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24화 (324/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24화>

서울 강남의 한복판.

평소 북적여야 할 거리는, 한산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쾅! 쾅!

하늘 위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강렬한 빛이 수도 없이 번쩍였으니까.

“사람들은 다 대피했나?”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빠져나왔습니다만, 건물 안에는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인원이 적잖이 있습니다. 한데…….”

경찰은 하늘 위를 바라보며, 긴장 어린 얼굴로 말문을 이어 갔다.

“정말 저기서, 성지한 님과 성좌가 다투고 있는 겁니까?”

“음…… 검왕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 지금도 한참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계시지 않는가.”

“그저 배틀넷 일인 줄만 알았는데 현실에서도 진짜 저러는군요…….”

“새삼스럽게 무슨 소린가. 던전 포탈도 생기는 세상인데.”

성지한이 집에서 빠져나온 후, 하늘에서 발생한 커다란 폭발.

윤세진과 윤세아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의 협조를 구한 상태였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직접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는 두 부녀.

“오, 오……! 어검비행! 이걸 내가 타다니!”

“검 꼭 붙잡고, 셀카 찍지 마세요. 떨어집니다.”

“네, 네!”

경찰은 높은 빌딩에서 검을 타고 내려오는 일반 시민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검왕 윤세진의 어검비행.

배틀넷 경기에서만 보던 것을, 여기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저건 저도 타보고 싶네요.”

“실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시민들 대피나 마무리하게. 하늘 위에서 언제 뭐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어. 근데…….”

상급자의 명을 받들던 경찰은, 떨리는 눈으로 하늘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 저기! 거대한 물체가 떨어집니다!”

“뭐, 뭣?”

슈우우우!

거대한 크기의 붉은 바위.

그것은 빠른 속도로, 시가지 한복판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저 거대한 물체가 지면과 충돌한다면, 피해가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그때.

“잠시. 이분들 좀 맡아 주십시오.”

스윽.

검 위에 탄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께, 검왕이 바닥에 내려섰다.

“제가 막아 보겠습니다.”

“예…… 옙!”

스으으으…….

수십 자루의 검이 두 개로 뭉치며, 원래의 쌍검 간장 막야로 돌아오고.

윤세진은 이를 든 채 하늘 위로 날아갔다.

“와…… 살면서 검도 다 타 보네.”

“피난 못 간 게 오히려 행운이었네요.”

“오, 영상 잘 찍혔다!”

“지금 이렇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닙니다. 어서 대피하세요!”

그렇게 검에서 내린 사람들을 경찰들이 빠르게 피난시키고 있을 때.

‘몸이 갑자기 왜 이렇지? 갑자기 강해졌어.’

휙!

윤세진은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붉은 바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처남을 후원 성좌로 받아서 그런가? 하지만, 조금 전만 해도 별 차이를 못 느꼈는데…….’

검왕의 성좌가 된 성지한.

하나 그의 성좌로서의 권능은 제한적이었기에, 검왕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효과는 미비했다.

그래서 윤세진도 성지한에게 후원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다시는 매혹에 빠지지 말자는 의미에서 성좌로 받아들인 것인데.

‘서포터에게 버프를 받은 것, 그 이상으로 강해졌군. 여기서 버프까지 추가된다면……!’

윤세진은 눈을 반짝였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압도했던 세계수 엘프의 전사들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엘프와의 전투를 복기하던 그의 눈에, 붉은 운석이 보였다.

“일단은 저것부터 처리하고……!”

윤세진의 쌍검에서 강렬한 검기가 치솟고.

그것은 강맹하게 뻗어 나가, 붉은 운석을 직격했다.

하나.

캉!

‘단단하군……!’

힘이 이렇게 강해졌는데도, 운석은 낙하 속도가 조금 줄었을 뿐.

겉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윤세진이 이를 악물며 다시 검을 뻗어 나가려 할 때.

“매형?”

번쩍!

붉은 뇌전이 운석을 지나치더니, 거기서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   *   *

“처남! 전투는 어떻게 되었나…….”

“제가 이기긴 했습니다만. 그 성좌가 갑자기 저 돌멩이를 토해 내더군요.”

“그래?”

“한데 매형, 강해지셨네요?”

성지한은 쌍검의 검기를 힐끗 보며 말했다.

윤세진의 검기.

저번에 보았을 때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처남이 나가고 갑자기 몸에 기운이 차더니, 강해진 게 느껴지더군. 지금도 지닌 힘을 모두 못 뽑아 내는 느낌이야.”

