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303화 (303/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303화>

=투성…… 처음 보는 맵이군요. 감독, 이 맵을 선택하기 위해, 성지한을 일부러 밴하지 않은 것입니까?

=맵 분류는 던전입니다. 모든 클래스가 참전할 수 있으며, 참여 인원은 50명입니다. 맵 조건만 보면, 딱히 미국 대표팀이 성지한에게 유리한 이점을 가질 것 같지는 않군요.

=하지만, 생각이…… 있으니 이런 선택을 한 거겠죠? 그러길 빕니다. 진심으로.

5경기 맵 투성.

던전으로 분류된 이 맵은, 일반 시청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배틀넷 전문가들에게도 미지의 맵이었다.

“투성…….”

“뭐지, 저 맵은?”

“저거 때문에 일부러 성지한 님 밴 안 한 건가?”

대표팀 플레이어들은 새로 뜬 맵 이름 ‘투성’을 보며, 이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설마 저거, 무신의 별, 투성인가?’

성지한은 놀라운 눈으로 5게임 맵 이름을 바라보았다.

길가메시가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 있을 거라곤 짐작했지만, 투성을 게임 맵으로 설정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성지한 님. 전력 분석실에서도 급하게 투성에 대해 찾아보았지만,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미국의 히든카드인데, 그런 게 있을 것 같진 않았으니까요.”

“뭐, 저쪽에서 무슨 의도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삼촌이 나서는데 결국엔 이기겠지~”

윤세아는 그렇게 태평하게 말하면서, 배틀넷 커넥터로 들어갔다.

“가겠나? 처남.”

그리고 윤세진도 그런 딸의 모습을 보다가, 성지한을 향해 안광을 빛냈다.

예전에 길가메시가 강림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반짝이는 금색의 빛.

성지한은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훗, 가겠냐니요. 안 가는 선택지도 있습니까?”

“성좌께서는…… 꺼림칙하다면 굳이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거든.”

“저기에 뭔가 있긴 한가 봅니다.”

“글쎄…… 후원받는 자로선 감히 그분의 뜻을 읽을 수 없지. 읽어서도 안 되고.”

성좌 ‘태초의 왕’에게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윤세진.

어째 5경기에 들어가면, 그에게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될 것 같았다.

‘투성…… 맵 이름부터 꺼림칙하긴 하지만, 안 가면 패배 확정이다.’

그렇게 되면, 우승을 하지 못하게 되니 길가메시의 뜻에 굴복하게 되는 셈.

성지한은 그와 부딪치지도 않은 상태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가죠.”

“그래, 내, 열심히 처남을 보좌하겠네.”

“참, 든든합니다.”

성지한은 ‘보좌’를 강조하는 윤세진을 보고 피식 웃고는.

배틀넷 커넥터에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들어갔군.”

성지한이 들어가는 걸 보는 윤세진의 눈에.

황금의 안광이, 번쩍하고 빛났다.

*   *   *

[던전 맵, ‘투성’에 진입합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황금탑의 끝까지 올라가세요.]

[태초의 보물을 먼저 차지하는 쪽이 승리합니다.]

지이이잉!

투성으로 소환된 50명의 한국 플레이어.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건물 안인가? 벽면 봐라. 죄다 황금이네.”

“메시지만 보면…… 탑을 끝까지 등반하는 건가?”

“맵 이름이 왜 투성인지를 모르겠네. 그냥 황금탑이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탑이라고 하기엔, 거대한 내부의 공간.

이 안의 벽면과 천장, 바닥은 모두 반짝거리는 황금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여기 소환된 플레이어들이 국가대표들이라, 다들 이 정도 금에도 감탄 정도만 하고 말았지.

-와…… 금 번쩍거리는 거 봐라 ㄷㄷ

-그냥 건물 자체가 보물덩어리인데?

-저거 다 긁으면 떼부자 됨?

-게임 속 금 가져와 봤자 쓸모없지 않나 ㅋㅋㅋ GP로 환산되면 모를까.

-이게 챔스 5경기가 아니었으면 국가대표 선수들이라고 해도 한 번 바닥 긁어 봤을 듯.

시청자들은 황금탑 안의 광경을 보면서, 흥분한 상태였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탑 안.

성지한은 이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보더니.

“탑 끝까지라…….”

스윽.

가볍게 주먹을 벽에 뻗었다.

쾅!

그러자, 그대로 꿰뚫리는 벽면.

“사, 삼촌? 뭐 해?”

“뭐 하러 계단으로 가냐. 밖에서 날아가면 되지.”

“아. 그, 그런가?”

“어. 갔다 와 볼게요.”

