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311화>
미국에 도착한 성지한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세계수 엘프와의 스페이스 리그 경기 중계 때문에, 뉴욕의 배틀넷 센터에 미리 와 있던 중계진은.
스페이스 리그 게임 시작 전 방송에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센터 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오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오…… 대표팀 선수들, 의료진의 처치를 받고 나옵니다!
=코칭스태프의 말에 따르면, 스페이스 리그에 바로 출전한다고 하는군요!
=성지한 선수가 한국에 이어서, 미국 선수들도 모두 풀어 주었다고 합니다.
=정말 다행이군요.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제가 미국 사람이라 이런 게 아니라, 미국 대표팀이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전력이 상당하거든요! 리그 1위 세계수 엘프 200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타이밍 좋게 풀려났습니다!
스페이스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수 엘프 200.
그들과 맞서는 인류의 전력은, 길가메시 때문에 크게 흔들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성지한이 직전에 이를 해결하긴 했지만.
“아…… 스페이스 리그 경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몸 컨디션은 회복했는데, 정신적 피로가 안 풀렸네요.”
스페이스 리그 진입 전까지는 괜찮은 척하던 미국 선수들은.
게임에 다시 진입하여 인류 대표팀의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지친 표정을 지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그래도 2일 쉴 수 있었지만.
미국 선수들은 풀리자마자 바로 경기 출전하는 꼴이었으니까.
거기에.
“으…… 태초의 왕의 후원이 끊겨서 능력치 보너스도 다 사라졌네.”
“그놈 걸 받고 싶냐? 그때 목만 남았던 거 아직도 트라우만데.”
“아니, 그냥 그렇다고…….”
“보너스는 아쉽긴 해. 효과가 상당했거든.”
태초의 왕이 주던 성좌 보너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성좌 중, 가장 혜택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기에.
성좌 후원이 끊긴 선수들은 이를 아쉬워했다.
그래도.
“성지한 선수. 저도 혹시 좀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태초의 왕이 그렇게 좋은 성좌라고 해서 받아들였는데, 저번 결승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너스가 좋다지만, 그렇다고 세뇌받고 싶지는 않아요.”
한, 미 선수를 제외한 타국 선수들 중, 길가메시의 후원을 받는 이들은.
결승전 경기를 보고 경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지닌 성지한에게 다가왔다.
그 숫자는 총 25명.
“알겠습니다. 이분들 말고, 더 안 계십니까?”
“…….”
성지한이 25명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을 쓱 둘러보자.
몇몇이 그의 눈을 피했다.
그러자, 뒤편에서 이를 지켜보던 소피아가 성지한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 지한. 이상해요. 저기 저, 마르티네즈 선수도 분명히 SNS에서 자랑했는데? 나중엔 왕의 명을 따라야 한다고 지한을 규탄했어요.”
“그래? 나오시죠.”
“으. 윽. 나, 난 괜찮아! 난 계속 왕을 모실 거다!”
그러자 성지한에게서 도망치려 드는 마르티네즈.
성좌 태초의 왕을 예전부터 모셨는지, 이미 왕에 대한 충성심이 깊게 각인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거 안 되겠네.’
저렇게 숨어 있는 게 마르티네즈만 있는 건 아니겠지.
이번 기회에,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 선수들에게 숨어 있는 길가메시의 잔재를 소탕해야겠다.
“모두 잠깐, 실례 좀 하겠습니다.”
그러곤 지배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하는 성지한.
일단 눈앞에 모인 25명에게 하나하나 지를 썼다가, 길가메시가 후퇴하면 지우고.
“추, 충성을……! 아. 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서, 성좌. 사라졌다!”
“능력치가 대폭 깎였네…….”
25명을 해결하고 나자, 나머지 선수들에게 일일이 가서 지배 코드를 썼다 지웠다.
“아. 저, 저 괜찮은데요?!”
“으. 으익……! 제발. 하지 마! 왕께 충성하도록 놔두라고!”
여기엔 태초의 왕을 성좌로 모시지 않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성지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초의 왕 관계자를 뿌리까지 뽑아 버렸다.
“……삼촌, 그거 안 힘들어?”
윤세아가 모든 선수에게 일일이 지배 코드를 작성했다 지우는 성지한을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보았지만.
“괜찮아.”
성지한은 전혀 지치지 않는 몸으로 선수 대기실의 선수들에게 모조리 작업을 끝냈다.
코드를 쓰는 데 사용한 생명의 기운은 엄청난 양이었지만.
스탯 ‘영원’의 힘은, 이를 모조리 충당해 주었다.
‘정말 영원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스탯이야.’
비록 최대치로 받을 수 있는 힘의 보급량은 스탯 2에 해당하는 양밖에 되질 않았지만.
