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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17화 (317/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17화>

‘성좌 명성, 어디다 쓰는 거지?’

성지한은 처음 보는 보상을 보고, 성좌인 그림자여왕에게 물어보았다.

[성좌 명성? 딱히 쓰이는 곳은 없다. 성좌가 된 이의 명예 점수라고 보면 된다.]

“그래? 그럼 업적 포인트 같은 건가?”

[업적 포인트…… 그렇게 볼 수 있겠네. 성좌가 된 후의 업적은 명성치로 가니까.]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고는 눈을 빛냈다.

일반 플레이어에게는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업적 포인트.

하나 성지한에게는, 그만이 지닌 업적 상점을 통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지.

‘어쩌면 성좌 명성도 관련된 상점이 나올지도 몰라.’

일단은, 명성 점수를 챙겨 놔야겠군.

그렇게 생각한 성지한은 이클립스를 꺼내.

스으으윽.

검을 가로로 그었다.

그러자.

파직.

플레이어들이 갇혀 있는 실험관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모두 일제히 깨져 나갔다.

[관리소장님, 실험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개방되어서는 안 됩니다.]

작은 대정령은 이걸 보고 성지한을 급히 만류했지만.

“괜찮다. 극비임무를 받은 것이 있다. 플레이어들도 일단은 놔두도록.”

[……알겠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고, 하던 일을 하러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깨진 실험관에서 하나둘씩, 몸을 비틀거리는 플레이어들.

“아…….”

“푸, 풀렸어?”

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을 바라보더니.

“로그아웃!”

바로 게임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이런, 로그아웃이 안 된다…….”

“이런 망할 맵. 세계수 엘프가 이걸 꺼낼 때 더 주의했어야 했는데…….”

하나 세계수 연합의 마수가 뻗친 특수 맵이라 그런가.

실험관에서 빠져나왔음에도 플레이어들은 자의적으로 로그아웃을 할 수 없었다.

“스, 스스로 죽으면 여길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결국 그들 중 몇 명이 스스로의 목을 움켜쥐며 자살 시도를 했지만.

“몸이 너무 건강해서, 죽기도 힘들군.”

“호흡이 막혀도 멀쩡하다니, 뭐 이런 일이…….”

그간 실험을 받으며, 대정령에게 처치받은 치료제 때문인가.

그들은 스스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무기고 뭐고 죄다 빼앗긴 상태라, 더 죽기 힘들어 보이는 플레이어들.

성지한은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대신 죽여 줄까?”

“당신은…….”

“너흴 풀어 준 사람이지.”

긴급 미션의 목표 해방.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굳이 이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닐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곳은 게임의 맵 안이니.

플레이어들이 죽어서 로그아웃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해방이겠지.

성지한의 제안에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먼저 나섰다.

“저부터 죽여 주십시오!”

“좋아.”

촤아아악!

성지한의 검이 플레이어를 스치자, 그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렇게 일격에 죽을 것 같은 상대였지만.

“어?”

스으으으…….

갈라진 몸 사이로 혈관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신체 부위를 다시 연결했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재생하는 몸.

마치 엘프가 지닌 치유력과 비슷한 모습이, 그에게서 선보였다.

“뭐, 뭐야. 이런 적은 없었는데…….”

“실험의 여파인가. 죽지도 못하게 만드네……!”

실험 시 투여된 재생제의 힘인가.

플레이어들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베면 되지.”

촤아아아악!

성지한의 검이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순식간에 여러 번 움직였다.

그러자 수십 조각으로 나뉘는 플레이어.

몸의 혈관이 튀어나오며 또다시 몸뚱어리를 연결하려고 들었지만.

화르르륵……!

공허를 품은 자하기가 일렁이더니, 재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리고.

번쩍!

완전히 전사 판정을 받아, 로그아웃하는 플레이어.

[플레이어를 1명 해방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성지한에게 해방을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 로그아웃됐어!”

“여, 여길 빠져나갈 수 있는 건가……!”

“저도 죽여 주세요!”

그 모습을 보자 흥분하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크기도 모습도 다 다른 생긴 외계의 종족들이었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성지한에게 죽길 원하고 있었다.

“그래.”

치이이익!

플레이어들의 요망에 따라, 그들을 로그아웃시키다 보니.

[레벨이 1 오릅니다.]

