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31화>
[오오. 머리야! 머리가 먼저 연락하다니, 이게 웬일이니?]
성지한이 연락을 한 대상은, 죽은 별의 성좌 칼레인이었다.
후원받는 입장인 플레이어는 성좌에게 먼저 연락할 수 없었기에.
성지한은 자신을 구독한 칼레인의 채널을 역으로 따라가 보았다.
[고통 VS 환희. 대상에게 죽음의 기운을 더 뽑아내는 방법은?]
[종족별 효과적인 고문법 – 용족 편]
[최강의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 신족을 납치해 보았습니다.]
그로테스크한 영상이 가득한 죽은 별의 채널.
“윽…… 이거 배틀튜브가 아니었다면 죄다 모자이크 처리해야 할 거 같은데.”
“오너님. 저는 잠깐 자러 가도 될까요…….”
“네네. 쉬고 계세요.”
배틀넷 때문에 잔인한 장면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윤세아나 이하연도, 죽은 별의 성좌가 올린 영상은 끝까지 보질 못했다.
잔인할 뿐만 아니라, 소름 끼치도록 집요하게 실험을 하는 장면이.
인간으로서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그래도, 네크로맨서 계열이라면 혹할 만한 정보가 많아서 그런지.
‘구독자가 백만이 넘네.’
칼레인의 채널은, 적잖은 구독자 숫자를 자랑했다.
그렇게 성지한이 채널 구경을 하고 있자니, 칼레인이 추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너 그러고 보니, 배릍튜브 시작했던데…….]
“어. 그거 때문에 연락했어. 정식회원 게시판에 글 하나만 써 줄 수 있나? VIP 카드 인증 관련해서.”
[에이. 겨우 정식회원 게시판에 글 하나 쓰고 만족하게? 내 머리가 되어 준다면, 합방도 가능한데. 어때어때? 내가 띄워 줄게!]
“네 머리가 되면, 한 존재로 융합되는 거 아닌가? 그럼 내 채널이고 뭐고 사라질 텐데?”
[아냐! 안 그럴 수도 있어~ 네가 주체로 변해서 죽은 별의 성좌가 사라지고 강력한 성지한으로 뒤바뀔지 누가 알아! 하자하자!]
“됐다.”
[아. 알았어. 그럼 임시체험은 어때! 내 머리로, 딱 10일만 있어 보는 거야! 10일 후에는 확실하게 분리해 줄게!]
“됐다고.”
뭘 믿고 임시체험이야.
성지한의 단호한 거절에, 칼레인은 아쉬움을 드러넀다.
[쳇…… 너무하네. 너 레벨 몇이야?]
“370.”
[아니, 내 부캐는 300도 안 됐는데…… 뭐 그리 빨리 올라? 이러다 금방 성좌 되겠네.]
“네가 부캐에 진심이 아닌가 보지.”
[무슨 소리. 대부분의 게임에서 1등을 도맡아 한다고! 300 이후 지옥의 레벨 업 구간을 초고속으로 돌파하네…… 야. 너 성좌 되면, 나랑 합체 못 해!]
“그래? 그거 반가운 소식이군.”
[으…… 머리가 성좌 돼서 머리 될 가능성이 사라지면, 도와주는 의미가 없는데 말이야.]
그건 그렇지.
죽은 별의 성좌가 성지한에게 호의를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그가 ‘머리’가 될 최적화된 대상이었기 때문.
성지한이 머리를 거절하고 성좌로 한 단계 더 올라선다면, 칼레인으로서는 성지한을 지원할 이유가 없게 된다.
[아무래도 글 쓰는 대가를 받아야겠어. 너, 성좌 연구소에서 얻은 유리병…… 하나만 내게 넘겨줘. 재생제 말고 딴 거!]
“그건 어떻게 알았냐?”
[흐흐. 우리 머리가 뭐 하는지, 성좌로서 다 지켜보고 있지!]
스토커냐?
