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28화>
“후원이라. 성좌로서, 나에게 후원을 하겠다는 건가?”
“성좌 후원은 아닙니다. 대신.”
스으윽.
아레나의 주인은 허공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반짝!
그가 손을 펴자, 무지개빛이 일렁이는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
[저, 저건…… VIP 회원권?]
성지한의 팔에 있던 그림자여왕이, 이를 보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VIP 회원권이라고?’
[그래…… 스페이스 리그 우수 회원권의 상위호환 아이템이지. 나도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구경만 했을 뿐,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우수 회원권의 상위호환이라.
성지한은 자신이 지닌 우수 회원권의 효과를 떠올려 보았다.
기본적으로, 회원권 소지 기한 동안 경험치 및 GP 획득량 100퍼센트 증가 효과에.
자신의 정보를 숨겼던 ‘하이드 아웃’ 기능과, 상대 팀 밴 리스트에서 30퍼센트 확률로 제외되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지.
‘근데 30퍼센트 밴 제외는 그다지 체감한 적이 없었으니, 실질적으론 두 기능만 써먹은 거군.’
이 기능 중 하이드아웃은 정체를 숨기는 데 쏠쏠하게 쓰긴 했다.
하나 그것도 지구의 랭킹 1위가 된 이후에는, 활용도가 예전만은 못했는데.
쓸모가 많이 줄어든 회원권이 업그레이드되어 봤자, 얼마나 효과가 있겠나.
성지한은 심드렁한 어조로 그림자여왕에게 말했다.
‘그래 봤자 회원권인데 너무 놀라는 거 아니냐?’
[하. 그래 봤자라니! 저건 고위 성좌들도 얻기 힘든 물건이다. 다들 구하고 싶어서 안달이지만, 어떻게 입수하는지조차 모르지. 한데 아레나의 주인이 이걸 꺼내다니…….]
‘그래? 우수 회원권은 요즘 쓸모도 팍 줄었는데 말이지.’
[VIP 회원권은 우수랑 비교할 게 아니다.]
그림자여왕이 그렇게 확언할 때.
아레나의 주인은 카드를 손으로 꾹 쥐었다.
그러자.
슈우우우…….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카드에서, 공허의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보라색의 연기가 카드의 주변에 감돌았다.
“‘공허의 인증’이 찍힌 VIP 회원권을 드리겠습니다.”
“공허의 인증?”
“받아보시죠.”
성지한이 카드를 받자, 아이템 설명이 떠올랐다.
[스페이스 리그 VIP 회원권 (공허 인증)]
-등급 : EX
-‘아레나의 주인’이 보증한 VIP 회원권입니다.
-회원권을 지닐 시, 경험치 및 GP 획득량이 500퍼센트 증가합니다.
-‘스포트라이트’와 ‘하이드아웃’ 기능이 플레이어에게 강화되어 적용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VIP 회원권을 소지하고 있을 시, 50퍼센트 확률로 상대 팀의 밴 리스트에서 제외됩니다.
[스포트라이트]
-플레이어가 우수 회원임을 배틀넷 전역에 알립니다. 많은 성좌의 관심을 얻을 수 있으며, 우주 전역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VIP 회원 자격으로 인해 효과가 강화됩니다.
-외계 종족의 0번 채널에서 무작위로 플레이어에 대한 광고가 나갑니다. 배틀튜브에서 외계 종족 구독자 수가 늘어날수록, 우주적 유명세를 얻어 성좌 명성치가 올라갑니다.
-배틀튜브를 켠 상태에서, 종합시청자 수치가 일정 기준을 돌파할 시 ‘스타’ 버프가 생깁니다. 스타 버프는 종합시청자 수치가 올라갈수록 효과가 강화됩니다.
‘……종합시청자 수치에 따라 능력이 강화된다고?’
우수 회원권일 때는, 패스했던 스포트라이트.
하나 VIP 회원권의 스포트라이트 기능은 우수 회원권과 비교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전 우주에 얼굴이 팔려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유명세에 따른 성좌 명성치 획득과, 시청자 수치에 따른 ‘스타’ 버프는 확실히 VIP 회원만이 지닌 효과였다.
자세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림자여왕이 VIP 회원권을 보고 왜 그렇게 놀랐는지 알만했다.
‘그럼 다음 기능은…….’
스포트라이트도 이 정도인데, 하이드아웃은 어떨까.
성지한은 아랫줄에 나온 하이드아웃의 기능을 봐 보았다.
[하이드아웃]
-우수 회원의 자격으로, 자신의 정보를 숨깁니다. 성좌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상대하는 팀에서 회원의 정보를 입수하기 힘들어집니다. 배틀넷에서 명성을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VIP 회원 자격으로 인해 효과가 강화됩니다.