성지한의 시스템 창에, 레벨 업 메시지가 떴다.

‘인 게임에서 레벨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강적을 잡을 때나 레벨이 바로 오르지.

원래는 게임이 끝난 후 정산이 될 때 레벨이 집중적으로 올랐다.

근데 몇 명 베었다고 이런다는 건, 상대의 레벨이 높다는 뜻인가?

성지한은 검을 휘두르다 말고,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 근데 레벨 몇이냐?”

“전, 401…….”

“414입니다.”

기본 400은 넘는 실험체들.

성지한이 여기서는 가장 레벨이 낮았다.

“고렙이셨군. 다들.”

“고렙이라뇨…… 성좌께서 가장 레벨이 높으신 거 아니었습니까?”

“성좌라니. 나 아직 300대야.”

“네? 아니, 그 힘으로…….”

“응, 너희들 잡고 레벨 업 좀 할 게.”

휙!

성지한의 검이 움직이고, 실험체가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긴급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성좌 명성을 100 획득합니다.]

그렇게 손쉽게 클리어된 긴급 퀘스트.

[레벨이 2 오릅니다.]

거기에 레벨 업도 나름대로 쏠쏠했다.

[관리자님. 실험체를 로그아웃시키는 행위는, 연구소에서 금기시되는 일입니다.]

“재생제나 좀 줘 볼래?”

성지한은 자신에게 경고하는 대정령에게, 역으로 손을 내밀었다.

실험체에게 놀라운 효능을 보여 주었던 세계수 연합의 재생제.

직접 그들을 베며 성능을 체험한 성지한은, 이를 챙기기로 한 것이다.

[저희는 지금 데이터 전송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그럼 위치나 찍어 봐.”

[저기 있습니다.]

번쩍.

실험실의 한편.

유리병이 가득 모여 있는 곳에 빛이 반짝이자, 성지한은 그쪽으로 가서.

‘뭐가 많군. 재생제만 가져갈 필욘 없겠지.’

수십 개의 유리병을 인벤토리에 싹 다 담아갔다.

-싹쓸이하는 거 보소 ㅋㅋㅋ

-성지한 진짜 기둥까지 뽑아 먹는구나.

-관리소장 직책 너무 좋은데…….

사형당하지 않나 걱정했는데, 오히려 이곳이 제집인 양 행동하는 성지한.

시청자들은 역시 성지한이라면서 마지막 게임도 편안하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끝나기 전까지, 이거나 더 챙겨볼까.’

성지한이 플레이어들의 아이템 대신, 이거나 챙겨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을 때.

번쩍!

한참 데이터를 전송하는 대정령 쪽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관리자님. 연구소 폭파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자폭을 진행합니다.]

데이터 전송이 어느 정도 끝난 건가.

대정령의 몸에서 불꽃이 일렁이더니.

펑! 펑!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닥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공허와.

연구소 이곳저곳에서 자폭을 시작하는 대정령.

성좌 연구소는 위층 아래층 할 거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진짜 끝이 다가오네. 부지런히 뛰자.’

레벨 업과 아이템 획득의 기회.

놓칠 순 없었다.

지이이잉.

허공에 화면이 떠오르고.

[……고객님. 결국 연구소 맵을 폐쇄하게 만드셨군요. 만족하십니까?]

피곤한 표정의 지점장이 말문을 열었다.

“아니, 뭐 이렇게 빨리 폐쇄해? 레벨 업 더해야 하는데.”

[레벨 업…… 하.]

지점장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실험관을 부수는 성지한을 어처구니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툭. 툭.

자신의 가면을 두드리며 본론을 꺼냈다.

[당신께 준 가면, 돌려주시겠습니까?]

“준 걸 다시 달라고 하면 안 되지.”

[그건 당신이 이그드라실의 일족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준 물건. 잠시는 그 안에 담긴 공허의 힘에 매료될지 모르겠지만…… 이그드라실께 주기적으로 정화를 받지 않으면, 사용자는 결국 그 물건에 잡아먹히게 됩니다.]

그의 말.

무슨 의미인지는 알 것 같았다.

가면 속 공허를 잠깐 다루기만 했는데도, 공허 수치가 4나 올랐던 성지한.

이걸 몇 번 더 써먹다 보면, 결국 플레이어가 지닐 수 있는 공허 수치를 훌쩍 넘게 될 터고.

