.”
“이것 참…… 마구 참전하기는 힘들겠습니다.”
연맹 관계자들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여건만 되면, 선수들을 대거 투입해서 종족 보너스를 어떻게든 챙기고 싶었는데.
티켓 가격이 비싸도 너무 비쌌다.
“그래도, 한두 명의 선수 정도는 연맹에서 후원을 해서 참가시키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 2000억 달러를 어떻게 조달하시려구요?”
“아레나는 종족 보너스를 얻을 수 있는 루트입니다. 연맹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펀딩을 받아서, 참여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흠…… 펀딩이라…….”
“그건 괜찮군요.”
체력이 증진되었던 저번의 종족 보너스는, 인류 모두에게 큰 체감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걸 얻기 위해, 자금을 모은다고 하면.
인류의 부호들 중에서,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
펀딩을 여는 것 자체는, 연맹 회의에서 별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펀딩으로 인해 자금이 모이고 나면, 어떤 선수가 참여하는 게 맞겠습니까? 인류의 가장 강력한 카드야 성지한 선수지만, 성 선수께선 참가비 무료니까 필요 없을 테고요.”
“그건…….”
2000억 달러를 막상 모아, 아레나를 참가할 수 있게 되면 누구를 참전시켜야 하나를 두고.
회의 참석자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랭킹 2위인 올리버 선수가 참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먼저 선수를 어필한 건, 미국 측이었다.
“올리버는 마법사지 않습니까. 아레나 경기를 보니, 1:1 전투가 주로 펼쳐지던데, 마법사는 아무래도 좀…….”
“마법사가 1:1에 약하다는 건 편견입니다. 레벨 낮을 때나 그렇지, 탑급에서는 다들 대처 방법이 있어요!”
“거기에 성지한 선수의 상대들을 보십시오. 다들 한 크기 하던데, 대형 크기의 적에게는 마법이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럼 저희 제갈헌 선수는 어떻습니까? 올리버 선수가 비록 마법사에선 1위긴 하지만. 제갈헌 선수가 팔괘를 잘 뽑으면, 그보다도 더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어요.”
“그건 어디까지나 팔괘를 잘 뽑아야 해당되는 이야기죠.”
“아니, 둘보다 배런 선수 어떻습니까? 비록 레벨은 두 마법사보단 낮지만, 상태창 2개로 서포터 클래스까지 지니고 있어서 홀로 전투를 치르기에는 오히려 더 적합할 겁니다.”
“성지한 선수가 컨트롤이 참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했던데…….”
“그게 언제적 이야기입니까! 배런 선수, 많이 늘었습니다!”
올리버에 제갈헌, 거기에 배런까지.
현시대 탑 클래스의 마법사들이 거론되는 와중에.
한국의 연맹 관계자도 조용히 손을 들었습니다.
“윤세진 선수는 어떻습니까?”
“검왕…… 그도 자격이 있지요.”
“하지만 그가 거대 플레이어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1:1은 전사가 제격이죠. 저희는 검왕이 나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아니. 그럼 한국 선수들만 독주하는 격이 됩니다. 너무 한 나라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건 옳지 않아요!”
“아니, 혜택이라니요. 성지한 선수가 스스로 알아서 아레나에 참가해서, 인류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었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연맹에서 그에게 뭐 해 준 거라도 있습니까?
“아. 뭐, 그거야 그렇지만…….”
“저희는 검왕을 지지합니다.”
그렇게 누가 나갈 것이냐를 두고, 난리법석이 된 회의장.
하지만 그런 난상토론을 끝나게 만든 건.
“어. 엇……! 성지한 선수가…….”
“종족 보너스를, 또 얻었습니다!”
성지한이 획득한, 두 번째 보너스였다.
* * *
스페이스 아레나, 마스터 리그 경기.
성지한은 상대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아무리 상대가 대부분 성좌가 직접 키우는 부 플레이어라 한들.
성좌 자체를 이긴 성지한에겐, 상대가 되질 않았으니까.
‘그랜드마스터 리그는 가야, 쓸 만한 적이 나오겠네.’
그리고 그렇게 6번째 적에게도 승리한 성지한에게, 또다시 특별 보상이 주어지자.
[특별 보상, ‘종족 진화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근력 수치가 +1 상승합니다.]
외계 종족들은 이를 보면서 어처구니없어했다.
-이 플레이어, 뭐 이리 운이 좋아?
-아레나에서 결승까지 가도, 진화 보너스 한 개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저나 벌써 6연승인가? 이 선수, 강하긴 강하다.
-인류란 종족…… 최하급에서 금방 탈출하겠네.
-플레이어 하나가 종의 운명을 뒤바꾸는구나.
어느덧 외계의 동시 시청자 수 15,000명을 돌파한 성지한 채널.
그의 배당률은 초창기와는 달리, 실력이 검증되며 급격히 낮아져 베팅에서 큰 재미는 주지 못했지만.
-이자…… 대체 다루는 힘이 몇 개지?
-그림자검을 쓸 때는 공허도 보이는 것 같고…… 창에서는 드래곤을 압도하는 불의 기운이 보였다
-특히 불 쪽은, 너무 강하던데. 적색의 관리자와 관계 있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불과 뇌전의 힘을 좀 쓴다고, 적색의 관리자에 비비냐?
-마스터리그 수준에서 이렇게 강한 플레이어는 흔치 않아요…… 이 정도면 대성좌가 될 자질 아닙니까?
-적색의 관리자에 대성좌에, 막 가져다 대네 진짜 ㅡㅡ
외계 시청자들은 어느덧 성지한이 다루는 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최하급 종족에서, 돌연변이처럼 등장한 플레이어.
