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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13화 (31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13화>

[스페이스 리그 5경기 시작합니다.]

번쩍!

녹색의 빛이 은은하게 빛나는 공간 속.

성지한은 허공에 둥둥 뜬 거대한 나뭇잎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는.

“후후, 잘 소환되었군요.”

조금 전 엘프 감독 역할을 하던 대신관이, 다른 나뭇잎 위에 서서 성지한을 보고 웃고 있었다.

“실험을 시작합니다.”

그녀가 그리 말하자.

지이이잉…….

이 공간을 비추던 녹색의 빛이 일제히 나뭇잎 위쪽으로 모였다.

가장 먼저 반짝이는 건, 대신관 쪽.

[성좌 연구소에서 소환 대상을 스캔합니다.]

[상대가 세계수 연합 연구진 소속입니다.]

[해당 플레이어는 별도의 공간으로 이동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실험체. 전 당신을 실험하고, 사형시키러 가죠.”

대신관은 결과를 예상했는지 웃으며, 성지한에게 손을 흔들고는 사라졌다.

한편, 해당 시스템 메시지는 성지한을 비롯한 시청자들이 모두 볼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보고 불같이 화를 냈다.

-와, 진짜 맵 장난하냐? ㅡㅡ

-애초에 배틀넷에 이런 불공정한 맵이 올라오면 안 되는 거 아님?

-그니까 랭킹 1위끼리 소환해 놓고는, 한 명은 연구진으로 빠지네 ㅋㅋㅋ 하 ㅅㅂ

-지한 님 어떻게 해요 ㅠㅠㅠㅠ 실험체라니…….

그러고는 시작되는 두 번째 스캔.

번쩍!

성지한의 몸에 빛이 반짝이고.

[성좌 연구소에서 소환 대상을 스캔합니다.]

[상대가 최하급 종족, ‘인류’ 소속입니다.]

[상대가 배틀넷의 집중관리대상, ‘성좌 후보자’입니다. 성좌 연구소의 권한으로는 실험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실험실로의 이동이 보류됩니다…….]

스캔에서 성좌 후보자로 판정된 성지한은, 실험을 받지 못했다.

=아. 아니…….

=성좌 후보자? 성지한 선수. 언제 성좌 후보자가 되었죠?

=이러면 성좌 연구소의 실험을 받지 않는 건가요?!

이를 보고 흥분하는 해설자들.

그리고.

번쩍!

성지한의 눈앞에 화면이 뜨더니, 사라졌던 대신관이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얼굴을 드러냈다.

[뭐죠…… 당신, 벌써 성좌 후보자라니. 그게 가능이나 한 일입니까?]

“다 방법이 있지.”

성지한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생각했다.

‘성좌 후보자가 여기서 써 먹힐 줄은 몰랐군.’

성좌 후보자.

셀레스티얼 큐브에서 ‘챔피언스 리그에 우승하라’는 퀘스트를 통해 얻어 낸 이 자격은.

막상 얻고 난 후, 지금까지는 쓸모가 없었다.

그나마 체감할 만한 변화는 배틀넷 커뮤니티의 ‘정식회원 게시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거긴 바빠서 못 가 봤지.’

개조된 뿌리를 분석하고, 길가메시에게 세뇌당한 한국과 미국 플레이어들을 해방시키는 등.

성지한은 바벨탑에서 나오고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성좌 후보자에 대해서도 ‘아, 됐구나’란 생각만 들 뿐, 별다른 점을 못 느꼈는데.

여기서 이 자격이 효과를 보일 줄이야.

“그래서, 나한테 실험 못 하냐?”

[큭…… 집중관리대상에게 실험은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불러냈는데…… 운이 좋았군요. 인류의 랭커.]

조금 전만 해도 다 이겼다는 듯 웃더니, 지금은 입술을 깨물고 있는 대신관.

스으으…….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승리만 가져가겠습니다.]

성지한을 처형시키지 못하면, 5경기 승리라도 따겠다는 건가.

‘근데 이거 맵 목표는 뭐야?’

‘성좌 연구소’ 맵.

여긴 성지한과 대신관만 스캔했을 뿐, 딱히 미션 목표 같은 게 나오질 않았다.

그냥 이대로 대신관이 승리를 가져간다고 하면, 끝나는 건가?

그때.

[게임이 시작됩니다.]

[당신은 실험체입니다.]

[성좌 연구소에서 탈출하세요.]

그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상대방 플레이어가 연구진 소속입니다.]

[연구소 측에 실험체가 잡히면, 상대방의 승리로 게임이 종료됩니다.]

성지한은 실험체로 탈출을 해야 하고.