-종족 내 랭킹에서 제외되며, 100퍼센트 확률로 밴을 피할 수 있습니다. VIP 회원권을 지니는 동안에는, 배틀넷 커뮤니티에서 플레이어가 거론될 시 자동으로 관련 내용이 삭제됩니다. 관리자만이 당신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에 비해선 좀 밀리는군.’
하이드아웃이 아무래도 자신을 숨기는 효과라 그런지.
VIP 효과로 강화되었음에도, 하이드아웃 기능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밴에서 무조건 제외되는 기능은 압도적인 효능을 보이고 있었지만.
성지한의 힘을 강화하는 효과는 딱히 없었다.
‘하이드아웃을 고르면, 인류의 랭킹 1위는 확정이다만…….’
현재 성지한은 세계수 엘프의 출전 선수들도 압살했으니.
밴에서 자유롭게 된다면, 남은 게임을 모두 승리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성지한의 적은 스페이스 리그의 종족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롱기누스가 죽었으니, 투성에서 또 어떤 성좌가 쳐들어올지 모른다. 거기에 어비스의 주인에게서 누나를 해방시키기 위해선, 힘을 무조건 키워야 해.’
둘 중에 고른다면, 이번엔 스포트라이트야.
성지한은 그렇게 마음먹은 후, 아이템 설명창 맨 아래에 보랏빛으로 추가된 글자를 바라보았다.
[공허 인증]
-아레나의 주인에게서 공허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공허 수용 한도가 대폭 증가하며, 공허의 의지에게 귀속되는 것을 1번 거부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아레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증 효과는 6개월간 지속되며, VIP 회원 효과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대성좌의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아레나의 주인은 대성좌가 맞았군.
맨 마지막 줄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은, 그에게 물어보았다.
“6개월 인증 효과는, VIP 회원 효과 전체에 적용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재인증을 받지 못하면, VIP 회원권이 사라지죠.”
“그렇군…….”
“이번 VIP 카드는 그냥 후원해 드리지만. 재인증 때에는 소정의 대가를 받겠습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펴, 자신의 얼굴 반쪽을 두드리는 아레나의 주인.
성지한은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파악했다.
“공허처리장을 달라고?”
“예. VIP 회원권의 연장과 공허 처리장…… 충분히 뒤바꿀 만하지요. 그다음 연장 때는, 코드 매개체를 받구요.”
이번에 회수하지 못한 물건을, VIP 회원권을 통해서 가져갈 생각인가.
성지한은 씩 웃으며, VIP 회원권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보지.”
“현명한 선택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탁!
아레나의 주인은 손가락을 튕겨, 어비스로 연결되어 있던 포탈을 닫았다.
그리고, 서서히 투명해지는 그의 육신.
“오랜 시간 폐를 끼쳤군요. 이만 가 보도록 하지요.”
“이런 폐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 가기 전에 한 가지 충고하겠습니다. 어비스의 주인에게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도전하십시오. 공허의 마녀를 속박한 어비스의 주인은, 상급 성좌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상급이라…….”
“VIP 회원권을 충분히 활용해 보시길.”
그 말을 끝으로, 아레나의 주인은 수련장을 떠났다.
‘이번에 얻은 게 상당하군.’
롱기누스를 쓰러뜨리면서 얻은 혈족의 창과, 다시 기억난 세 번째 멸신결 회광반조.
거기에 아레나의 주인이 준 VIP 회원권까지.
성좌를 쓰러뜨린 보상은 매우 달콤했다.
다만.
‘어비스의 주인…… 누나에게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거기에 나를 상대로 지목한 것도 석연치 않아.’
아레나의 주인이 제안한 승진도 거부하고, 누나 성지아를 굳이 구속한 어비스의 존재.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영 이해가 가질 않았다.
“상급 성좌면 어느 정도 강할까?”
[내가 군림 Lv.7로, 상급의 턱걸이였다.]
“성좌 레벨 7부터가 상급인 거군.”
[그래. 다만, 나는 아레나의 주인 앞에서 999번 찢기고도 반항할 정돈 아니야. 그는 나보다 더 강하거나, 특수한 수단이 있겠지.]
그 정도면 이번에 상대했던 롱기누스에 비해, 훨씬 강하겠는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어비스의 주인이 그렇게 세냐?”
[성좌들이 어비스를 맡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상급이 오는 경우는 없다. 이번 상대가 특이할 뿐이지.]
“흠…….”
[아레나의 주인 말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도 쉽지 않을 거다.]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롱기누스도 사실 엔키두가 결정적으로 작용해서 제압한 거니.
상급 성좌는, 지금의 힘으론 더 상대하기 힘들겠지.
힘을 더 길러서, 그에게 도전해야 했다.
