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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16화 (316/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16화>

지하공간의 위.

그곳은, 성지한이 대정령 무리를 만났던 장소였다.

[긴급 사태 발생.]

[균열을 봉합하라.]

슈우우우……!

바닥에서 연기처럼 올라오는 공허의 기운에, 대정령들은 그 장소로 모여 이를 봉합하려고 했지만.

스으으윽.

거대한 빛의 거인은 공허에 닿자마자, 오래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그렇게 반절 정도 되는 대정령이 사라졌을 때.

휙!

지하에서 그림자여왕을 대동한 성지한이 불쑥 튀어나왔다.

[관리소장님. 오셨습니까.]

긴급 상황임에도, 관리소장이 그만큼 중요한 자리인지.

공허를 막아서던 대정령들이 성지한을 보자마자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관리소장? 넌 대체…….”

성지한의 옆구리에 있던 그림자여왕이 대정령의 태도를 보며 경악한 얼굴로 그리 물어보았지만.

그는 이에 대꾸는 하지 않고, 대정령 쪽을 스윽 살펴보았다.

‘이대로면 금방 전멸하겠네.’

균열 봉합은 하지 않고 성지한에게 무릎을 꿇어서 그런지 더 거세게 퍼져 나가는 공허.

이미 이 짧은 순간에, 대정령은 반절 더 사라져 있었다.

이러면 이 공간도 공허로 물드는 게 확정적이겠지.

‘흠, 근데 원래의 미션 목표인 성좌 연구소 탈출은 아직 클리어가 안 됐는데 말이야.’

그림자여왕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슬슬 미션 클리어를 해서 빠져나가고 싶다만.

게임은 이 난리에도 끝이 나질 않았다.

성지한의 미션 목표, 연구소 탈출이 아직 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나가는 길이 어디지?”

관리소장의 힘을 지녔는데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

대정령에게 자유로운 판단력이 있었다면, 상대가 진짜 관리소장인지 의심할 만도 했겠지만.

[연구소 하층부에는 나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아까 오셨던 포탈로 되돌아가셔서, 출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제가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몸 내부에 영원을 지닌 성지한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했다.

지이이잉……!

허공 위에 떠오른, 거대한 암녹색의 포탈.

“고맙군.”

성지한이 이쪽으로 들어가려 하기 전, 대정령은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긴급 사태 발생으로, 연구소 상층으로 가는 길을 차단한 상태입니다. 이동 후 상층에서 문을 닫아 주십시오. 안 그러면 오물이 역류할 수 있습니다.]

“공허가?”

[예.]

[한 번 포탈을 통해 공허가 들어서면, 그 후에는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꼭 문을 닫아 주십시오.]

이거, 하라는 거지?

“알겠어. 꼭 닫도록 하지.”

성지한은 입가에 가득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정령 너무 친절한 거 아님?

-성지한 저렇게 함박웃음 짓는 거 처음 보네 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자기가 죽어 가면서도 뭘 해야 하는지 알려 주는 거 보소.

-상층부도 같이 똥물 뒤집어써야지 ㅎㅎ

번쩍!

포탈에 들어가자, 처음 소환되었던 곳으로 돌아온 성지한.

포탈이 있던 바닥에는 그가 천수강신으로 열었던 나무 문이 있었다.

사슬에 꿰뚫렸던 문은.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지녀서 그런지, 어느새 구멍이 사라진 상태.

‘이걸 닫으면, 포탈도 사라진다는 거지?’

화르르륵!

성지한은 대정령의 충고를 떠올리며, 두 문짝을 단번에 불태워 버렸다.

“여기까지…… 공허를 역류시킬 생각이야?”

“응, 어딜 상층부 혼자만 살아남으려고 그래. 하층에서 희생된 대정령들이 불쌍하잖아?”

“…….”

성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으으…….

암녹색의 포탈 너머에서, 서서히 뻗어 오기 시작하는 공허의 기운.

보랏빛의 연기는 등장하자마자, 주변의 지형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그러자, 성지한의 눈앞에 등장하는 화면.

[네, 네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그를 5경기로 끌고 온 엘프 대신관이었다.

그녀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성지한에게 소리치더니, 그의 옆에 있는 그림자여왕을 보고는 경악했다.

[아니, 그림자여왕까지 풀어 줬어?! 어떻게 뿌리에 묶여 있는 여왕을……!]

“차단됐는데 또 튀어나왔냐? 아, 여긴 상층부라 차단이 해당되지 않는구나.”