대신관은 연구진 소속으로, 성지한을 잡으면 끝나는 5경기.

하나, 게임의 조건은 성지한 측에게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아니 실험 안 받는 건 좋은데 룰이 너무 편파적인 거 아님? ㅋㅋㅋㅋ

-대신관이 성지한 안 잡고, 연구소 측이 잡아도 끝나는 거네?

-이거 패배 확정 각인가?

-성지한 처형 안 당하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듯…….

그리고 이렇게 게임이 시작되자.

스으으으…….

성지한을 허공에서 받치던 나뭇잎이 흐물흐물해지더니, 그의 발이 그 안으로 쑥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것도 연구소 측 물건으로 판정하나 보군.’

성지한은 가볍게 발을 빼려 했지만.

휙!

생각보다 나뭇잎의 포박은 강력했다.

아무래도 힘을 써야지, 나올 수 있는 상황.

‘이거도 세계수 계열인 거 같은데…… 흡수해 볼까.’

혼원신공混元神功

멸신결滅神訣

천수강신天樹降神

스르르륵!

성지한의 몸에서 뻗어 나오는 사슬.

그것은, 나뭇잎에게 꽂히더니 그 안에 담긴 생명의 기운을 순식간에 흡수해 나갔다.

그러자 푸르른 잎은 순식간에 메마르더니, 금방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생명의 기운 양이 꽤 괜찮네.’

성지한은 천수강신의 사슬을 몸 내부, 영원에 이었다.

그러자 그 안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생명의 기운.

영원 스탯을 올려줄 정도는 아니더라도, 축적량이 꽤 상당했다.

성지한은 이쯤에서 사슬을 빼내려 했지만.

철컹, 철컹!

천수강신의 사슬은 나뭇잎을 먹어치우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이 공간의 사방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어에서 벗어나 폭주하는 사슬.

사슬들은 위와 아래로 뻗어 나갔지만, 많은 개체가 밑을 향해 집중적으로 이동했다.

‘저기 뭐라도 있나?’

성지한은 사슬을 따라 밑으로 가 보았다.

내려갈수록, 초록색의 빛은 옅어지고, 대기 속에서 생명의 기운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라면, 생명을 흡수하는 천수강신의 사슬이 이리로 뻗지도 않을 텐데.

그리고 그렇게 땅으로 가던 사슬 무리는.

툭. 툭!

한 점을 집중적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이이잉…….

[당신, 뭐 하는 겁니까?!]

성지한의 눈앞에 화면이 떠오르며, 그 안에서 다급한 표정의 대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하긴. 미션하지.”

[그곳은 탈출구가 아닙니다!]

“아, 그으래요?”

-말꼬리 길게 늘이는 거 보소.

-들어갈 생각 100퍼센트다 저건 ㅋㅋㅋㅋ

-ㅇㅇ 대신관이 저렇게 호들갑 떠는데 당연히 들어가 줘야지

-아니 근데 진짜 저렇게 이야기하면 안 들어갈 거라 생각한 거임? 더 들어가고 싶지 않냐?

-ㄹㅇ 보물창고 같잖어 ㅋㅋㅋ

성지한의 말투에서, 이미 그가 진입할 거라고 짐작하는 시청자들.

그리고 그들의 예측은 곧바로 맞아떨어졌다.

투둑!

성지한의 몸에서 뻗어 나간 사슬이 바닥의 일점을 뜯어내자.

거대한 나무 재질의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문이 나왔네. 적이 들어가지 말라고 하니까 더 들어가고 싶군그래?”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집중관리대상이라고 해도, 선을 세게 넘는다면 우리도 당신에게 개입할 명분이 생깁니다!]

“아 그래요?”

푹!

사슬은 그대로 나무문을 뚫어 버렸다.

“니네는 뭔 문에도 생명력이 있냐?”

스으으…….

그리고 천수강신의 힘은 나무문이 지닌 기운까지 싹 다 흡수하고는, 이를 개방했다.

끼이이익…….

그러자 문 안에서 나오는, 거대한 포탈.

암녹색의 포탈은 불길한 빛을 일렁이고 있었다.

[경고합니다. 지하구역에 들어가면, 당신은 명백히 선을 넘는 겁니다.]

“그래?”

[그곳에 진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제가 탈출구로 향하는 길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5경기의 승리를 양보하지요. 그러니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마십시오.]

=길을 열어 준다구요?

=승리라도 가져가겠다는 대신관, 태도가 180도 뒤바뀝니다!

=대체 저 안에 무엇이 있기에 저러는 걸까요?

