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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로 회귀한 무신-309화 (309/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9화>

‘영원?’

불완전한 능력이라고 하면서, 이름은 영원이라니.

아이러니하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이 스탯을 획득하려고 했다.

불완전한 스탯이든 뭐든.

새로운 능력치야 언제든지 환영이니까.

그가 예를 누르자.

[스탯 ‘공허’가 불완전 스탯 ‘영원’의 획득을 방해합니다.]

체내 공허가 날뛰면서, 생명의 기운이 한데 모이는 걸 방해했다.

성지한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기운과, 세계수의 뿌리에서 들어온 힘을 없애지는 못했지만.

이게 한곳에 뭉쳐서 스탯 ‘영원’을 이루려 하는 것까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견제받은 생명의 힘은 제대로 뭉치지 못하고.

[스탯 ‘영원’이 1로 봉인됩니다.]

능력치가 1로 봉인되었다.

‘공허가 여기서 방해를 하다니…….’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개조된 세계수의 뿌리가 관리자의 금지 물건이라고 하더니.

공허의 기운도 이렇게 영원을 견제할 줄은 몰랐다.

능력치가 1이라서 그런지, 몸의 중심에 아주 미약하게 생명의 기운이 특정한 모양으로 뭉쳐 있긴 했지만.

이걸 써먹기에는 무리로 보였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생명의 기운은.

공허에 가로막혀서, 중심부로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흠…… 내가 한번 주도적으로 뭉쳐 봐?’

성지한은 체내의 여러 기운을 같이 움직여 보았다.

일단 생명을 가로막는 공허는 무혼을 통해 빼 두고.

그 틈새를 통해, 생명의 기운을 중심부로 흘려보냈다.

공허의 기운은 강렬하게 저항하긴 했지만.

적의 능력까지 같이 합세하여 공허의 포위망을 걷어 내자.

중심부의 ‘영원’에 생명의 기운이 많이 흘러갔다.

그러자.

[스탯 ‘영원’의 봉인이 일시적으로 풀립니다.]

[스탯 ‘영원’이 2로 오릅니다.]

성지한이 지금까지 모아 놓았던 생명의 기운 반절이 사라지며.

영원 스탯이 1 더 올랐다.

성지한이 지금껏 엘프들 털어 가며 모은 생명의 기운은 상당한 양이었는데.

그거 반이 사라지고도, 겨우 1개밖에 안 오르는 영원 스탯.

하지만.

‘겨우 1 올랐는데도, 뭔가 형태가 잡히는 거 같군.’

1일 때는 그냥 생명의 기운이 뭉쳐만 있었던 영원이.

2가 되니까, 그냥 기운이 한데 모인 게 아니라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하고 있었다.

‘이거…… 나무잖아?’

스탯 2가 된 영원이 만든 형상은, 하나의 나무.

생명의 기운은 거기에 모여서, 미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를, 공허의 기운이 어느새 달려와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는 상황.

성지한은 본능적으로, 여기서 생명의 기운을 더 넣으면, 공허와 영원이 내부에서 격렬히 충돌할 것이라고 깨달았다.

‘그럼 폭발하는 건 내 몸이지.’

영원을 3으로 만들기 전에, 일단은 이에 대해 파악을 좀 해야겠다.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은 공허가 이를 포위하게 놔두었다.

[스탯 ‘영원’이 2로 봉인됩니다.]

그러자 떠오르는 메시지.

공허로 인해 봉인된 영원은,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흠…….’

성지한은 일단 실험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허의 수련장 내부는,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워져 있었다.

‘아까 띄워 놓았던 맵은 사라졌군.’

새로 맵을 띄워서, 다시 영원을 다뤄 볼까.

성지한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힘의 정리는 끝나셨습니까?]

어둠이 물든 하늘 위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새하얗게 빛나는 달과 별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입처럼 위치한 초승달과, 두 눈처럼 위치한 별.

시커먼 밤하늘에 존재하는 세 개의 빛은, 점차로 커져 가며 거대한 두 눈과 입이 되었다.

“……누구지?”

[저번에, 아레나에서 뵈었지요. 수련장에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아레나에서 뵈었다는 이야기에, 성지한은 상대의 정체를 파악했다.

공허 측의 존재인, 아레나의 주인.

화신의 잔재 같은 이도 아레나에 놔두고 있을 정도로, 그는 측정 불가능한 힘을 지닌 우주적 존재였다.

“이미 실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더 큰 폐를 끼치기 전에, 허락받고 들어가고 싶군요. 이번에 얻은 아이템과 관련하여, 중요한 용건이 있습니다.]

“싫다면?”