“아하. 제가 성좌의 힘을 증폭시켜서 그런 것 같군요.”

“오오…… 성좌의 힘을 증폭시키다니! 그런 것도 가능하단 말인가?”

“예. 하지만, 지속시간이 오래가진 않아서요. 제가 정식 성좌가 되기 전까지는 이런 효과, 단기적으로 나올 겁니다.”

“뭐, 처남이라면 금방 성좌가 되겠지. 첫 번째 후원 플레이어가 돼서 영광이군.”

캉!

그러면서 검을 다시 휘두르는 윤세진.

하나, 운석은 여전히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저도 막겠습니다.”

지지지직……!

옆에서 성지한이 봉황기를 들자, 반짝이는 붉은 전류.

적뢰를 품은 창은, 곧바로 운석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자.

푹!

윤세진의 때와는 달리, 창은 운석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그리고.

지지지직……!

전류에 휩싸이더니, 낙하가 멈추는 붉은 운석.

“역시 처남이군. 막아 냈구나!”

윤세진은 하늘에서 멈춰 선 운석을 보고는 안도했지만.

스으으으…….

그 안에서, 핏빛 연기가 흘러나오자 당황했다.

“이건……!”

“롱기누스의 혈기군요.”

시스템상으로는 확실히 죽었건만, 마지막까지 발악이 심하군.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혈기가 퍼져 나가는 걸 막으려 했다.

하지만.

[처형장 손상]

[현재 자리에서 설치]

혈기 속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며, 글자가 생성되자.

화아아악!

혈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다.

십자의 형태로 뻗어 나가려 하는 혈기.

그리고.

“으. 음…… 이거, 심상치 않군.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기세 좋게 쌍검의 검기를 피워 올렸던 윤세진이, 몸을 휘청였다.

그러면서, 그의 이마에서 줄줄 흐르는 땀.

처음엔 투명하던 땀은, 금방 핏물이 되어 십자를 그리는 붉은 연기 쪽으로 날아갔다.

“매형, 뒤로 물러나십시오.”

“……도움을 못 줄망정, 짐이 되어선 안 되겠지. 알겠네.”

그 말에, 급히 아래로 물러서는 윤세진.

하나 그가 물러난 쪽에서도 피는 계속 하늘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성지한은 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강화된 매형한테조차 피를 뽑아 내다니.’

성지한을 제외하면, 현재 인류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세진.

하나 그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운석에서 나온 혈기는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저대로 놔두다가는, 지상의 인간에게 금방이라도 피를 뽑아낼지도 모르는 상황.

‘어쩔 수 없군.’

성지한은 반가면을 다시 꺼내 들고, 공허를 증폭시켰다.

그러자, 거대하게 회오리치는 그림자검.

혼원신공混元神功

암영신결暗影神訣

암혼와류暗魂渦流

휘이이이!

하늘을 가득 메우는, 거대한 회오리.

빛마저 빨려 들어간 하늘은, 더 이상 대지를 비추지 못하고.

강남의 시가지 한쪽만 밤이 된 듯, 어두컴컴하게 변해 갔다.

“뭐, 뭐야……! 하늘이 왜…….”

“저거, 성지한이 쓰던 회오리 아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배틀넷에서만 보던 성지한의 무공이 극성으로 펼쳐지자.

사람들 중 일부는 이 와중에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으며.

“아니, 이 사람들이! 그거 볼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얼른 대피하세요!”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그런 사람들을 빨리 피신시켰다.

암혼와류가 혈기를 모두 빨아들인 덕에, 윤세진처럼 피가 저절로 흐르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도 수월하게 대피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것도 소멸 코드로 없애야겠군.’

성지한은 소멸코드를 작성하기 위해, 직접 운석으로 향했다.

암혼와류에 혈기가 나오는 족족 빨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붉은 연기를 토해 내는 바위.

저걸 내버려 두었다가는, 언제 또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십자를 그리려 할지 몰랐다.

‘처형장이 뭔지 궁금하긴 하지만, 시가지 위에 저 위험한 걸 띄울 순 없지.’

그렇게 붉은 바위에 접근한 성지한은, 재빨리 그 위에 소멸 코드를 그렸다.

성지한이 다가오자 더욱 거세게 혈기를 토해 내던 운석이었지만.

롱기누스처럼 신살의 창을 쓰는 것도 아니었으니.

[멸]

치이이익!