성지한은 후원 성좌 끊어 버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인벤토리에서 저번에 얻었던 유리병들을 꺼냈다.
‘재생제를 제외한 다른 것들은, 아직 정확히 뭘 하는지 밝혀내질 못했지.’
생명의 기운과, 여러 기운이 뒤섞여 있는 유리병 속 내용물.
성지한은 이들 중 몇 개는 직접 먹어 보기도 하고, 몇 개는 내부의 기운을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유리병 안 내용물을 먹었을 때, 그의 내부에 위치한 영원의 힘이 살짝 늘어난 것만 감지했을 뿐.
유의미한 결과는 얻어 내질 못했다.
‘이 중에 생명의 기운이 가장 약한 걸 하나 줘야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회수한 유리병 중에서, 가장 품질이 낮은 물건을 골랐다.
“어떻게 전송하냐?”
[오. 진짜 주는 거야? 잠깐만……!]
그렇게 칼레인에게서 메시지가 끊겼나 싶더니.
성지한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후원 성좌 ‘죽은 별의 성좌’가 공물을 요구합니다.]
[아이템을 올려 주십시오.]
메시지가 끝나고, 눈앞에서 일렁이는 검은색의 운무.
성지한은 게다가 유리병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사라지며, 칼레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오……! 야. 이거 쓸 만한데? 이야. 너, 좋은 거 줬구나!]
“그래? 뭐가 쓸 만한지 몰라서, 그냥 하나 넘긴 건데. 근데 그거 뭐에 쓰는 거야?”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한 성지한은, 이렇게 된 거 유리병의 쓸모에 대해 물어보았다.
[흐흐…… 아마도 이거, 정제된 세계수의 기운일 거야. 생명력의 최대 한도를 늘려 주는 역할을 하겠지.]
“생명력을 늘려 준다라. 세계수의 열매도 비슷한 작용을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일반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효능이고. 이건 성좌급에게도 적용할 만큼, 기운이 잘 정제된 거지.]
“순도가 더 높다?”
[응. 나도 다른 유리병을 보진 않아서, 모두가 그런 목적인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정제된 세계수의 기운이라.
그래서 이걸 먹고 영원의 힘이 늘어난 건가.
‘나중에 한번 날 잡고 싹 다 복용해야겠군.’
어쩌면 2에 머물러 있는 스탯 영원을 1 올릴 수도 있겠어.
성지한이 그렇게 유리병을 써먹을 용도를 정했을 때.
[게시판에 글 하나로 퉁 치기에는 네가 준 게 너무 상등품이네. 내가 관련 영상도 하나 올려줄게!]
“호오. 그래? 고맙군.”
유리병 속 내용물에 매우 만족한 칼레인이, 영상까지 하나 올려 주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 빨리 아레나에 참여부터 해. 그거와 연관해서 영상 올릴 거니까.]
“알았다.”
어차피 구독자 숫자가 어떻게 되던, 레벨 업을 위해서라도 아레나는 참여할 생각이었으니까.
성지한은 그 자리에서, 바로 스페이스 아레나에 참가 신청을 했다.
[스페이스 아레나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스페이스 아레나의 루키입니다. 루키 혜택을 얻습니다.]
[VIP 회원입니다. 아레나 참가비가 면제됩니다.]
루키 특전으로 30퍼센트 할인해서, 700억 GP에 달했던 아레나 참가비.
하나 VIP 회원은 이를 모두 면제받는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마스터 리그 소속입니다.]
[아레나 ‘마스터 – 1’에어리어에 소속됩니다.]
[마스터 리그의 플레이어와 매칭됩니다…….]
[경기가 매칭되었습니다.]
[24시간 후 아레나로 소환됩니다.]
‘순식간이네.’
아레나 참가 신청을 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게임 매칭.
성지한은 칼레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했어. 24시간 후네.”
[오. 그래? 어디 매칭되었어?]
“마스터 – 1.”