[그럼 어쩔 수 없이 지구에 강림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면서 더욱 커지는 별과 달.

둘이 내뿜는 빛이 강렬해서, 이젠 배경이 밤이 아니라 낮처럼 밝아졌다.

이런 우주적 존재가 지구에 강림하면 더 큰일이 나겠지.

“와 봐.”

[감사합니다.]

예의 있게 대답한 아레나의 주인은.

스으윽.

곧바로 성지한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저번에 봤을 때와 똑같군.’

단정한 양복을 입고, 검은 중절모를 쓴 인간형 크기의 상대.

하나 얼굴은 우주의 형태를 한 채, 이번엔 중심에 달과 별 두 개가 크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측정 불가능한 힘을 지닌, 공허 측 존재.

그는 예의 바르게 성지한에게 고개를 숙였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용건은?”

“이번에 배신자 길가메시의 흔적을 얻으셨더군요.”

“개조된 세계수의 뿌리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것을 저희에게 제공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직권으로 공허의 마녀를 풀어 드리지요.”

“뭐?”

아니, 뿌리만 줘도 누나를 해방해 준다고?

언제는 길가메시를 처리하라고 하더니, 허들이 급격하게 낮아졌군.

“하, 좀만 더 빨리 오지 그랬냐.”

성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아레나의 주인이 다급히 물어보았다.

“설마 세계수 측에 벌써 넘기신 겁니까?”

“아니, 내 몸에 있다.”

“몸 안에…… 제가 한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보면 누나 풀어 주나?”

“세계수의 뿌리를 적출할 수 있으면요.”

성지한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탯 영원의 가치가 아깝긴 하지만, 그래도 누나의 해방에 비할 바가 아니지.

스윽.

그러자 성지한에게 손을 뻗는 아레나의 주인.

그의 손에서 공허의 기운이 미세하게 뿜어져 나왔다.

“흐음…… 뿌리가 세계수로 완전히 자리 잡았군요.”

“이게 세계수인가? 스탯 영원이라고 나왔는데.”

“예, 맞습니다. 세계수 연합의 상징이자, 목표가 ‘영원’이지요. 하나 개조되어서 그런지, 제가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르군요…….”

아레나의 주인의 별빛 눈이 반짝이더니, 그가 성지한에게 제안했다.

“혹시 적출 수술을 받으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당신이 죽을 확률이 99퍼센트입니다만, 제가 다시 살려 드리죠. 공허의 마녀도 풀어 주겠습니다.”

영원을 포기하는 대가로, 누나를 풀어 주고 부활을 시켜 준다면.

나쁘지 않은 교환 조건이긴 했지만.

“내가 네 뭘 믿고?”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스페이스 리그에서, 죽음을 담보로 하는 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순 없었다.

성지한의 거절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 발짝 물러나는 아레나의 주인.

그는 별빛을 반짝이며, 성지한을 주시했다.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당신이 좀 더 선을 넘었다면, 동의 따위 받지 않고 개입할 수 있을 텐데.”

“선을 넘었다는 기준이 뭐지?”

“영원에 잡아먹혀, 세계수가 된다면…… 그게 기준점이 되겠군요.”

“세계수가 된다고?”

“예.”

아레나의 주인은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작은 형태의 녹색의 나무가 반투명하게 그의 손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성지한의 형상이 반투명하게 그려졌다.

“지금 당신 체내에 있는 영원은 이 정도지만.”

탁.

손가락을 튕기자, 무럭무럭 자라나는 녹색 나무.

그것은 급기야 성지한의 형상을 무너뜨리면서, 커다랗게 성장해 나갔다.

“이것이 자라나면, 숙주를 집어삼키고 행성에 뿌리를 내리는 세계수가 되지요. 영원에 접근하는 자들은, 다들 이런 끝을 보였습니다.”

“흠…….”

“당신도 만약 지구에서 이렇게 되면, 제가 직접 나서도록 하지요. 그렇게 되면 배신자 길가메시의 기반 종족인 인류도 정리하고, 일을 쉽게 풀 수 있겠군요.”

성지한이 지구에서 세계수에게 먹힌다면, 아예 인류까지 통으로 정리하겠다는 아레나의 주인.

다른 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무슨 허풍을 치냐 싶겠지만.

이 공허의 존재는, 그 말을 지킬 만한 힘을 지닌 것 같았다.

“유념하지.”

“그럼, 세계수가 되기 전에 아레나에 종종 놀러 오십시오.”

“나, 세계수 되는 거 확정이냐?”

“예. 지금까지 예외는 극히 드물었거든요. 최근 1만 년간의 케이스로는 길가메시밖에 없구요.”