[이, 이. 대체 무슨 사고를 친 거냐. 이래서는, 성좌 연구소 전체가 공허로 뒤덮여……!]

“그거 좋네.”

성지한이 태연히 대답하자 엘프 대신관은 이를 바득바득 갈 뿐, 어떻게 하질 못했다.

이번 5경기.

성지한을 처형시킨다고 데려왔는데, 어떻게 게임이 이렇게까지 변질이 된 거지?

애초에 저놈…….

데려와서는 안 될 존재였나?

그때.

[비키세요.]

[네. 넷…….]

화면 안에서 대신관이 얼른 물러나고, 대신 지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를 크게 쳐 주셨군요.]

“네가 준 가면 덕 좀 봤지.”

[……당신이 계산 외의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확실히 그건, 제 오판이었군요.]

미간을 찌푸린 그는, 시선을 그림자여왕 쪽으로 돌렸다.

[그림자여왕. 당신의 본질, 잊지 않으셨죠?]

“본질…… 뭐, 쓰레기통?”

[맞습니다. 당신은 두고두고 공허를 처리해야 할 처리장…… 하나, 이번에 당신이 안식을 맞이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임시로, 포탈을 가로막는 문이 되십시오. 이번 일이 끝나면 확실하게 죽게 만들어 드리죠.]

=저 엘프.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요. 금방 감옥 탈출한 죄수한테, 사형시켜 줄 테니까 감옥 다시 들어가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그러니까요. 그 속박에서 풀렸는데, 다시 죽을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세계수 엘프 참…… 어떨 땐 참 이해가 안 돼요! 성지한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이득을 안겨 주는 것도 그렇구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보아하니, 성지한 선수를 가장 키워 준 건 세계수 연합 아닌가 싶어요! 그들과 맞부딪칠 때마다 급성장합니다!

해설자들은 일반적인 관점으로, 지점장의 제안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

정작 그 이야기를 들은 당사자, 그림자여왕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너 설마 고민하냐?”

“……저들에게 잡힌 후, 나는 스스로 죽으려 했다. 그리고 자살은 거의 성공했지. 하지만, 세계수의 힘 때문에, 나는 원래의 상태로 부활했어. 저들은, 죽은 자도 살릴 힘을 지니고 있다. 확실히 안식을 준다고 약속한다면, 흥미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자여왕은 그렇게 말하다 말고, 성지한 쪽을 쳐다보았다.

“네 검. 그걸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암영신검?”

“그래…… 네가 펼쳤던 검. 그건 내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힘이거든.”

자하기를 통해 폭발시킨 암영신검.

이는 암영신결 중, 가장 강력한 무공이었고.

현재의 그림자여왕은 아직 이루지 못한 신검이었다.

비록 세상 전체를 그림자로 물들이는 암영신검을, 성지한은 공허를 터뜨려 사용했지만.

“그런 걸 보았는데, 내가 쓰기 전에 죽을 순 없지.”

그래도 여왕의 생의 욕구를 자극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림자여왕…… 본질을 잊다니 실망이군요. 이번 쉐도우 엘프가 멸족되기를 바라는 겁니까?]

지점장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쉐도우 엘프 일족의 생존을 가지고 협박했지만.

그림자여왕은 코웃음을 쳤다.

“흥, 어차피 이미 멸족시키지 않았나. 성좌 시스템에서 보이는 생존자가 거의 없는데.”

[성좌 시스템을 띄우다니, 그럴 힘이 남아 있었습니까? 후후…… 이럴 줄 알았으면, 쉐도우 엘프 좀 살려 둘 걸 그랬습니다. 나머지는 연구 가치도 없는 하등종이라 없애버렸는데.]

“…….”

[속지 않다니, 아쉽군요.]

삑!

화면이 꺼지고.

지점장의 말에 쉐도우 엘프가 정리당한 걸 확실히 확인한 그림자여왕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인간. 성좌 연구소, 폭파시키자. 저 새끼들한테 최대한 피해를 입혀야지.”

“그래.”

혹시 문짝 된다고 하면 바로 없애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니 잘됐군.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이 살기를 내뿜는 걸 보며, 처음엔 그리 생각했지만.

스으으윽…….

그림자여왕의 몸이 회색빛 연기로 변하더니.

성지한의 이클립스로 들어갔다.

“……왜 이리로 들어와?”

[성좌 시스템을 연 것만으로 힘을 다 썼다. 아리엘. 잠시 신세 좀 지지.]