천수강신으로 영원을 묶어 두기만 하면, 이게 계속 들어왔다.
영원 스탯이 3으로 오른다면.
3에 해당하는 생명의 기운을, 체내에서 무한정으로 쓸 수 있겠지.
‘그래도 영원에서 나온 생명의 기운을 역으로 다시 집어넣어, 발전시키는 건 안 되는군.’
영원에서 나온 힘은, 소비만 가능했다.
이걸 다시 영원 안에 넣어 비축하여, 세계수 형상을 발전시키는 건 성립되질 않았다.
그거까지 됐으면 이미 영원 스탯은 계속해서 자가발전했겠지.
‘그게 안 돼서 불완전 스탯인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체내에서 천수강신의 사슬을 풀었다.
“작업, 다 끝나셨습니까?”
“예, 끝났습니다.”
“다행이군요. 전력은 아무래도 약해졌겠지만, 세계수 엘프 앞에선 큰 차이 없겠죠.”
성지한에게 다가온 데이비스 감독은,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여러분께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말씀이라 하심은…….”
“코칭스태프 회의 결과, 인류는 이번에 밴과 셀렉트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 * *
시작된 스페이스 리그 경기.
전 인류가 지켜보는 중계 화면에서는.
저번 세계수 엘프 71과 똑같은 외모를 지닌, 세계수 엘프 200의 대표.
엘프 대신관이 먼저 선전 포고를 했다.
“당신들의 1위. 오늘 확실하게 처형시킬 겁니다.”
엘프의 사형선고에 들끓는 여론.
-하, 또 저놈들 뭔 짓거리 하려고…….
-그래도 밴 카드 꺼냈으면 게임 옵션은 못 바꾸지 않아?
-셀렉트는 안 했잖아. 마지막에 맵으로 장난칠 거 같은데
-아니, 뭔 놈의 게임이 맵이 지멋대로여 ㅡㅡ
하나, 무패로 리그 1등을 달리는 상대가 저러니 걱정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밴 카드 꺼낸 거 보니까 1, 2경기는 확실히 가져간단 전략 같네.
-성지한이 밴당하면 사실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희박하지.
-그럼 1, 2경기 패배하고 3, 4경기는 지고 5경기에서 또 해괴한 맵 꺼내는 건가?
-그래도 게임 옵션이 안 바뀌면, 사형을 어떻게 시킨다는 거야?
-또 모르지. 즉사 맵 같은 게 나올지도…….
-ㄹㅇ 있을까 봐 두렵다 그거;
얼마 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보았던 ‘투성’ 맵처럼.
시청자들은 또 어떤 이상한 맵이 튀어나올까 봐 겁나했다.
하지만.
“얌전히 당해 주진 않을 거다.”
데이비스 감독은 이미 이를 예상했다는 듯 웃으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밴, 셀렉트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눈썹을 꿈틀거리는 엘프 대신관.
“카드를 안 꺼내는군요.”
“당신네들의 전략에, 또 당할 순 없지. 특정 맵을 소환할 모양인데, 이쪽도 카드를 아껴서 똑같이 가겠다.”
=오! 데이비스 감독. 자신만만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카드를 아끼는 데에는 무슨 의미가 있죠?
=아…… 상대방처럼 셀렉트 카드를 모아서, 5경기에 맵을 지정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러면 두 팀 모두 맵을 지정했으니, 둘 중 하나가 랜덤으로 걸린다고 하는군요!
=아! 그럼 50퍼센트 확률로 인류의 맵이 걸리느냐, 세계수 엘프의 맵이 걸리냐가 결정되겠군요!
=이거 좋군요. 훌륭한 대응책입니다!
대 세계수 엘프전 대비로 마련한, 데이비스 감독의 맞불 작전.
이건, 인류가 미리 생각해 둔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세계수 엘프 측이 성지한 선수를 밴 안 했다면, 게임은 순조롭게 이겼겠지.’
저번 경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세계수 엘프.
하지만 성지한은, 이를 뛰어넘는 괴물이었다.
만약에 세계수 엘프가 저번처럼 플레이어 20퍼센트 사형시킨다고 밴 카드, 셀렉트 카드도 쓰지 않는다면.
인류는 성지한을 선봉으로 내세워, 세계수 엘프를 그대로 깨부숴 버리면 되었다.
하지만.
‘저들도 바보는 아니니, 성지한 선수는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면 꺼낼 카드는, 랭킹 1위 밴. 여기서 선택지는 또 갈리지.’
성지한을 묶어 두고, 게임 승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냐.
아니면, 또 셀렉트 카드를 가지고 장난을 칠 것이냐.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 스태프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놓고, 전략을 짰다.
저들이 밴과 셀렉트 카드를 모두 쓴다면, 이쪽도 똑같이 가고.