“최근엔 길가메시가 유일하다고…….”

“예. 그리고, 혹시나 뿌리를 하나 더 얻는다면, 저희에게 반납해 주십시오. 그럼 공허의 마녀를 풀어 드리지요…….”

스으으…….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레나의 주인 모습이 사라졌다.

‘괜히 뿌리에 천수강신을 써서, 누나를 해방할 기회를 놓쳤네.’

성지한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스탯 ‘영원’을 얻은 대가가 이렇게 크다니.

거기에 기껏 얻은 영원은, 자칫 잘못하면 내부에서 세계수가 될 수도 있는 폭탄이었다.

‘근데 길가메시는 어떻게 이걸 조절한 거지?’

최근 1만 년간의 유일한 생존자 케이스, 길가메시.

그만 그렇게 특출한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이 지닌 변수는 무엇이 있을까.

‘인류를 통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것 때문인가?’

뿌리의 수액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태생적인 차이 때문인가.

아니면…….

‘그러고 보니 천수강신의 사슬…… 아레나의 주인도 비슷한 걸 썼었지.’

천수강신의 사슬과 비슷한 힘을 보인 건 지금까지 두 개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고엘프가 사용했던, ‘이그드라실의 뿌리’.

우주수 이그드라실의 이름을 딴 이 기술은, 핏빛 사슬로 변해 성지한의 생명력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아레나의 주인이 언급했던 공허의 구속구.

그가 직접 길가메시에게 알려 줬다고 언급했던 이 권능은, 보랏빛의 사슬로 공허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도, 둘 중에 비교해 보면 공허의 구속구 쪽이 천수강신과 깊은 연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일단은 부딪쳐 볼까.

성지한은 천수강신을 사용해 보았다.

철컹. 철컹.

몸 밖으로 뻗어 나가던 강철의 사슬은.

지이이잉…….

금방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곧 무형의 형체가 되어 성지한의 내부를 파고들었다.

‘저절로 움직이네.’

그것은 영원을 둘러싼 공허를 쓱 지나치고는.

나무 형태의 ‘영원’을 사방에서 감았다.

그러자, 사슬에 감겨 위아래가 뒤집히는 나무.

뿌리는 위로, 가지와 잎은 아래로 바뀌게 되자.

[스탯 ‘영원’의 봉인이 일시적으로 풀립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사슬을 통해 성지한의 체내에 생명의 기운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간은 써먹으면 천천히 재생되거나, 엘프 쪽의 것을 빼앗아야 회복할 수 있었던 생명의 기운이.

2밖에 안 되는 스탯 영원을 천수강신으로 감아 흡수하자, 계속 공급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걸, 조금 전과는 달리.

공허의 기운은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있었다.

생명력을 계속하여 공급하는 스탯 ‘영원’을, 규제를 피한 채 효과적으로 써먹는 사슬.

성지한은 이를 느끼며, 눈을 번뜩였다.

‘설마 이게…… 천수강신의 진정한 의의인가?’

그는 이를 몇 번이고 더 다뤄 보다가.

‘이거…… 쓸 만하군.’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수련실에서 로그아웃했다.

*   *   *

한국 배틀넷 센터.

챔피언스 리그에서 최초로 우승을 차지해서 잔치가 벌어져야 할 그곳은,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선수들이 아직도 갇혀 있습니다…….”

“스페이스 리그 경기가 이제 이틀 후인데, 큰일이군요.”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이 저리된 것도 문제지만, 미국 대표팀 사정도 걱정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안 되는데…….”

지구 방위대나 다름없는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

여기서 가장 큰 전력을 차지하는 건 성지한이었지만.

선수층으로만 따지자면, 세계 1위답게 미국 대표팀 선수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데 다음 경기가 세계수 연합과의 게임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하필 이런 전력이 다 배틀넷 커넥터에 갇혀 있다니.

“태초의 보물을 반납하자는 여론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 나한테도 미국 사람들의 이메일이 날아오더군. 빨리 성지한을 설득하라고 말이야. 정성스럽게 한글로 번역까지 헀어.”

“감독님한테도요?”

“자네도 받았는가?”

“예, 전 SNS 닫아 버렸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의견을 개진하고 싶어도, 성지한 선수가 없는데 어쩌라는 건지…….”

코칭스태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감독이나 코칭스태프한테 연락해 봤자 이쪽에서 성지한을 설득할 수단 따위는 없건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지, 그들에게 쏟아지는 연락 폭탄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번쩍!

“오. 서, 성지한 선수…….”

수련실에서 로그아웃한 성지한이, 배틀넷 센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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