그럼 플레이어는 공허의 의지에 귀속될 것이다.

이그드라실의 ‘정화’는 이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방법이겠지.

“그래. 날 걱정해서, 지금 공짜로 돌려 달라는 거야?”

[당신이 공짜로 줄 사람입니까? 대출창구로 오십시오. 제가…… 물건값, 아주 비싸게 쳐 주겠습니다.]

이를 꽉 깨물며 말하는 지점장.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 열 받은 모습 보니, 대출창구로 가면 함정 100개는 파 뒀을 것 같군.

“생각해 보지.”

[……현명한 판단, 기대하겠습니다.]

성지한의 진심 1도 들어가지 않은 대답에.

삑!

떠올랐던 화면이 픽 꺼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좌 연구소’가 폐쇄됩니다.]

[플레이어가 성좌 연구소를 탈출했습니다.]

[5경기에서 승리합니다.]

특수 맵, ‘성좌 연구소’가 완전히 폭발하여, 폐쇄되자.

게임이 끝났다.

*   *   *

5경기 종료 후.

=인류!! 어려웠던 게임을 승리로 가져갑니다!

=세계수 엘프 200…… 브론즈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종족에게, 3:2로 게임을 뒤집었어요!

=마지막 경기, 성지한 선수는 딱히 탈출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성좌 연구소가 부서져서, 탈출 판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해설자들은 밝은 목소리로 인류의 승리를 선언했다.

-캬, 리그 20위한테 지고 1위한테 이기는 인류의 클래스 ㅋㅋㅋㅋ

-승점 동등하게 나누는 거 봐라…… 균형의 수호자냐?

-솔직히 이건 성지한빨이지 ㅋㅋㅋ

-ㄹㅇ 성지한 없었으면 그냥 농락당하다가 처형 각이었을 듯.

-성지한 정도면 이제 성좌 후보자가 아니라 성좌여도 되는 거 아님?

-개쎄던데 ㄹㅇ

비록 이번 시리즈 내에서 출전 경기는 적었지만.

게임의 승패를 가른 건, 역시나 성지한이었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성지한의 강력함에 대해 기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때.

“…….”

감독 대기실에 돌아온 엘프 대신관의 얼굴은 창백해 져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테이블 건너 데이비스 감독을 보며 다급히 말했다.

“인류의 랭킹 1등…… 어디 있습니까?”

“왜 그를?”

“그를 이곳에 불러 주십시오. 급히 제안할 거래가 있습니다.”

‘가면 때문인가?’

조금 전 경기를 지켜보았던 데이비스 감독은 그녀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강 눈치채고는.

인류의 선수 대기실로 들어갔다.

“성지한 선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말이나 들어 보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감독이 교체되어, 감독 대기실로 오게 된 성지한.

그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신관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사이에 무슨 거래를 하자는 거지?”

“……성좌 연구소에서 얻은 물건. 저희에게 돌려주십시오.”

“얻은 게 하도 많아서 그런데…… 뭐 돌려 달라는 거야?”

성지한이 어깨를 으쓱하자.

엘프 대신관은 이를 꽉 깨물면서, 천천히 말했다.

“……생체 연구소의 시약을 돌려주시면, 세계수 엘프 200는 인류에게 이번 리그가 끝날 때까지 무조건적으로 패배하겠습니다.”

“호오.”

재생제 챙긴다고 갔다가, 일단 싹 다 담자고 해서 챙겨 왔던 유리병.

성지한의 인벤토리에는 그것이 거의 100개 가량 보관되어 있었다.

이걸 주면, 무조건 패배해 준다니.

‘이것들에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나.’

유리병 안 내용물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성지한이 생각할 때.

“그리고 그림자여왕을 돌려주시면…… 현 브론즈리그에 배치된 세계수 엘프 세 행성이, 인류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겠습니다.”

[……나를?]

대신관은 그림자여왕을 ‘물건’으로 취급하며.

인류에게 3군데에서 승리를 안겨 주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흐음…….”

3종족이 승리를 안겨 주면, 인류가 강등당할 가능성은 제로.

성지한이 그 말에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으며, 자신의 왼팔을 가만히 쳐다보자.

[자, 잠깐. 설마…… 아니지?]

그 안에서, 그림자여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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