[마스터 1? 거기 부캐들 천진데…… 2에 소속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칼레인은 그리 말하면서도.
[좋아. 그럼 10조 GP 몰빵 영상 간다.]
성지한과의 약속을, 바로 이행했다.
* * *
스페이스 아레나.
배틀넷에서 가장 GP가 많이 움직이는 장소 중 하나인 이곳은.
베팅에 실패하여 빈털터리가 된 이들이, 대박 건수를 찾아 망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어디 대박 건수 없나요?
-행성 담보로 잡아서 GP 마지막으로 모아 왔습니다…… 어디 걸까요? 제발 저 좀 살려 주세요…… 이번에 실패하면 1억 동족 다 죽어요!
└ 너 땜에 죽는 거잖아 ㅋㅋㅋㅋㅋ
└ 이런 놈도 군림 성좌라고 진짜 ㅡㅡ;
아레나가 열릴 때만 되면, 정식회원 게시판에서 종종 보이는 베팅 관련 글.
이런 이들에게 요즘 화제가 된 건, 죽은 별의 성좌가 올린 글이었다.
VIP 회원권을 지닌, 최하급 종족 선수.
그의 놀라운 재능을 보면 연승이 예상된다면서, 베팅을 추천한다는 내용과 함께.
성지한에게 10조를 베팅하는 영상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정식 회원들.
[데스스타님이 플레이어 추천한 글 보셨나요?]
최하급 종족을 추천하셨던데, 영상에서도 10조 GP 다 거셨더라구요.
이 플레이어, VIP 회원권도 가지고 있고 나름 한 가닥 하는 거 같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최하급이라 좀…….
회원님들은 베팅할 만 해 보이시나요, 이 선수?
└데스스타님이 투자했다길래, 구독해서 잠깐 둘러봤는데 그냥 최하급에서 잘나가는 수준…….
└최하급에 베팅하면 100퍼센트 돈 날림. 애초에 체급 차이는 극복하기가 힘들어요. 데스스타 그렇게 안 봤는데, 이번에 실망했습니다.
└난 솔직히 이 선수 괜찮았음. 재능은 있어 보임. 근데 배정된 데가 마스터 –1이라 에러…… 여기 고위 성좌들 부캐 쫙 깔린 곳입니다. 베팅 난이도 최강이에요.
└맞아. 수틀리면 갑자기 본캐 성좌 권능 가지고 오잖아.
└재미로 10만 GP만 투자해 보려고. 생각해 보니 최하급에 베팅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ㅋㅋㅋ
최하급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VIP 회원권이 있음에도 대체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나마 고평가하는 쪽도, 그가 아레나의 마스터 – 1 에 배정된 이상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거란 예측이 우세했다.
“최하급 종족 서러워서 살겠나.”
게시판의 반응을 둘러본 성지한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그림자여왕이 이에 화답했다.
“뭐, 사실 최하급이 살아남는 경우가 없긴 하지. 스페이스 리그에선.”
“정말 하나도 없냐?”
“음…… 그럴 거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아 있을수록, 종족이 진화하게 되니까. 생존자들은 최하급에 머무르고 싶어도, 종족 진화 효과를 받아서 하급 중급으로 올라서지.”
“아하.”
“아레나의 특별 보상으로 진화 보너스가 종종 주어지니, 한번 노려 보는 게 좋을 거야. 성좌의 부캐들도 다 그거 노리고 참전하는 거거든.”
성지한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아레나에 그런 보너스까지 있었어?
‘어디 한번, 하급으로 올라가 봐야겠군.’
인류 종족이 성장하다 보면, 성지한 자신에게도 결국 +가 될 테니까.
성지한은 이왕 참가하는 김에, 아레나의 특별 보상까지 타 먹기로 마음먹었다.
“오너님. 외계 구독자 숫자가 3천 명 돌파했어요! 그리고, 세계수 엘프와 전투했던 영상 위주로 외계 쪽 조회수가 급등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기가 강적이라 그런가…… 이쪽 위주로 계속 편집 영상 올릴게요!”