=여기서 안전한 선택은 저 제안을 받아들이는 거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성지한 선수는, 그럴 거 같지 않군요!

해설자들의 말대로.

“그렇게 중요한 구역의 진입통로를 왜 여기다 놨어?”

[당신…….]

“네가 그렇게 나오니 들어가고 싶잖아.”

휙!

성지한은 대신관의 경고를 그대로 무시하고, 내부로 들어갔다.

[안 돼!!]

대신관의 비명 소리가 화면을 통해 울려 퍼졌지만.

이미 그의 모습은, 포탈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   *   *

포탈 너머의 세계.

그곳은 ‘지하구역’이라는 이름과는 걸맞지 않게.

위에는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있는, 드넓기 짝이 없는 공간이었다.

-이게 지하 공간이라고?

-해도 떠 있는데?

-이거 포탈 잘못 타고 외부로 탈출한 거 아니에요?

-그럼 승리 확정인가…… 3, 4, 5경기 다 순식간에 끝나는구만 ㅋㅋㅋ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탈출한 거 아니냐고 코멘트했지만.

지이이잉……!

성지한이 포탈을 넘어오자.

허공에서 빛무리가 뭉치더니, 거대한 빛의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건, 성지한으로서는 몇 번 본 적이 있던 존재였다.

‘대정령인가.’

엘프들이 자신의 심장을 터뜨리며, 소환했던 대정령.

저 찬란한 빛의 내부에는, 엘프의 시체조각이 숨겨져 있었지.

=대정령…… 다이아 승급전, 리그 경쟁전 때 엘프가 소환했던 존재로군요.

=강하긴 합니다만, 예전 다이아 승급전에 참여했던 성지한 선수도 제압했던 적입니다. 그때에 비해 훨씬 성장한 성지한 선수라면, 저 존재 정도야 손쉽게 제압할 수 있겠죠.

거대한 빛의 거인을 보고도, 해설자들은 태연하게 말했다.

다이아 승급전 때도 제압했던 거인을, 마스터 리그에 오른 지금의 성지한이 고전할 리가 없었으니.

그들은 편안하게 빛의 거인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번쩍! 번쩍!

사방에서 빛이 반짝거리며, 빛의 거인이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자.

=한데 좀, 숫자가 많긴 하군요…….

=이거, 언제까지 나오는지…….

해설자들의 말에도 슬슬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소환된 대정령의 숫자, 대강만 세어 보아도 벌써 100으로.

지하구역의 세상은 이미 빛으로 가득해 있었다.

그리고.

지이이잉……!

[대정령! 그를 포박하세요!]

허공에 화면이 크게 떠오르며,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대신관이 대정령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스으윽.

일제히 성지한을 향해, 머리를 돌리는 대정령.

일백이 넘는 거인들이 그러니, 이젠 하늘도 빛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저거 다 흡수하면, 영원 1 오를까?’

성지한은 대정령을 보고도, 스탯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플래티넘 때도 잡아 봤던 적이니만큼.

지금의 자신에겐, 일백이든 일천이든 위협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 흡수해 보자.’

스르르륵…….

천수강신의 사슬이 그의 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성지한의 내부.

그의 영원에도, 다시 사슬이 감겼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영원을 3으로 올릴 준비를 하는 성지한에게.

[세계수의 기운…….]

[오셨습니까, 관리소장님.]

스으윽.

거인들이 하나둘씩, 그의 앞에 무릎을 꿇어 왔다.

영원을 묶기 전만 해도, 성지한을 적대하려던 그들은.

사슬이 감자마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영원의 힘…… 관리소장도 지닌 건가?’

[관리소장이라니! 무슨 소리야! 대정령! 그자는 적입니다! 당장 죽여…… 아니, 포박해요!]

대정령의 태도 변화에 발작하는 대신관.

“저거 꺼 봐.”

[알겠습니다.]

하나 성지한의 명령에 대정령이 손을 움직이자, 허공에 떠올랐던 화면이 픽 하고 꺼졌다.

빛의 거인은, 확실하게 상급자로 성지한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며, 태연하게 질문했다.

“여기 지하구역엔 지금 뭐가 있지?”

[얼마 전 이송된 성좌가 1개체 수감되어 있습니다.]

“성좌? 누구?”

[그림자여왕입니다.]

“……그림자여왕이? 언제 잡혔어?”

대정령의 대답에 성지한은 놀라 눈을 크게 떴지만.

[뭐!? 아니, 여, 여왕님이? 아닌데. 분명히 나…… 여왕님에게 통신 받았는데…….]

그보다 더 놀란 건.

그의 팔에 귀속되어 있는 아리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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