셀렉트로 장난을 칠 것 같다면.
‘우리도 아껴서, 특수 맵 선정 확률을 50퍼센트로 줄인다.’
어차피 셀렉트 카드로 뭔 맵을 뽑나, 성지한이 없으면 세계수 엘프를 이길 수 없는 인류.
그러니, 인류 대표팀의 전략분석실은 저들의 특수 맵 셀렉트라도 막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성지한은 그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생각했다.
‘저번 생에서도 이렇게 결론이 났었지.’
세계수 엘프의 사형식에 당한 종족들은.
다음 경기부터는, 이런 식으로 자신들도 카드를 쓰지 않으며 맞불을 놓았다.
사실 이것도 세계수 엘프의 전략을 완전히 틀어막는 전략은 아니라서, 결국 50퍼센트의 확률로 사형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100퍼센트보단 나았지.
다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으니.
‘카드까지 봉인하니, 엘프는 절대로 이기지 못했지.’
안 그래도 강력한 세계수 엘프.
그들 상대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밴과 셀렉트 카드까지 봉인하니,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0퍼센트였다.
그리고.
=경기, 시작합니다!
이건, 현 인류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의 다리 맵이군요. 검왕 선수가 선봉에서 적을 막습니다만…….
=아…… 엘프 대신관! 손을 하늘에 뻗으니, 유성이 대규모로 낙하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보호막을 치며 버티고는 있습니다만…….
하나의 다리에서 충돌하는 두 종족.
세계수 엘프의 전력은 압도적이었다.
비록, 스페이스 리그 첫 경기 때보다는 많이 발전한 인류였지만.
-아. 밀린다 밀려…….
-엘프 놈들 세긴 세네 ㅡㅡ
-아, 또 저거 팔 잘렸는데 금방 자라나는 거 봐라;
-뭐 이런 미친 종족이랑 같이 매칭되냐. 밸런스 진짜
-으, 배리어 깨진다…… 유성이 그대로 꽂아내리네;
-와, 근데 메테오 떨어져도 다리 멀쩡한 거 봐 ㅋㅋㅋㅋ 성지한 저번에 다리 어떻게 없앤 거임?
-그건 드래곤 브레스잖어 ㅋㅋ
-아 목검에 검왕 목 날아갔다…….
-끝났네
1경기는 금방 터져 버렸다.
그후 화면에서 비치는 감독실.
“카드 계속 안 쓸 건가요? 그럼 1경기처럼 될 텐데 말이죠.”
엘프 대신관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써도 마찬가지다. 아직 인류는 너희 같은 괴물 종족을 이길 수 없어.”
“훗…… 주제는 아는군요.”
데이비스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저 괴물 엘프들 중에서 몇 명 밴 한다고, 게임 판도가 달라질 리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예전보단 좀 버텼군.’
데이비스 감독은 그걸 수확으로 여기며, 2경기에서도 카드를 아꼈다.
그러자, 또다시 랭킹 1위 밴 카드를 꺼내는 엘프.
=2경기도 패배합니다……!
=세계수 엘프의 벽, 너무 높군요.
=데이비스 감독의 판단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이들은 밴 한다고 이길 상대가 아니에요!
=맞습니다!
그렇게 2:0으로 세계수 엘프가 리드하는 스페이스 리그 경기.
3경기에 들어서자, 엘프 대신관은 성지한 밴 카드를 거둬들이고는 싱긋 웃었다.
“그 괴물, 이제 나와 보라고 하세요.”
“이제부터 패배할 생각인가 보군.”
“글쎄요?”
데이비스 감독에게 웃어 보인 엘프 대신관.
성지한을 일부러 풀어 준 그녀는, 5경기까지 갈 생각이 확고한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데이비스도 마주 웃었다.
“어디 두고 보지.”
그러고 시작된 3경기.
=어…… 라인업이 조금 이상합니다.
=분명히 성지한 선수, 밴이 풀렸는데.
=출전하지를 않습니다?
=거기에 주전 선수들은 나오지 않고, 모두 2군급의…….
해설자들은 인류 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은,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도 하위권 레벨.
도저히 선발로 발탁될 만한 급의 선수들은 아니었다.
라인업만으로도 놀랄 만한 상황이었지만, 이것은 약과에 불과했다.
“인벤토리.”
그렇게 출전한 플레이어들이, 인벤토리에서 붉은빛이 감도는 단검을 꺼낸 후.
“……가자!”
“네!”
푹!
일제히 자신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번쩍!
그러자 하나둘씩, 로그아웃하는 플레이어.
=아, 아니……!
=인류 대표팀 선수들…… 자, 자살하고 있어요!!
이를 본 해설자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진짜 했네.’
3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성지한은 이를 보면서, 조금 전 감독의 말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