성지한은 그렇게 커진 균열 쪽으로 걸음을 옮겼으나.

스르르륵……!

뚫린 벽면에서, 황금의 사슬이 튀어나오며 이를 순식간에 메웠다.

허튼짓하지 말고, 얌전히 계단을 통해 올라가라는 의지가 느껴지자.

성지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어디.”

화르르륵!

그의 손에서 불길이 피어오르고, 황금의 사슬이 그대로 맞닿았다.

스탯 적의 힘이 들어간 막강한 화력.

그것은 원래라면 이 탑의 벽 전체를 불태워도 될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꿈틀. 꿈틀…….

마치 혈관이 박동하듯, 사슬이 움직이자.

황금의 벽은 더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다.

“어? 벽이…….”

“으, 여간 단단한 게 아닌 거 같네.”

성지한의 막강한 힘도 막아 내는 사슬.

한국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시선을 탑 안쪽으로 돌렸다.

아무리 성지한이라도 초월적인 힘으로 혼자 탑 꼭대기 올라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니.

얌전히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소멸 코드, 멸을 여기 작성하면 벽면이 부서지겠다만.’

소멸 코드 멸.

스탯 적을 얻고 난 이후, 완성한 하나의 글자는.

세상에서 대상을 완전히 삭제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오죽하면 공허의 수련장에는, 그가 처음 소멸 코드 멸을 작성했던 자리가 아직도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멸 한 글자 쓰면, 한동안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스탯 적을 비롯하여, 무혼과 공허의 기운을 모조리 쏟아부어야 가능한 소멸 코드 작성.

그걸 여기서 바로 쓰기란,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있었다.

“일단 계단으로 가 보죠.”

“네!”

소멸 코드는 상황이 정말 안 좋았을 때만 써 보기로 하며.

성지한은 일행을 이끌고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가, 강철 거인이다……!?”

“전투 준비를!”

거대한 2층의 공동에는.

강철의 거인 수십 기가, 한국 대표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엔키두인가.’

길가메시에게서 배웠던, 천수강신의 변형 엔키두.

신의 육체라 신살의 창이 먼저 타깃팅할 거라고 알려 줬던 그 강철 거인은.

겉보기에도 강렬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성지한은 엔키두를 그저 창을 대신 맞아줄 더미 역할로만 소환해 봤지만.

이걸 공격적으로 운용하면, 얼마든지 상대를 압살할 소환수 역할을 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스으윽.

강철 거인 무리가 일제히 손을 들자.

“오, 온다……!”

“보호 마법부터!”

대표팀은 긴장한 채, 이에 대항하려 했지만.

슈우우웅!

강철 거인의 손 위에 황금빛이 반짝이더니, 거대한 과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

“뭐야 저거.”

그리고.

[왕의 하사품이다.]

강철 거인에게서 일제히 음성이 들리더니.

툭. 투툭…….

그들은 손 위의 황금 과일을, 한국 대표팀 앞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   *   *

[왕에게 경의를 표하고, 과육을 섭취하라. 그자만이 올라갈 수 있다.]

대표팀의 눈앞에 쌓인 과일.

종류는 다양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모두가 황금색이라는 것.

사과도 딸기도, 포도도 모두 겉은 황금으로 번쩍거려서.

먹음직스럽다기보다는 하나하나가 보물 같았다.

-아니 여긴 뭔 죄다 황금이냐 ㅋㅋㅋㅋ

-ㄴㄴ 거인은 그래도 강철임

-저거 근데 먹을 순 있나? 황금의 예술품 씹는 거 아님?

-근데 자꾸 보니까 사과 맛있어 보이긴 해

-ㄹㅇ 뭔가 꺼림직하지만 군침 도네…….

하나 처음엔 보물 같아도.

자꾸 보다 보니까, 과일은 화면으로만 간접적으로 보는 시청자들도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눈앞에 둔 플레이어들은, 이런 욕구가 더했다.

“이거 먹고 올라가라는 거, 너무 함정 같지 않아?”

“그니까, 으…… 근데 독사과라고 해도 먹어 보곤 싶다.”

“향 죽이네…….”

“제, 제가 먹고 한번 실험해 보겠습니다! 큐어 마법만 잘 걸어 주세요!”

과일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한 전사가 손을 번쩍 들었을 때.

“아니. 네가 먼저 먹어선 안 되지.”

“거, 검왕님…….”

윤세진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앞으로 먼저 나섰다.

그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과일로 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절까지 했다.

“태초의 왕께 경의를! 신, 감읍하여 은혜를 받들겠습니다!”

과일 앞에서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 윤세진.