그러려면.
“이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겠군.”
성지한은 VIP 회원권의 기능을 스포트라이트로 선택했다.
[스포트라이트가 활성화됩니다.]
[하이드아웃이 비활성화됩니다.]
그리고.
“…….”
설정을 바꾼 것이 무색하게도, 성지한에게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 * *
회원권을 얻은 지, 며칠 후.
성지한은 배틀튜브 채널을 열어 보았다.
이제는 외계 종족의 구독자 수치가 따로 나오는 배틀튜브 채널.
성지한의 외계 구독자 숫자는 100명 안팎이었다.
“0번 채널에 광고 나가는 거 맞아? 구독자 숫자, 별로 안 느네.”
[네 동족들 구독자 숫자는 엄청나다만.]
“동족은 ‘종합시청자’ 수치에서 큰 평가를 못 받아.”
[아쉽군. 쉐도우 엘프가 살아 있었으면 내가 강제로 네 채널을 구독하라고 시켰을 텐데.]
“너라도 해라.”
[음…….]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성지한 채널에서 외계 종족의 구독자 수치가 한 명 더 추가되었다.
‘이 녀석,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군.’
신세 지는 주제에 센스가 없네.
성지한이 물끄러미 팔 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림자여왕이 자신을 변명하듯 말했다.
[네 배틀튜브엔 컨텐츠가 너무 없다. 그래서 운영할 생각이 없는 줄 알았어.]
“컨텐츠라…… 영상 많은데?”
[최하급 종족이 그들 사이에서 힘자랑하는 영상이 뭐가 매력적이겠나. 너희들로 따지면…… 그래. 개미들 싸움에서 한 개미가 홀로 여럿을 학살하는 영상만 있는 셈이지.]
“재밌어 보이는데 그거.”
[미안하지만 그런 건, 전 우주에 깔렸다.]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래서야 스포트라이트를 활성화한 의미가 없잖아.
거기에.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후원을 하고 싶다고 제안합니다.]
성지한이 하이드아웃을 풀자마자, 그의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세계수 연합의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그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성좌 후보자 자격을 풀면 큰 대가를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플레이어 성지한에게 이그드라실의 일족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제안합니다.]
[‘우주수 이그드라실’이…….]
메시지가 도배되는 게, 흡사 스팸 메일을 방불케 해서.
“아, 이놈 진짜 지긋지긋하네.”
[플레이어 성지한이 우주수 이그드라실을 차단합니다.]
성지한은 메시지를 도배한 상대에게만 쓸 수 있는 차단 기능을 활용하여, 우주수 이그드라실을 차단했다.
[왜. 누군데?]
“이그드라실.”
[……너도 참 대단하다. 이그드라실을 차단할 생각을 하는구나.]
“왜 이런 놈만 관심을 보이나 몰라.”
[세계수 엘프한테 네 채널 구독하라 그래.]
“후원 받아 주면 해 주겠대.”
[…….]
성지한에 대한 집착이 상당한 이그드라실.
어떻게든 후원 넣으려고 하는 게,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때.
“오너님~ 성좌 없는 플레이어들 자료 가지고 왔어요. 어…… 오너님 채널 보고 계세요?”
길드 마스터 이하연이 그에게 서류를 들고 오다, 눈을 깜빡였다.
“네. 구독자가 영 안 늘어서요.”
“……네? 구독자가 안 늘다뇨. 10억 넘은 지 한참 되지 않았나요?”
“인류 말구요. 외계 종족 구독자요.”
“아하.”
이하연은 그 말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104명이네요…… 이 정도도 인류 1등이시긴 한데.”
“그 정도론 영 성에 안 차죠. 더 모아야 하는데, 영 방법이 없네요.”
“음…… 외계인 상대로 구독자 모집이라. 다른 외계인들은 어떻게 외계인을 모으죠? 참고 좀 하면 좋을 텐데.”
이하연은 그리 말하면서, 자신의 배틀튜브를 켰다.
“제 배틀튜브에 외계인 영상은 뜨질 않아서요.”
“그래요? 제 거엔 뜨던데.”
“아…… 오너님 거엔 나와요? 그럼 한번 참고해 볼까요?”
성지한은 이하연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고 배틀튜브 메인화면으로 갔다.
거기엔, 외계 종족이 띄운 화제의 영상들이 즐비해 있었다.
“아하…….”
휙. 휙.
“아, 전 터치가 안 되네요. 오너님. 다음 거 넘겨 주실래요?”
“그러죠.”
이하연은 영상을 휙휙 넘기면서, 매의 눈으로 인기 영상의 주제를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아하…… 이거. 외계인들도 비슷하네.”
이하연이 씩 웃으며, 대안을 제시했다.
“오너님. 저,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