성지한은 그 위에다가, 수월하게 코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러자.

슈우우우…….

글자가 쓰인 중앙부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바위.

완전히 접근해서, 대상에게 글자를 써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소멸 코드는 절대적인 파괴력을 자랑했다.

하나 그런 최강의 무기를 사용한 성지한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은…… 1번 정도나 가능할까? 힘의 소모가 어마어마하군.’

힘을 증폭시키기 전에는 한 번도 겨우 작성했던 소멸 코드.

지금은 두 단계 증폭되었음에도, 코드 작성은 3번이 한계였다.

운석은 소멸했지만, 또 저런 게 튀어나온다면.

이제 막을 수단이 마땅치가 않았다.

한편.

[끝났나? 혈기가 더 나오지 않는군.]

“그래. 다시 와라.”

거대한 암혼와류를 운용하고 있는 그림자여왕의 물음에, 성지한이 긍정하자.

휙!

검은 소용돌이는 다시 검의 형태로 변하며, 성지한 쪽으로 스스로 날아왔다.

[이 혈기…… 상당히 고차원적인 힘이로구나.]

“그래?”

[그렇다. 상대의 생명력을 뽑아내어 자신의 것으로 뒤바꾸는 건, 수많은 존재들이 행하는 거지만. 이 정도로 교환 비율이 좋은 권능은 보질 못했다.]

“얼마나 좋길래?”

[같은 종의 생명력이라면 거의 100% 다 활용할 수 있는 것 같군. 아까의 성좌가 같은 종을 혹독하게 착취했으면, 금방 상위급 성좌가 되었겠어.]

“독존 레벨 4보다 더?”

[4? 관대하게 흡수해도 5 이상. 혹독하게 뽑아 냈으면 7은 바라봤겠지.]

롱기누스의 혈기, 그 정도의 권능이었나.

신살의 창에 혈기에, 지닌 재주는 많은데 손쉽게 제압당한 편이었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부서진 운석 쪽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소멸 코드는 확실하게 들어갔지만, 아까처럼 혹시나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그렇게 가면을 벗고, 성좌 모드는 ON 한 상태에서 대기를 하고 있자.

[성좌 도달 레벨이 770으로 낮아집니다.]

한계 레벨이 1 더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일단 OFF를 해야겠군.’

이번 전투로 7이나 줄어든 한계 레벨.

그래도 아직은 성장할 수 있는 레벨이 높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자꾸 이 성좌 특성을 활성화시키면, 미래를 팔아 현재를 강화하는 꼴이었다.

레벨이 오를 수 있는 여지는 최대한 아껴 둬야지.

성지한이 특성을 OFF 하려고 할 때.

화르르르!

롱기누스가 사라졌던, 하늘 위쪽에서.

또다시 푸른 불꽃이 미약하게 떠올랐다.

‘또?’

저 불 자체가 문제군.

성지한은 이번엔 운석 생기기 전에, 없애버려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리로 날아갔다.

화르르…….

어느덧 넓게 피어오른 푸른 불길.

[처형장……]

그 속에서 또다시 글자가 떠오르려 하자.

“좀 사라져라.”

성지한은 그 위에다가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소멸 코드를 덧씌웠다.

그러자.

치직.

치직.

치지지직…….

[보존 데이터에 소멸 코드가 덧씌워집니다.]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영구보존 데이터입니다. 삭제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완전한 삭제를 위해선, 잠금을 해제해 주십시오.]

여러 줄의 문자가, 성지한의 눈앞에 주르륵 떠올랐다.

‘영구보존 데이터라니…… 이게 소멸 코드보다 우선적인 건가?’

잠금을 해제하면 지울 수 있다고 글자가 친절하게 알려 주기는 했지만.

성지한으로선,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잠금을 해제해 주십시오.]

넓게 퍼졌다가 소멸 코드로 인해 사라졌던 불꽃이 다시 피어오르고.

그 위에선, 처형장 복구 대신 잠금 해제를 요구하는 글자가 올라왔다.

‘……일단 부딪쳐 볼까.’

방법을 알 수 없으니, 성지한은 일단 저 푸른 불꽃을 만져나 보자고 생각하면서 손을 가져다 댔다.

이건 별 기대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행동이었지만.

“……어?”

막상 불꽃을 잡자, 성지한의 얼굴이 묘하게 변했다.

“……기억났다.”

[뭐가?]

그림자여왕의 반문에, 성지한은 눈을 몇 번이고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세 번째 멸신결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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