“아, 아빠…… 언제 신하가 됐어?”

“아니, 검왕님 왜 절까지 하셔…….”

“근데 태초의 왕이라 하셨는데?”

“요, 요즘 랭커들에게 전폭적으로 후원해 주는 성좌 아닌가 그거?”

사람들이 이를 보고 경악하는 사이.

윤세진은 감격에 떨리는 손으로 황금 사과 하나를 집고는, 그걸 바로 입으로 가져다 댔다.

와삭!

과일이 씹히자, 순식간에 진해지는 과일의 향.

“와, 냄새 미쳤네…….”

“아, 아빠! 괜찮아?! 그걸 그렇게 함부로 먹으면 어떻게 해?”

“괜찮아 세아야. 오히려, 체력이 1 올랐어!”

윤세아의 걱정 어린 외침에도.

윤세진은 오히려 엄지를 척 올리며, 기본 스탯 체력이 올랐다고 자랑을 했다.

그러자.

“스탯이…… 올라?”

“과일 먹었다고?”

“검왕님 별 이상도 없는 거 같은데…….”

플레이어의 눈빛이 달라졌다.

처음부터 황금 과일을 보자마자 먹고 싶었지만, 애써 참던 그들에게.

검왕이 스탯까지 올랐다고 하자, 참을성이 사라졌던 것이다.

“저, 저도 실험해 보겠습니다!”

“저도요! 그래, 독 감별해야죠!”

앞줄에 있던 전사들이 먼저 뛰어가고.

와삭와삭!

“와, 진짜 올랐어!”

“체, 체력이…… 이렇게 쉽게 올라?”

“와…… 개 맛있어…… 평생 이거만 먹고 싶다.”

과일 먹은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스탯이 올랐다고 소리치자.

“나, 나도……!”

“아까부터 못 참겠는데. 능력치까지 올려 준다니……!”

“어차피 올라가려면 먹어야 하잖아!”

뒤편에 있는 플레이어들도 일제히 과일을 향해 달려갔다.

-아니, 이 미친놈들아. 딱 봐도 함정 같은데 왜 저렇게 달려가 ㅡㅡ

-아무리 스탯 올려 준다고 해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저렇게 정신줄 놓는 건 이해가 안 되는데?

-저 과일에 사람 홀리게 하는 게 있나…….

-검왕은 대체 뭐임? 절까지 하고 ㅋㅋㅋㅋㅋ

-야, 미국도 장난 아니다. 저기도 태초의 왕한테 후원받는다는 사람들 죄다 절하고 난리도 아님 ㅋㅋㅋ

-미국인도 절하는 문화가 있음?

-뭔가 뻣뻣한데 예의는 나름 발라 보임.

시청자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플레이어들의 광기.

여기에 끼지 않는 선수들은, 정말로 극소수였다.

성지한은 과일을 향해 아귀처럼 달려드는 플레이어들에 합류하지 않고.

스으윽.

과일 하나를 둥둥 띄워, 자신의 손에 가져왔다.

‘이거, 세계수 연합의 대출 창구에서 보았던 과일과 느낌이 비슷하군.’

생명의 기운을 보충해 주었던 세계수의 과육.

엔키두가 떨어뜨린 과일에는, 그것보다는 열화되었지만.

나름대로 빼어난 생명의 힘이 느껴졌다.

와삭.

‘확실히 생명력 자체는 세계수의 과육이 뛰어나네.’

성지한이 황금 사과를 씹으며, 그렇게 과일을 품평하고 있을 때.

“사, 삼촌…… 괜찮아? 그거. 먹지 말지…….”

“세아, 넌 안 먹고 싶어?”

“엄마가 절대 먹지 말라고 극구 말려서…… 그러면서 아빠 욕 엄청 하고 있어. 여자에 이어서 다음엔 사이비냐고.”

이제는 환영을 본다고 이야기하지도 않는 건가.

성지한은 윤세진의 두 번째 엇나감에 성을 내는 누나 이야기를 들으며, 괜히 자기가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성좌 ‘태초의 왕’의 후원이 들어왔을 때 이걸 말릴 걸 그랬어.

“지, 지한. 저희 성좌님도 급히 연락이 왔어요! 지한 보고 그냥 게임 포기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는데요…….”

“그쪽 성좌도요?”

“네…… 여기는 성좌 ‘태초의 왕’이 투성에서 만들어 낸 거처……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 에테멘앙키.”

“에테멘앙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알 거라 생각한 건가.

피티아의 전언에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렸을 때.

“아…… 여기! 바벨탑이래요……!”

피티아는, 소피아를 통해 탑의 이름을 밝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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