성지한의 영상 대부분은 훑어보거나, 아예 재생도 하지 않는 외계 종족이었지만.
세계수 엘프와의 전투한 영상은, 꽤 조회수가 올라가 있었다.
-최하급 출신치고는 마냥 약하진 않네?
-고엘프도 제압했어? 조금만 베팅해 볼까?
그리고 몇 개 달리기 시작하는 외계 종족의 리플.
“네. 최근 영상 위주로, 부탁 좀 드리죠.”
성지한은 영상 정리를 이하연에게 맡기고는.
[아레나로 소환됩니다.]
아레나로 강제 소환되었다.
[외계 종족에게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겠습니까?]
배틀튜브를 틀자, 새로이 뜨는 메시지.
성지한이 예를 누르자, 채팅창이 두 개로 나뉘었다.
-오, 아레나라니…… 이건 일반 게임이랑은 다른가 보네.
-이번에는 10분 컷 안 당하겠죠?
-모르지 1:1이면 오히려 금방 더 순삭당하는 거 아니에요?
성지한의 압승을 당연시하며, 너무 게임이 빨리 끝날까 불안해하는 지구인들과.
-1억 동족 생명이 당신에게 걸려 있습니다. 1승, 1승만 하세요! 이기면 제가 특별히 후원도 쏘겠습니다!
-1억 빌런 결국 최하급에 베팅했넼ㅋㅋㅋ
-최하급 종족에게 몰빵하는 군림 성좌라니…… 당신의 별에 사는 종족이 불쌍하군요.
-오히려 저 도박중독자가 별 빼앗기면, 좋은 주인 만나겠죠 ㅎ
-실시간 영상으로 보니 인류란 종족, 더 볼품없네. 1경기도 못 이기겠어.
성지한의 실시간 영상을 시청하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외계 종족들.
‘오. 그래도 외계 종족 시청자 수가 꽤 되네.’
구독자는 비록 3천 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VIP 회원권을 지닌 성지한에게 베팅한 숫자가 적잖은지, 동시 시청자 숫자는 쭉쭉 모이더니 어느새 5천 명에 이르고 있었다.
‘흠…… 근데 5천이 넘어도 스타 버프는 안 생기네.’
종합시청자 수치가 기준치를 돌파해야 활성화된다는 스타 버프.
하나 외계 종족을 꽤 끌어들였음에도, 스타 버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를 매칭합니다…….]
[‘삼두육비의 왕자’가 매칭됩니다.]
스으으으.
아레나 경기장의 건너편에 등장한 거대한 형체.
머리 셋, 손 여섯 개의 거인은 온몸을 감싼 갑주를 착용한 채, 성지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삼두육비 왕자 아직도 여기 있어?
-지긋지긋하다 성좌 부캐 ㅋㅋㅋㅋ
-아아아아아아악 왜 저놈이 아아아아아아 내 행성 ㅠㅠㅠㅠㅠ
그가 나타나자 외계 채팅창의 반응은, 이미 졌다고 확정 짓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머리 셋의 거인은.
“최하급…….”
성지한을 바라보더니, 갑옷과 무기를 스스로 해제했다.
“너 같은 놈에겐 장비를 착용하기도 아깝구나.”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된 머리 셋 거인.
그는 성지한에게 천천히 다가가, 여섯 개의 손을 크게 펼쳤다.
파리 잡듯, 찍어 버리려는 가벼운 손길.
그래도 그 안에 담긴 힘은 확실히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갑옷 안 입길 잘했네.”
스으윽.
이클립스가 성지한의 손에서 피어오르자.
“안 입어서 졌다고, 변명할 거리가 생겼잖아.”
촤아아악!
거인의 머리 셋이, 그대로 허공을 날았다.
그리고 떠오르는, 짤막한 메시지.
[승자, 성지한.]
1경기는, 순식간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