그의 측정할 수 없는 한계에,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본 것이다.
한편, 인류 시청자들은.
-와 근력 향상!
-보너스 또 얻어 왔네 ㅅㅅㅅ
-근데 근력 향상 체감됨? 맨날 의자에 앉아 있어서 모르겠네 ㅋㅋㅋ
-나 헬스장에서 이거 보고 있다 테스트했는데, 무게 드는 게 가뿐해졌는데? 바벨 20kg 더 올려 보려고
-오 이건 확실히 체감이 된다…… 애기 한 손으로 안을 수 있겠어 ㅋㅋㅋ
성지한이 얻어 온 보상, 근력 향상의 효과를 확실히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10에서 20퍼센트까지 상승했다고 체감되는 근력.
뇌속성 친화도와는 달리, 이 효능은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삼촌, 이번 거 진짜 체감되더라.”
다음 날 치러지는 스페이스 아레나 결승전.
스페이스 아레나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은 윤세아가 팔 근육을 부풀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근육 언제 그렇게 생겼냐?”
“삼촌. 나도 이제 탑급의 아처라고. 이 정도 근육은 있어야지.”
“그래?”
“응. 대기만성 기프트로 선발주자들 휙휙 따라잡고 있어. 이제 궁수 1등 하기까지 몇 명 안 남았다고~”
그렇게 몇 번 근육을 자랑하던 윤세아는, 성지한을 향해 눈을 반짝였다.
“근데 우리 이런 기세로 가면, 하급 종족 될 수 있는 거야?”
“이번엔 너희 운이 너무 좋았다. 원래 아레나 참가 시, 종족 진화 보너스는 1개만 얻어 가도 운 좋다고 하니까.”
“아…… 여왕님. 그래요? 그래도 삼촌이 있으니 언젠간 하급 종족 되지 않을까요?”
“하급이라…… 너희 인류가 계속 배틀넷에 참전한다면, 중급까지 노릴 수도 있겠지.”
성지한의 팔에서 빠져나왔던 그림자여왕은, 성지한을 힐끗 바라보았다.
“너희의 군림자가 될, 저 사내가 다 보너스를 벌어다 줄 테니까.”
“이것 참 너무 삼촌한테 의지하는데…… 내가 빨리 커서, 나도 진화 보너스 따올게!”
“아니, 그 전에 배틀넷에서 해방되어야지.”
“해방?”
“어.”
저번 생에서 인류를 결국 멸망으로 몰고 간 배틀넷.
성지한에게 이 배틀넷은, 언젠가 꼭 탈출해야 할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근데 이렇게 잘나가는데, 굳이 탈출할 필요가 있나?”
“……응?”
윤세아는, 그 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사실 그렇지 않아? 리그 내에서 삼촌의 상대는 없고. 인류도 종족 보너스 받으면서 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잖아?”
“너희 인류는 복 받은 거다. 성지한 같은 이레귤러는 정말 흔치 않지…… 최하급 종족은 대부분 도태되거늘, 하나의 별이 모두를 이끌고 가고 있어.”
“그래! 삼촌이 있는데. 배틀넷에서 나오는 거…… 아쉽지 않아?”
성지한은 이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야. 나 없을 때 리그 꼴찌한테 졌던 건 기억 안 나냐?”
“에이, 삼촌이 계속 있으면 되지!”
성지한이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낙관적으로 이야기하는 윤세아.
“그대여. 설마 배틀넷에서 나갈 생각이었는가? 그런 힘을 지니고도?”
그림자여왕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성지한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그대는 대성좌도 충분히 노릴 만한 재능을 지니고 있다. 그대가 그렇게 성장하는 동안, 인류라는 종도 격변의 진화기를 맞이하겠지. 지금의 허약한 몸뚱어리 대신, 배틀넷 세계에 살아남기 걸맞은 강력한 육신을 얻게 될 터…… 종이 하급에서 중급까지만 올라와도, 인류는 배틀넷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거다.”
“그럼 네 의견은, 인류가 여기 계속 있어야 한다?”
“네가 없었다면 모를까. 플레이어 성지한 같은 확실한 안전장치가 있는데…… 내가 인류의 지도부라면 그렇게 결정하겠다.”
성지한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계속 살아 있다면 말이지.’
지금이야 성좌 후보자라 안전할 뿐.
레벨이 오르고, 결국 성좌에 오르게 되면 그때는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아마 그 시기가 오면, 무혼을 두고 무신과 격돌할지도 모르는 노릇.
인류야 성지한만 믿고 낙관적이었지만.
막상 당사자 앞에 놓인 현실은, 죽음의 위기가 잠시 유예된 것에 가까웠다.
“이 이야긴 나중에 또 하자.”
“응. 알았어. 쉬어 삼촌~”
윤세아가 그렇게 손을 흔들고 방에 나갈 무렵.
띠링!
[오랜만에, 직접 메시지를 보내네요.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불쑥 떠올랐다.
무신의 네 번째 종, 피티아의 것이었다.
[이번 아레나 결승전에서, 제 권능을 사용해 주세요.]
“권능이라면, 빙천검우를…….”
[네. 거기서, 한 가지 물건을 찾아 주세요.]
성지한은 그 말에 눈을 깜빡였다.
결승전에서 뭔 물건을 찾아?
하지만.
[그걸 찾아야, 무신이 좀 더 오래 잠들 수 있답니다.]
뒤이은 피티아의 메시지를 보자, 성지한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것도 예언인가?”
[맞아요.]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군.
“알았다. 써 보지.”
성지한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