[네, 여왕님.]

검 안에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자여왕.

성지한은 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검의 힘은 여왕까지 합류하며 좀 강해졌다만…….’

아무리 힘 빠졌어도 성좌급 존재감은 대단한 건지.

그림자검 이클립스의 힘은, 여왕의 합류 이후 몇 배 이상 강력해져 있었다.

이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검 모습 왜 저래?

-뭐가 저리 주렁주렁 달림;

-아까 여왕이 묶여 있던 사슬 아닌가 저거?

-에이 그림자검 멋있었는데…….

검에 감자 뿌리처럼 사슬이 주렁주렁 달린 게, 영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이 사슬, 다 떼버리고 싶었지만.

슈우우우…….

포탈을 통해 흘러나오는 공허가, 어느덧 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단은 연구소 털러 가 봐야겠군.’

공허가 연구소를 다 없애기 전에, 먼저 챙겨야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녹아내린 벽 쪽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   *   *

성좌 연구소의 상층부.

그곳은, 지금까지 성지한이 거친 곳보다는 확실히 연구소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생물 실험에 특화된 연구소로.

[공허 수용도가 낮습니다.]

[공허 처리장으로 쓰기에는 효율이 매우 떨어지는 종족입니다.]

[공허 처리 적합체, 쉐도우 엘프의 인자를 주입 후 실험을 진행합니다.]

작은 형태의 대정령이 연구소 내부를 분주하게 움직이며.

실험관 내부의 플레이어에게 각종 실험을 가하고 있었다.

[실험체, 생명력이 고갈됩니다. 10초 후 로그아웃합니다.]

[재생제 투여.]

[생명력 재생합니다. 실험을 지속합니다.]

실험관 안에서는 그 어떤 치명상을 입어도.

작은 형태의 대정령이 재생제만 투여하면 살아나는 플레이어들.

=아…… 이러면 설마, 계속 로그아웃을 못 하는 겁니까?

=성지한 선수도 잡혔으면 혹시 저렇게 되었을지도 몰랐겠군요.

=끔찍하군요. 그랬다면 정말 저들의 말대로 ‘처형’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겠습니다.

해설자들은 이 실험 광경을 보고는 그렇게 코멘트 했다.

성지한이 규격 외의 힘을 지녀서 게임을 수월하게 풀어 나간 거지.

다른 종족의 일반적인 랭킹 1등은, 세계수 엘프의 흉계를 이기지 못하고 저 실험관 안에 갇혔겠지.

[실험은 차질없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리소장님.]

“음, 수고하게.”

관리소장으로 인식된 성지한은, 대정령의 보고를 들으며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그냥 갈 거냐? 저 플레이어들은 안 풀어 주고?]

조금 전 자기 생각이 나서 그런지.

그림자여왕은 실험관에 갇혀 있는 플레이어들을 해방하지 않는 거냐고 물어보았지만.

‘어차피 공허의 기운이 금방 이리로 올 텐데. 알아서 해방되겠지. 그것보다.’

성지한은 실리를 추구하기로 했다.

“혹시 저들의 아이템, 모아둔 곳 있나?”

[SS급 이상의 아이템은 본부에 전송되었습니다.]

[그 이하 등급은 임시 보관소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겨우 S급만 있는 건가?

아쉽지만 그거라도 챙겨야겠군.

“임시 보관소는 어디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성지한의 말에 길을 안내하려던 대정령이었지만.

[긴급 사태 발생!]

[공허, 공허가 역류했다.]

[데이터 전송을 우선시하라.]

공허가 순식간에 이 생체 연구소까지 뻗어오자.

[관리소장님. 긴급 사태입니다. 데이터 전송을 우선시하겠습니다.]

대정령들은 성지한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성좌 연구소에서 건진 건, 그림자여왕 하난가.’

[나 하나면 충분하지 않는가.]

‘아니, 아쉬워.’

[욕심이 많군. 인간.]

‘칭찬 고맙군.’

성지한은 그림자여왕에게 태연히 대꾸하며, 뭐 건질 건 없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실험관에 갇힌 플레이어들에게 딱히 구원의 손길을 내밀 생각이 없었지만.

[긴급 퀘스트]

-성좌 연구소에 갇힌 플레이어 중, 10인 이상을 해방하라

보상 : 성좌 명성 +100

그런 그에게, 긴급 퀘스트가 불쑥 떠올랐다.

‘성좌 명성?’

성좌 명성이라는, 새로운 보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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